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로 30년, 기술로 새 도전…다산제약이 걸어온 길
- 이석준 기자
- 2026-07-03 06:00:52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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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원 3명 원료상에서 매출 1101억…30년 성장의 발자취
- DDS 기술·100여개 고객사 확보…'기술형 CDMO'로 체질 전환
- 창립 30주년 맞아 코스닥 IPO 추진…글로벌 시장 도약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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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팜=이석준 기자] 다산제약이 7월 1일 창립 30주년을 맞았다. 1996년 직원 3명으로 출발한 작은 원료의약품 유통업체는 이제 연매출 1100억원을 넘긴 중견 제약사로 성장했고, 글로벌 CDMO(위탁개발생산) 기업을 목표로 코스닥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30년은 한 기업의 선택을 돌아보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다산제약이 걸어온 길은 화려한 신약 성공담과는 거리가 멀다. 유행을 좇기보다 기술을 선택했고, 외형보다 내실을 다지며 조금씩 경쟁력을 쌓아왔다. 창립 30주년은 지난 시간을 기념하는 자리가 아니라, 글로벌 시장을 향한 도약의 출발점이기도 했다.

다산제약의 시작은 199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6년 국내 제약산업은 지금과 달랐다. 신약이라는 단어는 낯설었고, 바이오 벤처 붐도 없었다. 제약사의 경쟁력은 얼마나 많은 품목을 확보했는지, 얼마나 넓은 영업망을 갖췄는지가 기준이었다.
그해 다산메디켐이라는 이름으로 직원 세 명으로 출발한 작은 원료의약품 유통업체가 있었다. 지금의 다산제약이다.
30년이 흐른 지금 다산제약은 연매출 1100억원을 넘어선 중견 제약사로 성장했다. 셀트리온과 종근당, 동국제약, HLB를 비롯한 100여개 제약·바이오 기업이 생산과 개발을 맡기는 파트너가 됐고, 장기지속형 주사제와 약물전달시스템(DDS), 특수제형 기술을 앞세워 글로벌 CDMO 기업을 꿈꾸고 있다.
"좋은 약을 만들어야 한다"
다산제약을 이해하려면 먼저 창업자인 류형선 대표를 이해해야 한다.
베링거인겔하임에서 제약산업을 경험한 그는 1996년 다산메디켐을 설립했다. 회사 이름에 '다산'을 붙인 것도 우연이 아니다.
조선 최고의 실학자로 불리는 다산 정약용의 애민정신을 기업 철학으로 삼았다. 인류의 건강과 행복에 필요한 의약품을 연구하고 생산해야 한다는 생각은 지금도 임직원들이 공유하는 회사의 가치로 남아 있다.
창업 정신만으로는 회사를 키울 수 없었다. 현실은 치열한 원료 유통 시장이었다.
당시 국내 시장에서 원료 유통은 비교적 안정적인 사업이었지만 진입장벽은 높지 않았다. 시간이 갈수록 가격 경쟁은 심해졌고, 단순 유통만으로는 지속적인 성장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섰다.
류 대표는 남들보다 조금 일찍 미래를 봤다. 원료를 파는 회사가 아니라 기술을 가진 회사가 되어야 한다는 결론이었다.
그 선택은 연구개발이었다.
2000년 중앙연구소를 설립한 다산제약은 DDS 연구를 본격화했다. 약을 더 많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더 잘 전달하는 기술에 집중했다. 약효는 유지하면서 복용 편의성을 높이고, 방출 시간을 조절하며, 환자의 복약순응도를 개선하는 기술을 하나씩 쌓아갔다.
이름보다 기술이 먼저 알려진 회사
다산제약은 소비자에게 익숙한 회사는 아니다. 광고도 많지 않았고, 일반인에게 널리 알려진 블록버스터 제품도 없다. 그러나 업계의 평가는 다르다.
현재 100곳이 넘는 제약·바이오 기업이 다산제약과 거래하고 있다. 고혈압 치료제와 비뇨기계 의약품, 기관지염 치료제, 중추신경계 의약품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생산 파트너 역할을 맡고 있다.
그 배경에는 다산제약이 오랜 기간 축적한 제형 기술이 있다.
미세캡슐화와 방출조절 기술을 기반으로 최근에는 장기지속형 주사제와 경피흡수형 제형까지 연구 영역을 넓히고 있다. 단순히 의약품을 생산하는 공장이 아니라 고객사가 원하는 제형을 함께 설계하고 구현하는 기업으로 진화한 것이다. CMO에서 CDMO로의 전환을 이야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가장 큰 위기가 가장 큰 경쟁력이 됐다
다산제약의 경쟁력이 선명하게 드러난 순간은 의외로 성공이 아니라 위기였다.

2023년 충남 아산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생산시설 일부가 전소됐고 회사 실적도 타격을 받았다. 영업이익률은 한 자릿수 초반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당시 업계가 더 크게 우려한 것은 다산제약이 아니라 시장이었다. 전립선비대증 치료제 탐스로신 공급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걱정이다.
탐스로신은 연간 시장 규모가 1000억원을 넘는 대표 품목이다. 다산제약이 맡고 있던 생산 물량을 단기간에 대체할 수 있는 제조사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들은 "생산시설은 있어도 다산제약 수준의 공정과 품질을 단기간에 구현할 수 있는 회사는 많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평소에는 잘 드러나지 않았던 제조 기술력이 시장의 위기 속에서 오히려 증명된 순간이었다. 그 사건은 다산제약이 제조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됐다.
화재를 수습한 뒤 공정을 재정비하고 자동화를 확대했으며 특수제형 중심 생산 기반을 강화했다. 위기를 성장의 계기로 바꾸겠다는 선택이었다.
2025년 연결 기준 다산제약의 매출은 1101억원으로 창사 이후 처음 1000억원을 넘어섰다. 외형 성장만 의미 있는 것은 아니다. 영업활동현금흐름은 51억원으로 늘었고,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176억원으로 1년 전보다 약 세 배 증가했다. 자본총계 역시 363억원으로 확대됐다.
IPO를 준비하는 기업에게 이는 단순한 재무지표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성장 투자와 생산시설 확충을 이어가면서도 현금 창출력을 유지했고, 내부 유보를 통해 재무 안정성까지 높였다는 점에서다.
최근 ESG경영시스템 인증과 ISO14001을 획득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생산 역량뿐 아니라 환경과 안전, 품질 관리 체계까지 글로벌 기준에 맞춰 정비하며 상장 이후를 준비하고 있다. 다산제약은 이르면 하반기 코스닥 입성에 도전한다.
CMO를 넘어 CDMO로
다산제약이 최근 강조하는 단어는 'CDMO'다. CMO가 생산이라면 CDMO는 연구개발부터 제형 설계, 생산까지 함께 수행하는 사업이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다산제약이 20여 년간 축적한 DDS 플랫폼이다.

회사는 장기지속형 주사제와 방출조절 DDS, 유동층 코팅, 경피흡수형 제형 등 네 개의 핵심 플랫폼을 확보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고객사의 요구에 맞춰 약물의 방출 속도와 전달 방식을 설계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최근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KBIOHealth)과의 협력도 이러한 기술력을 외부에서 검증받기 위한 과정이다. 장기지속형 주사제와 펩타이드 DDS, 나노 기반 특수제형 공동 연구를 추진하며 플랫폼 경쟁력을 한층 끌어올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CDMO가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고 본다. 대규모 설비와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코스트형'과 기술과 제형 설계를 앞세운 '테크형'이다. 다산제약은 후자를 선택했다.
다음 무대는 국내가 아니다
국내 제네릭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다.
오리지널 의약품 하나에 수십 개의 제네릭이 경쟁하고, 약가는 계속 낮아지고 있다. 류형선 대표가 일찍부터 해외 시장과 CDMO를 새로운 성장축으로 선택한 이유다.
회사는 중국 안후이허위약업과 합작법인인 '허이다산의약유한공사(HDP)'를 설립해 대규모 생산기지를 구축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 준공을 목표로 하는 이 공장은 연간 최대 40억정 규모의 생산능력을 갖추게 된다.
여기에 일본 기업과 장용 펠렛 기술 공동개발을 진행하고, 중국과 멕시코를 비롯한 해외 시장 진출도 확대하고 있다.
IPO 이후 확보할 자금 역시 국내외 생산시설 확충과 글로벌 GMP 인증, 장기지속형 주사제 생산 기반 구축 등에 투입할 계획이다.
회사는 생산능력을 현재 8억정 수준에서 장기적으로 50억정까지 확대하고, 수출 비중도 현재 한 자릿수에서 15%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30년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많은 기업이 성장의 역사를 이야기한다. 다산제약은 조금 다르다.
지난 30년은 화려한 신약 성공담도, 대형 인수합병의 역사도 아니었다. 원료를 유통하던 작은 회사가 연구개발을 선택했고, 연구개발이 제형 기술로 이어졌으며, 제형 기술이 제조 경쟁력이 됐다. 그리고 제조 경쟁력은 고객사의 신뢰를 만들었다.
그 신뢰는 결국 숫자로 증명됐다. 매출 1101억원, 늘어난 현금, 탄탄해진 자본, 100여 개 고객사, 그리고 코스닥 상장을 준비할 수 있는 체력이 그것이다.
이제 다산제약이 준비하는 다음 무대는 글로벌 시장이다. 코스닥 상장은 목적지가 아니라 그 무대로 향하는 발판이다.
30년 동안 실리로 회사를 키운 다산제약은 이제 기술로 세계 시장에 도전하려 한다. 창립 30주년은 지난 시간을 돌아보는 날이 아니라, 다음 30년의 첫 페이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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