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은 가정약사, 일본은 단골약사…한국약사 역할은?
- 김지은 기자
- 2026-06-01 06: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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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약 학술제서 해외 통합돌봄 약료 모델 소개
- 지역사회 방문약료·다제약물관리 역할 확대 필요성 제기
- 복지부 "서비스 효과 입증돼야 본사업화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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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팜=김지은 기자] 통합돌봄 제도 시행 두 달을 맞아 약사사회와 정부, 지자체가 지역사회 약물관리 체계 구축 필요성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특히 보건복지부는 방문약물관리와 다제약물관리 사업의 중요성을 인정하면서도 향후 본사업화와 제도화를 위해서는 효과성 평가와 서비스 모델 검증이 선행돼야 한다고 밝혀 주목된다.

서울특별시약사회(회장 김위학)는 31일 코엑스 마곡에서 제1회 서울특별시약사회 학술제를 개최하고 국제심포지엄 '돌봄과 약료, 세계는 지금'을 진행했다.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대만의 가정약사 제도와 일본의 단골약사 제도, 유럽·미국의 다제약물관리 사례를 통해 통합돌봄 체계 안에서 약사의 역할 확대 방안이 논의됐다.
"조제 넘어 약물관리로"…대만 ‘가정약사’·일본 ‘단골약사’·유럽 ‘다제약물관리’
첫 번째 발표에 나선 왕명원 대북시약사공회 상무이사는 대만의 가정약사(Home Pharmacist) 제도를 소개했다.
대만은 초고령사회 진입과 함께 다제약물 복용, 중복처방, 복약순응도 저하 등이 주요 보건 문제로 떠오르면서 정부와 약사회, 지역 약국이 협력하는 가정약사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가정약사는 시설·재택·지역사회 등 현장을 방문해 대상자의 약물 검토, 복약상담, 중복약물 점검 등을 수행한다. 대상 환자나 가족, 보호자, 의료진에 개별 맞춤형 개선 방안을 제안하는데 더해 서비스 기록 등록과 개선 경과를 지속 관찰하기도 한다. 단순 약을 공급하는 역할을 넘어 환자의 생활환경까지 고려한 약물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과정에서 국내 보건복지부 격의 타이베이시 정부 위생국은 정책을 추진하고 서비스 등록 시스템 구축, 서비스 지표 설정과 모니터링 체계를 운영하며, 국내 대한약사회 격인 대북시약사공회는 사업을 총괄 운영하며 가정약사 모집과 교육, 서비스 설계 및 전문 자문을 제공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대만 가정약사 제도는 지난 10년 간 1만7000건 이상의 약물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며 지역사회 기반 약료 모델로 자리 잡았다고 소개했다.
왕 이사는 “약료 돌봄은 공중보건 정책으로 전환돼 도시 단위 통합돌봄 제도로 발전할 수 있다”며 “정부의 재정 지원과 약사회의 운영·품질 관리, 현장 약사의 서비스가 유기적으로 연결된 구조가 제도 정착의 핵심이다. 지역 약사는 고령사회에서 더 중요한 돌봄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누부세히로오 동경도약제사회 상무이사는 ‘지역통합돌봄 시스템에서의 일본의 주치 약국의 역할과 약사의 직무 및 영향’을 주제로 일본의 주치(단골) 약사 제도를 소개했다.
일본은 2016년부터 환자가 특정 약사를 선택해 지속적인 약물관리를 받을 수 있는 주치약사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환자와 약사가 계약을 맺고 약사는 복약이력 관리, 중복약물 점검, 부작용 모니터링, 의료기관 연계 등의 역할을 수행한다.
이누부세 이사는 주치약사의 핵심 역할로 ▲지속적인 약물관리 ▲언제든 상담 가능한 접근성 ▲의료기관과의 연계를 제시했다. 단골약사 제도의 긍정적 사례로 고령환자의 약물을 일원화 관리하며 정기적인 복약 상황을 확인하고, 처방조정을 하며 복용 약물을 감량하고 부작용 위험도를 낮추는 결과를 도출했다고 밝혔다. 더불터 대상자의 불필요한 내원을 억제하고 조기 내원이 필요한 사례의 누락을 방지하는 효과도 나타났다.

특히 약국이 단순 조제기관이 아닌 지역 주민의 건강 상담 창구이자 지역 의료를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기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령자 방문약료, 24시간 상담 대응, 생활습관 관리 지원 등의 사례도 소개됐다.
그는 “일회성 점검이 아닌 지속적 관여가 필요하다”며 “향후에는 생애주기별 건강관리와 지역포괄케어 체계 안에서 약사의 역할을 더욱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주연 서울대 약대 교수는 미국과 유럽 주요 국가들의 다제약물관리 정책을 소개했다.
이 교수는 초고령화와 만성질환 증가로 약물 관련 위해(Medication-related harm)가 전 세계 보건의료체계의 주요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계보건기구(WHO) 역시 'Medication Without Harm' 캠페인을 통해 다제약물, 고위험약물, 의료기관 간 전환 과정에서의 약물 안전성을 핵심 과제로 제시하고 있다는 점을 소개했다.
미국의 MTM(Medication Therapy Management), 영국의 Structured Medication Review, 캐나다의 MedsCheck, 호주의 Home Medicines Review 등 주요 국가들은 약사가 중심이 돼 환자의 약물 사용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불필요한 약물을 줄이는 체계를 운영 중이다.

이 교수는 "해외 사례의 공통점은 단순 복약지도가 아닌 약사의 임상적 판단을 기반으로 한 체계적 약물관리"라며 "국내 역시 통합돌봄 체계 안에서 약사의 전문성을 활용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약사사회 내부에서는 표준화된 서비스 모델을 자체 개발하고, 시범사업에 적극 참여하며 성과를 입증해 가야 한다”며 “정부는 고위험 다제약물 환자 자동 선별이나 서비스 연계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더불어 결과 기록을 공유하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이 모든 부분에 대한 성과 기반 보상체계를 신설해 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약사는 이미 현장서 역할 수행"…정부 ”효과 입증할 근거 마련 필요“
이어진 종합토론에서는 국내 통합돌봄 체계 안에서 약사의 역할을 어떻게 제도화할 것인지에 논의가 집중됐다.
장진미 서울시약사회 지역사회약료사업본부장은 "서울시약사회는 세이프약국, 다제약물관리사업 등 다양한 건강증진 사업을 추진해 왔다"며 "약물상담과 건강상담은 물론 금연상담, 임신·수유부 약물상담, 약물안전교육, 마약류 예방교육, 노령근로자 지원 등은 약사들이 꾸준히 수행해 온 영역"이라고 말했다.
장 본부장은 "미래 약료는 치료 중심이 아닌 예방과 돌봄 중심으로 변화해야 한다"며 "모든 시민이 복용약 상담을 받을 수 있고, 거동이 불편한 경우에는 찾아가는 약물관리 서비스가 가능한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정진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지원사업실 의료이용지원팀장은 "지역약국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에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만 약사들이 바쁜 현실 속에서 시스템과 재정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가 팀장은 "장기요양시설 지원 서비스 확대 과정에서도 약사의 역할이 필요하다"며 "다제약물관리 사업이 성장하고 있지만 통합돌봄 서비스와 연계, 상담 결과의 의료진 공유, 지속 관리 체계 구축 등은 앞으로 보완해야 할 과제"라고 밝혔다.

정부와 서울시 역시 약사의 역할 확대 필요성에 공감했다. 서희경 서울시 보건의료정책과 건강통합돌봄팀장은 "서울시는 올해 통합돌봄 대상자를 약 3만9000명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현재 25개 자치구 가운데 11개 구가 약사회와 협력해 다제약물관리 사업을 시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통합돌봄은 법과 제도만으로 작동하지 않는다"며 "의료와 간호, 약료, 돌봄, 복지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시스템이 필요하며 약사회가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통합돌봄 제도의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도 관련 사업 내 약사의 약료 서비스 필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정혜은 보건복지부 통합돌봄정책과장은 "지역사회 방문약물관리 서비스는 매우 중요하며 그 안에서 약사의 전문성이 발휘돼야 한다는 점은 당연하다"고 평가했다.
정 과장은 다만 "다제약물관리 시범사업이 2018년부터 진행돼 왔지만 본사업화가 되기 위해서는 효과성 평가를 통한 근거 축적이 필요하다"며 "사업 도입의 타당성과 적정 서비스 모델이 입증돼야 하고, 이후 제도 설계 과정에서 약사법 등 관련 법령과의 적합성 검토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관련 사업들이 지금처럼 활발하게 진행되며 근거를 축적해 주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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