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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상비약 확대, 숫자보다 중요한 안전망의 본질

  • 강혜경 기자
  • 2026-06-30 06:00:42
  • 요약

[데일리팜=강혜경 기자] 편의점 안전상비의약품 제도가 도입된 지 10년이 훌쩍 넘었지만, 품목 확대를 둘러싼 공방은 매년 도돌이표처럼 반복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하반기 중점 추진 과제로 ▲편의점 안전상비의약품 품목 확대 ▲탈모 치료 건강보험 급여 확대 ▲비대면 진료 처방약 배송(재택수령) 확대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상비약 제도 논의가 도마 위에 올랐다.

약사단체는 오남용 우려와 무자격자에 의한 판매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반발하는 입장이지만 편의점 업계와 일부 소비자 단체는 지정 품목을 약사법상 최대치인 20개까지 늘려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포장단위를 줄여야 한다는 절충안까지 제시되고 있다.

여기에 한지아 국민의힘 의원의 '의사 처방 없이 살 수 있는 일반의약품은 9000개가 넘는데, 복지부는 여전히 안전상비의약품을 20개라는 숫자 안에 가두고 있다. 국민을 위한 기준인가, 아니면 이해관계에 묶인 기준인가. 복지부가 우선해야 할 것은 약사회의 눈치가 아니라 국민의 생명과 건강'이라고 일침을 가하며 드라이브를 걸었다.

한 의원이 제시한 주요 선행 국가들의 상비약 허용 품목 수는 미국 30만개, 영국 1500개, 일본 930개로, 약사법상 최대치인 20개까지 확대 된다고 해도 비교가 안 되는 수치다. 해외 사례와 비교할 때 접근성 부족 문제는 꼬리표처럼 계속해 따라 붙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소비자단체는 확대 품목군으로 지사제, 제산제, 알레르기 증상 완화제 등을 주장하고 있다.

소비자 수요가 높고 안정성 검토가 가능한 품목에 대해 품목 확대 논의를 우선 실시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지만, 판매자는 약학에 대한 일절 지식이 없는 일반인일 뿐이다.

그마저도 편의점주만 4시간 인터넷 교육을 받으면 돼 약을 판매하는 아르바이트생들은 단순 '캐셔'의 역할에 그치지 않는다. 약을 선택하고 약물에 대한 부작용까지 떠안아야 하는 주체가 모두 소비자가 되는 것이다.

이같은 논의를 지켜보면서 의아함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정부와 지자체가 지원하는 공공심야약국이 전국적으로 확충돼 운영되는 것은 물론 최근에는 365 의원·약국이 눈에 띄게 늘었기 때문이다.

야간 시간대나 주말, 공휴일에도 손쉽게 문 연 병원, 약국을 검색할 수 있다. 소비자들이 직접 카트를 끌고 다니며 약을 쇼핑할 수 있는 형태의 창고형·마트형 약국도 방방곡곡 생겨나며 확장되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부분은 간과된 채 품목수 확대에 대한 논의에만 열을 올리는 부분은 아이러니라고 볼 수밖에 없다.

진정한 의약품 접근성은 단순히 편의점 매다 위에 더 많은 약을 올려놓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특히 약물 투약에 취약한 소아나 청소년, 다제약물을 복용하는 고령층에게 필요한 것은 더 쉽게 살 수 있는 약이 아니라, '내 상태에 맞게 조절애 줄 수 있는 전문가의 손길'이다.

소매 상권조차 붕괴해 편의점 조차 들어서지 못하는 진짜 의료취약지 주민들이 원하는 것 역시 편의점 상비약의 종류를 늘리는 것보다 대면이 가능한 보건의료기관과 전문가의 확충일 것이다.

국민의 편의성을 높이자는 주장은 언제나 그럴듯 해 보인다. 그러나 의약품은 편의성 보다 안전성이 우선돼야 하는 공공재다.

지금 필요한 것은 단순한 품목 수 확대를 두고 벌이는 소모적인 숫자 싸움이 아닌, 접근성을 보장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공공심야약국처럼 전문가 관리 체계 내에서 접근성을 넓히는 방안이 없는지, 공공심야약국을 더 많은 이들이 이용하기 위한 대책은 무엇이 있는지 등을 고민하는 게 우선돼야 한다.

편리함이라는 달콤한 구호 뒤에 숨은 보건의료 안전망의 빈틈을 메우는 것이 국가와 정치권의 진정한 책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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