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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시럽제 품질감시 강화...정작 기준은 없다[데일리팜=이혜경 기자]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올해 품질 부적합이 확인된 '포 포장' 제품에 대해 내년도에도 수거검사 등 품질감시를 강화하겠다고 했다. 한자로 '쌀 포(包)'를 쓰는 포는 물건을 감싸다는 뜻으로 '포 포장' 형태는 액상 시럽제 제품을 간편하게 먹을 수 있도록 포장지 안에 넣는 것을 의미한다. 쉽게 스틱 포장지로 된 커피믹스가 떠오르는데, 의약품에는 감기약, 위장약 등 1포씩 들고 다닐 수 있도록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적용되고 있다.하지만, 편의성이 높고 밀봉 포장으로 대용량 시럽제 보다 선호도가 높은 포 포장이 요즘에는 골칫거리로 떠올랐다. 지난 4월 동아제약의 '챔프시럽'은 갈변현상으로, 대원제약의 '콜대원키즈펜시럽'은 상분리현상으로 제조‧판매가 잠정 중단됐다. 지난 7월에는 종근당의 '모드콜코프시럽' 포 포장 제품 절취선 부분의 흰색 약액 누출 신고에 따라 시험검사를 지시한 결과 성상 부적합이 확인되면서 '모드콜콜드시럽'과 함께 회수조치가 이뤄졌다.결국 식약처는 3분기 기획합동감시 품목을 포 포장 액상 제품으로 특정하고 무작위로 30품목의 품질검사를 실시했다. 문제는 30품목 중 1품목에서 또 다시 미생물 한도 초과로 품질부적합 결과가 나왔다. 식약처는 약사법령에 따른 위반사항이 확인되는 경우 행정처분을 실시하는 한편, 품질 부적합 제품에 대해서는 회수‧폐기토록 조치를 진행하고 있다.하지만 품질 부적합 발생 품목에 대한 원인분석 및 재발방지 대책 책임은 고스란히 제약회사 몫이다. 제약회사는 자료를 제출하고 제제 개선 등 구체적인 대안을 내놔야 잠정 제조·판매 중지 조치를 해제 받을 수 있다. 제약회사 입장에서는 하루라도 빨리 제조·판매를 재개를 위해 해당 품목에 발생한 원인 규명과 제제개선 연구를 할 수 밖에 없다.식약처는 감시를 강화하고 있지만,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는 희박해 보인다. 문제해결의 책임을 모두 제약회사에게 맡기고 손을 놓고 있는 느낌이다. 포 포장에서 지속적인 품질 부적합 이슈가 발생하는 이유를 식약처도 적극적으로 찾아서 적합기준을 만들어야 한다. 포 포장 액상 제품을 보유하고 있는 제약회사들이 사건이 발생하기 전에 선제적으로 자정할 수 있는 평가 기준이 필요해 보인다.2023-12-14 06:23:56이혜경 -
[데스크 시선] 전자처방 전달시스템 구축 시급하다[데일리팜=강신국 기자] 오는 15일부터 비대면 진료가 시범사업 형태로 전면 확대 시행됩니다. 의약계에선 반대 목소리가 높지만, 시범사업인 만큼 일선 의원과 약국에 맡기는 모양새입니다.정부가 발표한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확대안을 보면 중요하게 빠져있습니다. 바로 전자처방전입니다.정부안을 보면 비대면 진료는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하는 진료방식의 특성상 진료 후 처방전을 팩스, 이메일 등으로 약국으로 전송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팩스를 통한 복사본 처방전과 이메일 등을 통한 이미지 처방전은 종이 처방전에 비해 위변조 및 재사용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 있었다고 합니다.처방전 위변조를 통한 의약품 오남용 방지를 위해 처방전은 의료기관에서 약국으로 직접 전송돼야 함을 명확히 하고, 앱을 이용하여 처방전을 전달하는 경우 환자가 원본 처방전(PDF 등 이미지 파일)을 다운로드할 수 없도록 했습니다.결국 의원은 약국에 이메일과 팩스로 보내거나, 플랫폼(앱)을 이용하는 방법이 유일합니다.이렇게 되면 환자는 어떤 약이 처방 나왔는지 알기 힘듭니다. 약국에서 조제를 받고, 서면 복약지도서나 약 봉투를 통해 처방약을 알게 되는 것이지요. 의약분업 도입의 명분 중 하나였던 환자 알 권리 신장, 즉 처방전 2매 발행의 원칙이 무색해지게 됩니다.정부도 이제 공적 전자처방전 도입을 추진해야 합니다. 시범사업을 전면 확대한 마당에, 처방전 전달은 코로나 상황의 한시적 비대면 진료 때와 달라진 게 전혀 없습니다.처방전의 위변조 문제가 그렇게 걱정이라면 정부가 개입하는 것이 마땅합니다.스웨덴 사례를 볼까요? 스웨덴 정부는 e-health 적극적으로 도입한 나라입니다. 이에 전자처방전달(e-prescribing)도 활성화돼 있는데 처방전이 병원에서 국가 저장고를 거쳐 약국으로 전자시스템을 통해 전송된다고 합니다. 2008년 기준 모든 처방전의 75% 이상이 이 시스템을 통해 전송되고 있습니다. 호주, 미국, 영국 등도 유사한 형태의 전자처방 전달 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다행인 점은 정부도 처방전 위변조 문제는 근본적인 처방 정보 전달 방식의 개선이 필요한 만큼 의약계, 앱 업계, 전문가 등과 함께 중장기 개선 방향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했습니다.행간의 의미를 읽어보면 앱 업계와 논의를 한다고 했는데, 결국 정부가 표준화된 방식을 만들어주고 시스템 구축과 운영은 민간에 맡길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민간에 맡기다는 의미는 시장을 만들겠다는 것인데 환자에게 민감한 정보가 될 수 있는 처방전으로 돈을 벌게 하겠다는 것은 위험한 발상일 수 있습니다.결국 공적 전자처방 전달 시스템 구축이 필요합니다. 공단 혹은 심평원의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처방전 전달시스템 구축과 운영은 아무리 생각해도 정부 개입이 옳아 보입니다.2023-12-13 11:30:04강신국 -
[기자의 눈] 국산 혁신신약에 대한 염원과 거품[데일리팜=어윤호 기자] 신약에 대한 관심은 이제 '환자'를 넘어섰다. 고부가가치 산업과 국내 산업 발전에 대한 염원은 지금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현재 제약바이오산업의 발전 속도와 국산신약 개발은 순항 중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주식 시장에서 투자 심리를 일깨우기 위해 생겨나는 거품은 결코 발전과 성공에 좋은 영향을 주지 못한다.신약 개발이 쉬웠다면 이렇게 '핫'해질 일도 없었다. 지금 우리나라는 제약바이오산업에 대한 관심이 커진 만큼 임상 실패, 중단, 혹은 효능 논란 등과 연관된 소식이 인터넷을 달구는 경우도 종종 있다. 임상에 성공했다면 그야말로 대서특필이 이어진다.그럴 수 있다. 삼성과 셀트리온의 바이오시밀러가 미국과 유럽에서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고 정부는 제약산업 육성방안이라는 대전제 아래 국산 신약 약가우대방안을 내놓고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하지만 분명히 해야 한다. 성공이 쉬우면 애초에 신약이 아니다. 미국바이오협회가 2006년부터 2015년까지 10년 간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임상을 수행했거나 진행 중인 9985건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임상 1상의 성공률은 63.2%, 2상의 성공률은 30.7%, 3상은 58.1%다. 이를 계산해 하나의 신약이 상용화되는 확률을 추려보면 9.6%밖에 안 된다.개발중단과 임상실패는 얼마든지, 아니 일어나지 않는 게 이상한 일이다. 다만 정직함이 문제다. 물 들어올 때 노 젓는다고 수많은 제약사들이 너도나도 편승효과를 노린 것 역시 사실이다.어떤 약인지 제대로 된 설명도 없이 무차별적으로 배포하는 개발 물질의 임상 진입·완료 자료, 해외 학회 발표자료는 지극히 투자 심리 만을 조준하고 있다. '000 약제 대비 우수한 효능을 보였다', '최초의 00암 치료제다', '생존기간을 많이 개선했다' 등등.내용은 매력적인데 근거를 안 보여준다. 몇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얼마 만큼의 기간 동안 연구를 진행했는지 그 결과, 비교군과 효능과 안전성 면에서 수치 상 어떤 차이를 보였는지 알 수가 없다. 심지어 '좋은 약'이라는 회사 관계자의 코멘트가 약에 대한 설명의 전부인 사례도 있다.신약은 과학이다. 환자가 최종 소비자다. 국내사의 신약개발 성공례 자체가 고무적이다. 오픈하고 정당하게 평가를 받아야 한다. IR(Investor Relations)만 신경 쓸 때가 아니다. 주식 갖고 장난친다는 오명 역시, 리베이트의 굴레처럼 벗어야 하지 않겠는가.2023-12-13 00:00:50어윤호 -
[기자의 눈] 제약사 후계자와 신비주의[데일리팜=이석준 기자] 제약사 오너 3세(후계자)의 경영 보폭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최대주주에 오르거나 승진하는 사례가 빈번하다.다만 이들의 모습은 좀처럼 관찰하기 힘들다. 공식석상에 나타나는 경우가 손에 꼽을 정도며 인터뷰를 추진하려 해도 홍보팀으로부터 '아직 때가 안됐다'는 답변만 돌아올 뿐이다.관련 기사 작성으로 오너 3세 사진을 달라고 하면 '없다'는 피드백이 돌아온다. 설마 후계자 사진 한 컷이 회사에 없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황당한 일도 많다. 일례로 대형 A사 3세는 공식석상인 주주총회에서 기자가 사진을 찍자 급히 달려와 사진을 지워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해당 기업의 오너 3세이자 단독대표다. 위치에 오른 만큼 외부 노출은 필연적이지만 극도로 노출을 꺼렸다. '신비주의' 단어가 떠오른다.이해는 된다. 후계자는 단독대표 등 직급, 직위는 높지만 아직 어리다. 30대 후계자도 최근 많아졌다. 회사 입장에서는 공식석상에 노출됐을 때 행여나 섣부른 발언으로 구설수를 탈까 걱정할 수 있다. 상장사는 오너 일가의 말 한마디에 주가가 요동칠 수 있어 조심 또 조심 그 자체다. 이런 교육을 받은 후계자도 자연스레 몸을 사리는 습관이 들었다.이런 상황에서 3세 김정균(38) 보령 대표의 행보는 눈에 띈다. 여느 제약사 3세와는 달리 신비주의를 벗고 현장과 직접 소통하고 있어서다.김 대표는 올 초 주주총회에서 직접 주주와 만나 우주 사업 계획을 공유했다. 최근에는 미국우주산업 컨퍼런스(ASCEND)에도 참가해 우주 사업 기조 연설을 진행했다. 김 대표는 그룹 창업주 김승호 회장 손자이자 김은선 회장 장남이다.중소형제약사 B, C사의 행보도 흥미롭다. B사 오너 2세는 최근 기업설명회 주제발표를 맡았다. 평소 친분이 있던 그에게 직접 발표하는 대표를 오랜만에 봤다고 인사를 건네자 오너의 발언만큼 '정직'한 것은 없다고 답했다. 또 향후 실적에도 자신이 있어 직접 나섰다고 했다. 오너는 시장과 직접 소통하고 책임을 지는 자리라고도 했다.C사 오너 3세는 시상식 행사에 직접 참여했다. 대부분 실무자를 보냈지만 그는 달랐다. 기자도 말로만 듣던, 공시로만 만났던 오너 3세를 보고 명함을 건넸다. 역시나 명함을 가지고 오지 않았지만 으레 오너 3세들의 행보가 그랬기에 그려러니 했다. 하지만 30분 뒤 곧바로 자신의 연락처를 기자에 공유했다. 향후 소통을 하겠다는 무언의 메시지로 해석됐다.제약업계는 바야흐로 오너 3세 시대로 넘어가고 있다. 태생이 늦은 곳은 오너 2세, 빠른 곳은 오너 4세까지 가업승계가 이뤄졌다.다만 아직까지도 아버지 영향력이 남아있다는 이유로 오너 3세들은 스스로 운신의 폭을 좁히는 경우가 많다. 최대주주, 단독대표 등 사실상 실권을 잡았지만 이래저래 신비주의가 여전하다. 시대는 변했다. 가업을 이어받으려면 과감히 신비주의를 벗어던지고 회사의 가치를 공유해야 한다. 오너의 시장 소통 만큼 정직한 것은 없다.2023-12-12 06:00:51이석준 -
[기자의 눈] 임상용 의약품 허가 후 지원중단 딜레마[데일리팜=손형민 기자] 최근 일부 글로벌 제약사들이 인도적 차원에서 환자에게 제공하던 임상시험용 의약품을 국내 정식 허가 이후 제공 중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이에 더 이상 치료옵션이 없던 환자가 치료제로 효과를 보고 있음에도 하루아침에 비급여 가격으로 투여받아야 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식품의약품안전처는 생명을 위협하는 중대한 질환을 가진 환자나 대체 치료수단이 없는 응급환자에게 치료기회를 부여하기 위해 ‘임상시험용 의약품 치료목적 사용승인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이는 더 이상 치료옵션이 없는 환자에게 소위 오프라벨(허가 범위 외 처방)을 통해 인도적 차원에서 치료제를 공급하는 시스템이다.다만 해당 의약품이 국내 정식 승인되거나 적응증이 추가되면서 공급을 중단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최근 노바티스는 폐암 이외의 BRAF 양성 고형암 환자에게 인도적 차원에서 공급하던 라핀나(성분명 다브라페닙)와 매큐셀(트라메티닙)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통보했다. 해당 치료제들은 BRAF 변이 흑색종과 비소세포폐암 치료제로 국내 허가됐다. 그간 두 약제는 흑색종과 비소세포폐암 외에도 더 이상 치료옵션이 없는 BRAF 변이 고형암 환자에게 인도적 차원에서 제공되고 있었다.지난달 15일 라핀나+매큐셀 병용요법은 BRAF 변이가 확인된 수술 불가능하거나 전이성인 고형암 대상으로 적응증이 확대됐다. 노바티스는 적응증이 추가된 만큼 인도적 차원에서의 의약품 제공이 더 이상 어렵다는 의견을 내비쳤다.이에 일부 의료진들은 노바티스에 강력하게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회사 측은 의약품 공급을 6개월 연장했지만 그 이후 공급에 대해서는 확실한 답변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해당 사례는 노바티스가 처음이 아니다. 화이자는 ALK와 ROS1 변이 비소세포폐암에서 유효성을 나타낸 로비큐아(롤라티닙)가 지난 2021년 정식 국내 승인되면서 인도적 차원에서의 치료제 공급을 중단하려고 했다. 화이자는 의료진의 지속적인 요구를 귀담아 들어 해당 약제의 공급 중단을 번복한 바 있다.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제공되는 치료제를 공급 중단하는 것은 더 이상 치료 옵션이 없는 환자들에게 비윤리적이라는 것이 의료진의 의견이다. 평소 글로벌 제약사들이 사회적 책무를 중요하시는 만큼 도의적 차원에서의 의약품 제공은 계속돼야 한다는 지적이다.제약사의 입장도 아예 이해가 안되는 것은 아니다. 그간 오프라벨로 의약품을 제공한 만큼 치료제가 정식 승인이 되면 당연히 허가 절차에 따라 투여 받는 것이 맞다. 다만 하루아침에 비급여 투여로 통보하기 보다는 합의를 통해 유예기간을 설정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사회적 책무를 다하려는 기업의 움직임은 크고 대단한 것에서 출발하는 게 아니다. 환자를 위한 보이지 않는 부분에서의 지원이 사회적 책무를 다하는 기업의 기본 자세일 것이다.2023-12-11 06:15:29손형민 -
[기자의 눈] 처방약 10종 이상 복용 117만명의 의미[데일리팜=김지은 기자] ‘하루 처방약 복용량 10종 이상 117만, 20종 이상 3만명’정기석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지난 8월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해당 글에는 다제약물 복용 실태를 우려하고, 정부 차원의 제도 마련이 시급함을 공감하는 내용의 다수의 댓글이 달렸다.실제로 정 이사장의 ‘맛 보기’식 게시글은 보건의료계에 적지 않은 관심을 받았던 모양이다. 해당 글이 게재된 이후 공단으로는 해당 글의 구체적인 내용이나 풀 데이터를 요청하는 다수의 전화가 걸려왔다는 후문이다.당시 관련 자료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던 건보공단은 4개월여만인 지난 6일 관련 내용을 담은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공단 주도로 대한약사회와 함께 진행 중인 다제약물관리 시범사업 현황이 주 내용인 이번 보도자료에서 공단은 관련 내용을 포함시켰다.이번 자료에서 공단은 2022년 상반기 건강보험 가입자 진료 기준 10종 이상의 다제약물 상시(두 달 이상) 복용 중인 환자는 117만5130명이라고 밝혔다.더불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발표한 자료를 인용하며 2021년도 기준 국내 75세 이상 환자 중 5개 이상의 약물을 복용 중인 노인 비율은 64.2%로 OECD 평균(48.6%)보다 높고, 포르투갈(73.0%), 이탈리아(64.7%)에 이어 3번째로 높다고도 강조했다.국내 다제약물 복용 문제는 수년 간 지속적으로 제기돼 온 문제다. 특히 노년층, 만성질환자의 다제약물 복용 실태는 심각한 수준이며 그 정도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제약물 관리사업은 지난 2018년 시행 이후 6년째 시범사업 단계에 머물러있다. 여기에 정부 주도로 진행하는 커뮤니티케어 사업들에서 약물관리, 약물 복용 상담을 전문적으로 수행할 약사의 역할은 번번이 배제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다제약물, 다제병용 관리에 대해서는 정부, 국회, 국민, 보건의료인이 모두 한마음으로 해결돼야 할 보건의약 과제로 인식하고 있다. 그 역할을 가장 전문적으로 수행할 직역이 약사인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지난 건보공단 국정감사에서 다제약물 관리사업 법적 근거 마련 필요성이 지적되자 정기석 이사장은 “다제약물관리사업의 법제화가 꼭 필요하다"며 "현재 약물 문제는 굉장히 심각하다. 10가지 이상의 의약품을 사용하는 국민이 약 117만명이다. 두고만 봐서는 안될 문제"라고 힘주어 말했다.정부는 이제라도 환자 안전과 더불어 의료비 절감 차원에서 다제약물 관리 필요성을 면밀히 따져봐야 할 것이다. 더불어 그간 약사들이 병원에서, 약국에서, 또 지역사회에서 다제약물 관리와 더불어 처방중재를 위해 해온 역할, 또 앞으로 해야 할 일을 바로 알고 정책 수립에 나서기를 바란다.2023-12-07 18:50:32김지은 -
[데스크시선] 톡신의 발견과 인류공영[데일리팜=노병철 기자] '젊음의 영약' '주름개선제'. 보툴리눔 톡신의 또 다른 별칭이다. 하지만 이제는 상품명의 대표명사화로 미국 엘러간사의 제품 '보톡스'로 대중에게 더 많이 각인돼 있다. 관련시장은 미국·중국·유럽 등의 글로벌 섹터에서 주로 판매되고 있으며, 8조원 상당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국내 시장 규모는 6000억원 수준이며, 매년 10%대 고공성장을 이루고 있다. 보툴리눔 톡신은 클로스트리디움 보툴리눔이라는 박테리아가 배출하는 독소를 말하며, 기전은 신경말단에서 근육수축을 일으키는 신경전달물질을 억제하는데 그 결과 근육이 일시적으로 마비되고, 그 근육 위의 피부가 펴지면서 주름살이 없어진다.이 독소가 처음 발견된 시점은 2차 세계대전 말기인 1944년경이다. 당시 소시지 통조림 등을 섭취한 200여명의 독일인이 한꺼번에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졌는데, 역학조사 결과 통조림에는 클로스트리디움 보툴리눔이라는 박테리아가 발견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부 학자들은 당시 히틀러 정부가 이를 세균·생물학전에 사용할 전략물자로 연구했을 가능성과 일본 731부대가 생체실험 선상에 놓고 있었을 것으로 추정하기도 한다. 맹독성 물질인 보툴리눔 톡신을 최초 발견한 종주국 격인 독일에서 이에 대한 적극적인 상업화에 매진하지 않은 이유는 패전에 따른 다양한 규제로 해석될 수 있다.이유야 어쨌든 보툴리눔 톡신이 꽃을 피운 곳은, 독일·일본도 아닌 북미지역이다. 맹독성 물질로 기피대상으로 여겨졌던 보툴리눔 톡신의 반전은 197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의 안과의사 앨런 스콧은 보툴리눔 톡신이 눈꺼풀경련·근육수축에 효과가 있다는 것을 우연히 알아내게 됐고, 이후 1987년 캐나다 피부과의사 알라스테어스 캐러더스가 눈꺼풀 경련환자를 치료하던 중 톡신이 피부주름개선에 효과가 있다는 것을 재증명해 내면서 미용·치료 영역에서 의약품으로서의 가능성을 알리는 계기를 마련했다. 속설에 따르면 해당 의사들은 헐값에 관련 특허를 기업에 양도한 것으로 전해진다.보툴리눔 톡신은 A, C1, C2, H형까지 9가지의 타입으로 구분되는데 그중 H형이 가장 강력한 독성을 자랑한다. 시술에는 비교적 약한 독소인 A형 독소가 주로 사용된다. 하지만 관련 독소는 타입을 막론하고, 현재까지 인류가 발견한 모든 생물학적 전략물자 중 가장 강력한 세균으로도 유명하다. 성인 남성을 살상하는 데 필요한 질량은 0.5ng/kg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청산가리의 치사량 0.15g, 복어독(테스로도톡신) 300μg(마이크로그램), 폴로늄 10μg(마이크로그램)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수치다. 이론상 5kg만으로도 개별적으로 주사·흡입시킬 경우 지구상 모든 인류를 독살 할 수 있다.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부 테러단체들이 보툴리눔 톡신을 이용한 생화학무기 개발에 눈독을 들인 적도 있다. 통조림·마굿간 등에 서식하는 세균으로 비교적 채취가 용이하고, 나노그램 단위의 대단위 살상력 등을 살펴볼 때 비장의 전략무기로 활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통설에 의하면 한 국제종교단체가 참치통조림을 이용해 보툴리눔 톡신 생산을 시도한 바 있는데, 초고도 정제·증폭기술이 요구돼 결국 포기했다. 이 종교단체의 연구시설은 상당히 발전된 규모를 자랑한다고 하는데, 톡신 무기화에 두손두발을 든 것을 보면 국가 차원의 지원 없이는 무기화 개발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워 보인다.이 같은 역사적 발자취를 가진 오늘날의 보툴리눔 톡신은 미간주름 개선 등의 미용분야 뿐만 아니라 경부근 긴장이상, 뇌졸중 후 상지 근육 경직, 눈꺼풀 경련, 소아 뇌성마비 환자의 첨족기형 등의 적응증을 획득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위 마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등의 치료 적응증을 넓혀가고 있다. 또 하나 환영할만한 소식은 최근 1심 법원의 무역업체를 통한 간접수출 인정 판결을 들 수 있다. 업계의 숙원과제인 톡신 국가핵심기술 해제 여론 고조와 긍정적 결과도출 전망도 희소식이다. 이제 남은 건 업체 간 소모전이 아닌 K-톡신 세계화를 위한 정부와 기업의 일치된 방향성이다.2023-12-06 06:00:11노병철 -
[기자의 눈] 코로나19, 엔데믹은 '끝'이 아니다[데일리팜=어윤호 기자] '엔데믹'은 끝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3년 가량 전세계를 덮쳤던 코로나19 바이러스와의 사투 끝에 엔데믹이 선언됐다. 이에 따라 각 국가들은 상황에 맞게 방역체계를 조정하고 있다.우리나라 정부 역시 위기단계 조정 로드맵 완화 계획을 통해 2024년 상반기 내 치료제의 보험급여 등재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와 함께 국민의 위기의식도 급격히 하락하는 모양새다.코로나19는 펜데믹에서 엔데믹으로 접어들었으나 여전히 변이를 거듭, 기저질환자 및 고령 환자 등의 고위험군 환자들을 위협하고 있다.10월 질병관리청이 통계청 자료를 인용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실에 제출한 '코로나19 초과 사망자 수' 자료에 따르면 최근까지 코로나19의 여파로 초과 사망자가 이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코로나19로 인한 '초과 사망자'는 6만5000명이 넘는데 '초과 사망'은 특정 시기에 통상적으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사망 건수를 넘어선 추가 사망을 말한다. 코로나19가 발생하지 않았을 상황과 비교했을 때 얼마나 더 많은 사망자가 발생했는지 나타내는 수치다.경험했다면 이제는 대비해야 할 차례다. 전국민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모임 인원까지 제한해야 했던 시절을 잊어선 안된다. 치료제, 백신의 꾸준한 공급과 환자 관리는 그중 가장 중요한 준비라 할 수 있다.하지만 인식 저하는 쉽게 변환되지 않는다. 위기단계 완화는 무상공급 중인 코로나19치료제가 일반적인 의약품처럼 유상공급 대상으로 전환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방역체계를 더욱 완화하는 코로나19 위기단계 조정 로드맵 2단계를 시행하게 되면, 코로나19는 인플루엔자(독감)와 같은 4급 감염병으로 전환된다.즉, 길리어드사이언스코리아의 '베클루리', 화이자의 '팍스로비드' 등 의약품들의 일반 의료체계 편입이 불가피해진다. 정부는 2단계 로드맵이 시행되더라도 당분간 먹는 코로나 치료제는 무료로 제공하겠다고 했으나, 무상제공 기간이 언제까지 될지는 알 수 없다.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약사들은 지난 10월 이들 약물의 보험급여 신청을 제출, 현재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논의를 진행중이지만 진전이 없는 상태다. 시간은 흐르고 위기단계 조정은 다가오고 있다. 당장 비급여 약물로 투약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되면 환자의 부담금은 크게 치솟는다. 문제는 위기의식의 악화로 '굳이 이 돈을 주고 투약해야 하나?'란 기조까지 확산될 수 있다는 점이다.늑장을 부릴 때가 아니다. 정부는 신속하게 논의를 진행하고 제약사는 이제 장기전으로 접어 든 상황을 반영, 감내할 수 있는 약가 제안을 위해 고민해야 한다.2023-12-06 06:00:00어윤호 -
[기자의 눈] 건기식 과장광고 여에스더 문제만이 아니다[데일리팜=강혜경 기자] 건강기능식품 관련 시장이 코로나19를 겪으며 팽창한 것처럼, 최근 관련 이슈가 꽤나 '핫'하다.배우를 의·약사로 둔갑시켜 제품 홍보·판매를 하는 건기식 업체가 고발 당하는가 하면, 최근에는 가정의학과 전문의 겸 방송인 여에스더가 전직 식약처 과장에게 고발을 당했다.전 과장은 여에스더가 운영하는 건기식 업체가 검증되지 않은 내용을 바탕으로 질병 예방과 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식으로 광고를 했다는 이유로, 식품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고발장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식품표시광고법 ▲질병의 예방·치료에 효능이 있는 것으로 인식할 우려가 있는 표시 또는 광고(8조 1항) ▲식품 등을 의약품으로 인식할 우려가 있는 표시 또는 광고(8조 2항) ▲건강기능식품이 아닌 것을 건강기능식품으로 인식할 우려가 있는 표시 또는 광고(8조3항) ▲거짓·과장된 표시 또는 광고(8조4항) 등을 위반했다는 혐의다.'현직에 있을 때 해당 법률을 위반하는 업체들을 단속했으나 아직까지 근절되지 않고 있고, 특히 의사 신분을 활용하는 것은 큰 문제라고 여겨 공익을 위해 신고했다'는 전 과장의 신고 배경은 더욱 세간의 관심을 받고 있다.물론 쇼닥터 문제는 그간에도 제기돼 왔던 고질적인 문제 가운데 하나다. 대한의사협회는 쇼닥터에 대해 '의사 신분으로 방송매체에 출연해 의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시술을 홍보하거나 건강기능식품 등을 추천하는 등 간접, 과장, 허위 광고를 일삼는 의사'라고 정의내리고 있다.최근에는 방송매체나 홈쇼핑이 아니더라도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을 통해 특정 제품을 광고하거나 공동구매 하는 방식이 의·약사는 물론 연예인이나 일반인 인플루언서를 중심으로도 비일비재해지고 있다.누구보다 건강에 대해 잘 알 것 같은 의·약사가, 옆 집 언니 같은 연예인이, 아이를 여럿 낳았지만 늘 에너지 넘치고 탄력있는 몸매를 소유한 인스타 친구가 광고하는 제품이라면 더 눈길이 갈 수밖에 없다.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에서는 의·약사의 건기식 홍보 등을 담고 있다.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3조는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수의사, 약사, 대학교수 또는 그밖의 사람이 제품의 기능성을 보장하거나 제품을 지정·공인·추천·지도 또는 사용하고 있다는 내용의 표시·광고를 제한하고 있다.의사 등이 해당 제품의 연구·개발에 직접 참여한 사실만을 나타내는 표시·광고를 제외하고, 특정 제품의 기능성을 보증하거나 제품을 지정·공인·추천·지도·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광고할 수 없다는 것이다.'건강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아서' 할 수 있는 제품 추천일 수 있지만, 조금만 다른 잣대를 들이대면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 위반이 될 수 있는 사항이기도 하다. 건강과 약에 관한 전문가가 약사인 만큼 환자의 신뢰와 근거를 중심으로 공신력 있는 정보를 전달하려는 노력이 여느 때보다 중요해 보인다.2023-12-05 10:21:03강혜경 -
[기자의 눈] CSO, 실적개선과 위험부담 '양날의 검'[데일리팜=김진구 기자] 최근 몇 년 새 중소형제약사와 CSO(영업대행업체)는 강력한 공생 관계를 구축했다. 중소형제약사는 CSO에 일거리를 줬고, CSO는 실적 상승으로 이에 답했다.중소형제약사들을 중심으로 많은 기업이 CSO와 손을 잡았다. 지난 몇년 간 CSO 활용 여부에 따라 실적이 바뀌는 상황이 이어졌고, 중소형제약사에게 CSO는 그야말로 '대세'가 됐다.CSO들은 특정 제품·지역에 전문화된 영업을 통해 역할을 확대했다. 영업 활동에서의 유연함을 무기로 비용효과성과 수익성 개선을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이면에선 ‘리베이트의 온상’이라는 비판도 꾸준히 받아왔다. 제도의 사각지대에서 CSO가 리베이트 전달 창구로 활용된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됐다.이런 배경에서 등장한 게 CSO 신고제다. CSO에게 정부·지자체 신고 의무를 부여하는 약사법 개정안이 올해 상반기 국회를 통과했다. 개정 약사법은 내년 10월 19일 시행된다.CSO 신고제가 시행되면 의약품 영업대행 계약을 체결한 제약사에게 CSO의 일탈행위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리베이트 사건이 발생할 경우 CSO뿐 아니라 관련 제약사도 일종의 '공범'으로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혹여나 형사처벌을 면한다고 하더라도 행정처분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형사처벌과 행정처분은 별개이기 때문이다. 올해 7월 확정된 국내 모 제약사의 행정처분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 제약사는 지난 2016년 적발된 리베이트 사건과 관련해 증거 불충분으로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음에도, 14개 품목에 대한 3개월 판매업무 정지 처분은 대법원 판결로 확정됐다.CSO를 통한 리베이트 사건이 적발되더라도 비슷한 흐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설령 형사처벌을 면한다 하더라도 이와 무관하게 강력한 행정처분에 직면할 수 있다. 더구나 리베이트 사건이 여러 건 동시에 터졌다면 이 같은 행정처분이 중첩·누적될 여지도 있다. 중소형제약사 입장에선 큰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의미다.이제 중소형제약사에게 CSO는 양날의 검이다. 실적 개선과 위험 부담을 동시에 안고 있다. CSO와 공생 관계를 구축한 제약사들에게 선택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높은 실적을 담보하던 CSO와의 관계를 앞으로도 이어갈지, 아니면 위험 부담을 덜기 위해 CSO의 역할을 축소할지 선택의 기로에 놓여있다. CSO 신고제 시행까지 남은 시간은 10개월 남짓이다.2023-12-05 06:00:00김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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