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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모 급여 확대 기대감…유유제약 공급망 경쟁력 재조명[데일리팜=이석준 기자] 정부가 탈모 치료 건강보험 급여 확대를 검토하면서 관련 시장의 성장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업계는 급여 적용이 현실화될 경우 탈모 치료제 처방 환자 증가와 시장 확대가 예상되는 가운데, 국내 다수 제약사에 두타스테리드 성분 의약품을 공급하고 있는 유유제약의 공급망 경쟁력이 재조명될 것으로 보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올해 하반기 국민 의견 수렴과 토론 절차를 거쳐 탈모 치료 건강보험 급여 확대를 추진할 계획이다. 급여 적용이 현실화되면 남성형 탈모 치료에 널리 사용되는 두타스테리드 및 피나스테리드 계열 경구제 시장이 직접적인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DUR) 자료에 따르면 두타스테리드 및 피나스테리드 계열 탈모 치료제 처방 환자는 2021년 80만7018명에서 2025년 131만7150명으로 증가했다. 5년 새 60% 이상 늘어난 수치다. 업계는 건강보험 적용 시 신규 환자 유입과 장기 복용 환자 증가로 시장 규모가 한층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유유제약은 현재 국내 27개 제약사에 두타스테리드 성분 의약품을 수탁 생산·공급하고 있다. 회사의 두타스테리드 수탁 매출은 2021년 90억원에서 2025년 120억원으로 증가했다. 시장 내 영향력도 확대되고 있다. 두타스테리드 시장에서 유유제약이 수탁 생산한 제품의 점유율은 2022년 19%에서 2023년 24%, 2024년 27%, 2025년 32%로 꾸준히 상승했다. 업계는 탈모 치료 건강보험 급여 확대가 현실화될 경우 제품 판매사뿐 아니라 생산 역량을 확보한 수탁생산 기업들도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특히 두타스테리드는 호르몬 제제로 엄격한 생산시설과 품질관리 체계가 요구돼 신규 진입 장벽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평가다. 유원상 유유제약 대표는 "정부의 탈모 치료 건강보험 급여 확대 논의는 환자의 치료 접근성을 높이는 동시에 국내 탈모 치료제 시장의 외연을 넓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두타스테리드는 생산 진입장벽이 높은 품목인 만큼 생산 역량을 선제적으로 구축한 기업들의 경쟁력이 더욱 부각될 수 있다"고 말했다.2026-06-17 09:14:59이석준 기자 -
케이캡 이어 펙수클루도…제네릭사 특허도전 타깃[데일리팜=김진구 기자] 대웅제약의 P-CAB 계열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펙수클루(펙수프라잔)'를 타깃으로 한 제네릭사의 특허 도전이 시작됐다. 17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휴온스는 최근 대웅제약을 상대로 펙수클루의 결정형특허(10-2081920)에 소극적 권리범위확인 심판 4건을 청구했다. 이 특허는 펙수프라잔 염산염과 숙신산염·타르타르산염·푸마르산염 결정형을 보호하는 특허다. 만료일은 2036년 3월로, 현재 추가 연장 절차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펙수클루는 이 외에도 2036년 2월 만료되는 물질특허와 2041년 12월 만료되는 조성물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우선 2036년 만료되는 결정형특허를 회피한 뒤, 이어 2041년 만료되는 조성물특허까지 극복해 물질특허 만료 시점에 제네릭을 발매하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제약업계에선 한동안 펙수클루에 대한 특허도전 합류 움직임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현행 규정상 우선판매품목허가(우판권)를 확보하려면 최초 심판 청구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추가 심판을 청구해야 한다. 펙수클루 제네릭 우판권을 확보하려면 이달 말까지 동일한 특허에 심판을 청구해야 한다는 의미다. 펙수클루는 대웅제약이 자체 개발해 2022년 7월 국산 34호 신약으로 출시한 제품이다. P-CAB 계열 신약으론 HK이노엔 케이캡(테고프라잔)에 이어 두 번째로 허가받았다. 기존 PPI(프로톤펌프억제제) 계열 치료제 대비 약효 발현이 빠르고 식사 여부와 상관없이 복용할 수 있다는 장점을 앞세워 처방실적을 빠르게 늘리고 있다. 지난해 처방액은 900억원으로, 전년동기 788억원 대비 11% 증가했다. 올해 1분기엔 10% 증가한 235억원을 기록했다.2026-06-17 09:10:39김진구 기자 -
클립스비엔씨, 핵심 부문 베테랑 전문가 대거 영입[데일리팜=이탁순 기자] 임상시험수탁기관(CRO) 및 신약개발 전문기업 클립스비엔씨(대표 지준환)가 사업개발(BD), 데이터·통계(DM&STAT), 약물감시(PV) 등 핵심 부문에 베테랑 전문가들을 대거 영입하며 서비스 고도화에 나선다. 17일 클립스비엔씨에 따르면 사업개발 조직을 총괄할 신임 BD실장으로 강성학 이사를 영입했다. 강 이사는 2010년부터 국내 주요 CRO에서 활약해 온 BD 전문가로, 오랜 실무 경험과 폭넓은 업계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다수의 제약·바이오 기업과 성공적인 파트너십을 구축해 왔다. 향후 강 이사는 프로젝트 수주 전략 수립, 신규 비즈니스 발굴 등을 총괄하며 클립스비엔씨의 전주기 서비스 역량을 기반으로 한 수주 경쟁력을 극대화할 예정이다. 또한, 클립스비엔씨는 임상 데이터 및 통계 역량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지난 3월 해당 조직을 'DM&STAT 본부'로 격상하고 장나윤 본부장을 신임 본부장으로 영입했다. 장 본부장은 국제백신연구소(IVI), 한국얀센, 비디엠컨설팅, 씨알에스큐브 등을 거치며 임상 통계 분야의 탁월한 전문성을 인정받은 인물이다. 최근에는 약물감시(PV) 부문의 전문성 강화를 위해 약사 출신의 베테랑 손민영 팀장도 새롭게 합류했다. 손 팀장은 글로벌 제약사에서 PV 컨트리 리드(Country Lead)를 역임하고 글로벌 CRO에서 PV 및 메디컬 팀을 성공적으로 이끈 바 있다. 이번 전문 인력 확보를 통해 클립스비엔씨는 임상 안전성 정보 관리 및 위해성 관리 계획 등 PV 전문 업무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제공하게 됐다. 클립스비엔씨 관계자는 “CRO 사업개발 및 임상 각 분야에서 풍부한 경험과 성과를 보유한 베테랑들의 합류로 고객 중심의 서비스 경쟁력을 한 차원 높일 수 있게 되었다”며, “핵심 임상 인프라의 유기적 결합을 통해 CRO 비즈니스의 완성도를 극대화하고, 나아가 자체 신약개발의 전문성과 신뢰성까지 더욱 확고히 다져나갈 것”이라고 전했다.2026-06-17 09:07:50이탁순 기자 -
휴메딕스, '밸피엔' 러시아 특허 확보…하반기 국내 출시[데일리팜=이석준 기자] 휴메딕스가 차세대 복합 필러 '밸피엔'의 러시아 특허를 확보하며 글로벌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을 포함한 12개국에서 특허 출원을 진행 중인 가운데 러시아에서 첫 등록 성과를 거뒀으며, 국내에서는 품목허가 절차를 거쳐 하반기 출시를 추진하고 있다. 휴온스그룹 휴메딕스는 최근 러시아 특허청으로부터 폴리뉴클레오티드나트륨(PN)과 히알루론산(HA)을 결합한 복합 필러 '밸피엔'의 조성물 및 제조방법에 대한 특허 등록 결정을 받았다고 17일 밝혔다. 휴메딕스는 지난 2022년 'DNA 분획물을 포함하는 필러 제조방법 및 이로부터 제조된 필러'에 대한 국내 특허를 등록한 뒤 특허협력조약(PCT) 국제출원을 진행했다. 이후 미국을 포함한 12개국에 특허를 출원했으며 이번 러시아 등록 결정은 첫 해외 특허 성과다. 해당 기술은 피부 재생 효과와 생체적합성이 우수한 PN에 고순도 HA를 결합한 복합 필러 제조 기술이다. 국소마취 성분인 리도카인을 포함해 기존 PN 필러 대비 시술 시 통증을 줄인 것이 특징이다. 휴메딕스는 지난해 12월 눈꼬리 주름 개선이 필요한 성인 171명을 대상으로 밸피엔 확증임상을 완료했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 5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품목허가를 신청했으며 허가 획득 시 하반기 국내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회사는 이번 특허 등록을 계기로 러시아를 비롯한 유라시아 시장 공략도 강화할 계획이다. 강민종 휴메딕스 대표는 "러시아는 미용 시술 수요가 높은 전략 시장"이라며 "현지 특허 등록을 기반으로 시장 입지를 확대하고 향후 러시아 및 유라시아 전역으로 밸피엔의 영향력을 넓혀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휴메딕스는 지난 2023년 9월 러시아 연방보건서비스 관리감독청으로부터 히알루론산 필러 '엘라비에 프리미어' 품목허가를 취득했다. 최근에는 현지 온·오프라인 마케팅과 의료진 대상 전문 교육 프로그램을 확대하며 러시아 에스테틱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2026-06-17 09:05:06이석준 기자 -
JW중외제약, 22억 규모 AI신약개발 정부 과제 선정[데일리팜=이석준 기자] JW중외제약이 보건복지부의 AI 신약개발 국책과제 주관연구개발기관으로 선정됐다. 자체 인공지능(AI) 신약개발 플랫폼과 로봇 기반 합성자동화 시스템을 연계한 자율 연구 플랫폼(Self-driving Lab)을 고도화해 항암 신약후보물질 발굴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JW중외제약은 보건복지부가 주관하는 2026년도 제1차 보건의료기술 연구개발사업 중 '구조기반 AI신약개발지원' 과제의 주관연구개발기관으로 선정됐다고 17일 밝혔다. '구조기반 AI신약개발지원'은 보건복지부가 올해 신설한 사업으로 구조기반 약물발굴 기술과 생성형 AI, AI 에이전트 기술 등을 활용해 저분자 신약개발 플랫폼을 고도화하고 신약후보물질을 발굴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JW중외제약은 공동연구개발기관인 C&C신약연구소와 함께 향후 3년간 총 22억원 규모의 정부 지원을 받아 항암 신약후보물질 발굴 연구를 수행할 예정이다. 이번 과제의 핵심은 JW중외제약의 AI 신약개발 통합 플랫폼 '제이웨이브(JWave)'와 로봇 기반 합성자동화 시스템을 연계한 자율 연구 플랫폼 구축이다. 제이웨이브는 500여 종의 세포주·오가노이드·질환 동물모델 유전체 정보와 4만여 개의 자체 합성 화합물 데이터를 기반으로 운영된다. 여기에 구조 기반 모델링과 강화학습 알고리즘 등 20여 종의 AI 모델이 적용돼 유효물질(Hit) 탐색부터 선도물질(Lead) 최적화까지 신약 발굴 전 과정을 지원한다. JW중외제약은 제이웨이브를 통해 표적 단백질 구조와 약물 결합 부위를 분석하고 유효성·선택성·약물 특성을 고려한 화합물을 설계한다. 이후 AI가 제안한 화합물을 합성자동화 장비를 통해 로봇이 자동으로 합성·생산하는 방식으로 연구를 진행한다. 회사는 반복적인 설계·합성·평가 과정을 자동화해 연구 효율성을 높이고 후보물질 발굴 기간을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C&C신약연구소는 자율 연구 플랫폼을 통해 도출된 화합물의 유효성과 약물 특성을 검증하고 비임상시험 진입이 가능한 항암 신약후보물질 발굴 연구를 담당한다. JW중외제약 관계자는 "이번 과제 선정은 자체 구축한 생물·화학 데이터와 AI 플랫폼, 합성자동화 기술의 경쟁력을 인정받은 결과"라며 "C&C신약연구소와 협력해 자율 연구 플랫폼을 지속적으로 고도화하고 혁신 신약후보물질 발굴 역량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2026-06-17 08:59:24이석준 기자 -
거래재개 시험대 에스디생명공학, 백인영의 김혜원 승부수[데일리팜=이석준 기자] 백인영(37) 에스디생명공학 대표가 화장품 전문가 김혜원 대표를 영입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거래정지 3년 차를 맞은 에스디생명공학이 상장 유지 여부를 가를 분수령을 앞둔 가운데 백 대표가 처음으로 성장 전략 실행에 나선 것이다. 사업 재편과 재무 개선에 이어 전문 인력까지 전면에 배치하며 반등에 총력을 기울이는 백모습이다. 에스디생명공학은 16일 화장품 사업총괄대표로 김혜원 전 씨엠에스랩 상무를 영입했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아모레퍼시픽과 네오팜, 씨엠에스랩 등 국내 주요 뷰티 기업에서 약 26년간 근무하며 기획과 마케팅, 영업, 연구개발 분야를 두루 경험한 더마코스메틱 전문가다. 앞으로 영업·마케팅·제품개발 등 화장품 사업 전반을 총괄한다. 이번 인사는 단순 임원 영입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거래정지 이후 생존과 정상화에 집중해온 에스디생명공학이 성장 전략 실행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에스디생명공학은 2023년 3월부터 주식 거래가 정지된 상태다. 화장품과 건강기능식품 사업 부진, 공장 투자 부담 등이 겹치며 적자가 누적됐고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에 올랐다. 이후 개선기간을 부여받아 경영 정상화 작업을 진행해왔으며 올해 8월은 상장 유지 여부를 가를 중요한 분수령으로 꼽힌다. 회사는 최근 사업 구조 재편에도 속도를 냈다. 지난해 건강기능식품 생산사업부를 정리하고 충북 음성공장을 매각했다. 수익성이 낮은 사업을 정리하고 화장품 중심 사업 구조로 전환하기 위한 조치다. 재무지표도 개선 흐름을 보이고 있다. 2025년 당기순손실은 75억원으로 전년 대비 축소됐고 영업활동현금흐름도 마이너스 197억원에서 마이너스 62억원으로 개선됐다. 아직 흑자 전환까지는 과제가 남아 있지만 현금 유출 규모를 줄이며 체질 개선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는 평가다. 업계는 에스디생명공학이 이제 재무 개선을 넘어 성장 가능성을 입증해야 하는 단계에 들어섰다고 보고 있다. 거래재개를 위해서는 경영 정상화뿐 아니라 사업 경쟁력과 지속가능성을 보여줘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 김 대표 영입 역시 화장품 사업 전문성을 강화하고 성장 전략 실행력을 높이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백 대표는 대원제약 창업주 고(故) 백부현 회장의 손자로 백승열 부회장의 장남이다. 현재 대원제약 헬스케어사업본부장을 맡아 일반의약품과 건강기능식품, 헬스케어 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업계는 형인 백인환 대표가 전문의약품 사업을, 백 대표가 화장품·건강기능식품 등 신사업 부문을 맡는 역할 분담이 본격화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백 대표는 2021년 대원헬스케어 인수 후 PMI(인수 후 통합) 작업을 주도하며 경영 정상화를 이끈 경험이 있다. 대원헬스케어에 이어 에스디생명공학까지 맡게 되면서 신사업 부문을 책임지는 오너 3세 경영인으로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는 평가다. 백 대표는 지난해 대표 선임 당시 "비용 구조 개선과 인적 쇄신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다소 소홀해졌던 사업 성장에 본격적으로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김 대표 영입은 취임 이후 처음 꺼내든 대형 성장 카드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김 대표는 "현 유통 채널에 대한 다각적 진단과 상품 중심의 영업·마케팅 전략을 통해 사업 구조를 체계화할 것"이라며 "메이저 ODM 네트워크와 신사업 순환구조 설계 경험을 바탕으로 성장 파이프라인 구축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결국 이번 인사의 성패는 실적으로 증명될 전망이다. 사업 재편과 재무 개선에 이어 성장 조직 구축까지 마친 에스디생명공학이 실제 매출 성장과 수익성 개선을 보여줄 수 있을지가 상장 유지의 핵심 변수로 꼽힌다. 김혜원 대표 영입은 에스디생명공학의 거래재개뿐 아니라 백인영 대표의 첫 경영 성적표가 될 전망이다.2026-06-17 08:04:22이석준 기자 -
늘어난 신약만큼 쌓여가는 비급여 항암제, 해법은 있나?[데일리팜=손형민·어윤호 기자] 그렇다면, 해법은 있을까? 첨단 신약이 늘어 갈수록 비급여 항암제도 쌓여가고 있는 현실은 환자들의 애를 태우고 있다. 혁신 항암신약 개발 속도가 빨라질수록 건강보험 급여체계가 감당해야 할 부담도 함께 커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면역항암제와 항체약물접합체(ADC), 이중특이항체, 방사성의약품, 유전자치료제 등 신규 기전 항암신약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암 환자의 생존율은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 일부 암종에서는 장기 생존을 넘어 완치 가능성까지 논의되는 시대가 열렸지만 건강보험 입장에서는 수억원에 달하는 고가 치료제에 대한 재정 부담 역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문제는 신약 개발과 허가 속도를 현재 급여체계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글로벌 표준치료로 자리잡은 치료제조차 급여 진입까지 수년이 걸리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으며 허가 이후 실제 환자들이 치료 혜택을 체감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고 있다. 실제 한국환자단체연합회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25년까지 건강보험에 등재된 항암제 32개의 허가 후 등재까지 소요 기간은 평균 659일로 집계됐다. 약 1년 10개월에 해당하는 기간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정부가 추진 중인 약가제도 개편이 새로운 해법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제네릭 약가 구조 개편을 통한 재정 효율화와 희귀·중증질환 치료제 신속등재, 약가 유연계약제 도입, 위험분담제 확대 등을 통해 혁신신약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것이 정부 구상이다. "돈이 아니라 가치의 문제"…급여 평가체계 변화 요구 공감대 의료계는 항암신약 급여 논의를 단순한 재정 문제로만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급여 논의 과정에서는 여전히 재정 영향이 가장 강력한 변수 중 하나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 현장의 인식이다. 한 종양내과 전문의는 "최근 급여 평가를 보면 치료 효과보다 예상 청구액 규모가 더 크게 작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특히 환자 수가 많은 암종은 약효가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재정 부담이 크다는 이유로 급여 논의가 길어지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결국 환자 수가 많을수록 오히려 급여 진입이 어려워지는 역설적인 상황도 나타난다"며 "생존 혜택이 입증된 치료제조차 재정 문제 때문에 접근성이 제한되는 구조는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 암질심 참여 전문가는 항암신약 급여 평가를 두고 "돈을 따지는 과정이 아니라 가치에 가격표를 붙이는 과정"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비용효과성은 단순히 약값이 높다, 낮다를 따지는 개념이 아니다. 생존 연장과 삶의 질 개선, 완치 가능성에 대해 얼마만큼의 비용을 지불할 의사가 있는지를 결정하는 과정"이라며 "우리나라 1인당 GDP 수준인 약 3만6000달러 정도를 기준으로 논의하는 경우가 많지만 중증질환 영역에서는 그 두 배 수준인 7만달러 이상도 수용 가능한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3만6000달러 이하라면 비교적 수용 가능성이 높고, 7만달러를 넘어가면 부담이 커질 수 있지만 그 사이 영역은 결국 어떤 가치를 우선할 것인지의 문제"라며 "이는 과학적 판단이라기보다 사회적 선택에 가깝다"고 덧붙였다. 현재 급여 평가 체계의 예측 가능성과 투명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적잖다. 현재 암질심 결과는 급여기준 설정, 급여기준 미설정, 재논의 등의 형태로 공개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요소가 결정에 영향을 미쳤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급여기준 미설정이라는 결과만 공개될 뿐 임상적 근거 부족 때문인지, 비용효과성 문제인지, 재정 영향 때문인지 구체적인 판단 근거를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기업 입장에서는 어떤 부분을 보완해야 다음 심의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할 수 있는지 예측하기 쉽지 않다"고 피력했다. 이어 "급여 평가가 재정과 환자 접근성 사이 균형을 찾는 과정이라는 점에는 공감하지만 의사결정 과정에 대한 설명이 부족할 경우 결과에 대한 수용성도 낮아질 수 있다"며 "평가 기준과 판단 근거를 보다 투명하게 공유하는 방향의 논의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제네릭 약가 개편…재정 절감 넘어 혁신신약 재투자 관건 정부가 추진하는 약가제도 개편 역시 같은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제네릭 약가 인하를 통해 확보한 재정이 혁신신약 접근성 향상으로 이어지고, 급여 체계가 치료 가치를 보다 유연하게 반영할 수 있게 된다면 이번 개편은 단순한 재정 절감 정책을 넘어 환자 중심 제도 개편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제네릭 및 특허만료 의약품의 약가 산정률을 기존 53.55%에서 45%로 낮추는 방안을 확정했다. 동시에 연구개발 투자 비중이 높은 혁신형·준혁신형 제약기업에 대해서는 약가 우대 혜택을 제공하는 구조를 마련했다. 정부는 이를 통해 제네릭 중심 시장 구조를 개선하고 연구개발 중심 산업으로의 전환을 유도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이번 개편안은 단순 약가 인하 정책이라기보다 산업 구조 재편의 성격이 강하다"며 "연구개발 투자가 부족한 기업은 자연스럽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고 신약 개발 역량을 갖춘 기업 중심으로 산업이 재편되기를 기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약가인하로 확보한 재정을 다시 혁신신약과 연구개발 투자로 연결하는 선순환 구조가 중요하다"며 "절감 효과만 강조되고 실제 접근성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제도 개편의 명분도 약해질 수 있다"고 피력했다. 약가인하로 확보한 재정이 단순 산업 지원에 그칠 것이 아니라 혁신신약 접근성과 필수의약품 공급 안정성 강화 등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영역으로 연결돼야 한다는 것이다. RSA 확대·약가 유연계약제…환자 접근성 높일 수 있을까 전문가들이 주목하는 부분은 위험분담제(RSA)와 약가 유연계약제 확대다. 위험분담제는 고가 신약의 재정 부담을 정부와 제약사가 분담하는 제도로 국내에서는 이미 다수의 항암제와 희귀질환 치료제가 이를 통해 급여권에 진입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현재의 환급형 중심 RSA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평가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급여 진입 이전 단계에서 거의 모든 판단을 끝내려는 구조"라며 "결과적으로 환자는 더 오래 기다리고 제도는 불확실성을 줄이는 데 많은 시간을 쓰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일정 수준의 불확실성을 수용하고 먼저 환자 접근성을 확보한 뒤 실제 사용 데이터를 통해 효과를 평가하고 약가를 조정하는 방식이 보다 현실적일 수 있다"며 "앞으로는 급여 전 심사보다 급여 후 관리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임상적 유용성 측면에서는 평가 기준에 대한 논의도 이어지고 있다. 과거에는 전체생존기간(OS)이 가장 중요한 임상적 근거로 여겨졌지만 최근에는 장기 생존과 재발 방지, 삶의 질 개선 등 다양한 가치가 함께 고려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 주요 혁신신약들은 OS 데이터가 성숙하지 않은 단계에서도 무진행생존기간(PFS) 개선, PFS2의 긍정적인 경향, 무질병생존기간(iDFS) 개선 등 장기 생존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한 종양내과 전문의는 "고형암에서 OS는 여전히 중요한 지표지만 최근 항암 치료 환경에서는 그것만으로 모든 가치를 설명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장기 생존 환자가 늘어나고 후속 치료 옵션도 다양해지면서 과거보다 OS 해석 자체가 복잡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난치암이나 희귀암의 경우 환자 수가 적고 예후가 좋지 않아 OS 데이터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며 "질환 특성과 미충족 의료수요를 고려하지 않은 채 OS만 절대적인 기준으로 적용할 경우 환자들이 새로운 치료 기회를 얻기까지 더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적응증 확대가 빠른 면역항암제와 ADC를 중심으로 기존 급여 체계의 유연성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표적으로 키트루다는 국내 허가 적응증만 35개에 달한다. 하나의 품목이 사실상 수십 개 치료제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적응증이 늘어날수록 급여 심의 역시 반복된다는 점이다. 하나의 적응증이 암질심이나 약평위 단계에서 장기간 논의될 경우 후속 적응증 역시 순차적으로 심의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 혁신신약의 개발 속도와 급여 심의 속도 사이 간극이 커질수록 환자 접근성 문제도 반복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KRPIA)가 적응증별 약가제도(Indication-Based Pricing) 도입을 주장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현재는 하나의 약물이 여러 적응증을 보유하더라도 동일한 약가 체계가 적용되지만 실제 임상 현장에서는 적응증에 따라 치료 효과와 환자 규모, 비용효과성이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단순 환급형을 넘어 성과 기반 위험분담계약 확대 필요성도 제기된다. 현재 국내 RSA는 예상 청구액 환급이나 총액제한 방식이 중심이지만 해외에서는 실제 치료 성과에 따라 제약사가 비용 일부를 부담하는 성과 기반 계약 모델도 확대되는 추세다. 결국 항암신약 급여 논의는 단순히 약값을 조정하는 문제가 아니다. 생존 연장과 완치 가능성, 환자 접근성 등 새롭게 등장한 치료 가치를 제도가 얼마나 담아낼 수 있느냐가 앞으로의 핵심 과제가 될 전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신약의 허가 여부가 중요했다면 지금은 환자가 실제 치료 혜택을 얼마나 빠르게 받을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한 시대가 됐다"며 "급여 체계 역시 치료 환경 변화에 맞춰 유연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진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2026-06-17 06:00:59손형민 기자, 어윤호 기자 -
유한양행 100년의 버팀목…'소유-경영' 분리가 이끈 혁신[데일리팜=차지현 기자] 유한양행에는 늘 '최초'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1936년 국내 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종업원 지주제를 도입했고 1962년 제약 업계 최초로 주식을 상장했다. 1969년에는 창업주 일가가 아닌 내부 출신 인사에게 경영을 맡기며 전문경영인 체제를 열었다. 이후 국내 첫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 항암신약까지 탄생시켰다. 그야말로 한국 제약산업의 변화를 앞장서 이끈 기업이다. 이 같은 성과의 비결은 소유와 경영을 철저히 분리한 지배구조에 있다. 유한양행 최대주주는 창업주가 보유 주식과 재산을 사회에 환원해 만든 공익법인 유한재단이다. 재단은 회사 지분을 장기 보유하되 일상 경영에는 직접 관여하지 않는 원칙을 고수한다. 이로써 안정적인 지배구조 아래 장기적인 연구개발 투자를 이어가는 동시에, 기업의 성장 과실을 다시 사회공헌에 투입하는 선순환 구조가 자리 잡았다. 기업은 사회의 것…주식과 경영권 내려놓은 유일한 박사 유한재단의 뿌리는 유한양행 창업주 고(故) 유일한 박사가 1965년 출연해 조성한 유한교육신탁기금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유 박사는 평생을 바쳐온 교육·장학사업과 사회원조사업을 영속적인 제도로 정착하기 위해 1970년 개인 주식 8만3000여주를 기탁해 '한국사회 및 교육원조신탁기금'을 공식 발족했다. 이는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결정이었다. 창업주가 회사 지분과 경영권을 자녀에게 물려주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유 박사는 기업을 가족의 재산이 아닌 사회의 자산으로 봤다. 회사에서 얻은 부와 성과 역시 후손에게 남기기보다 사회에 돌려줘야 한다고 판단했다. 유 박사의 이런 철학은 1971년 별세 후 공개된 유언장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유 박사는 장남에게 "대학까지 공부시켰으니 앞으로는 스스로 살아가라"는 뜻을 남겼다. 어린 손녀에게는 대학 졸업 때까지 필요한 학자금 1만 달러만을 지원하도록 했다. 외동딸 유재라 여사에게 맡긴 유한공고 주변 토지 5000평 역시 개인 재산으로 사용하지 않고 학생들이 자유롭게 이용하는 '유한동산'으로 조성하도록 했다. 가족에게 필요한 최소한의 기반만 남기고 나머지 재산을 사회에 귀속한 것이다. 유 박사가 생전 공익기관에 출연한 개인 주식은 당시 유한양행 발행주식의 40%에 달한다. 기업 이익 일부를 기부하는 데 그치지 않고 회사의 소유권 자체를 공익 영역으로 옮겼다는 데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창업주의 뜻이 후대에도 흔들리지 않고 이어질 수 있는 재단의 지속 가능한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도 상징성이 크다. 한국사회 및 교육원조신탁기금은 1977년 공익법인 관련 법률에 따라 재단법인 유한재단으로 전환됐다. 보유 주식 일부는 교육사업을 담당하는 유한학원과 나눴다. 기업은 유한양행이, 공익사업은 유한재단이, 교육사업은 유한학원이 담당하는 사회환원 체계가 갖춰졌다. 이후 유 박사의 뜻은 외동딸 유 여사에게로 이어졌다. 유 여사는 1977년부터 유한재단 이사장을 맡아 장학·복지사업을 이끌었고 1991년 별세를 앞두고 당시 시가 200억원 상당 전 재산을 재단에 기증했다. 이후 유 박사 여동생이자 간호계 원로인 유순한 여사와 유한양행도 주식과 재산을 추가로 출연했다. 창업주 한 사람의 결단에서 시작된 사회환원 정신이 가족과 회사로 이어진 셈이다. 국민 건강이 먼저…'건강입국'에 바친 독립운동가의 뚝심 유 박사는 1895년 평양에서 6남 3녀 가운데 장남으로 태어났다. 그는 부친 유기연의 영향으로 일찍이 개화사상과 나라 없는 민족의 현실을 접했다. 아홉 살이던 1904년 미국 유학길에 올라 네브래스카주에서 생활했고 1909년 독립운동가 박용만이 세운 한인소년병학교에 입학해 군사훈련과 민족교육을 받았다. 이후 미시간대학교에서 경제학을 공부하며 신문 배달과 아르바이트로 학비를 마련했다. 낯선 땅에서 학업과 생계를 스스로 책임졌지만 조국 독립에 대한 관심은 계속됐다. 유 박사는 1919년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한인자유대회에 참여해 한국의 독립 의지를 알리는 결의문 작성과 낭독에 나섰다. 대학 졸업 후에는 식품회사 라초이를 세워 사업가로 성공을 거뒀지만 고국으로 돌아가기로 결심했다. 1926년 유 박사가 귀국했을 당시 식민지 조선은 가난과 질병에 시달렸고 의약품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었다. 유 박사는 '건강한 국민만이 교육을 받을 수 있고 주권도 되찾을 수 있다'는 신념으로 제약업을 선택했다. 같은 해 12월 서울 종로에 유한양행을 설립한 유 박사는 초기 미국 의약품 공급을 시작으로 자체 생산과 제품 개발로 사업을 넓히며 기업을 통해 국민 건강과 국가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철학을 본격적으로 실천하기 시작했다. 유 박사가 세운 경영 원칙은 분명했다. 기업은 개인과 철저히 분리돼야 하며 투명경영과 성실납세를 최우선 가치로 삼아야 한다는 것. 그는 정실인사를 배격하기 위해 가족과 관계마저 엄격하게 구분했고 경영은 혈연이 아닌 능력과 책임에 따라 맡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철학은 1936년 종업원 지주제 도입으로 구체화됐다. 유 박사는 개인기업이던 유한양행을 주식회사로 전환하면서 임직원에게 회사 주식을 나눴다. 창업주와 가족이 회사 주식을 독점하던 당시 관행과 달리 종업원을 피고용인이 아닌 기업의 공동 소유자로 참여시킨 것이다. 기업 성장의 과실을 구성원과 공유하는 동시에 창업주 개인에게 집중된 소유권을 분산한 조치였다. 종업원 지주제는 일회성 조치에 머물지 않았다. 유한양행은 1973년 이를 사원지주제로 공식화하고 직급과 근무연한을 기준으로 직원들에게 주식을 배분했다. 이듬해에는 6만7500주를 추가 배정하며 직원의 경영 참여 기반을 넓혔다. 이에 따라 직원의 경영 참여와 성과 공유를 뒷받침하는 틀이 갖춰졌다. 인사에서도 혈연과 연고보다 능력과 전문성을 우선했다. 유한양행은 1957년 제약업계 최초로 사원을 공개 모집하고 의사·약사에게 의약품 정보를 전문적으로 전달하는 '디테일맨' 제도를 도입했다. 공개채용으로 선발한 9명에게 한 달간 제품과 약리 지식, 영업윤리 등을 교육한 뒤 현장에 배치했다. 연고가 아닌 능력을 기준으로 인재를 선발하고 육성하는 원칙이 이때부터 자리 잡았다. 소유 분산은 1962년 기업공개로 이어졌다. 유한양행은 자금 조달이 시급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국내 제약사 가운데 처음으로 주식을 증권시장에 상장했다. 주주가 늘어나면 경영이 복잡해질 수 있다는 내부 반대가 있었지만 유 박사는 기업이 한두 사람의 손에 머물러서는 장기적인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종업원에게 나눈 소유권을 일반 투자자에게까지 확대하면서 자본과 경영의 분리를 한층 강화했다. 1969년에는 경영권도 혈연에서 떼어냈다. 유 박사는 부사장으로 근무하던 장남 유일선 씨를 비롯한 친인척을 회사 경영에서 물러나게 하고 평사원으로 입사해 내부에서 성장한 조권순 전무에게 사장직을 맡겼다. 창업주가 생전에 가족 승계를 포기하고 전문경영인 체제를 공식화했다는 얘기다. 전문경영인 체제는 이후 유한양행 경영 원칙으로 자리 잡았다. 유한양행 역대 대표이사 대부분이 공채로 입사해 회사 내부에서 경력을 쌓은 인물들이다. 사장 임기는 3년이며 한 차례 연임을 포함해 최대 6년으로 제한된다. 내부 승진을 통해 경영의 연속성을 유지하되 특정 경영인에게 권한이 장기간 집중되는 것을 막는 구조다. 종업원 지주제와 기업공개로 소유를 분산하고 전문경영인 체제로 경영권을 분리한 뒤, 재단에 지분을 귀속하며 현재의 지배구조가 안착한 것이다. 최대주주는 재단, 경영은 전문경영인…유한양행 100년 지킨 분리 원칙 유한재단은 3월 말 기준 유한양행 지분 15.93%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유한재단의 성격은 일반 기업의 최대주주와 다르다. 재단법인은 주식회사가 아니어서 재단 자체를 소유하는 개인 주주가 없다. 특정 개인이나 가족이 재단 지분을 보유하거나 재단 재산을 상속받을 수도 없다. 유한재단이 보유한 유한양행 주식과 여기서 발생하는 배당수익의 최종 수혜자가 특정 개인이 아니라는 의미다. 유한양행의 경우 유한재단이 창업주 일가의 지배력 유지 수단으로 활용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다른 제약사 공익법인과 차별화된다. 국세청 공익법인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주요 상장 제약사 16곳 산하 공익법인 21곳 가운데 20곳이 제약사나 지주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또 15곳 제약사에서 창업주나 오너 2·3세, 배우자 등 오너일가가 이사장 또는 이사로 참여하고 있다. 대웅재단과 JW이종호재단, 가송재단 등은 오너 2·3세가 직접 이사장을 맡고 있다. 녹십자그룹과 광동제약, 동아쏘시오그룹 산하 재단에도 오너 후계자가 이사진으로 참여하고 있다. 재단 보유 지분이 오너일가 개인 지분과 결합해 그룹 지배력을 보완하는 구조다. 한미약품그룹의 경우 가현문화재단과 임성기재단이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특정 주주 측 우호지분 역할을 하면서 공익법인 의결권 행사를 둘러싼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반면 유한재단 이사회에 창업주 후손이 이름을 올리지 않고 있다. 재단 보유 지분이 창업주 일가의 개인 지분과 결합돼 경영권을 뒷받침하는 방식과도 거리가 멀다. 현재 유한재단은 원희목 이사장을 비롯한 이사 10명과 감사 2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 가운데 유한양행 전·현직 경영인은 이정희 이사와 조욱제 이사 2명이다. 회사 사정을 잘 아는 전문경영인이 재단과의 연결 역할을 맡되 외부 인사가 이사회의 다수를 구성하는 형태다. 재단 수장도 유한양행 퇴임 경영진이 관행적으로 이어받지 않는다. 유한재단은 2004년 제5대 한배호 이사장 이후 정원식 전 국무총리와 이필상 전 고려대 총장, 한승수 전 국무총리, 김중수 전 한국은행 총재를 거쳐 원희목 이사장까지 6대 연속 외부 인사에게 운영을 맡겼다. 회사와의 연속성을 유지하면서도 이사장직을 창업주 일가나 특정 경영인의 영향력 아래 두지 않는 운영 원칙을 이어온 것이다. 이 같은 지배구조는 '사람 중심 경영'이 뿌리내리는 토양이 됐다. 유한양행은 창업 이후 100년 동안 한 차례의 노사분규도 겪은 적이 없다. 전국적으로 노동 운동과 노사분규가 폭발했던 1987년 단 한 건의 탄압이나 갈등이 없었으며 IMF 외환위기(1998년)와 글로벌 금융위기(2009년) 같은 거대 경제 위기 속에서도 고용 조정 없이 노사 대타협으로 위기를 극복해 냈다. 직원을 기업의 공동 주체로 보는 경영 기조 아래, 회사 내부에서 경영진과 직원을 사용자와 노동자로 구분하는 '노사'(勞使) 대신 모두가 함께 일하는 구성원이라는 의미의 '노노'(勞勞) 정신을 강조해온 영향이다. 2025년 기준 임직원 평균 근속연수는 12년8개월에 달한다. 소유와 경영의 분리가 경영 안정뿐 아니라 구성원의 장기근속과 조직에 대한 신뢰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공익법인이 최대주주로 자리하고 전문경영진이 독립적으로 회사를 운영하는 지배구조는 혁신 신약개발의 기반으로도 작용했다. 구성원의 장기근속이 연구 경험과 전문성의 단절을 막고 조직 내에 축적되면서 유한양행은 긴 시간이 필요한 신약개발을 꾸준히 이어갈 수 있었다. 경영진도 특정 개인의 이해나 단기 실적 압박보다 회사의 장기 전략을 중심으로 의사결정을 내렸다. 유한양행의 지배구조는 공익재단이 기업의 장기 주주로 자리하는 덴마크 산업재단 모델과 닮았다. 전 세계를 뒤흔든 비만 치료제 '위고비'를 개발한 덴마크 노보노디스크는 노보노디스크재단이 지주회사 노보홀딩스 지분 100%를 보유하고 노보홀딩스가 노보노디스크와 노보네시스의 지배주주로 참여하는 구조로 운영된다. 노보홀딩스는 두 회사의 의결권 70% 이상을 확보해 안정적인 지배력을 유지하는 한편 배당과 투자수익을 생명과학 연구와 대학·병원 지원, 바이오기업 투자에 다시 투입한다. 노보노디스크가 창업주 일가의 세대 승계나 지분 매각 부담 없이 장기 연구개발과 산업 생태계 투자를 이어갈 수 있는 배경이다. 유한양행 역시 덴마크 못지않게 일찍이 소유와 경영을 철저히 분리하는 거버넌스 기틀을 완성한 셈이다. 재단은 안정적인 최대주주 역할에 집중하고 경영진은 정해진 임기 안에서 사업 성과를 책임지는 체제 덕분에 유한양행은 창업주 일가 상속이나 경영권 분쟁에 흔들리지 않고 장기 성장에 집중할 수 있었다. 창업주가 남긴 청지기 정신과 유한재단은 유한양행이 '오너 없는 회사'로 한 세기를 버티고 혁신 신약 성과까지 일군 핵심 동력이 됐다.2026-06-17 06:00:58차지현 기자 -
전문약 비중 96%→86%…알리코제약의 포트폴리오 변화[데일리팜=최다은 기자] 전문의약품 비중이 3년 만에 96%에서 86%로 낮아졌다. 같은 기간 건강기능식품 매출은 2억원에서 130억원으로 늘었다. 알리코제약의 사업 구조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전문의약품 중심 성장 전략에서 벗어나 건강기능식품과 화장품, 의료기기 등 비의약품 사업 비중을 확대하며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에 나서는 모습이다. 알리코제약의 지난해 전체 매출은 2012억원으로 전년 1904억원 대비 5.7%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0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52억원 영업손실에서 흑자전환했다. 이중 전문의약품 매출은 1720억원으로 전년 1686억원 대비 증가하며 실적 회복을 이끌었다. 전체 매출에서 전문의약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기준 85.5%로 집계된다. 다만 매출 구조에는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전문의약품 비중은 2023년 96.4%에서 2024년 88.5%, 지난해 85.5%로 낮아졌다. 반면 건강기능식품 사업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건강기능식품 매출은 2023년 2억원 수준에 불과했지만 2024년 79억원으로 급증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130억원까지 늘었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0.1%에서 4.1%, 6.5%로 확대됐다. 기타 사업 부문 역시 2023년 65억원에서 2024년 140억원, 지난해 162억원으로 증가했다. 이에 따라 전문의약품 외 사업 비중은 2023년 3.6%에서 지난해 14.5%까지 확대됐다. 이 같은 흐름은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올해 알리코제약의 1분기 매출은 483억원으로 집계된다. 건강기능식품 매출은 지난해 연간 130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 1분기에만 39억원을 기록하며 성장세를 이어갔다. 전체 매출 중 차지하는 비중도 8.1%로 커졌다. 알리코제약은 단순히 매출 확대에 그치지 않고 건강기능식품 사업에 대한 투자를 늘리겠다는 의지를 강조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말 건기식 사업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105억원 규모의 4회차 전환사채(CB)를 발행하기도 했다. 당시 알리코제약은 조달 자금 가운데 85억원은 채무 상환에 활용하고, 나머지 20억원은 건강기능식품 사업 관련 운영자금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을 내세웠다. 알리코제약 관계자는 "4회차 CB 자금은 건강기능식품 관련 매입비와 연구개발비 등에 사용하기 위해 추진된 자금 조달"이라고 밝혔다. 특히 올해 들어 건강기능식품과 화장품 사업 확대에 보폭을 높이고 있다. 지난 5월에는 기능성 화장품 브랜드 '이나벨로'를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플랫폼 아마존에 공식 입점시키며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섰다. 건강기능식품 유통 채널 확대에도 적극적이다. 최근 시니어 케어 플랫폼 기업 시니어브릿지와 건강기능식품 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프리미엄 후코이단'과 '테코자임 징크비타' 공급을 시작했다. 알리코제약은 향후 약가 산정기준 인하와 품질·허가 규제 강화, CSO 시장 재편, 환율 상승 등에 따른 비용 부담 확대를 주요 경영 리스크로 지목하고 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전문의약품과 일반의약품을 기반으로 성장과 수익성을 확보하는 한편 의료기기, 건강기능식품, 화장품, 동물의약품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겠다는 것이 회사 측 입장이다. 대표적으로 여성 헬스케어 브랜드 '위민업'과 의료기기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업계에서는 알리코제약의 사업 포트폴리오 변화가 국내 제네릭 시장 환경 변화와 무관치 않다고 보고 있다. 정부의 약가 정책 강화와 제네릭 경쟁 심화로 수익성 확보가 어려워지면서 다수의 중소제약사들이 건강기능식품과 일반의약품, 소비자 헬스케어 사업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알리코제약은 지난해 전문의약품 사업을 중심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자체적으로 약가 인하와 제네릭 경쟁 심화를 주요 리스크로 보고 있다"며 "건강기능식품뿐 아니라 의료기기, 화장품, 동물의약품까지 사업 영역을 확대하려는 것은 새로운 캐시카우를 확보하기 위한 움직임"고 말했다. 이어 "전문의약품으로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확보하면서 비의약품 사업을 얼마나 확실한 수익원으로 키울 수 있을지가 변수"라고 덧붙였다.2026-06-17 06:00:52최다은 기자 -
"B형간염 진료지침 개정…조기 개입 통한 간암 예방 강화"[데일리팜=손형민 기자] 대한간학회가 최근 B형간염 진료 가이드라인을 개정하면서 국내 만성 B형간염 치료 패러다임에도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이번 개정안은 기존 알라닌아미노전이효소(ALT) 수치 중심 기준에서 벗어나 HBV DNA 역가 기반 질환 위험도 평가 후 치료 대상 확대 방향으로 진료체계를 재정비한 것이 핵심이다. 특히 그동안 치료가 필요한 환자임에도 현행 기준상 적절한 조치를 받지 못했던 이른바 '회색지대' 환자들에 대한 치료 권고가 강화되면서 간암 예방을 위한 조기 개입 전략에 관심이 쏠린다. 16일 길리어드사이언스코리아는 '2026 간염 아카데미'를 개최하고 대한간학회의 B형간염 진료 가이드라인 개정 의미와 임상적 근거를 공유했다. 이번 개정 가이드라인의 가장 큰 변화는 만성 B형간염 자연경과 분류 체계를 B형간염바이러스(HBV) DNA 역가 중심으로 재정립했다는 점이다. 기존 국내 가이드라인은 ALT 수치가 정상 상한치의 2배 이상 지속되거나 간섬유화가 확인된 경우 등에 항바이러스 치료를 권고했다. 하지만 HBV DNA 수치가 높더라도 ALT 수치가 정상 범위에 머무르는 환자들은 치료 대상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많아 임상 현장에서 미충족 수요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실제 국내 연구에 따르면 전체 간암의 64%가 현행 건강보험 급여 기준 밖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HBV DNA 역가가 4~8 log10 IU/mL 수준인 중등도 바이러스혈증 환자군에서 간암 위험이 가장 높은 것으로 보고됐다. 대한간학회는 이러한 한계를 반영해 자연경과를 ▲고바이러스혈증(HBV DNA >8 log10 IU/mL) ▲HBeAg 양성 중등도 바이러스혈증 ▲저바이러스혈증(HBV DNA2026-06-17 06:00:48손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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