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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AI 시대의 약사, 이제는 환자 케어 전문가로[데일리팜=강혜경 기자] 해외 주요 선진국에서는 이미 AI 조제 로봇이 약국 깊숙이 확산되며 조제 자동화를 이끌고 있다. 국내 약국에서도 재고 관리, 복약지도 문구 자동 생성, 처방전 오류 해석까지 일당백 역할을 수행하며 약사의 업무 환경을 변화시키고 있다. 기술의 진보가 가져온 편리함 이면에는 'AI는 약국에서 어떤 존재여야 하는가'라는 질문이 숨어있다. AI에 무장돼 약국을 찾는 소비자들을 약사는 어떻게 응대해야 하고, 어떤 수준까지 AI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느냐는 부분이다. 여전히 AI의 환각 현상과 프롬프트 설정 오류, 학습 데이터 한계에 대한 문제가 대두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AI가 약사의 업무를 '판단'과 '해답 제시'에 치중하도록 바꿀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기술의 고도화가 약사 대체가 아닌 약사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현실에 접목돼야 한다는 뜻이다. 단순 노동에 투입되는 시간과 노력을 다제 약물을 복용하고 있는 환자들의 중복 투약을 거르고, 복약 순응도를 높이는 데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약국의 기술 도입과 기술 고도화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대형 창고형 약국이나 네트워크 약국들이 압도적인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시장을 흔드는 상황에서 소비자들이 기대하는 것은 고차원적인 케어가 아닌 당장 눈에 보이는 저렴한 약값일지 모른다는 지적이다. 실제 소비자의 발걸음이 가격에 의해 움직인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냉혹한 현실이다. 하지만 바로 이 지점이 동네 약국들과 개국 약사들이 체질 개선에 나서야 할 이유다. 기존 방식대로 처방전 수용에만 안주한다면 가격 파괴와 온갖 서비스를 앞세우는 대형 약국들과의 경쟁에서 승기를 거머쥐기 쉽지 않다. AI 기술을 적극적으로 접목해야 하는 이유는 단순 유행을 따르기 위함이 아니라, 가격 경쟁력 그 이상의 가치를 구축하기 위한 생존 전략이다. 약국이 AI를 통해 재고 관리나 기계적인 조제 노동 시간을 줄이고, 확보된 시간을 환자 맞춤 상담과 고객 관리, 재교육 등에 써야 한다. 소비자가 약국을 찾을 때 단순히 약을 싸게 사는 곳이 아니라 '나의 건강을 가장 잘 이해하고 정밀하게 관리해 주는 전문가가 있는 곳'이라는 경험을 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럼에도 저렴한 약국을 찾아 헤매는 소비자들이야 차치하고서라도, 가격을 뛰어넘는 고품질 보건의료 서비스와 정서적 유대감을 기대하는 이들을 충족시켜주는 공간이 늘어나야 한다. 한국형 약국 AI 도입의 방향성은 명확하다. 기술을 어시스트로 활용해 직능을 강화하고, 이를 바탕으로 환자에게 완전히 차별화된 케어를 제공하는 것. 소비자의 발걸음을 돌리기 위해서라도 약국은 변해야 하며, 기술은 그 변화를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가장 강력한 디딤돌이 돼야 할 것이다.2026-06-12 06:00:46강혜경 기자 -
[기자의눈] 약가개편 다음은 신약 육성 지원책 돼야[데일리팜=정흥준 기자]정부가 약가 인하 폭을 완화하거나 약가 우대 혜택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제약산업의 체질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제약산업의 혁신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국산 신약 개발을 위한 섬세한 지원 정책까지 병행돼야 한다. 약가제도 개편을 마무리하는 목표만 달성할 것이 아니라 정부와 산업계가 신약개발 지원 방안 마련을 위한 협의체를 이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약가제도 개편안의 큰 뼈대는 R&D 투자를 많이 하는 제약사에 대한 약가 우대다. 여기에는 연구개발 투자에 소홀한 영세 제약사에 대한 구조조정의 뜻이 담겨있다. 신약 개발에 대한 의지와 가능성이 높은 제약사를 중심으로 산업을 재편하려는 시도로 볼 수있다. 신약 개발에 도전할 수 있는 수준의 매출 규모를 갖춘 제약사들이 늘어난다면 자연스럽게 국산 신약은 늘어나게 될까. 약가제도 개편이 제약산업 구조조정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을 하더라도, 그것이 곧 신약 개발 활성화, 신약 강국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는 지나친 낙관이다. 물론 약가제도 개편 외에도 정부는 신약개발 생태계 조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범정부 차원으로 150조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를 조성하고, 그 중 바이오·백신 분야에 11조6000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또 복지부는 1500억 규모의 임상 3상 특화펀드를 조성했고, 지난 2023년부터 운영해왔던 K바이오-백신펀드를 2027년까지 1조원 규모로 확대할 계획이다. 글로벌 선도기업과 오픈이노베이션 협력을 하는 국내 기업에 자금을 지원하는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정부가 펼쳐놓은 자금 지원 방안은 화려해보이지만, 이 자금이 제대로 된 마중물이 되기 위해서는 신약개발 출발선에 있는 업계의 목소리를 듣고 이를 반영한 제도 개선을 함께 달성해야 한다. 한국보건산업연구원은 올해 초 국산 신약의 이정표를 점검하는 연구 보고서를 통해 제약산업 연구개발 현장의 목소리를 담은 바 있다. IND 승인의 효율성 제고와 간소화, 임상 중간단계에서의 예비 평가, 전문인력 수급을 위한 규제 개선, 환자 데이터 연구 활용 활성화, 연속성 있는 R&D 투자 지원, 수익 발생 시 환급 방식의 3상 투자 등 다양한 제언이 나온 바 있다. 복지부, 식약처 등 정부 부처의 장벽을 허물고, 산업계와 협의체를 구성해 함께 고민해야 한다. 신약 개발의 전 과정을 촘촘하게 책임지는 전주기 육성책을 설계해야 한다. 그래야만 구조조정식 약가 개편이라는 지적에서 벗어나 신약개발 육성을 위한 초석이었다는 재평가를 받을 수 있다.2026-06-11 12:00:25정흥준 기자 -
[기자의 눈] 오픈 이노베이션 선순환의 열쇠[데일리팜=손형민 기자] 최근 글로벌 제약사와 국내 바이오기업 간 협력은 단순 기술도입을 넘어 공동 연구개발과 플랫폼, 초기 자산 발굴 단계까지 확대되고 있다. 과거 어느 정도 검증이 끝난 후기 임상 자산 중심이었던 협력 방식이 점차 다양해지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 일라이릴리는 최근 한미약품의 GLP-2 기반 신약 후보물질을 도입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에도 에이비엘바이오, 알지노믹스, 올릭스 등 국내 바이오기업과 신약후보물질 도입 계약을 체결했다. MSD, 로슈, 화이자, 노바티스, 바이엘, 아스트라제네카, 암젠 등 여러 글로벌 제약사들 역시 국내 유방 바이오텍 발굴 프로그램과 공동 연구를 확대하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국내 바이오기업의 기술력이 일정 수준 인정받고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글로벌 제약사들은 매년 수많은 후보물질과 플랫폼 기술을 검토한다. 연구개발 성공 가능성과 임상적 경쟁력, 사업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뒤 투자 여부를 결정한다. 기술이전이나 공동개발 계약이 곧 신약 성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해당 기술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검증받을 기회를 얻었다는 의미는 있다. 정부 역시 오픈 이노베이션을 바이오산업 성장 전략의 한 축으로 강조하고 있다. 국내 연구개발 역량과 글로벌 제약사의 개발·상업화 역량을 결합해 혁신 신약 개발 성공 가능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국내 기업이 발굴한 기술이 글로벌 제약사와 협력을 통해 신약으로 개발되더라도, 국내 시장에 진입하는 순간에는 임상적 유용성과 비용효과성 중심의 평가가 이뤄진다. 이는 당연한 원칙이다. 건강보험 재정은 한정돼 있으며 허가와 급여는 객관적 근거를 기반으로 판단해야 한다. 특정 기업이나 특정 국가에서 개발했다는 이유만으로 우대받을 수는 없다. 다만 정부가 오픈 이노베이션과 바이오산업 육성을 국가 전략으로 추진하고 있는 만큼, 국내 연구개발 생태계가 창출한 혁신의 가치를 현재 제도 안에서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는 필요해 보인다. 국내 기업이 발굴한 기술이 글로벌 제약사와의 협업을 통해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입증한 경우 그 성과를 단순히 하나의 수입 신약과 동일한 관점에서만 바라보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해서도 고민이 필요하다. 실제 국내 기술이 글로벌 제약사와 협력을 통해 글로벌 표준 치료 영역에 진입하는 사례까지 등장했지만 국내 환자들이 그 혜택을 체감하기까지는 여전히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다.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은 혁신이 국내 의료현장에 안착하는 과정은 또 다른 관문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는 허가나 급여 기준을 완화하자는 의미는 아니다. 비용 효과성과 임상적 가치라는 원칙은 유지돼야 한다. 다만 오픈 이노베이션 활성화와 바이오산업 육성을 정책적으로 장려하고 있다면, 그 과정에서 창출된 혁신의 가치를 어떻게 반영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 역시 함께 이뤄질 필요가 있다. 오픈 이노베이션의 성과를 기술수출 계약 규모나 계약금 액수만으로 평가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국내에서 발굴된 혁신이 글로벌 개발 과정을 거쳐 다시 국내 환자 치료에 기여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선순환이 완성된다. 정부는 바이오를 미래 성장동력이라고 말한다. 글로벌 제약사들 역시 한국 기업의 기술을 찾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이제는 기술을 수출하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그 성과가 국내 시장과 환자에게도 이어질 수 있는 구조를 고민할 시점이다.2026-06-10 11:57:25손형민 기자 -
[기자의 눈] 여전한 CSO 리베이트, 추가 규제 신속 수립을[데일리팜=이정환 기자] 국무조정실이 제약사와 의약품 영업대행사(CSO) 간 불법 리베이트 근절을 범정부 차원의 '국가 정상화 과제'로 지정했다. 보건복지부가 약가제도 개편을 통한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 체질 개선을 선언한 뒤 즉각적으로 제약업계 큰 파장을 미칠 행정을 공표한 셈이다. 이재명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인 '제약바이오 글로벌 육성'과 '블록버스터 신약 창출'을 이루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명이다. 하지만 정부 정책이 기대중인 청사진과 달리, 일선 의약품 처방 현장에서는 변종 CSO리베이트가 여전히 횡행하고 있다. 건강보험 재정 절감과 신약 중심 제약산업 체질 개선을 타깃으로 제네릭 약가인하가 결정된 지금, 불량 CSO들이 리베이트 사각지대를 파고 들어 국내 제약산업을 후퇴시키고 있는 셈이다. 심지어 복지부의 약가 개편안이 요구하는 '신약 R&D 투자 비율' 등 우대 조건을 악용, 제약사에 변종 리베이트를 선제적으로 제안하는 불법 CSO가 득세중이란 현장 목소리는 정부와 국회가 행정·입법을 통한 규제에 속도를 낼 필요성을 방증한다. 의료기관장이 자녀나 친인척 명의로 CSO를 세우고 영업대행 수수료를 명목으로 허위 용역비나 고액의 뒷돈을 챙기는 적폐 역시 현재 진행형이다. 제약산업 선진화에 발맞춰 성장해야 할 CSO가 질 나쁜 진화만 거듭하며 보건의약 생태계를 망가뜨리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다수 CSO 업체들이 제약사가 신약 발굴과 인허가에 집중하고 판매는 CSO가 전담하는 '분업화'를 외치며 윈-윈(Win-Win)하는 CSO 산업 투명화를 주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방향은 옳지만 정작 제약사들이 CSO를 전혀 신뢰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업계의 전반적인 노력과 대오각성이 요구된다. CSO의 의약품 영업 전문성을 믿고 영업을 맡기려 해도 '리베이트 없는 깨끗한 CSO'를 찾기가 어렵다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워 질 수 있는 수준의 자정 노력과 함께 정부, 국회의 CSO 의무 신고제 이후 시행할 규제가 함께 맞물려야 할 때다. 이젠 불법 리베이트 우회로란 이름으로 오염된 CSO가 제대로 거듭나기 위한 밀린 숙제를 하나씩 풀어나가야 한다. 수수료율 규제나 허가제 도입처럼 위헌 소지가 있거나 당장 추진이 어려운 논의는 뒤로 미루더라도 난립하는 점조직 형태의 CSO를 선진화된 규모로 끌어올릴 현실적인 다음 단계 규제 트랙을 즉각 고민하고 마련, 시행해야 한다. 당장 눈에 보이는 규제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진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법안이다. CSO 신고 시 영업 소재지 사실증명 서류 제출을 의무화하는 등, 불법 없이 제대로 된 의약품 영업을 대행하는 조직임을 객관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엄격한 관리 기준을 신설하는 게 전진숙 의원안 핵심이다. 복지부는 실시중인 CSO 실태조사, 전수조사를 기점으로 CSO리베이트를 뿌리 뽑을 추가 규제를 선제적으로 수립해 여야 정치권과 머리를 맞대는 적극 행정이 필요하다. 제약업계는 이번을 분기점으로 불법 리베이트 수요와 공급의 법칙을 깨부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형식적인 교육을 넘어 MR(의약정보담당자) 인증제 상향 등을 통해 CSO가 진정한 스페셜리스트로 거듭나도록 유도하고, 리베이트 창구로서 CSO를 기계적으로 악용하게 만드는 '다품목 구조 제네릭' 환경을 쇄신하는 공동의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의약품 유통 투명화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할 블록버스터 신약은 불법 리베이트 수수료를 기반으로 한 영업으로는 탄생할 수 없다. 범정부가 비정상의 정상화를 선언한 지금, 22대 국회는 후반기 원 구성이 완료되는 대로 정부와 함께 K-제약바이오가 한 단계 진화할 수 있도록 촘촘한 CSO 양성화, 제약산업 선진화 규제를 내놔야 한다.2026-06-09 06:00:42이정환 기자 -
[기자의 눈] 한미약품, 집안 싸움보다 진한 '본업 경쟁력'[데일리팜=최다은 기자] 2년이 넘게 이어진 한미약품그룹 경영권 분쟁이 사실상 마침표를 향해 가고 있다. 창업주 가족 간 갈등과 OCI그룹 통합 추진, 주주연합 형성, 전문경영인과 대주주 간 충돌로 이어진 분쟁은 국내 제약업계에서도 보기 드문 규모였다. 그 과정에서 시장이 가장 우려했던 것은 신약 연구개발(R&D)이었다.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될 경우 그룹 내 의사 결정 지연은 물론 연구개발 투자 축소와 핵심 인력 이탈, 파이프라인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한미약품이 내놓은 성적표는 시장의 예상과는 다른 흘러갔다. 한미약품은 최근 글로벌 제약사 일라이 릴리와 단장증후군 치료제 후보물질 '소네페글루타이드'의 글로벌 개발·상업화 권리 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규모는 최대 11억8500만달러(약 1조7800억원) 수준이다. 계약금만 7500만달러(약 1100억원)를 확보한 대형 기술수출이다. 릴리와의 계약이 중요한 이유는 계약 규모 때문만이 아니다. 한미약품이 10년 이상 축적해 온 장기지속형 플랫폼 기술 '랩스커버리'의 경쟁력이 글로벌 시장에서 다시 인정받았다는 의미를 갖는다. 또한 1년 넘게 이어진 집안 싸움 속에서도 신약개발 역량은 흔들리지 않았다는 사실을 입증했다는 데 있다. 이 밖에도 한미약품은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된 시기에 GLP-1 비만치료제 '에페글레나타이드' 국내 상업화 문턱까지 순항시켰다. 차세대 비만 신약 후보물질의 임상시험들과 항암과 대사질환, 희귀질환에 걸친 후속 파이프라인들 개발도 이어지고 있다. 실적 역시 흔들리지 않았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1조4955억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연구개발 투자도 2098억원으로 확대하며 4년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경영권 분쟁 와중에도 본업에 대한 투자를 줄이지 않았다는 의미다. 물론 경영권 분쟁이 기업에 도움이 될 리는 없다. 실제로 한미약품 역시 지난 1년간 불필요한 비용과 시간, 그리고 시장의 불확실성을 감수해야 했다. 투자자 입장에서도 신약 가치보다 지배구조 이슈가 더 크게 부각되는 상황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았다. 경영권 분쟁은 그동안 한미약품의 기업가치를 억누르던 대표적인 요인이었다. 하지만 릴리와의 기술수출, 각종 비만·희귀질환·항암 분야 파이프라인의 진전, 실적 성장은 한미약품이 갈등 속에서도 본업에 집중해왔음을 보여준다. 오히려 가장 시끄러웠던 시기에 한미약품다운 방식으로 가치를 증명했다. 국내 제약업계에는 크고 작은 리스크가 반복된다. 경영권 분쟁, 소송, 규제 이슈와 오너 리스크에 일시적으로 흔들릴 수 있지만 결국 기업을 평가하는 기준은 연구개발 성과와 실적이다. 시장은 앞으로 한미약품의 에페글레나타이드의 상업화 성과와 후속 비만 파이프라인의 개발 진척, 추가 기술수출 여부에 더 주목하게 될 것이다. 지난 2년이 흔들림 속에서도 경쟁력을 지켜낸 시간이었다면, 앞으로는 한미약품의 본업 성장력을 얼마나 큰 성과로 증명해낼 수 있는 지가 관건이 될 것이다.2026-06-05 06:00:44최다은 기자 -
[기자의 눈] 반도체 랠리, 바이오가 이어받으려면[데일리팜=차지현 기자] 117.0% vs 10.2%. 최근 6개월간 코스피지수와 코스닥지수 상승률이다. 코스피가 8900선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연일 경신하는 반면 코스닥은 1000선을 겨우 지키는 수준에 머물며 상승장에서 소외되는 모습이다. 업종별 지수를 보면 격차는 더욱 선명하다. 같은 기간 KRX반도체 지수는 185.9% 급등했지만 KRX헬스케어 지수는 13.6% 하락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코스피 시가총액 비중이 큰 대형 반도체주로 외국인과 기관 수급이 쏠리면서 시장 내 업종 양극화가 심화한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자본시장에서 바이오 섹터를 바라보는 시선은 싸늘하기만 하다. '국내 바이오는 아직 갈 길이 멀다', '바이오는 실체 없는 신기루다'는 식의 회의론이 앞선다. 굵직한 성과에도 주가가 좀처럼 반응하지 않으면서 일부 투자자 사이에서 조롱과 냉소가 섞인 반응마저 적지 않다. 문제는 이 같은 분위기가 단순히 한 업종의 주가 부진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코스닥은 본래 혁신 기업의 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만들어진 시장이다. 이 중 바이오·헬스케어는 코스닥을 대표하는 성장 산업이다. 코스닥 시총 상위 10개사 가운데 절반이 바이오 기업이고 이들 상위 10개사 내 바이오 기업 시총 비중은 40%가 넘는다. 코스닥의 체력과 성장성을 설명하는 데 바이오를 빼놓기 어려운 이유다. 코스닥 시장이 정부가 제시한 '삼천닥'(코스닥 3000)이라는 고지에 다가서려면 결국 바이오가 살아나야 한다. 바이오 섹터의 회복 없이는 코스닥의 구조적 성장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다행인 점은 주가와 별개로 국내 바이오의 기초체력(펀더멘털)이 단단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글로벌 빅파마가 국내 바이오 기업의 기술과 플랫폼을 주목하고 있고 주요 국제 학회에서 국내 기업의 구두 발표와 임상 데이터 공개도 늘고 있다. 기술 완성도와 데이터 투명성 등 신뢰도 측면에서 K-바이오의 위상도 높은 편이다. 가시적인 성과도 속속 나오고 있다. 지난 1일에만 두 건의 기술수출 소식이 시장에 전해졌다. 한미약품은 일라이 릴리와 지속형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2(GLP-2) 유사체 '소네페글루타이드'에 대한 최대 1조8973억원 규모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반환 의무가 없는 선급금(업프론트)은 1129억원으로 전체 계약 규모의 6.0% 수준이다. 선급금 규모만 놓고 보면 역대 국내 제약바이오 기술수출 계약금 순위 10위권에 해당하는 대형 계약이다. 오스코텍은 미국 아지오스 파마슈티컬스와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후보물질 '세비도플레닙'의 글로벌 독점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총 계약 규모는 최대 1조원으로 업프론트는 375억원이다. 오스코텍은 지난해 12월 아델과 공동개발한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후보물질 'ADEL-Y01'을 사노피에 기술수출한 데 이어 또 한 번 후속 성과를 추가한 것이다. 국산 31호 신약인 폐암치료제 '렉라자'를 통해 확보한 현금흐름을 후속 파이프라인 연구개발에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지원 의지 역시 확고하다. 정부는 최근 코스닥 시장 활성화와 미래 먹거리 육성을 위해 150조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를 가동하고 반도체·AI·바이오 등을 국가 전략산업 지원 대상에 포함했다. 보건복지부가 주도하는 1500억원 규모 임상3상 특화펀드도 운용사 선정을 앞뒀다. 민간 자금 유입이 쉽지 않은 후기 임상 단계에 정책금융을 공급함으로써 국내 바이오 기업의 임상 완주와 상업화 도전을 뒷받침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물론 현재 바이오 주가 부진을 단순한 수급 소외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그간 국내 바이오 업계가 반복해온 임상 실패, 기술반환, 과도한 밸류에이션 논란이 시장 불신을 키운 측면이 있다. 정책금융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도 없다. 임상 3상에 진입했다는 이유만으로 글로벌 성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관건은 자산 경쟁력과 기술수출 이후 임상·매출·현금흐름으로 이어지는 사업화 역량이다. 그럼에도 바이오를 다시 봐야 할 이유는 분명하다. 우리나라가 반도체로 성장해온 것은 분명하지만 반도체 하나로 다음 10년, 20년을 모두 설명할 수는 없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 기술 패권 경쟁, 인구 고령화, 의료비 증가를 고려하면 제약·바이오는 한국 경제가 반드시 키워야 할 차세대 산업이다. 인류 생명을 구하는 일이라는 의미를 차치하더라도 고부가가치 지식산업으로서 제약·바이오의 성공은 국가적 과제에 가깝다. 바이오의 성장이 코스닥의 체질 개선으로 이어지고 반도체 이후 한국 증시의 다음 장을 여는 출발점이 되길 기대한다.2026-06-04 06:00:38차지현 기자 -
[기자의 눈] 신약 스타트업, 출발보다 완주다[데일리팜=황병우 기자]정부가 제약바이오 스타트업 육성에 다시 속도를 내고 있다. 대학과 병원, 출연연구기관에 쌓인 연구성과를 창업으로 연결하고, 초기 기업이 글로벌 신약 개발까지 도전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방향이다. 연구성과가 논문과 특허에 머물지 않고 기업으로 이어져야 산업의 저변도 넓어지고, 국내 신약 개발 생태계에도 새로운 후보물질이 유입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정책의 필요성은 분명하다. 다만 신약 개발이라는 긴 경로를 놓고 보면 창업은 성과라기보다 출발선에 가깝다. 법인을 세우고, 과제를 선정하고, 초기 연구비를 지원하는 것은 필요한 첫 단계지만 그것만으로 신약 스타트업이 개발의 긴 시간을 견딜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전임상과 임상, 후속 투자와 기술이전, 글로벌 파트너링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스타트업이 마주하는 벽은 일반 창업의 성장 공식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신약 스타트업은 앱이나 플랫폼 기업처럼 빠르게 서비스를 내놓고 시장 반응에 따라 수정하는 방식으로 움직이기 어렵다. 후보물질 하나가 임상 단계에 진입하기까지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고, 임상에 들어간 뒤에도 실패 가능성은 늘 남아 있다. 초기 기술의 가능성만으로 기업이 오래 버티기 어렵고, 좋은 연구성과가 곧바로 사업화 성과로 이어지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결국 신약 스타트업 지원에서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은 기업을 새로 만들 것인가보다, 가능성 있는 후보가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도록 어떤 완주 구조를 설계하느냐다. 창업 기업 수, 선정 과제 수, 지원 예산 규모는 정책 성과를 설명하기 쉬운 지표지만, 신약 개발의 본질을 보여주는 지표는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어떤 후보물질이 전임상에서 임상으로 넘어갔는지, 어느 기업이 후속 투자를 유치했는지, 어떤 과제가 기술이전이나 글로벌 공동개발로 연결됐는지다. 최근 국가신약개발사업단의 투자심의위원회 논의는 이 지점에서 의미가 있다. 투자심의위원회는 단순히 연구과제를 선정하는 절차가 아니라, 후보물질이 다음 개발 단계로 넘어갈 수 있는지를 따지는 관문에 가깝다. 과학적 가능성뿐 아니라 임상 진입 가능성, 적응증 전략, 경쟁약물 대비 차별성, 기술이전 가능성, 후속 투자 연계 가능성까지 함께 검토해야 한다는 점에서 신약 스타트업의 '완주'와 직접 맞닿아 있다. 신약 스타트업 지원이 창업 장려에 머물지 않으려면 이런 판단 기능은 더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초기 연구성과가 좋아 보이더라도 임상 설계가 불명확하거나 시장 진입 전략이 부족하면 개발 과정에서 쉽게 멈출 수 있다. 반대로 가능성이 확인된 후보물질이라면 단기 연구비 지원을 넘어 임상, 사업개발, 글로벌 파트너링으로 이어지는 후속 자원을 붙여야 한다. 완주를 말하려면 선별과 집중도 피할 수 없다. 모든 후보물질을 끝까지 밀어줄 수는 없고, 모든 창업 기업이 신약 개발의 긴 경로를 완주할 수도 없다. 가능성이 낮은 과제는 중간에 멈출 수 있어야 하고, 가능성이 확인된 과제에는 자원을 더 과감하게 연결할 수 있어야 한다. 실패 자체를 문제 삼기보다 실패를 관리하고 자원을 재배분하는 기준이 있어야 지원 체계도 지속 가능해진다. 그동안 국내 바이오 생태계는 출발선 확대에는 비교적 적극적이었다. 연구자 창업, 기술사업화, 초기 투자, 창업 보육 프로그램은 꾸준히 늘었고, 바이오 창업을 독려하는 정책적 메시지도 반복됐다. 그러나 창업 이후의 공백을 메워주는 구조는 여전히 충분하다고 보기 어렵다. 전임상에서 임상으로 넘어가는 구간, 국내 임상에서 글로벌 개발로 확장하는 구간, 기술이전 협상과 후속 투자를 준비하는 구간에서 스타트업은 자금과 경험, 네트워크 부족을 동시에 겪는다. 이 공백을 메우지 못하면 스타트업 지원은 또 하나의 창업 장려책에 머물 수 있다. 정부의 역할도 초기 자금 지원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임상 설계 자문, 글로벌 규제 전략, 사업개발 네트워크, 후속 투자 연계, 기술이전 전략까지 포함한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 신약 스타트업이 혼자 감당하기 어려운 개발 경험과 네트워크를 공공 지원 체계가 어떻게 보완할 것인지가 정책의 핵심이 돼야 한다. 제약바이오 스타트업 육성은 단기간에 성과를 숫자로 보여주기 어려운 영역이다. 창업 기업 수나 선정 과제 수, 지원 예산 규모는 당장 제시하기 쉬운 지표지만, 신약 개발의 성과는 훨씬 긴 시간 뒤에 드러난다. 이제 정책의 질문은 "얼마나 많은 기업을 창업시킬 것인가"에서 "어떤 기업이 개발의 다음 문턱을 넘도록 할 것인가"로 옮겨가야 한다. 신약 스타트업 지원의 성패는 얼마나 많은 기업을 출발선에 세웠는지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후보물질이 개발의 긴 시간을 버티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도록 했는지로 평가돼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창업의 숫자가 아니라 완주의 구조다.2026-06-02 06:00:42황병우 기자 -
[기자의 눈] 항암신약 허가·급여 기준의 간극[데일리팜=손형민 기자] 최근 항암 치료 영역에서는 허가 범위와 건강보험 급여 기준 간 차이가 발생하면서, 허가상 치료 대상임에도 실제 치료 혜택을 받지 못하는 환자가 발생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글로벌 진료지침과 임상 현장이 제시하는 치료 방향, 국내 허가·급여 기준 사이 간극이 환자 치료의 또 다른 장벽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허가와 급여는 애초 목적이 다르다. 허가는 안전성과 유효성을 기반으로 치료 가능성을 판단하는 과정인 반면, 급여는 제한된 재정 안에서 비용효과성과 임상적 필요성을 함께 고려한다. 두 기준이 완전히 같을 수는 없다. 다만 최근에는 허가 범위와 글로벌 가이드라인 권고, 실제 급여 적용 범위가 서로 다른 방향을 향하면서 현장의 혼란을 키우는 사례가 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진행성 신세포암 치료다. 글로벌 진료지침은 신세포암 1차 면역항암제 치료 이후 보다 넓은 선택지를 제시한다. 미국종합암네트워크(NCCN), 유럽종양학회(ESMO), 유럽비뇨의학회(EAU) 등 주요 국제 가이드라인은 면역항암제 병용 이후 다양한 표적치료제를 주요 후속 치료 옵션으로 권고하고 있다. 특히 일부 약제는 1차 면역항암제 이후 주요 선택지로 제시되며 환자 상태와 치료 반응에 따라 유연한 순차 치료 전략(sequence)을 강조한다. 하지만 국내 현실은 다르다. 일부 후속 치료 옵션은 기존 VEGF 표적치료 경험을 전제로 허가 범위가 설정돼 있어, 면역항암제 병용요법을 먼저 사용한 환자군에서는 급여는 물론 활용도 제한된다. 글로벌 진료지침은 치료 선택지를 넓히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허가와 급여 기준이 다시 환자군을 좁히는 구조가 나타나는 셈이다. 이 같은 간극은 전이성 위암 치료에서도 확인된다. 최근 면역항암제 병용요법은 생존 개선 근거를 바탕으로 치료 전략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고, 일부 치료제는 전체 환자군(all-comer)을 대상으로 허가를 받았다. 하지만 급여 단계에서는 다시 PD-L1 발현 수준을 반영한 CPS(Combined Positive Score) 또는 TAP(Tumor Area Positivity) 기준이 설정되며 실제 치료 대상 환자군이 재구성된다. 결과적으로 허가상으로 치료 가능 환자 일부는 급여권 밖에 놓이게 된다. 실제 임상에서는 바이오마커 수치가 기준선 인근에 위치한 환자나 전신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치료 필요성이 충분하다고 판단되더라도 급여 기준 때문에 선택이 제한되는 사례가 발생한다. 허가 기준과 급여 기준 사이 간극이 환자 치료 기회의 차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물론 모든 치료제를 허가 범위 그대로 급여를 적용하기는 어렵다.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가능성과 비용효과성을 고려하는 과정은 불가피하다. 제한된 재정 안에서 환자군을 선별하고 우선순위를 설정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문제는 그 기준이 실제 임상과 얼마나 정합성을 갖느냐다. 글로벌 가이드라인과 허가가 넓어진 방향을 향하고 있는데 급여 기준이 과거의 환자 선별 틀에 머문다면 치료 환경 변화와 제도 사이 시간차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허가가 치료의 가능성을 여는 과정이라면 급여는 그 가능성을 현실로 만드는 절차다. 두 기준 사이 차이가 존재할 수는 있다. 다만 그 간극이 환자 치료 기회를 좌우하는 수준까지 벌어질 때 제도가 놓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점검할 시점이다.2026-05-29 06:00:38손형민 기자 -
[기자의 눈] 다시 시험대 오른 약정원…이제는 정상화가 답[데일리팜=김지은 기자] 약학정보원이 또다시 대한약사회 현안 한복판에 섰다. 약국 청구프로그램과 조제 데이터를 기반으로 약국가 디지털 인프라를 책임져 온 핵심 기관이지만 최근 약정원을 둘러싼 논란은 조직 전반에 적지 않은 부담과 후유증을 남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임 집행부의 PSP·PPDS 논란에서 시작된 갈등은 최근 데이터 사업과 관련한 이슈로 이어졌고, 원장 직위해제와 해임이라는 초유의 사태까지 맞았다. 여기에 새 원장 체제 출범을 앞두게 되면서 약정원은 사실상 대대적인 전환 국면에 들어섰다. 사실 약정원을 둘러싼 갈등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플랫폼, 데이터 사업 등 경영과 관련한 문제는 물론이고 내부 조직 운영 문제 등이 반복적으로 불거지며 집행부 교체 때마다 약정원은 개혁 대상 혹은 권력 충돌 지점으로 거론돼 왔다. 이쯤되면 약정원은 단순 대한약사회 산하기관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는 평가다. 약국 청구프로그램, 약국 IT 시스템 등의 공공사업과 조제 데이터, 외부 협력 등 조직사업을 동시 담당하다 보니 그 중요성만큼 조직 내부의 긴장과 정치적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최근 불거진 논란을 단순 인사 문제로만 보지 않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원장 해임 과정에서는 조직관리 실패 등이 주요 배경으로 거론됐지만 현장에서는 그 이상의 복합적 문제가 누적됐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사업 방향성을 둘러싼 약사회와의 이견, 조직 장악력 문제, 내부 소통 갈등 등이 축적돼 온 것 아니냐는 것이다. 차기 원장 인선이 예고된 상황에서 이제 관심은 신임 원장 체제에서 약정원이 어떤 방향으로 재정비 될 것인가에 쏠린다. 무엇보다 지금 약정원에 필요한 것은 조직 정상화와 신뢰 회복이라는 것이 약사사회를 넘어 약국 관련 업계의 중론이다. 차기 원장 체제가 시작되면 당장 해결해야 할 과제만 해도 적지 않다. 우선 청구프로그램 완전 전환 과제가 눈앞에 놓였다. 약정원은 당초 올해 6월을 목표로 PM+20으로의 완전 전환을 공언한 바 있다. 조제 데이터 사업 역시 숙제로 남아 있다. 약정원은 최근 새 사업 파트너 선정 작업을 진행해 왔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사업 구조와 데이터 활용 방향성, 수익 모델 등에 대한 우려와 기대가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과거 정보유출 논란의 기억이 여전히 남아 있는 상황에서 투명성과 신뢰 확보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내부 조직 안정이다. 최근 약정원을 둘러싼 분위기를 보면 사업 자체보다 사람 문제로 더 큰 피로감이 누적됐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조직 내 갈등이 길어질수록 실무진 동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고 이는 결국 사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만큼 대한약사회는 물론이고 신임 원장 체제의 약정원이 짊어진 짐의 무게가 커졌다. 무너진 조직 신뢰를 다시 세우고 흔들린 내부 체계를 안정시키며 약국가가 불안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 어쩌면 가장 기본적인 역할로 돌아가는 것이 지금 약정원에 필요한 변화일지도 모른다. 덧붙여 최근 기자가 약정원 사태를 취재하는 과정에서 내부 문제와 경영 상황이 외부로 알려지는 것 자체에 대한 불편함을 토로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약정원은 특정 집행부나 일부 경영진만의 조직이 아니다. 전국 회원 약사들의 신뢰를 기반으로 운영되는 약사사회의 공적 자산에 가깝다. 조직 운영과 주요 사업, 경영 방향을 둘러싼 문제들이 반복적으로 불거지고 있다면 이를 단순히 ‘덮어야 할 내부 문제’로만 바라볼 수는 없다. 오히려 투명하게 공개하고 설명하며 회원 사회의 이해와 공감 속에서 풀어가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조직 신뢰를 회복하는 길에 더 가까울 것이다. 약정원은 지금 다시 시험대 위에 올라 있다. 현 시점은 약정원이 앞으로 어떤 조직으로 남을 것인가를 결정하는 분기점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2026-05-28 06:00:36김지은 기자 -
[기자의 눈] 영양제 무한 확장…약국이 팔아야 하는 것은?[데일리팜=강혜경 기자] 국내 제약업계 유통 지형도가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과거 약국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건강기능식품은 이제 헬스앤뷰티숍은 기본, 다이소, 편의점에서도 단 돈 몇 천원이면 손쉽게 구매할 수 있다. 두뇌기억력, 피로회복, 간 건강, 다이어트 같이 제품이 전하는 메시지 역시 명료하다. 포장 단위 역시 한 번 복용하는 양부터 열흘치까지 콤팩트하다 보니 '바쁜 일상 속에서도 스스로 건강을 챙기는 나'라는 자기 만족과 안도감을 느끼게 한다. 최근 업계 분석에 따르면 다이소에 입점한 제약사는 작년 2월 3곳에서 올해 4월 기준 22곳으로 대폭 늘었다. 상품 역시 30여종에서 160여종으로 5배 이상 증가했으며, 편의점 업계 역시 제약사와의 협업을 통해 건기식 특화 매장을 늘려가고 있다. 이런 변화의 원인은 건강을 챙기려는 젊은 층과 1인 가구의 호응이 주효하다. 제약사들에게도 건기식은 매력적인 시장이다. 최근에는 상처 치료제와 세포 재생 성분을 앞세워 제약사들이 기능성 화장품으로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더 이상 약국 시장에만 올인하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약국 밖 건기식'과 '약국 건기식'의 차이다. 다이소와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3000원짜리 건기식과 약국에서 판매되는 3만원, 30만원짜리 건기식 모두 '건강기능식품'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있다. 얼핏 같은 건기식 문구가 적혀있을 지언정 그 속을 들여다 보면 엄연한 차이가 존재한다. 유통채널로 나간 가성비 제품들이 대중적인 보편성과 접근성에 초점을 맞췄다면, 약국용 제품들은 고함량·고스펙 성분과 학술적 근거를 바탕으로 한 기능성에 무게를 둔다. 똑같은 비타민이나 유산균이라도 원료의 등급, 배합 비율, 생체 이용률에서 오는 격차는 존재할 수밖에 없으며 이것이 바로 가격의 차이를 만드는 핵심 요인이다. 그러나 일반 소비자들은 이러한 디테일을 알지 못한다. 제약사들이 유통의 문턱을 낮추며 영토를 확장할수록, 약국이 가격 경쟁력만으로 유통 자본과 싸우는 것은 애초에 성립할 수 없는 게임이 됐다. 그렇다면 이 무한 확장 시대에 약국이 팔아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 단순한 제품이 아니라, 환자 개개인에게 최적화된 학술적 검증과 맞춤형 상담 서비스다. 특히 다제약물을 복용하는 환자나 기저질환자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약물과의 상호작용이나 건기식간 상호작용 역시 AI 알고리즘 조차 제대로 작동할 수 없는 약사만의 영역이 바로 여기 있다. 이제 약국은 단순히 제품을 진열하고 건네는 공간에서 벗어나야 한다. 지역 주민의 건강 상태를 가장 잘 아는 단골 약국이자, 복약지도를 포함한 토탈 헬스케어 매니저로서 체질을 전환해야 할 때다. 제품 중심의 가격 경쟁에서 벗어나 상담 중심의 가치 경쟁으로 패러다임을 바꿀 때 자본을 앞세운 대형 유통망이나 편리함을 무기로 한 대형 판매처들과 차별화가 가능해진다. 제약업계 또한 눈앞의 채널 다변화에만 취해 오랜 파트너인 약사 직능의 가치를 간과해서는 안된다. 대중이 제약사의 브랜드를 믿고 지갑을 여는 근본적인 신뢰의 바탕에는 오랫동안 약국 현장에서 약사들이 환자들과 마주하며 쌓아 올린 전문성과 학술적 권위가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편리함을 더한 제약사의 혁신이 시장의 파이를 키우는 긍정적인 촉매제가 되려면, 약국의 상담 직능을 인정하고 상생할 수 있는 정책적·학술적 뒷받침이 함께 가야 한다. 제약사의 영리한 영토 확장과 약사의 전문적인 진화가 건강한 시너지를 내는 진정한 상생의 생태계를 기대해 본다.2026-05-27 06:00:38강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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