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줄세우기 돼버린 국내 첫 환자경험평가
- 이혜경
- 2018-08-20 06:2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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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평가 결과를 어디에, 어떻게 쓰겠다는 구체적인 계획 발표도 없었다. 조사 연구용역 입찰부터 발표까지 전 과정에 참여한 심평원은 환자 스스로 의료기관에서 체험한 서비스를 평가할 수 있었다는 데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평가 점수에 대한 객관성, 그리고 향후 조사가 지속될 경우 평균보다 점수가 높은 의료기관의 인센티브와 낮은 기관에 대한 디스인센티브에 대한 언급은 피했다. 다만 향후 구체적인 계획에 대해선 해당부서에서 장기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말만 되풀이 했다. 이번 환자경험평가를 위한 조사 연구용역에 쓰인 예산만 해도 2억5400만원에 달한다. 적지 않은 예산이 투입될 때는 조사 결과를 정책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까지 마련해 놨어야 한다고 본다.
평균 점수 83.9점에도 의문점이 있다. 지난해 7월 17일부터 4개월 동안 종합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92개소를 방문한 환자 1만4970명이 조사에 응했다. 공개된 평균 점수는 83.9점으로 나쁘지 않은 성적이다. 아니, 심평원은 직관적으로 낮지 않은 점수라는 평가까지 내렸다. 하지만 환자는 100점 만점으로 점수를 주지 않았다. 문항에 따라 4점 척도 또는 11점 척도가 적용됐다. 4점 척도는 4가지 답에 따라 0점, 33점, 67점, 100점으로 분류된다. 4점 척도에서 '보통'이라고 답만 해도 67점을 받을 수 있다. 과연 1차 환자경험평가에서 내놓은 평균 83.9점이라는 점수가 과연 환자들 또한 '인정할 만한' 점수일지부터 의문이다.
심평원은 이번 평가 결과를 공개하면서 구체적으로 1위 병원을 공개하지 않았다. 대신 92개 의료기관의 평균 점수와 간호사 서비스, 의사 서비스, 투약 및 치료과정, 병원환경, 환자권리보장, 전반적인 평가 등 6개 영역별 점수를 공개했다. 영역별로 세분화해 모든 의료기관의 점수를 공개하는 만큼, 전체 평균 1등이 있을법도 한데, 심평원은 끝까지 노코멘트 했다. 이번 평가 결과를 100점 점수로 환산해 발표해놓고, 1등은 꼽을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이번 환자경험평가 조사 대상이 된 의료기관은 이번 평가 결과를 대외 홍보에 백분 활용하고 있다. 6개 평가 결과에서 5개 평가 결과 점수에서 모두 1위를 차지한 중앙대병원은 포스터까지 자체 제작해 홍보에 나섰다. 1등 점수를 거머쥐지 못한 다른 의료기관들은 2등, 3등의 점수를 나름대로 '최우수 점수'라고 보고 홍보를 하는 곳이 있는가 하면, 지역별로 1등을 골라 홍보하는 병원까지 나타났다.
하지만 상위권 점수에 랭크되지 못한 병원들은 환자경험평가가 심평원이 실시하는 의료서비스 질 평가와 마찬가지로 또 다른 평가로 다가온다고 부담감을 호소하고 있다. 물론 이번 환자경험평가가 국내에서 처음 시도됐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만 하다. 하지만, 준비과정부터 발표까지 1년이 넘게 걸렸던 기간에 비해 평가 결과에 대해 의료기관에 인센티브나 디스인센티브에 대한 구체적인 후속조치가 마련되지 않은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2차 환자경험평가에서는 의료기관 줄 세우기가 아닌, 환자들의 소중한 평가 결과가 제대로 쓰일 수 있는 완성된 정책 대안을 가져올 수 있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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