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사-K-바이오 협력 확대…오픈이노베이션 경쟁 본격화
- 손형민 기자
- 2026-06-04 06: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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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기 후보물질·플랫폼 확보 경쟁…협업 방식 다변화
- 릴리·바이엘·BMS 등 기술도입 넘어 인큐베이팅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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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팜=손형민 기자] 글로벌 제약사들의 국내 바이오기업 협력이 단순 기술 도입을 넘어 오픈이노베이션 전략 경쟁으로 확대되는 모습이다.
과거 후기 임상 단계 자산을 중심으로 한 기술도입이 주를 이뤘다면, 최근에는 초기 후보물질과 플랫폼 기술 확보,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 운영까지 협력 방식이 다변화되는 흐름이다.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일라이릴리는 최근 한미약품의 GLP-2 기전 신약후보물질 '소네페글루타이드'를 도입했다. 릴리는 지난해 올릭스, 알지노믹스, 에이비엘바이오와 협력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올해 한미약품까지 국내 바이오기업과의 협업 범위를 넓히고 있다.
비만 넘어 장·대사질환까지…포트폴리오 구축 확대
이번 한미약품과의 계약은 릴리의 기존 대사질환 전략이 보다 넓은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신호로도 읽힌다.
GLP-2는 장 점막 성장과 영양 흡수 기능 개선에 관여하는 장 호르몬이다. 혈당 조절과 체중 감량 중심의 GLP-1과 달리 장 상피세포 성장, 장 길이 증가, 영양소 및 수분 흡수 개선을 유도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 때문에 광범위 장 절제 이후 영양 흡수 장애가 발생하는 단장증후군 환자에서 정맥영양 의존도를 줄이는 치료 접근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소네페글루타이드는 기존 치료제 대비 반감기를 늘려 투약 편의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개발되고 있다.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는 다케다의 ‘가텍스(테두글루타이드)’가 대표적인 GLP-2 치료제로 사용되고 있으나, 투약 부담(1일 1회)과 장기 치료 지속성 개선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릴리가 한미약품 후보물질을 도입한 배경에도 희귀 소화기질환 영역에서 차세대 치료 옵션을 선점하려는 의도가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동시에 이번 계약은 릴리가 비만 이후(post-obesity) 대사질환 전략 전반으로 포트폴리오 외연을 넓히는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최근 글로벌 대사질환 경쟁은 단순 혈당 조절이나 체중 감량을 넘어 지방간염(MASH), 심혈관질환, 만성신장질환(CKD), 염증성 대사질환 등으로 적용 범위를 넓히는 양상이다.
실제 경쟁사인 노보노디스크는 ‘세마글루타이드’를 중심으로 비만 치료를 넘어 MASH와 심혈관질환 예방 영역까지 적응증 확대를 시도하고 있다. 릴리 역시 비만 치료제 ‘마운자로(터제파타이드)’를 기반으로 대사질환 전반으로 치료 전략을 확장하는 가운데, GLP-2 기반 자산 확보를 통해 장·영양대사 영역까지 포트폴리오 범위를 넓히고 있다는 평가다.
릴리의 국내 기술 도입은 단순한 개별 계약 성사를 넘어 기존 사업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차세대 성장 축을 확보하려는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릴리는 그동안 유방암 치료제 '버제니오(아베마시클립)'와 위암 치료제 '사이람자(라무시루맙)' 등을 중심으로 항암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왔다. 면역질환 영역에서는 건선 치료제 '탈츠(익세키주맙)'와 아토피피부염 치료제 '엡글리스(레브리키주맙)'를, 대사질환 영역에서는 당뇨병 치료제 '자디앙(엠파글리플로진)'과 '트루리시티(둘라글루타이드)' 등을 통해 사업 기반을 넓혀왔다.
기존 협업 역시 릴리의 사업 포트폴리오와 무관하지 않다. 에이비엘바이오와의 협업은 차세대 항체 플랫폼 확보를 통한 항암 경쟁력 강화 측면에서, 올릭스와의 계약은 MASH 등으로 확대되는 대사질환 전략과 맞물린다는 해석이 나온다. 알지노믹스 RNA 편집 플랫폼은 장기적으로 차세대 모달리티(modality) 확보 차원의 투자 성격이 강하다는 평가다.
신약도입 넘어 인큐베이팅까지…빅파마 오픈이노베이션 시동
릴리를 비롯한 글로벌 제약사들은 국내 바이오기업과 기술도입을 넘어 인큐베이팅, 초기 연구개발, 글로벌 상업화 지원까지 협업 범위를 넓히고 있다.

특히 릴리는 최근 국내 바이오기업 기술도입 확대와 함께 바이오 생태계 지원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릴리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협력해 인천 송도에 '게이트웨이랩스 코리아(Gateway Labs Korea)' 설립을 추진 중이다.
게이트웨이랩스는 스타트업과 바이오기업 연구개발을 지원하는 글로벌 인큐베이터 프로그램이다. 송도 시설은 릴리가 글로벌에서 처음 선보이는 협력형 모델로, 국내 바이오기업이 글로벌 연구개발 네트워크와 사업화 역량에 접근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한국을 전략적 혁신 거점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도 확산되는 모습이다. 바이엘은 올해 국내 바이오 스타트업 협업 프로그램 '코랩 커넥트 서울(Bayer Co.Lab Connect Seoul)'을 본격 가동했다. 글로벌 주요 혁신 거점에서 운영해 온 생명과학 인큐베이터 프로그램의 한국형 모델로, 단순 자금 지원보다 규제 전략과 사업화, 시장 접근, 약가 등 글로벌 전문성을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BMS 역시 개방형 혁신을 핵심 성장 전략으로 삼고 있다. 특허 만료를 앞둔 '옵디보(니볼루맙)'와 '엘리퀴스(아픽사반)' 등 주요 품목 이후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최근 수년간 대규모 인수합병(M&A)과 외부 기술 확보를 이어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오름테라퓨틱스와의 협업이다. BMS는 지난 2023년 오름테라퓨틱스와 분해제항체접합체(DAC) 기술 계약을 체결하며 차세대 항암 플랫폼 확보에 나섰다. 동시에 ‘서울-BMS 이노베이션 스퀘어 챌린지’를 통해 국내 스타트업 육성에도 나서고 있다. 프레이저테라퓨틱스, 일리미스테라퓨틱스, 갤럭스 등이 해당 프로그램을 통해 글로벌 네트워크와 상업화 노하우 지원을 받고 있다.
노바티스는 차바이오텍과 세포·유전자치료제(CGT) 분야 오픈이노베이션 협력을 확대하고 있으며, 암젠은 ‘골든티켓’ 프로그램을 통해 국내 바이오 스타트업의 센터 입주 기회와 바이오데이 운영 등을 지원하고 있다.
이와 함께 MSD는 최근 한국보건산업진흥원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국내 바이오 생태계 협력을 강화하고 있으며, 로슈는 한국보건산업진흥원·바젤투자청·기술보증기금과 협력 체계를 구축해 국내 바이오기업의 글로벌 진출 지원에 나서고 있다.
실제 글로벌 제약사들이 한국을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 단순 판매 시장이나 후기 임상 수행 국가 역할에 머물렀다면, 최근에는 초기 연구 개발과 플랫폼 협업, 스타트업 육성까지 가능한 전략적 혁신 거점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한국은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연구자 주도 임상시험을 수행하는 국가로 꼽히며, 우수한 임상 인프라와 바이오 제조 경쟁력, 빠른 혁신 수용성을 동시에 갖춘 시장으로 평가된다. 실제 BMS는 올해 아시아태평양(APAC) 전담 조직을 신설하며 한국·일본·중국 등을 차세대 성장축으로 재편했고, 바이엘 역시 한국 협업의 논의를 넘어 실행 단계에 진입했다고 평가한 바 있다.
글로벌 빅파마들의 국내 협력 확대는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 '어디에서 혁신을 발굴하고, 어디에서 성장할 것인가' 대한 전략 변화와 맞닿아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 바이오 생태계가 글로벌 신약 개발 가치사슬 안에서 보다 전방위적 역할을 맡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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