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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비급여 조사, 의료계 반대 아쉬운 이유[데일리팜=이혜경 기자] 의원급 의료기관까지 포함한 비급여 진료비용 조사 개시를 앞두고 의료계 반발이 극에 치닿고 있다. 각개전투로 대응하던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치과협회가 공조 대응 의사를 밝히면서 제대로 된 비급여 진료비용 조사가 진행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매년 4월 1일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공개하던 비급여 진료비용은 의료법 개정을 통해 지난 2010년부터 시행한 '비급여 진료비용 고지'가 정착한 제도다. 제도 도입 처음에는 비급여 진료비와 제증명수수료를 스스로 공개토록 했지만, 국민들이 활용하기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일면서 심평원이 의료기관이 홈페이지에 고지한 비급여 비용을 직접 조사하기 시작했다. 2013년 43개 상급종합병원을 대상으로 MRI, 치과임플란트 등 37개 항목으로 시작한 조사는 지난해 4월 1일, 병원급 이상 전체 의료기관의 비급여 564항목으로 확대됐다.매년 조금씩 비급여 조사 대상과 항목을 확대해 현재에 이른 제도가 순탄한 과정만 거친 것은 아니다. 의료기관 자율에 맡겼던 비급여 고지를 의료법 개정 등을 조사 항목에 대한 진료비 자료 제출이 의무화 되면서 의료계와 갈등은 피할 수 없는 존재였다.지난 2015년 복지부장관이 의료기관별 비급여 진료비용과 제증명 수수료를 조사·분석해 결과를 공개하고, 적정 금액기준을 고시할 수 있도록 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발의됐을 때, 의료계는 반대했다. 가장 큰 이유는 환자의 상태나 치료방식, 경과 등에 따라 의료기관별로 진료비용이 다를 수 있는 상황에서 단순 가격 비교식의 자료 공개는 국민들의 불신만 초래한다는 것이었다.하지만 지난 2018년 진행된 '비급여 진료비용 공개 효과분석 및 제도 개선방안 연구'를 보면 공개 전후로 비급여 항목별 가격의 변화가 있었는데, 감소 항목이 많고 전체 평균이 하락했다는 결과가 나왔다. 물론 비급여 진료비용 조사 기관인 심평원이 위탁 수행한 연구 결과로, 가격 변화를 순수한 정보공개 정책 효과로 단정 지을 순 없다. 하지만 이 같은 연구 결과는 비급여 가격관리를 위해 공개대상 비급여 항목수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데 힘을 실어줬다.그동안 병원급 의료기관에만 국한됐던 비급여 진료비용 조사가 올해부터 의원급 의료기관으로 확대되자, 또 다시 제도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의료계와 치과계는 헌법소원을 비롯해 제도 반대 서명운동 및 의견서 제출 등 적극적으로 의견을 표출하고 있다. 하지만, 반대 의견이 지난 2015년 주장과 비슷해 아쉬움을 남는다. 정부는 제도를 시행하면서 매년 조사항목과 기관을 확대해 왔다. 시행 기간이 정해지지 않았었지, 의원급 까지의 조사 확대는 불보듯 뻔한 결과였다. 만약 이를 반대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었다면 지난 10년 간 시행된 비급여 진료비용이 실효성이 없다는 객관적인 결과나 국민들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 등을 함께 내놓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이유다.2021-04-21 17:05:20이혜경 -
[기고] 평가는 삶의 과정이자 나를 성장시키는 힘"그 사람 참 괜찮은 사람이야!"라는 말을 하듯이 사람은 사는 동안 평가를 하고 받으며 살고 있는 존재다.평가란 사람이나 사물의 가치나 수준 따위를 일정한 기준에 따져 매기는 것을 말한다. 음식에 대한 평가, 아름다움에 대한 평가, 사물과 자연에 대한 평가, 사람에 대한 평가 등 일상생활에서의 주관적 평가는 늘 이루어지고 있다.학교를 다니는 동안 학업성취도 평가, 대학이나 회사를 들어가기 위한 평가(시험), 조직에서의 인사평가나 성과평가 등 객관적 평가가 있을 수 있다.누구나 평가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지만 사람들과 함께 살아야 하는 인간의 속성 상 평가를 떠나 살 수는 없다. 매슬로우가 말하는 인간의 기본욕구에 따르면 남에게 인정받고 싶어하는 인간의 속성 때문에 평가받는 것은 어쩌면 인간의 자연스런 삶의 과정일 수도 있다.'평가'라는 단어 자체가 부담스럽고 불편할 뿐더러 대부분의 사람들은 평가 받기를 원하지는 않는다. 평가 잣대가 다른 사람과의 비교이기 때문이다. 무인도에 혼자 산다면 필요 없지만 혼자 살 수 없는 사회적 동물이기에 평가를 떠나서는 살수가 없는 것이다. 자연인이든 사물이든 조직이든 그 어떤 것도 평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하지만 평가는 나의 위치와 수준을 측정하여 부족함을 채우는 과정이기도 하다. 남에게 인정받기 위해서는 그 과정을 통해 자아실현을 하고 나를 성장시키는 불편한 진실이 숨어 있다.평가 하는 사람과 평가 받는 사람의 관계는 일반적으로 평가를 받는 사람이 약자의 위치에 있다. 그렇다고 평가를 하는 사람은 항상 좋기만 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는 않다. 평가의 기준과 방법이 공정하고 객관성이 담보되어야 한다. 평가를 하는 사람도 평가를 받는 사람으로부터 평가를 받기 때문에 더욱더 엄격하고 흠이 없어야 한다. 그만큼 남을 평가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닌 것이다.힘들고 어려운 것이 평가지만 그 평가 결과에 따른 피드백과 보상이 항상 뒤따르게 되어있다. 본인의 취향과 감성에 따른 주관적 평가는 호감도, 인지도, 신뢰도, 구매력 등 유·무형의 보상과 영향이 뒤따르게 된다. 특히 객관적 평가에서는 자격이나 위치 등 사회 관계지수나 행동에 많은 영향을 준다. 평가가 힘들고 어려운 일이지만 남에게 인정받고 싶어하는 자연인으로서는 삶의 과정이자 존재의 의미를 찾는 일인 것이다.심평원은 공공기관으로 정부의 경영평가, 고객만족도조사, 청렴도조사 등을 평가 받는다. 기관의 특성을 반영하지 못한 획일적인 잣대와 평가기준이 합리적이지 못하다는 비판과 함께 형식적이고 사회적 낭비를 초래한다는 의견이나 불만도 있다. 하지만 평가를 잘 받기 위해 업무 프로세스나 서비스를 개선하는 등 긍정적이고 순기능적인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심평원에서 하고 있는 요양급여의 적정성평가도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에게 부담과 불편이 있겠지만 의료의 질적 수준이나 서비스를 개선시키는 긍정적이고 순기능적인 측면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2021-04-21 08:58:53황대능 대구지원장 -
[데스크시선] 공공의료 강화 위한 전제조건[데일리팜=김정주 기자] "아프면 서울에 큰 병원 가라."어디가 아프거나 몸에 이상이 생길 때면 은연 중에 나오는 말이다. 왜곡된 공공의료에 조금은 비뚤어진 표현일 수 있지만, 그러면서도 우리 사회 모두가 수긍하고 흔히 쓰고 있다는 게 아이러니다.시민사회노동자 단체를 비롯한 공공의료 전문가들의 끊임없는 요구와 관심으로 지난해부터 정부의 공공의료 강화 의지가 구체화 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의정협의체와 이용자중심 혁신의료협의체, 보건의료발전협의체를 기반으로 의대정원과 공공의대 강화 정책을 예전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현재 가장 시급한 문제이면서 의사단체와 마찰이 이어지는 사안은 공공의대 설립과 의사 수 확대다. 공공의료에 종사할 의사 수가 없는 상황에서 의사 배치와 지역의료 강화 자체를 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최근 열린 '공공의대 설립 및 의대정원 확대 공청회'에서 현재 3000명 수준인 의대 정원을 6000명으로 늘리고 향후 10년 간 유지하고 일정기간 공공의료기관에서 의무복무하는 규정을 더 명확히 해야 부족한 수를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서울과 수도권, 대도시 일부를 제외한 지역에서 공공의료 악화를 호소하며 공공의대 설립에 목청을 높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감염병을 비롯해 치료만 적기에 잘하면 살 수 있는 수 많은 생명들이 안타깝게 사망하는 지역의 목소리다.그러나 서울을 제외한 대도시라고 문제가 없는 건 아니다. 의료 제반이 갖춰 있더라도 '아프면 무조건 서울로'란 씁쓸한 말이 통하는 건, 우리 사회에 자리잡은 뿌리깊은 의료 불신을 단적으로 나타낸다. 질 향상과 체계정립 문제는 그만큼 공공의료 강화와 보이지 않게 얽혀들어 있는 것이다.지난해 전공의 파업 사태 이후 최근까지 정치권에서도 이 문제를 관심있게 바라보고 있다. 여당에 이어 야당 또한 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 설치법 제정안을 발의하는 등 감염병 창궐을 계기로 의료의 양적, 질적 강화 필요성을 각계에서 심각하게 인지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정부는 여러 협의체들을 통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동시에 각종 이해관계에 휘둘리지 않으면서 보다 입체적이고 속도감 있게 양적·질적 정책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모든 정책을 만들고 추진하는 데엔 적기가 있기 마련이다. 하나의 이슈에 이 같은 공감대가 국민과 정치권까지 각계로부터 하나의 줄기로 모이고 있는 지금이 적기라는 것을 간과해선 안 된다.2021-04-21 06:12:12김정주 -
[기자의 눈] 제네릭 난립과 정부 규제 엇박자[데일리팜=안경진 기자] "우리는 문제를 푸는데 있어 가능한 최대한 사회의 자연발생적 힘을 이용하고, 가능한 최소한의 강제력에 의존해야 한다. "1974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오스트리아 출신 경제학자 프리드리히 하이에크(Friedrich Hayek)는 1944년에 발간한 '노예의 길'에서 이 같이 주장했다. 하이에크는 공정한 경쟁을 벌일 수 있는 '균등한 기회 보장'에 주목한다. 기회가 아닌 결과나 조건의 평등을 추구할 경우, 시장의 질서를 왜곡하게 된다는 지론이다. 정부의 역할도 가격 메커니즘을 활용하면서 시장 질서에 부응하는 법적인 틀을 제도화하는 수준으로 최소화해야 한다고 판단했다.하이에크는 '신자유주의'의 상징처럼 간주되는 사상가다. 비약일지 모르나, 지난주 기획기사를 준비하면서 국내 기업들의 제네릭사업 현황을 들여다보다 보니 새삼 하이에크의 지론이 떠올랐다. 아이러니하게도 정부가 규제정책을 꺼내들 때마다 제네릭 허가가 급증하는 기현상이 펼쳐지지 않았나.제네릭 허가건수는 2011년 11월 공동생동 규제 이후 급증세를 나타냈다. 위탁생동을 통해 제네릭을 허가받으면 비용과 시간을 단축하면서도 높은 약가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이 제약기업들의 구미를 당긴 것으로 평가된다. 2012년 4월 '계단형 약가제도' 폐지도 제네릭시장을 과열시킨 요인 중 하나다. 제네릭 발매가 늦어질수록 약가가 낮아지던 '계단형 약가제도'가 폐지되자, 제네릭업체들은 특허만료된지 오래 지난 시장도 적극적으로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한때 국내 제약사들을 먹여살리던 제네릭의약품은 갈수록 천덕꾸러기가 되어가는 분위기다. 2018년 7월 불순물 발사르탄 파동이 불거지자 정부는 제네릭 난립을 근본 원인으로 지목하고, 새로운 약가제도 개편안을 내놨다.작년 7월부터 허가받는 제네릭의약품은 생동성시험 직접 수행과 등록 원료의약품 사용을 모두 충족해야만 현행 특허만료 전 오리지널의약품 대비 53.55% 상한가를 받을 수 있다는 골자다. 1가지 요건이 충족되지 않을 때마다 상한가는 15%씩 내려간다. 급여등재 시기가 늦을 수록 상한가가 낮아지는 계단형 약가제도가 8년만에 부활한 셈이다. 최고가 요건을 모두 충족하더라도 특정 성분 시장에 제네릭이 20개 이상 등재될 경우, 신규 등재되는 품목의 상항가는 기존 최저가의 85%까지만 가능하다.오는 2022년부턴 위탁 제네릭에 면제됐던 허가용 제품 의무생산이 다시 시행된다. 식약처는 위탁 제네릭을 우선판매품목허가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이 같은 규제강화 움직임에 제네릭 허가건수는 또다시 치솟았다. 제약사들은 개편제도 적용에 앞서 최대한 많은 제네릭의약품을 허가받는 데 열을 올리는 모습이다. 동일 성분 시장에서 20번째 이내 제네릭으로 허가받으려는 위수탁업체들의 동향도 포착된다. 10년 넘게 큰 수확없이 정부와 제약기업들의 눈치싸움만 반복되는 형국이다.제약바이오산업은 정부의 지원 및 규제와 분리할 수 없는 산업이다. 엄밀히 정부의 개입을 최소화하라는 신자유주의와는 맞지 않을지 모른다.그런데 정부가 제네릭 난립을 억제하겠다는 명분에 치우쳐 제네릭의 순기능을 간과하고 있는 건 아닌지 묻고 싶다. 제네릭은 식약처로부터 원개발 의약품과 동등함을 받아 정식 허가받은 의약품이다. 제네릭 허가건수가 많다는 현상 자체를 난립이라고 규정할 수 있을까. 정부가 힘을 쏟아야 할 건 허가건수 규제가 아닌, 품질관리다.2021-04-19 06:10:36안경진 -
[기자의눈] 노바백스 백신 허가전 도입 논란 '실소'[데일리팜=이탁순 기자] 정부가 지난 12일 SK바이오사이언스와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한 노바백스 코로나19 백신에 대해 빠르면 6월 완제품 공급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이 발표가 나오자 해외에서 아직 허가받지 않은 노바백신 백신을 도입한다는 논란이 터졌다. 급기야 보수 야당을 중심으로 '국민을 임상 마루타로 사용한다'는 비판이 쏟아졌다.논란이 계속되자 정부는 발표 다음날 노바백스 백신의 허가 전 도입을 검토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이 논란을 기사로 접하고 실소가 터졌다. 전혀 쓸모없는 이야기로 논란이 됐다는 게 믿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해외 개발 백신을 우리나라가 먼저 도입한다? 가능한 이야기가 아니다.해외 개발 의약품을 우리 보건당국 승인 하에 먼저 사용한 사례가 없거니와 현실적으로도 그렇게 될 수 없다. 모든 약은 식약처의 승인을 받아야 판매가 가능하다. 백신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식약처는 이제까지 수입 신약의 허가신청 시 수출국의 제조 및 판매증명서를 첨부하도록 했다. 수출국의 승인사례를 참고하고자 한 것이다.지난 4월초 식약처는 백신 등 생물학적제제에 한해 허가신청 시 수출국 승인 실적을 첨부하지 않도록 규정을 개정했다. 식약처도 독립적 심사가 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규정만 보면 해외 승인 전력 없이도 국내 허가가 가능해지긴 했다.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일단 노바백스같은 해외 개발 업체가 미국이나 유럽 등 대형시장을 놔두고, 국내에 먼저 허가신청을 할 가능성이 없다. 기술을 이전한 SK바이오사이언스도 노바백스가 진행한 임상시험 자료가 있어야 허가가 가능하다. 해외 승인 신청에 앞서 기술이전한 타국 회사에 임상시험 결과를 공유하진 않는다.물론 정식 허가 절차 말고 특례수입을 거칠 수도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백신 중 유일하게 특례수입이 인정된 화이자 백신의 특례수입 근거는 미국이나 유럽 등 해외 승인 사례였다.노바백스 백신이 해외 승인 전 국내 도입이 가능하려면, 노바백스가 시장규모가 작은 한국 시장을 우선시하고, 보건당국이나 전문가들이 해외 승인사례도 참고 않고, 도입에 찬성해야 한다. 이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보건당국은 보수적이다. 안전성이나 유효성이 불활실한 경우, 모험을 하지 않는다. 가장 안전한 방법은 해외 사례, 특히 FDA나 EMA를 참고하는 것이다. 화이자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도 그렇고, 앞으로 도입될 백신도 그럴 것이다.이번 논란을 접하면서 정부 백신도입 성패에 대해 언론이나 정치권이 너무 매몰돼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어차피 우리기술로 백신 개발이 안 된 상황에서 해외기업에 끌려 다닐 수 밖에 없는 입장이다. 빅파마가 많은 일본 역시 자사 개발 백신이 없어 우리나라와 똑같은 상황에 처해 있다.도입시기, 수급 문제 전반이 불확실하고, 변수가 많다. 이를 놓고 정책 성공이냐 아니냐를 따지는건 무의미해 보인다.정부도 성과 차원에서 '가능하다'고만 말할 게 아니라, 현재 상황을 솔직히 이야기하고, 국민에게 인내심을 요구해야 한다. 언론 역시 정부의 백신 도입 정책을 까내리기보다 왜 우리는 제때 백신을 못 만들었는지, 부실한 국내 제약산업을 돌아 볼 때다.2021-04-16 15:03:47이탁순 -
[데스크시선] 혈우병치료제 선택권과 환자의 눈물[데일리팜=노병철 기자] 최근 12세 미만 혈우 환자에 대한 혁신신약 헴리브라주사제 투약이 일시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치료가 중단되자 소아 혈우 환자 보호자들은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급여기준 개정·확대·삭제 당위성을 호소하는 내용의 글을 게재했다. 이후 관련 청원을 지지하는 국민 참여 수는 현재 1만명을 넘은 상황으로 파급·설득력을 얻고 있다.논란이 되고 있는 혈우병A 항체·비항체 치료제 헴리브라 투약 중단 사태의 발단은 급여기준에 대한 다소 모호한 해석에 근간을 두고 있다. 올해 2월 적용된 헴리브라 급여기준은 ▲ITI(면역관용요법·항체제거)에 실패한 환자 ▲ITI 대상 요건에 부합하면서도 실시가 불가능하다라는 의사의 소견서가 있는 경우 ▲ITI 성공 이후 항체가 다시 생성된 경우에 한해서만 인정된다.아울러 항체가 있는 혈우병 환자에 대한 급여가이드라인은 면역관용요법을 우선 고려해 치료할 것을 권고하고 있어 주치의와 환자로 하여금 처방 선택권을 제한할 소지가 다분해 보이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심평원은 고항체이면서 1~5년 미만의 항체환자, 출혈이 잦은 환자, 두개강 내의 출혈이 보이는 환자 등에 대해서는 면역관용요법을 먼저 실시해야 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면역관용요법에 사용되는 약제로는 그린에이트, 애드베이트, 이뮤네이트, 베네픽트 등이 있다. 항체를 제거하는 면역관용요법의 최대 단점은 주 2~3회 정맥주사를 통해 투약하는 점인데, 12세 미만 소아는 혈관을 찾기 어려울뿐더러 1~2년여가 소요되는 치료기간 동안 정맥주사를 맞는 것 자체가 고통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피하주사제인 헴리브라는 투약이 간편하고 편리해 정맥주사에 따른 통증·공포심이 훨씬 덜한 장점이 있어 선호·만족도가 높다.헴리브라의 투약은 정부가 그동안 강조해 온 보장성 강화/약제비 절감에 대한 방향성과도 일치한다. 헴리브라의 1년 간 약제비는 60~70kg 성인 기준 3~4억원, 12세 미만 소아의 경우 1억2000만원 가량으로 우회치료제인 노보노디스크제약의 노보세븐알티·다케다제약의 훼이바 보다 저렴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우회치료제에는 투여 방법에 대한 기준은 있지만 소아 환자에 대한 면역관용요법 기준은 없다. 때문에 약물 간 규제 형평성 부분에서도 제한이 가해지고 있는 상황이다.성인과 소아에 대한 면역관용요법 처치 기준 불균형도 문제다. 성인에 대해서는 우선적으로 면역관용요법을 실시할 필요가 없지만 소아에 대해서만 면역관용요법을 1차적으로 고려하라는 방침 자체가 난센스다. 기존 우회치료제에 대해서도 면역관용요법을 선제적으로 고려해 투약하라는 규정이 없는데 무슨 이유로 투약편의성이 높고, 약제비가 저렴한 혁신신약에 대해서만 제동을 걸고 있는지도 의문이다.헴리브라가 대체약제 대비 약가가 월등히 높다면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12세 미만에 대해서 유독 면역관용요법을 먼저 실시한 후 실패한 환자에 대해서만 헴리브라를 투약할 수 있다는 급여기준은 쉽게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만약 헴리브라에 대한 소아급여가 인정되지 않는다면 출혈 시 마다 투여해야 하는 우회치료제로 돌아갈 수밖에 없어 이점이 많은 좋은 약물을 두고 사서 고생을 해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더군다나 면역관용요법은 이틀에 한번 정맥주사로 고용량의 8인자를 투여해 항체를 없애는 방법으로 약 1~2년 가량의 치료기간이 소요되며, 성공률도 70% 정도로 낮은 편이다. 더욱이 항체가 제거된다 하더라도 또다시 항체가 생성될 우려도 있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현재 국내 항체 환자는 50여명으로 알려져 있으며, 그중 면역관용요법 시행자는 11명이고, 이중 9명이 12세 미만이다.12세 미만 혈우 환자에 대한 급여기준 문제의 올곧은 방향성 설정은 재외국의 이와 관련한 사례를 면밀히 들여다 볼 필요도 있다. 영국 등 선진국에서 채택하고 있는 가이드라인도 국내와 유사하게 항체를 없애는 면역관용요법을 제일 먼저 고려토록 권고하고는 있다. 그러나 환자의 출혈 양상 등을 살피면서 규정에 함몰되지 않고 헴리브라를 적용하도록 치료 범위를 넓혀주고 있다. 즉 이들 국가는 면역관용요법은 의료진과 환자의 선택과 판단의 문제이지 의무적 시행은 아니라는 합리적 기준을 견지하고 있다.때문에 이번 사태의 해결 실마리는 환자 상황을 고려한 의료진의 소신있는 약물 투약권 보장에 있다. 급여기준에 명시돼 있듯 '의사의 소견서가 있을 경우 투약 가능'이라는 대목을 확신하고, 의사 고유의 처방권을 실행으로 옮길 수 있는 용기가 절실하다. 이번 사태는 급여기준에 대한 해석의 오해지 아직 심평원의 공식 입장·결론이 발표되지 않은 점도 일말의 기대와 희망을 걸 수 있는 부분이다.희귀병을 앓고 있는 것도 가슴 아픈데, 빠르고 확실한 치료법이 존재하고 있음에도 멀고 험난하면서 불확실한 처치방법을 택하라고 하는 일은 환자의 약물 선택권과 존엄성을 침해하는 것과 다름없다. 1~3회 내외로 마무리되는 독감·간염백신 주사를 맞는 것도 어떤 사람에게는 극도의 고통과 공포심을 줄 수 있다. 그런데 5살 어린 환자에게 수백번에 달하는 정맥주사 면역관용요법을 고집·강요하는 것은 효율적 질병치료 우선의 원칙과도 정면으로 대치됨을 보건당국은 다시금 상기할 필요가 있다.2021-04-16 06:16:45노병철 -
[칼럼] 코로나 치료제 임상3상, 식약처 규제완화 필요이영작 엘에스케이글로벌파마서비스 대표국내 제약사들이 코로나19 예방과 치료 임상시험의 환자모집에 난관을 겪으면서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코로나19 백신, 예방의약품과 치료의약품 개발 마지막 단계인 3상 임상시험이 모두 국내에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백신 3상 임상시험은 미국의 경우 3.2만 명 정도의 건강한 일반인이 참가 하는데 우리나라 경우 코로나19 발생률이 미국의 4.5%로 70만 명 정도가 참가해야만 백신의 유효성을 검증할 수 있다. 이런 규모의 임상시험이 국내에서 불가능하다는 것은 이해가 된다.백신은 건강한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지만, 예방(post exposure prophylactic treatment-코로나19 노출 후 감염예방치료) 의약품은 백신과는 달리 코로나19 환자에 노출이 되어 감염위험이 높은 사람을 대상으로 하고, 치료의약품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를 대상으로 한다. 동일한 의약품을 예방과 치료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예방과 치료 모두 시간을 다투는 문제다.최근 언론보도에 따르면, 약물 재창출을 방법으로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뛰어든 국내 제약사들 대부분 글로벌 임상을 계획 혹은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충분치 않기 때문에 코로나19 예방과 치료 3상 임상시험이 국내에서 불가능하다고 한다. 그러나 하루에 400~700명의 확진자가 발생하고 4차 대유행이 눈앞에 다가오는 상황에서 예방과 치료 임상시험이 국내에서 불가능하여 해외로 나가야 한다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해외에서 진행해야 한다면 비용문제는 차치하더라도 심각한 시간적 지연이 발생한다. 시간과 싸워야 하는 예방과 치료는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하고, 필요하면 규제를 바꿔서라도 시간을 단축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식약처에서 후진적이고 경직된 규제를 임시라도 완화하여 준다면 코로나19 예방과 치료 임상을 지금이라도 국내에서 할 수 있고 3~4개월이면 완료될 수 있다. 해외로 나간다면 임상시험 준비에만 6개월 이상 걸린다.우선 예방을 보자. 전문가에 의하면 확진자 가족이 감염되어 양성 판정을 받을 확률이 미국의 경우 10.5%이고 국내의 경우 7.55%라고 한다. 편의상 확진자 가족의 감염-양성율을 8%라고 하자. 만약 1,000명의 가족은 예방약을 처방하고 1,000명은 위약을 처방하고 몇 명이 양성 판정이 되는가를 관찰한다면 예방약의 유효성을 결정할 수 있다. 처음 120명이 양성판정이 날 때 데이터 분석을 하여 80명이 위약군 40명이 예방약군으로 나뉘면 50% 예방효과가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고 110명 10명으로 나뉘면 90% 예방효과가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 리제네론 (Regeneron)사의 항체의 예방효과는 1,605명의 확진자 가족이 참여하는 임상시험을 통해 최근 검증되었다.코로나19 치료는 일반적으로 주로 초기의 경증/중등증(mild/moderate) 환자를 대상으로 1,000명의 환자가 통계학적으로 요구된다. 국내에서 최근 하루에 400~600명의 확진자가 발생한다. 4월 6일 기준으로 병원입원 또는 생활치료센터에 격리되어 있는 확진자는 7,214명이다. 이 가운데서 임상시험에 적절한 환자 1,000명을 모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1~2개월 정도 치료하면서 관찰하면 임상시험 결과가 나올 것이다. 식약처의 승인에 필요한 기간 1개월을 추가하면, 1개월의 준비기간, 2~3개월의 환자모집 및 치료기간이 지나면 결과가 나타날 것이다. 지금 시작하면 여름까지는 예방임상시험과 치료임상시험 결과가 나올 수 있다.금년 여름까지 마칠 수 있는 국내 제약사의 예방과 치료 3상 임상시험 걸림돌은 식약처의 관리기준이다. 식약처는 다음과 같은 파괴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 미국이 코로나19 대유행 초기에 취한 조치다. 보수적인 일본도, 임상시험 후진국인 중국도 채택했다.첫째, 병원중심 임상시험에서 환자중심 임상시험으로 전환이다. 식약처장이 지정하는 의료기관 특수연구기관 외의 의료시설 및 생활치료센터 격리 중에도 임상시험에 참여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 다시 말하면, 환자는 어느 곳에 있든지 대형 병원에 가지 않더라도 임상시험에 등록하고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둘째, 임상시험 참여동의를 원격으로 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셋째, 원격진료에 의한 비대면 방식을 통해 환자가 이동 없이 거주지 또는 입원한 의료시설에서 진료 처방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환자상태는 e-COA (electronic clinical outcome assessment)방법으로 진료하고 타액 PCR 방법으로 원격으로 수집하여 센트럴 랩(central lab)에서 감염을 진단한다. 혈액 샘플이 요구되는 경우 입원한 의료시설에서 또는 임상 간호사(nurse practitioner)를 격리중인 자택으로 파견하여 채취할 수 있을 것이다.넷째, 임상시험 약물을 임상시험 참여자에게 배달하는 것을 허용해야 한다.다섯째, 근거자료, 근거문서, 기본문서의 원격 수집을 하는 원격 임상시험 모니터링을 허용해야 한다.2020년 코로나19 대유행 초기 前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대통령은 말라리아 치료제가 예방 효과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미국 미네소타 대학교와 캐나다 맥길 대학교 마니토바대학교 앨버타 대학교에서는 미국 FDA와 캐나다 보건당국(Health Canada)의 임상시험 승인을 받고 3월 17일 임상시험을 시작하여 5월 6일 중단했다.중단된 이유는 중간분석에서 말라리아 치료제가 예방 효과를 보일 가능성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예방효과의 가능성이 보였다면 임상시험은 2~3개월 더 계속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동 임상시험은 모두 원격으로 진행되었다. 국내에서 코로나19 예방과 치료 임상시험을 모두 원격으로 시행하는 데 좋은 선례가 될 수 있다.국내 CRO들은 이런 업무에 요구되는 인프라와 시스템을 갖추었고 준비도 되어있다. 국민 건강과 생명을 보호한다는 차원에서 식약처의 결단만이 요구된다. 이영작 대표 프로필 ▪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전자공학과 졸업 ▪ Ohio State University 통계학 석사 ▪ Ohio State University 통계학 박사 ▪ University of Maryland 통계학 조교수 ▪ 미국 국립암연구소 통계학 담당(항암임상연구) ▪ 미국 국립암연구소 통계학 담당(독성연구) ▪ 미국 국립신경질환 및 뇌졸중 연구소 통계학 담당 ▪ 미국 국립모자건강연구소 통계학 담당 실장 ▪ 한양대학교 석좌교수 ▪ 한국임상CRO협회 1대, 2대 회장 ▪ 서경대학교 석좌교수(現) ▪ ㈜엘에스케이글로벌파마서비스 대표이사(現)▪ 마르퀴즈 후즈 후의 '후즈 후 인 아메리카(Who’s who in America)' 등재 ▪ 알버트 넬슨 평생 공로상 (Albert Nelson Marquis Lifetime Achievement Award) 수상2021-04-14 17:02:21데일리팜 -
[기자의 눈] 씨젠의 매월 실적 공시 '세가지 의미'[데일리팜=이석준 기자] 씨젠이 올해부터 매월 실적 공시를 내고 있다. 통상 실적 공시가 3개월마다 이뤄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회사는 예상대로 '주주와의 소통 강화'를 위해서라고 답변했다.씨젠의 매월 실적 공시에는 회사의 표면적 답변 외에도 세 가지 의미가 있다고 본다.먼저 씨젠의 지위 상승이다.씨젠은 어느덧 제약바이오주를 대표하는 기업이 됐다. 코로나19 확산에 주력사업 진단기기 부문이 호조를 보이면서 시가총액이 5조원에 육박하는 회사로 성장했다. 이는 코스닥 기업 중 3위에 위치한다.실적도 마찬가지다. 씨젠의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6762억원으로 전년(224억원) 대비 30배 이상 증가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1220억→1조1252억원)은 9배 이상, 순이익(267억→5031억원)은 18배 이상 늘었다. 한때는 이름도 생소했던 씨젠의 반란이다.외형이 커지고 몸값이 뛴 만큼 주주와의 소통, 즉 책임 경영도 중요해졌다. 씨젠의 매월 실적 공시 도입은 지위 상승만큼 책임경영을 선도하려는 기업 의지가 반영됐다고 봐도 무방하다.두번째는 실적 자신감이다.씨젠은 1월 1270억원, 2월 996억원, 3월 1285억원 매출을 올렸다고 공시했다.지난해 어닝서프라이즈 실적으로 기저효과 등이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매월 전년동월대비 증감율을 공개하며 사업의 진행 경과를 알렸다.실적 자신감에 대한 표현으로 읽힌다. 지난해 반짝 성과가 아닌 매월 안정적인 실적을 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실제 회사는 지난해 실적 발표에서 "코로나19 종식 여부와 관계 없이 약 150종에 달하는 분자진단 시약을 사용할 고객들을 전 세계적으로 확보했다. 이를 고려할때 올해도 전년대비 매출 증가를 기대한다"고 전망했다.세번째는 신뢰 회복이다.씨젠은 지난 3월 사업보고서 거짓 기재로 과징금(25억원)을 맞았다.금융위는 씨젠이 2011~2019년 실제 주문량을 초과하는 과도한 물량의 제품을 대리점으로 임의 반출하고 이를 전부 매출로 인식해 매출액 등을 과대 또는 과소 계상했다고 지적했다.회계처리기준위반은 기업 신뢰도에 부정적이다. 특히 시가총액 최상위 업체 씨젠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다.매월 실적 공시는 회계처리기준위반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어느정도 해소할 이벤트가 될 수 있다. 주주와 경영 성과를 투명하고 빠르게 공개한다는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사업 예측가능성 부문에서도 높은 점수를 살 수 있다.씨젠의 매월 실적 공시는 업계에서 이례적이다. 다만 숨은 의미를 따져보면 씨젠이 얻는 효과는 일석삼조일 수 있다.2021-04-14 06:08:47이석준 -
[데스크 시선] 정부, 제네릭 정책 고민 하고 있나[데일리팜=천승현 기자] 지난 2018년 불순물 발사르탄 파동 이후 정부의 제네릭 정책은 많은 변화가 일었다. 제네릭 난립 해결이라는 명분 아래 허가와 약가제도에 적잖은 손질이 있었다.약가제도 개편으로 지난해 7월부터 제네릭 제품은 생동성시험 직접 수행과 등록 원료의약품 사용을 모두 충족해야만 현행 특허만료 전 오리지널 대비 53.55% 상한가를 받을 수 있다. 1가지 요건이 충족되지 않을 때마다 상한가는 15%씩 내려간다. 개편 약가제도에는 급여등재 시기가 늦을 수록 상한가가 낮아지는 계단형 약가제도가 담겼다. 특정 성분 시장에 20개 이상 제네릭이 등재될 경우 신규 등재 품목의 상한가는 기존 최저가의 85%까지 받게 된다.식약처는 위탁제네릭에 부여했던 허가 규제 완화를 모두 박탈했다. 지난해 10월 ‘의약품 등의 안전에 관한 규칙’ 개정 공포를 통해 오는 2022년부터 위탁 제네릭에 면제됐던 허가용 제품 의무생산이 다시 시행된다. 식약처는 위탁 제네릭을 우선판매품목허가(우판권)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우판권은 허가특허연계제도 시행 이후 오리지널 의약품의 특허를 가장 먼저 회피한 제네릭에 부여하는 혜택이다.규제가 강화되자 현장에서는 이상한 현상이 등장하기 시작했다.오리지널 의약품을 보유한 업체들이 위탁사 모집으로 동일 성분·용량 의약품을 20개 이상 채우기 시작했다. 계단형 약가제도 적용으로 후발주자들의 약가를 크게 떨어뜨리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정부가 약속한 제네릭 최고가 요건을 채우고도 약가가 최고가의 60% 수준으로 낮아지는 사례도 예고됐다.계단형 약가제도의 세부 규정을 보면 기존에 등재된 동일 약물이 20개가 넘으면 최고가 요건 충족 여부와 무관하게 ‘2가지 요건 미충족 약가의 85%’ 또는 ‘종전 최저가의 85%’ 중 더 낮은 약가를 받는다. 이 경우 ‘2가지 요건 미충족 약가의 85%’가 적용돼 최고가 대비 61.4%(최고가x0.85x0.85x0.85) 수준으로 낮아진다.오리지널 의약품과 포장만 바꾼 위임제네릭이 후발주자의 시장 진입 동기를 저지하는 도구로 악용된다는 비판이 나온다. 심지어 위임제네릭은 생동성시험을 진행하지 않아도 오리지널 의약품과 동시에 시장에 진입하면 최고가를 받을 수 있다.제네릭 업체 입장에서도 동일 시장에서 20번째 안으로 들어오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시장성이 크지 않거나 제제 개발이 어려워 제네릭 개수가 많지 않은 시장에서도 위수탁을 이용해 20개를 채우려는 시도가 곳곳에서 엿보인다. 제약사 입장에선 당장 판매할 계획이 없더라도 약가선점을 위해 제네릭 시장에 먼저 뛰어드는 것이 최우선 전략으로 떠올랐다.정부의 규제 손질 움직임에 제네릭 난립 현상은 더욱 심화했다. 정부가 제네릭 규제 강화를 천명하자 2019년 1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허가받은 제네릭은 무려 5488개로 월 평균 323개 진입했다. 2018년 1년 간 허가받은 제네릭은 총 1110개로 월 평균 93개로 집계됐다. 1년새 허가건수가 3배 이상 증가한 셈이다.개편 약가제도가 시행되자 제네릭 허가건수는 급감했다. 지난해 6월부터 12월까지 50개 안팎의 제네릭 허가 건수를 기록하며 무차별적인 제네릭 진입 관행이 잦아드는 듯 했다. 하지만 지난 1분기 허가받은 총 654개로 다시 증가 추세를 나타냈다. 1월 102개, 2월 375개, 3월 177개로 월 평균 218개의 제네릭이 신규 진입했다. 지난해 하반기 제네릭 허가 건수 감소는 새로운 제도에 따른 효과가 아니라 제약사들이 규제 강화 이전이 최대한 제네릭을 많이 장착하면서 발생한 허가 공백인 셈이다.정부가 지난 2년간 제네릭 난립 해소를 명분으로 추진한 각종 제도가 오히려 제네릭 범람을 부추겼고, 시장에서는 약가 선점을 위해 이상한 전략이 횡행하는 부작용이 확산하는 모양새다. 제약사들은 제네릭 약가인하에 따른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더욱 많은 제네릭 시장에 뛰어들 태세다. 제네릭 난립을 해소하기 위해 꺼낸 정책이 난립을 더욱 부추기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는 얘기다.정부는 지금이라도 제네릭 정책을 다시 고민해봐야 한다. 새로운 제도의 허점이 노출됐다면 신속하게 대책을 마련하는 유연한 정책도 필요하다. 이미 현장에서 많은 문제가 펼쳐지고 있는데도 대책을 찾기는 커녕 방관만 하고 있다면 무책임한 태도다.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도 무능이다.2021-04-12 06:10:40천승현 -
[기자의 눈] 갈길 먼 고가백신 자주권과 대책[데일리팜=정새임 기자] 자궁경부암 백신 가다실9, 그리고 로타바이러스 백신 로타텍과 로타릭스. 필수 접종으로 여겨지는 백신이지만 소비자 접근성은 도리어 떨어지고 있다. 외국계 제약사들이 일제히 가격을 인상하면서다. 가다실9와 로타텍은 이달부터 공급가가 각각 15%, 17%씩 올랐다. 로타릭스도 다음달부터 약 12% 비싸진다.공급가가 올라가면 소비자 접종가도 따라가는 게 수순. 벌써 일부 병원에서는 선결제를 한 소비자에게 추가 비용을 요구하고 있다. 이미 가다실9는 45~60만원 선으로 부담이 상당했던 백신이다. 2016년부터 만 12세 여성 청소년을 대상으로 자궁경부암 백신 무료 접종을 실시하고 있지만, 2003년 이전 출생자와 남성은 대상이 아니어서 본인 부담으로 백신을 맞아야 한다.신생아에게 로타바이러스 백신을 맞춰야 하는 부모 역시 부담을 느끼긴 마찬가지다. 공급가 인상을 이유로 4월부터 대다수 병원들이 접종가를 높이면서 부모가 내야 할 비용이 평균 5~6만원 늘어났다. 로타바이러스 백신은 신생아가 맞춰야 할 필수 백신으로 여겨지지만, 국내에서는 국가예방접종(NIP) 사업에 포함되지 않아 무조건 비급여로 접종해야 한다.자궁경부암이나 로타바이러스 백신의 가격장벽이 점점 높아지니 소비자 불만이 터져나올 수밖에 없다. 오죽하면 가다실9의 경우 가격 인상을 반대하는 국민청원까지 등장했을 정도다. 자궁경부암 백신은 여성뿐 아니라 남성도 맞아야 할 백신이라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다. 제조사인 한국MSD도 조세호, 유병재 등 남성 개그맨을 광고모델로 쓰며 남성 접종 필요성을 알렸다. 60만원이 넘는 비용을 내라면서 남성 접종률이 높아지길 바라는건 어불성설이다.안타깝게도 제약사가 비급여 품목의 가격을 올리는걸 제재할 근거는 없다. 다만 국민보건 관점에서 국가가 나설 수 있는 부분은 NIP 확대 그리고 백신 국산화 지원이다. 전자는 직접적으로 국민 부담 비용을 줄이는 것으로 가장 확실한 방법이지만 재정 부담이 크다. 또 전자는 투입된 재정이 오롯이 외국 기업에 들어가므로 내수에서 선순환하지 못한다는 문제가 있다.후자는 국산 백신 상용화를 지원함으로써 공급을 늘려 가격 인하를 유도하는 간접적인 방식이다. 물론 시장에서 가격 인하 효과가 얼마나 있을지 예측하기 힘들지만, 국산 백신이 탄생하면 수급과 관리가 한결 안정적이다. 이는 국산 백신 자급률을 높여 '백신 주권'을 확보하겠다는 정부 기조와도 맞닿아 있다.현재로서 자궁경부암 백신, 로타바이러스 백신 모두 다국적 제약사 제품 뿐이므로 가격이 오르거나 품절이 생겨도 대처할 방법이 없다. 하루빨리 국산 백신이 등장해 국민 건강권 향상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2021-04-12 06:10:01정새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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