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되는 '문전-동네' 매출격차
- 데일리팜
- 2007-02-15 09:4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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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전약국과 동네약국의 빈익빅 부익부 현상이 지나칠 정도로 심하다. 예상은 했던 일이지만 대형병원 문전약국과 의료기관이 없는 동네약국간의 월평균 매출액이 무려 7배 이상 차이가 났다. 또한 위치에 따른 양극화도 그 엇갈린 명암을 그대로 보여 주었다. 주택가 약국 보다 사무실과 상가가 혼합된 지역의 약국매출이 역시 3.2배나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대한약사회 의약품정책연구소의 연구결과다.
하지만 이 같은 수치는 어쩌면 당연했고 그래서 연구결과 역시 뻔 한 것이었다고 봐야 한다. 양극화의 주범이 처방전과 입지라는 것도 모두가 아는 공지의 사실이다. 그래서 약국의 매출현황을 그렇게 자세한 수치로 공개할 필요가 있었는지는 숙고가 필요했다. 귀족약국과 빈곤약국이라는 양 극단이 처방전으로 인해 골만 자꾸 깊어지고 있는 와중에서 말이다. 처방전 수주경쟁과 약국입지 경쟁이 위험수위를 넘어 이제는 약사들의 발목을 잡고 있는 터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번 연구·용역이 약국의 경영현실을 분석하고자 한 취지에서는 매우 잘했다고 본다. 하지만 실망스러운 것은 약국 양극화에 대한 대안이나 대책과 관련된 면밀한 연구가 부족한 채 양극화 현상만을 너무 세밀하게 공개했다는 점이다. 보고서 책자 155쪽 가운데 대안으로 제시된 부분은 10쪽에 불과하다. 연구보고서 타이틀이 ‘ 약국경영 활성화 방안 연구’인 만큼 장기적이고 구체적인 안을 담은 약국경영 활성화 전략이나 밑그림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했어야 했다.
약국의 양극화 문제를 모르는 약사는 없다. 구체적인 수치를 모를 뿐이었고, 그것을 알려주는 차원이라면 할 말이 없다. 연구보고서는 약사사회의 이질감을 숫자로 보여주는 우를 범했다. 양극화의 극단적 상황을 아주 친절하게도 원단위까지 월매출 숫자를 세세하게 드러내 줬다. 동네약국은 안되고 문전이나 상가약국 등은 된다는 식의 프레젠테이션이나 다를 바 없게 돼 버렸다.
보고서는 더 극단적으로 문전약국의 경쟁력을 추켜세운데 다름 아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처방전 경쟁이나 입지경쟁을 해야 만 약국경영이 잘 된다는 의미를 전달한 것과 무엇이 다른가. 그래서 이번 연구보고서는 사실 공개되지 않아야 했고, 다만 이 같은 조사자료를 토대로 동네약국의 경영 활성화 방안이 나와 주었으면 좋았다. 아니 미래약국의 청사진을 제시하는 쪽이 나았다.
물론 대안이 전혀 제시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단골약국제나 약국의 분포 조절, 약국별 원가차이를 고려한 수가체계 개발, 환자중심의 약국서비스 개선, 약국경영관리의 효율화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원론적이고 겉치레다. 피부로 느낄만한 실증적 대안이 없다. 대안의 첫 번째 실행방안이 처방전 분산에 있는 만큼 그것을 세부적으로 내놓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안다. 처방전이나 입지 경쟁은 시장경제에서 당연스러운 현상인 탓이다. 인위적 분산정책은 자유로운 시장경제의 규제이고 나아가 재산권 침해의 소지마저 있다. 그래서 더더욱 대안을 기대했지만 역시 그 만큼 실망이 컸다.
앞으로도 대한약사회는 이번과 같은 조사 연구업무를 정기적으로 계속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그러나 의지는 좋지만 상황을 봐 가면서 해주길 바란다. 작금의 실태는 약국의 양극화 실태를 애써 수치로 보여줄 때가 아니다. 약국경영의 모델을 자칫 매출이 높고 수지가 좋은 쪽에만 초점을 둬서는 곤란하다. 세부적인 경영수치 만큼은 가려야 한다는 것이고, 약사들의 반응이나 여론을 확인할 수 있는 다각적인 처방분산 대안들이 연구보고서에 담겼으면 싶다.
처방분산은 약국의 공공성을 강화시키고 그것을 시스템적으로 이루어지도록 하는데서 길을 찾아야 한다. 매출이나 수지에 축을 둔 방안에 의존하려고 하면 문제가 더 꼬인다. 처방분산 청사진과 경영 활성화 방안을 확실히 제시하려면 오히려 약국의 자본적 이윤추구 충동을 억지하는 정책대안이 필요하다. 약국은 공공재라는 공익적 이익을 먼저 생각해야 길이 보인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용역 보고서는 그래서 왠지 서투르고 섣부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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