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회원 따로 집행부 따로
- 정웅종
- 2005-08-29 06:4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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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모 학회의 저녁식사 자리. 이날 모임의 목적은 해당학회의 내용을 소개하는 자리였지만 사실상 관심의 초점은 최근 의사협회의 약대 6년제 반대 집단휴진 투표에 모아졌다.
학회 회장은 모임에 참석한 기자들에게 여론의 동향을 물었고, 기자들은 자신들이 접한 여론에 대해 나름대로의 분석을 내놓으며 이야기들이 오고 갔다.
서울의 모 구의사회에서 업무를 맡고 있는 한 인사는 "회원들에게 욕만 실컷 먹었다"며 가감 없는 밑바닥 민심을 전했다.
그는 "의협에서 도와달라는 요청이 있어 집단휴진 찬반투표에 관해 10여명의 회원들을 일일이 찾아가 만나 협조를 요청했지만 모두 냉랭했다"는 말로 차가워진 의사들의 여론을 전했다.
그는 이어 "찬성이나 반대가 문제가 아니라 무관심이 핵심이다"며 "이 같은 여론을 집행부는 아는지 모르는지 답답하다"고 솔직한 마음을 토로했다.
또 다른 의료계 인사도 흥미로운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그는 한 의협 회원으로부터 들은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그는 "의협회장이 여러 차례 6년제를 막지 못하면 사퇴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며 "6년제가 확정되고 나서 한 회원이 회장에게 전화해 '왜 사퇴하지 않느냐'고 따졌는데 회장의 대답이 '사퇴할 마음으로 투쟁하겠다는 뜻 이었다'고 해명 하더라"며 책임 없는 집행부에 비수를 꽂았다.
최근 지방의 한 리조트에서 의협 집행부의 모 인사의 모습이 보였다. 레지턴트의 행사장에 얼굴을 드러낸 이 인사의 목적은 당연해 보였다.
얼마 남지 않은 집단휴진 찬반투표 결과를 앞두고 여론파악과 함께 협조를 부탁하기 위해 이날 행사장에 나타난 것이라는 게 그를 목격한 이들의 한결 같은 분석이다. 다만 그가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돌아갔는지는 모를 일이다.
집단휴진의 공언을 한 의협 집행부가 이제 찬반투표의 결과만을 앞두고 있다.
"어차피 반대 비율이 높게 나올 것을 예상하고 회원들의 여론을 빌미삼아 발을 뺄 계획 이었다"는 분석도 있지만 무엇보다 투표율이 바닥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면 큰 낭패를 볼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는 시점이다.
의협이 시도의사회를 통해 투표율 높이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전언도 있지만 대구, 경북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에서는 저조한 투표율이 나올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임기웅변에 능한 지도자는 위기는 모면할 수 있지만 큰 꿈을 이룰 수는 없다.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는 데만 신경을 쓰다보니 미래를 바라보는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투표결과에 대해 의협 집행부가 '언 발에 오줌누기' 식의 또 다른 미봉책으로 나올지 아니면 혜안을 갖는 자세로 나올지는 집행부를 구성하고 있는 현 인사들의 몫이다.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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