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약사가 잊은 따뜻한 그 두마디 '누가, 왜'
- 조광연
- 2011-11-15 12:2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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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국 문턱이 낮다고 할 때 그 의미는 친근함과 따뜻함이었다. 물론 실효적인 1차 보건의료 역할을 이르는 말이기도했다. 약국은 누구라도 드링크 한병 맘편히 마시고, 스스럼없이 가족들의 건강 이야기를 나누며, 이런 저런 말이 섞였 넘쳤던 대화의 공간이었다. 그러나 요사이 문턱이 낮다는 말에는 따뜻함 대신 부정적 느낌이 강하게 묻어난다. 방송국 카메라가 쉬 숨어들고, 파파라치가 활개를 치며, 생활 잡범이 몰려드는 공간이다. 약국은 유리상자가 됐다.
처방과 조제가 '컨베이어 벨트 시스템'처럼 획일적으로 돌아가는 의약분업 시대는 '식후 30분'이라는 무정한 말을 만들어냈다. 이제 이 말은 약국과 약사를 조롱하는 말이 돼 약사들의 가슴을 할퀴고 있다. 복약지도료를 깎아야한다고 약사 집단을 공격할 때 이 말은 잔인하게 동원되는 첨병이다. '식후 30분'은 타협의 산물인지 모른다. 의약분업과 함께 복약지도가 강제화된 후 이 자체를 낯설어 하는 환자들에게, 잠시도 기다리지 못하는 환자들에게 뭔가 해줄 수 있는 가장 편한 말이었기 때문이다.
컨베이어 벨트 시스템이 연중 365일 돌아가다 보니 약국이, 약사가 따뜻한 두 마디를 잃어버렸다. 방문객이 진통제, 초기 감기약, 소화제 등을 사겠다고 할 때 약사들은 으례 말을 걸었다. "누가 드실건데?(방문객 나이 등 상황따라 다르지만)" "왜 어디가 아픈데?"라고. 짧은 이 대화가 확장되면 아주 자연스럽게 복약지도의 길이 열렸다. 하지만 마음의 문을 여는 이 짧은 대화가 "이 약에는 ㅇㅇㅇㅇ이라는 성분이 있는데…"라는 전문지식 중심의 말로 대체되고 나서 약국과 고객은 더 이상 대화를 진전시킬 필요가 사라진 철저한 타자가 되어 버렸다.
개인적 성향이기는 하겠지만, 한 치과를 20년 이상 단골로 드나들고 있다. 별로 드러나게 친절하지도 않은 이 의원만 대 놓고 다니게 된 것은 순전히 인간적 믿음 때문이었다. '이빨 서너개는 발치해야 한다'는 고민을 안고 찾아 갔을 때 이 곳 의사는 " 그냥 쓰세요"라고 말했다. 그 이빨들, 20년이 지났는데 여전히 문제없다. 이 의사의 말에 전문용어라고는 한마디도 없다. 이전 의원에서 "브릿지라든지, 불규칙한 치열을 방치하면 예후가…"하고 장황했지만 마음을 연 한마디는 환자를 진심으로 걱정하는 것처럼 느껴진 "그냥 쓰세요"라는 말이었다. 약국은 지금 '어서오세요'라는 말과 '안녕히 가세요'라는 말 사이에서 겉돌고 있는 '성분 중심형 이야기'에 앞서 정감과 신뢰가 묻어나는 한마디 말을 채워야 하지 않을까. 물론 일반의약품에 관한 것이다. 전문약은 복약지도 준수항목이 있고, 처방전에 누가 왜 먹는 약인지 나와 있으니까 말이다.
지금 약국과 약사들의 마음은 화로 채워졌거나 아예 비어 버렸다. 일방적 슈퍼판매 밀어 붙이기나, 멀쩡한 드링크를 강제로 슈퍼에 보내고, 의약품 관리료도 뭉턱 깎아 버렸기 때문이다. 방송도 약국을 뉴스처로 삼고 있다. 어느 한 구석 마음 붙잡아 둘만한 데가 없다. 의약분업 10년, 눈길한번 제대로 주지않던 제약회사들이 상황이 변하자 발빠르게 일반약 운운하며 약국에 입질하는 것도 못마땅하기는 마찬가지다.
하지만 돌아보자. 슈퍼판매와 관련해 수고로움을 마다않고 서명해 준 100만명의 국민을 말이다. "소신에게는 아직 열 두척의 배가 있사오니…"같은 이순신 장군의 사즉생이나 결사항전이 아니더라도 약국, 약사에게는 국민이 있다. 그들의 마음을 잡는 두마디 "누가 드실건가요? 왜 드시려고 하는데요?"라는 말이 약국에 흘러 넘쳐야 할 것이다. 그럴때 만이 미완성의 말 OTC는 완결형이 될 것이다. 'Over The Counter, There is a pharmacist inside'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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