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서로 불편한 콜린 환수협상 해결책 없나
- 이혜경
- 2021-02-03 16:5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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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직까지 임상재평가 의사를 밝힌 제약회사들 중 어느 한 곳도 '임상시험에 실패할 경우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임상계획서를 제출한 날부터 삭제일까지 건강보험 처방액 전액을 건강보험공단에 반환한다'는 내용의 계약서에 합의하지 않은 상태다.
일련의 대응 과정을 보면 제약회사들은 끝내 급여환수 계약서에 서명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콜린알포를 둘러싸고 여러 소송이 진행되고 있고, 만약 제약회사들이 건보공단 협상테이블에 앉더라도 자신들의 입장에서 급여환수의 부당성을 강조하며 소송 근거자료를 만드는 선에서 끝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급여환수 명령 집행정지 기각 판결문을 보면, 행정법원은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 기준에 관한 규칙'만 가지곤 콜린 제제가 '환자의 진료에 반드시 필요하다고 인정되지 않는 약제'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협상 결렬 시 급여에서 삭제한다는 명확한 규정이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건보공단의 급여환수 협상에 불응하거나 결렬을 선언하면서 받을 페널티의 부담도 작아진 상황이다. 물론 복지부장관의 직권으로 급여삭제가 가능하지만, 급여환수만 떼 놓고 보면 제약회사 입장에서는 계약서에 서명만 하지 않으면 임상재평가 실패에 따른 부담은 덜 수 있다고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콜린 급여환수 협상은 예정대로 2월 10일에 종료될 것으로 보인다. 최종 결정권은 복지부장관에게로 넘어간다. 제약회사가 급여환수 계약서에 서명하지 않는다면, 복지부는 법률을 개정해 소급조항을 넣지 않는 이상 급여 재평가 대상인 콜린 제제에 대한 급여를 환수할 방법은 없어 보인다. 물론 복지부장관이 직권으로 급여삭제를 한다면 임상재평가 기간 동안 지출될 수 있는 건강보험 재정을 충분히 막아낼 수 있다. 하지만, 벌써 수십개에 달하는 소송에 추가 소송 부담까지 복지부가 감당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정부는 임상적 유용성이 미흡한 의약품에 대한 급여 적정성 재평가 제도를 추진하면서 첫 평가 대상으로 콜린 제제를 꼽았다. 올해는 비티스비니페라(포도씨·엽 추출물, 혈액순환 개선제) 등 5개 성분 157개 품목(98개 제약사)에 대한 재평가를 예고했다. 재평가도 중요하지만, 복지부는 제약회사들이 장관의 협상명령까지 집행정지로 대응할 수 밖에 없는 현실에 대한 고민도 필요해 보인다.
지난 두 달여간 건보공단과 제약회사 모두 어렵고 힘든 길을 걸어왔다. 건보공단 약가관리실 직원들은 본연의 업무 이외에도 12월 14일부터 2월 10일까지 명령이 내려온 임상재평가 조건부 계약을 끝내기 위해 힘을 쏟았다. 제약회사들은 임상재평가를 준비하기에도 바쁜데 급여환수 협상까지 신경을 써야 했다. 건보공단도 제약회사도 누구 하나 편할 날이 없었다.이 같은 과정은 공익과 사익이 충돌하는 제도를 설계하고 시행하는데 있어, 분명 겪을 수 밖에 없는 시행착오 중 하나이기도 하다.
복지부는 법률개정 등을 포함해 급여환수 등을 포함한 제도 개선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복지부 입장에서는 제약회사들의 개정 고시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 행정 소송이 악의적인 관행으로 보일 수도 있다. 이를 위해 재판 기간 동안 지출된 급여를 환수하는 등의 방안을 중심으로 제도를 개선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악의적 관행 처럼 보이는 제약회사들의 소송 의존도가 높아지는 이유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성이 있어 보인다. 급여 재평가를 준비하면서 현재의 상황까지 그려볼 수 있었다면, 소송 등에 쓰이는 시간과 재정 낭비 또한 막아내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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