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무늬만 면제? 기약없는 3세대 항암제
- 안경진
- 2017-05-25 05:3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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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환자단체연합회 홈페이지에 올라온 한 게시글의 제목이다. 수년 전 폐암 4기로 진단받았다는 글쓴이의 어머니는 현재 한미약품의 '올리타(올무티닙)'를 복용하고 있다.
하지만 약값에 대한 부담 탓에 씩씩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채 좌절하고 있는 어머니의 모습을 지켜볼 때마다 안타깝고 두렵다는 사연이 담겼다. 지난해 임상연구 도중 사망자 발생 이슈로 올리타 급여평가가 지연됐고, 같은 3세대 TKI(티로신키나제억제제) 계열인 '타그리소(오시머티닙)' 역시 경제성평가를 통과하지 못해 급여등재 시기가 요원해진 탓이다.
지난해 5월 나란히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시판허가를 받으며 폐암 환자들에게 생존연장의 희망을 선사했던 두 약은 1년 새 급여 기약이 없는 애물단지 신세로 전락하고 말았다.
다행히 올리타는 지난 4월 고의적으로 임상시험의 부작용을 은폐한 정황이 확인되지 않는다는 식약처 감사 결과가 나오면서 다시금 3상 임상시험에 시동을 거는 단계다. 하지만 3상임상 결과가 나오고 급여 관문을 두드리기까지는 여정이 멀다.
본래 지난달 약제급여평가위원회 상정이 예상됐던 '타그리소'는 입증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경제성평가 소위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원칙적으론 올리타와 타그리소 2종 모두 경제성평가가 면제되는 특례대상으로 분류되고 있지만, 지난해 1차 급여평가 당시 환자군 규모나 재정지출이 큰 만큼 경제성평가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는 요구를 받은 것으로 파악된다.
4월 '타그리소'의 약평위 상정과 9월 급여 등재를 기대했던 폐암 환자들은 망연자실할 수 밖에 없다.
영국 국립보건임상연구원(NICE)은 내성 발현으로 당장 3세대 표적항암제가 투여되는 환자들에게 항암제지원펀드(CDF)를 우선 적용하고, AURA 3상 임상연구의 전체 생존율(OS) 데이터가 확보된 다음 경제성평가를 진행하겠다는 기조를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식약처가 NICE의 결정을 참고한다면 내년 중순을 넘기게 될 공산이 크다.
운좋게 경평소위를 통과한 뒤 6월 약평위 상정되더라도 급여등재는 빨라야 9월경.
하지만 경평자료를 제출한 아스트라제네카조차 장담하지 못하고 있다. OS 분석값이 확보되지 않은 단계에서 경평만을 위해 만들어진 자료이기에 미성숙한 부분이 많다는 것.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레사(게피티닙)'나 '타세바(엘로티닙)' 같은 1세대 표적항암제 치료 후 내성이 생겨 3세대 표적항암제를 필요로 하는 환자수가 1000명에 이른다. 적게는 600명, 많게는 1200명까지로 예상된다.
최근 급여화에 속도를 내고 있는 면역항암제의 2배에 달하는 규모다.
올리타와 타그리소 3상임상을 통해 시험약을 공급받는 환자들은 그나마 다행인데, 연구 참여기준에 부합되지 않는 이들에겐 효과가 자명한 신약이 나왔음에도 쓰지 못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무전유죄(無錢有罪)'가 아니라 '무전유병(無錢有病)'이란 말을 실감케 하는 현실이다.
기자와 만난 폐암 전문의는 "요즘 폐암 환자들은 신약에 대한 관심이 높아 대학병원 교수들만큼이나 임상정보를 꿰고 있다"며 "임상연구가 진행되는 병원을 찾아다닐 정도로 적극적"이라고 전했다. 단순하지만 생존을 향한 환자들의 절규가 느껴지는 말이었다.
환자들을 위해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현재 대안이 없는 3세대 TKI 두 약 모두 급여 등재되는 것이다.
올리타와 타그리소의 급여등재로 절망에 빠진 폐암 환자들의 상황을 타개해달라는 호소문을 향해 하루빨리 긍정적인 응답이 도착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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