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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백신 3상 고배…1300억 조달한 셀리드, 주인 바뀐다[데일리팜=김진구 기자] 국산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도전하며 한때 시가총액 1조원을 넘어섰던 셀리드가 창업 20년 만에 경영권 변경을 앞두고 있다. 백신 개발 과정에서 후보물질과 임상전략을 거듭 변경하고 1300억원이 넘는 자금을 조달했지만, 올해 6월 발표한 글로벌 임상 3상에서는 핵심 평가지표를 충족하지 못했다. 항암백신으로 창업…코로나19 팬데믹에 개발전략 확대 28일 업계에 따르면 셀리드는 지난 21일 의료정보기술 기업 휴니버스글로벌과 경영권 변경 계약을 체결했다. 코로나19 백신 임상 3상 결과를 발표한 지 약 3개월 만이다. 휴니버스글로벌은 100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셀리드의 새로운 최대주주가 될 예정이다. 셀리드는 서울대학교 약학대학 교수인 강창율 대표가 2006년 설립한 바이오벤처다. 독자적인 항암면역치료백신 플랫폼 '셀리백스(CeliVax)'를 기반으로 자궁경부암 치료용 백신 BVAC-C를 비롯한 항암백신 후보물질을 개발해 왔다. 2019년 2월에는 기술특례를 통해 코스닥에 상장했다. 당시 회사는 공모자금 약 394억원을 확보해 임상시험과 연구·생산시설 구축에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020년엔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뛰어들었다. 아데노바이러스 벡터 기술을 활용해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을 개발했고, 그해 12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임상 1·2a상 시험계획을 승인받았다. 개발 초기에는 국산 백신에 대한 기대가 높았다. 2021년 상반기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면서 셀리드의 주가도 급등했다. 2021년 7월에는 시가총액이 1조3000억원을 넘어섰다. 같은 달 주가는 장중 15만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그러나 개발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셀리드는 2021년 백신의 생산성과 경제성을 높이기 위해 아데노바이러스 벡터를 변경했다. 개량형 후보물질로 개발 방향을 수정하면서 임상시험계획도 다시 조정해야 했다. 2022년에는 임상 2b상에 진입했지만, 국내외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확대되면서 미접종 시험대상자를 모집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결국 같은 해 임상을 조기 종료했다. 셀리드는 개발을 중단하는 대신 변화한 접종 환경에 맞춰 전략을 다시 변경했다. 기존 바이러스에 대응하는 기초접종 백신에서 오미크론 변이에 대응하는 추가접종 백신으로 방향을 전환한 것이다. 2023년 7월에는 새로운 후보물질 'AdCLD-CoV19-1 OMI'의 글로벌 임상 3상을 승인받았다.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을 대조약으로 삼아 추가접종 시 면역원성과 안전성을 평가하는 시험이었다.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착수한 지 3년 만에 글로벌 임상 3상에 진입했지만, 당초 개발했던 후보물질과 임상전략을 잇달아 변경해야 했던 만큼 개발 기간도 길어졌다. 코로나 도전 이후 955억 조달…창업자 지분 8%대로 개발 기간이 길어지면서 연구개발 자금을 확보하기 위한 외부 조달도 반복됐다. 2021년에는 데일리파트너스가 운용하는 펀드를 대상으로 19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를 발행했다. 당시 셀리드는 조달자금 가운데 90억원을 마곡 본사시설 구축에, 나머지 100억원을 코로나19 백신을 비롯한 연구개발에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후에도 자금조달은 계속됐다. 2023년에는 당초 4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했지만, 주가 하락과 청약 부진 등으로 최종 조달 규모가 약 175억원으로 줄었다. 2024년에는 약 232억원, 2025년에는 약 358억원을 유상증자로 조달했다. 3년간 연속으로 실시한 증자 규모만 약 765억원이다. 2019년 IPO와 2021년 전환사채를 포함하면 상장 이후 주요 자금조달 규모는 약 1349억원이다. 이 가운데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뛰어든 이후 확보한 금액이 955억원에 달한다. 조달자금은 기존 항암백신 연구개발과 생산시설 구축, 운영자금 등에도 사용됐다. 지난해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는 강창율 대표가 3년 연속 유상증자를 결정한 데 대해 주주들에게 사과하기도 했다. 당시 강 대표는 코로나19 백신 임상 3상의 중간분석과 조건부 허가 신청 계획을 설명했다. 반복적인 증자 과정에서 창업자의 지분도 희석됐다. 2019년 말 19.42%였던 강 대표의 지분율은 올해 상반기 말 8.27%까지 낮아졌다. 재무적 부담도 이어졌다. 셀리드의 지난해 매출은 88억원으로 전년 42억원보다 두 배 이상 증가했지만, 영업손실 113억원과 당기순손실 121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6월 26일에는 글로벌 임상 3상 결과가 발표됐다. 셀리드는 오미크론 대응 백신 'AdCLD-CoV19-1 OMI'와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을 비교한 임상에서 1차 면역원성 평가지표의 비열등성을 입증하지 못했다. 접종 28일 후 중화항체의 보정 기하평균역가 비율은 0.42로, 95% 신뢰구간 하한이 0.38에 그쳤다. 사전에 설정한 비열등성 기준인 0.67에 미치지 못한 것이다. 중화항체가 4배 이상 증가한 시험대상자의 비율인 혈청반응률 역시 셀리드 백신 접종군은 17.12%, 대조군은 42.64%로 나타났다. 두 시험군의 차이는 -25.51%포인트로, 비열등성 허용한계인 -10%포인트를 충족하지 못했다. 안전성 측면에서는 중대한 약물이상반응이 보고되지 않았다. 셀리드는 확보한 안전성 결과를 토대로 개발을 지속하되, 면역원성 결과를 보완할 추가 임상시험 설계와 개발전략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3년 연속 증자로 개발자금을 마련했지만 글로벌 임상 3상에서도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셀리드는 3개월여 만에 경영권 변경 계약을 체결했다. 제약업계에선 글로벌 3상 결과가 경영권 변경에 적잖은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의료IT 기업 새 주인으로…코로나 백신 개발 프로젝트 지속할까 셀리드는 지난 21일 휴니버스글로벌과 신주발행을 통한 경영권 변경 계약을 체결했다. 휴니버스글로벌이 약 100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보통주 479만6163주를 인수하는 방식이다. 증자대금 납입 예정일은 11월 9일이다. 예정대로 납입이 완료되면 휴니버스글로벌이 새로운 최대주주가 되고 강창율 대표는 2대 주주로 내려간다. 경영권도 휴니버스글로벌 측으로 넘어간다. 양측은 신주 납입과 추가 전환사채 투자 유치를 전제로 이사회를 휴니버스글로벌 측 추천 4명과 기존 최대주주 측 추천 2명으로 구성하기로 했다. 대표이사 역시 휴니버스글로벌 측이 지정하는 인사를 선임할 계획이다. 새 최대주주로 예정된 휴니버스글로벌은 2019년 설립된 의료정보기술 기업이다. 의약품 개발·제조 이력은 없다. 고려대학교의료기술지주가 지분 37%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병원정보시스템 개발과 의료데이터 교환·운영이 주요 사업이다. 지난해 매출은 34억원, 당기순손실은 30억원이었다. 지난해 말 기준 자산총계는 89억원, 부채총계는 81억원, 자본총계는 8억원이다. 휴니버스글로벌이 셀리드 인수를 통해 추진하려는 사업은 의료데이터를 활용한 개인 맞춤형 항암백신 개발이다. 양사는 휴니버스글로벌의 정밀의료병원정보시스템과 의료데이터 인프라를 셀리드의 항암면역치료백신 BVAC 파이프라인에 접목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한 공동 플랫폼을 구축하고 신규 연구개발도 추진하기로 했다. 이번 유상증자로 확보하는 100억원은 기존 연구개발과 임상시험, 공동 플랫폼 구축 등에 투입할 예정이다. 기존 사업과 신규 사업에 필요한 추가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전환사채 투자 유치도 추진한다. 다만 구체적인 규모와 발행 조건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강창율 대표는 최대주주 변경 이후에도 2대 주주로 남아 기존 항암백신과 코로나19 예방백신의 개발·상용화를 추진할 예정이다. 휴니버스글로벌과의 신규 사업 협력에도 참여한다는 방침이다. 관건은 기존 코로나19 백신 개발사업의 향방이다. 글로벌 임상 3상에서 비열등성을 입증하지 못한 만큼 추가 임상을 위한 개발전략과 자금 마련이 필수적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이와 관련한 구체적인 후속 임상 일정과 비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새롭게 추진하는 맞춤형 항암백신 사업도 아직 구체적인 후보물질과 개발 일정이 제시되지 않은 상태다. 의료데이터와 기존 백신 플랫폼의 결합이 실제 연구개발 성과로 이어지기까지는 추가적인 투자와 기술 검증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2026-09-28 11:57:24김진구 기자 -
[데스크 시선] 상폐 유예 '위험한 호재'가 쏟아진다[데일리팜=이석준 기자] 퇴출 시계가 6개월 늦춰졌다. 내년 1월로 예정됐던 상장폐지 시가총액 기준 강화가 내년 7월로 미뤄졌다. 코스피는 500억원, 코스닥은 300억원 기준을 피할 시간을 반년 더 벌었다. 유예는 구제가 아니다. 기준을 없앤 것도 아니다. 그런데 시장에서는 벌써 ‘살아남을 시간’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문제는 일부 기업이 이 시간을 실적 개선보다 주가 부양에 쓸 수 있다는 점이다. 상장폐지 시가총액 기준은 단순하다. 시가총액이 기준을 밑도는 상태가 일정 기간 이어지면 상장폐지 대상이 될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 가장 확실한 해법은 돈을 버는 것이다. 매출을 늘리고 적자를 줄여 시장의 평가를 바꾸면 된다. 하지만 사업을 바꾸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신약을 개발하거나 품목을 도입해도 당장 실적에 반영되기 어렵다. 생산시설 투자도 마찬가지다. 6개월 안에 본업으로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기는 쉽지 않다. 반면 주가를 움직이는 데는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다. 신사업 진출, 대규모 공급계약, 해외 사업 추진, 전략적 투자 소식이 나오면 단기간에 투자자가 몰릴 수 있다. 인공지능(AI)이나 비만·탈모 치료제처럼 시장이 선호하는 소재가 붙으면 반응은 더 빨라진다. 이른바 ‘위험한 호재’가 등장할 수 있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당장 상장폐지되지 않을 테니 주식을 사두라”는 제안까지 나온다. 퇴출 유예를 투자 호재로 둔갑시킨 위험한 셈법이다. 공시 자체가 거짓이라는 뜻은 아니다. 신사업을 검토하거나 협력 논의를 시작한 것도 사실일 수 있다. 다만 초기 검토를 사업 확정처럼 포장하고, 양해각서를 매출로 이어질 계약처럼 부풀리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자금과 인력, 기술이 뒷받침되지 않은 계획은 호재가 아니라 주가를 붙잡기 위한 문장에 가깝다. 제약·바이오 기업은 이런 포장이 특히 쉽다. 연구개발은 결과가 나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후보물질 도입이나 공동연구 계약만으로도 미래 매출을 크게 제시할 수 있다. 해외 진출 역시 허가 신청과 유통 계약, 초도물량 공급, 실제 시장 안착 사이에 큰 간격이 있다. 투자자는 발표의 크기보다 실행 조건을 봐야 한다. 계약 상대방은 누구인지, 계약금이 오갔는지, 최소 구매수량이 있는지, 해지 조건은 무엇인지 따져야 한다. 신사업이라면 필요한 자금과 인력, 구체적인 일정이 확인돼야 한다. ‘추진’, ‘협의’, ‘검토’만 반복된다면 한 번 더 의심할 필요가 있다. 더 위험한 신호도 있다. 호재 발표 전후로 최대주주나 주요 주주의 지분 매각, 전환사채 전환, 유상증자가 이어지는 경우다. 발표가 회사의 성장을 위한 것인지, 자금 조달과 주식 매도를 돕기 위한 것인지 구분해야 한다. 시가총액 기준 유예는 일시적인 시장 충격을 줄이는 안전장치다. 기업에 억지로 주가를 올릴 시간을 준 조치가 아니다. 기업은 주가를 끌어올리는 대신 6개월 동안 재무구조와 사업 경쟁력을 보완해야 한다. 금융당국과 거래소도 유예 결정으로 끝내서는 안 된다. 기준 미달 우려 기업이 내놓는 계약과 신사업 공시를 더 세밀하게 살펴야 한다. 계획이 반복해서 지연되거나 취소되는 기업, 발표 직후 자금 조달과 지분 매각이 이어지는 기업은 집중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 퇴출 시계는 멈추지 않았다. 단지 6개월 늦춰졌을 뿐이다. 그사이 기업의 체질이 달라지지 않으면 결론도 바뀌기 어렵다. 남은 시간이 짧을수록 말은 커질 수 있다. 투자자가 봐야 할 것은 화려한 호재가 아니다. 이를 실제 매출과 현금으로 바꿀 능력이다. 상폐를 피하려고 만든 호재라면 약효는 짧고 후유증은 길다.2026-09-28 06:27:44이석준 기자 -
사채 473억 갚은 대원제약…차입금 137억 줄였다[데일리팜=이석준 기자] 대원제약이 올해 상반기 회사채와 전환사채 473억원을 상환했다. 장기차입금 384억원을 새로 조달했지만 전체 차입금은 지난해 말보다 137억원 줄었다. 에스디생명공학 인수와 사업 확대 과정에서 늘어난 차입금을 줄이기 시작했다. 회사채와 전환사채를 모두 갚으면서 사채 가운데 교환사채만 남았다. 대원제약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연결 기준 전체 차입금은 지난해 말 1981억원(은행 등 금융기관 차입금 1365억원·각종 사채 616억원)에서 올해 6월 말 1844억원으로 6.9% 감소했다. 2022년 말부터 늘어온 차입금이 올해 상반기 처음 줄었다. 차입금 감소는 사채 상환 영향이 컸다. 대원제약은 상반기 회사채 302억원과 전환사채 171억원을 상환했다. 두 사채 상환액을 합하면 473억원이다. 이에 지난해 말 300억원이었던 회사채 잔액과 167억원 규모였던 전환사채 잔액이 6월 말 모두 사라졌다. 자본시장에서 조달한 자금 가운데 남은 물량은 장부가액 152억원의 교환사채뿐이다. 대원제약은 사채를 갚는 동시에 장기차입금 384억원을 새로 조달했다. 여러 종류로 나뉘었던 빚도 단순해졌다. 회사채와 전환사채를 갚으면서 은행에서 빌린 돈이 대부분을 차지하게 됐다. 상반기 말 금융기관 차입금은 1692억원으로 전체 차입금의 91.8%를 차지한다. 차입금 증가는 인수와 사업 확대가 이어진 시기와 맞물린다. 대원제약은 2023년 말 에스디생명공학 지분 72.9%를 400억원에 인수했다. 연결 기준 전체 차입금은 2022년 말 1142억원에서 2023년 말 1440억원, 2024년 말 1826억원, 지난해 말 1981억원으로 늘었다. 대규모 상환에도 투자는 이어갔다. 대원제약은 상반기 유형자산 취득에 99억원, 무형자산 취득에 56억원을 투입했다. 배당금도 54억원 지급했다. 투자와 주주환원을 병행하면서 사채를 상환하고 전체 차입금을 낮춘 셈이다. 남은 차입금의 만기 관리도 필요하다. 6월 말 단기차입금과 1년 안에 갚아야 할 장기차입금은 총 1249억원이다. 현금과 단기금융상품을 합친 현금성 자산은 662억원이다. 상반기 영업활동현금흐름은 48억원의 순유입을 기록했다. 실적도 개선됐다. 대원제약의 상반기 연결 매출은 3109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1% 증가했다. 순이익은 14억원에서 57억원으로 4배가량 늘었다. 매출 성장과 순이익 개선이 이어지면 추가적인 차입금 감축에도 힘이 실릴 전망이다.2026-09-21 11:59:31이석준 기자 -
제이투케이바이오, K-뷰티 수출 타고 영업익 3배 전망[데일리팜=황병우 기자]K-뷰티 수출 확대가 화장품 원료 전문기업 제이투케이바이오의 실적 성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국내 대형 화장품 제조사를 통해 공급한 원료가 해외 판매 증가와 맞물려 주문 확대로 연결되는 가운데 신규 고객사 유입과 기존 거래처의 발주 증가도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올해는 매출 520억원, 영업이익 90억원 수준까지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그로쓰리서치에 따르면 제이투케이바이오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267억3000만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69.2%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46억1000만원으로 348.0% 늘었다. 상반기 영업이익만으로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 29억2000만원을 넘어섰다. 올해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 90억원이 현실화되면 전년보다 약 3배 증가하게 된다. 실적 개선의 중심에는 화장품 원료 사업이 있다. 원료 사업이 중심인 별도 기준 상반기 매출은 237억9000만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62.3% 증가했다. 매출 증가에 비해 비용 부담이 크게 늘지 않으면서 수익성도 빠르게 개선됐다. 별도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상반기 12.2%에서 올해 상반기 22.3%로 높아졌다. 제이투케이바이오는 2017년 설립돼 2024년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화장품용 천연소재와 바이오소재 개발·생산이 주력 사업이며, 화장품과 건강기능식품의 안전성 및 효능을 평가하는 임상서비스 사업도 운영하고 있다. 천연소재는 식물과 광물 등에서 유효성분을 추출·가공한 원료로 보습과 항산화 기능을 내세운 스킨케어 제품 등에 적용된다. 바이오소재는 미생물 배양과 발효 기술을 활용하며 자체 균주 소재와 PDRN, 펩타이드 등으로 제품군을 확대하고 있다. 주요 고객사는 한국콜마와 코스맥스, 코스메카코리아 등 국내 대형 화장품 제조업체다. 직접 수출 비중은 높지 않지만 고객사가 생산한 화장품이 해외에서 판매되는 구조여서 K-뷰티 수출 증가가 원료 주문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 국내 화장품 수출 증가세도 이어지고 있다. 올해 8월 화장품 수출액은 13억1000만달러로 전년 동월보다 52.1% 증가했다. 9월 1~10일 수출액도 4억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46.1% 늘었다. 북미 중심이던 수출 지역이 유럽과 중남미 등으로 넓어지는 점도 원료업체에는 긍정적인 요인이다. 완제품 판매 지역과 브랜드가 다양해질수록 신규 원료와 기능성 소재에 대한 수요도 함께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제이투케이바이오의 실제 발주 고객사는 지난해 333곳에서 올해 상반기 345곳으로 늘었다. 화장품 원료는 제품에 한 번 채택되면 변경 과정에서 별도 검증이 필요한 경우가 많아 반복 주문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 신규 고객 증가와 기존 고객의 주문 확대가 동시에 발생하면 매출 성장의 가시성이 높아지는 구조다. 자체 임상센터도 원료 사업의 경쟁력을 보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외부 시험기관을 이용할 경우 효능 자료 확보에 통상 4~6주가 필요하지만, 제이투케이바이오는 자체 임상센터를 활용해 시험 항목에 따라 약 1~2주 안에 결과를 확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소재 개발부터 제형 기획, 임상 검증을 하나의 과정으로 연결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고객사가 원하는 기능을 제품 개발 초기부터 반영하면 자체 원료가 최종 제품에 채택될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임상센터는 외부 브랜드와 제조사의 안전성·효능 평가도 수주하고 있다. 현재는 설비 감가상각비와 인력 비용 영향으로 적자를 기록하고 있지만, 회사는 외부 수주와 가동률을 높여 2027년 하반기 손익분기점 도달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다만 성장세가 이어질 경우 생산능력 확대가 필요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 설비에서 대응 가능한 매출 규모는 연간 약 500억~600억원으로 추정된다. 올해 예상 매출이 520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추가 주문 증가에 대비한 생산 여력 확보가 필요한 구간에 접어들고 있다. 회사는 이미 매입한 인근 건물에 생산설비를 추가하는 방안을 준비 중이다. 별도로 약 2600평 규모 부지도 확보해 장기적으로 생산시설과 연구소를 통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신규 부지에 통합 공장을 건설할 경우 200억원 이상의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보유 현금과 기존 공장 매각대금, 금융기관 대출 등이 우선적인 자금조달 수단으로 거론되며 신사업 투자가 겹칠 경우 100억원 미만의 전환사채 발행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고객 집중도 역시 향후 실적 안정성을 좌우할 변수다. 올해 상반기 기준 6개 핵심 고객사가 별도 매출의 약 52%를 차지하고 있어 주요 고객사의 판매 부진이나 재고 조정이 원료 주문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은 남아 있다. 올해 연간 매출은 지난해 329억7000만원보다 57.7% 증가한 520억원, 영업이익은 29억2000만원에서 90억원으로 208.2%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K-뷰티 수출 확대와 고객 기반 확장, 원료 사업의 수익성 개선이 실적을 끌어올리는 가운데 향후 성장의 지속성은 생산능력 확충과 고객 다변화, 임상센터의 수익성 개선 여부가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2026-09-17 10:33:02황병우 기자 -
화일약품 주인 파마앤바이오조합으로 바뀐다…750억에 매각[데일리팜=이석준 기자] 화일약품의 주인이 바뀔 예정이다. 현재 주주인 오성첨단소재와 금호에이치티가 보유 주식을 파마앤바이오 신기술조합에 팔기로 했다. 거래금액은 750억원이다. 화일약품이 15일 공시한 계약에 따르면 두 회사가 파는 주식은 234만3750주다. 화일약품 전체 주식의 27.84%다. 가격은 주당 3만2000원이다. 매수인은 계약금 200억원과 잔금 550억원을 나눠 지급한다. 잔금 지급 예정일은 11월 19일이다. 거래가 마무리되면 파마앤바이오 신기술조합이 화일약품의 최대주주가 된다. 매각대금 750억원은 화일약품이 받는 돈이 아니다. 주식을 파는 오성첨단소재와 금호에이치티가 받는다. 이미 발행된 주식의 주인이 바뀌는 거래이기 때문이다. 화일약품은 별도로 운영자금을 마련한다. 파마앤바이오 신기술조합에 새 주식을 발행해 약 100억원을 받기로 했다. 납입 예정일은 12월 30일이다. 이 거래까지 마무리되면 조합의 화일약품 지분은 약 38%가 된다. 전환사채(CB)도 발행한다. 이를 통해 100억원을 조달할 계획이다. 전환사채는 처음에는 빌린 돈으로 처리되지만, 정해진 조건에 따라 나중에 주식으로 바꿀 수 있다. 납입 예정일은 10월 8일이다. 결국 돈의 흐름은 두 갈래다. 경영권 매각대금 750억원은 기존 주주에게 간다. 화일약품에는 유상증자와 전환사채 대금이 예정대로 납입되면 200억원이 들어온다.2026-09-16 21:17:14이석준 기자 -
바이오 CB 부메랑…주가 하락에 조기상환 봇물·현금 압박[데일리팜=차지현 기자] 바이오 기업의 자금조달 창구 역할을 했던 전환사채(CB)가 부메랑이 돼 돌아오고 있다. 주가 부진으로 CB 주식 전환 매력이 떨어지면서 투자자가 조기상환청구권을 행사해 원리금 회수에 나서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이다. 보유 현금이 충분하지 않은 기업은 대규모 조기상환 요구가 한꺼번에 몰릴 경우 유동성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HLB는 지난 8일 제38회차 CB 중 권면액 13억원어치를 만기 전에 취득했다. 사채권자의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 행사에 따른 것으로 회사는 원금과 이자를 합쳐 14억525만원을 지급했다. 취득 물량은 등록 말소 후 소각할 예정으로 취득 후 남은 CB는 65억원이다. 같은 날 퀀타매트릭스도 제2회차 CB 중 권면액 64억5800만원어치를 만기 전에 취득했다. 사채권자가 풋옵션을 행사하면서다. 회사가 지급한 금액은 원금과 이자를 포함해 68억6948만원이다. 퀀타매트릭스가 이번 CB를 취득한 후 남은 CB 잔량은 3억6000만원이다. 앞서 루닛은 지난달 3일 사채권자의 조기상환청구에 따라 제1회차 CB 권면액 446억9480만원을 취득하면서 원리금 523억6396만원을 지급했다. 같은 달 31일에도 제2회차 CB 27억570만원에 대한 조기상환청구가 들어와 31억7027만원을 추가 지급했다. 덴티스와 압타바이오 등에서도 투자자들의 원리금 회수가 이어졌다. 덴티스는 지난달 24일 제3회차 CB 105억원 전액에 대한 조기상환청구를 받아 111억4678만원을 지급했다. 압타바이오도 같은 날 44억4600만원 규모 CB를 만기 전 취득하면서 원리금 48억5826만원을 지급했다. 한국파마와 프리시젼바이오, 차바이오텍, 에스바이오메딕스, 나이벡, HLB생명과학 등에서도 사채권자의 조기상환청구권 행사가 이어졌다. 최근 바이오 기업의 만기 전 CB 조기 상환 사례가 속속 이어지고 있다. 최근 한 달여간 CB 만기 전 취득 관련 공시를 올린 바이오·헬스케어 기업만 17곳에 달한다. 이 가운데 루닛과 HLB테라퓨틱스, HLB생명과학 등은 같은 기간 두 차례씩 관련 공시를 올렸다. CB는 채권과 주식의 성격을 함께 가진 주식연계채권이다. 기업은 투자자에게 일정한 이자를 지급하는 대신 정해진 전환가격으로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한다. 주가가 전환가를 웃돌면 투자자는 주식으로 전환해 차익을 기대할 수 있지만 주가가 전환가를 밑돌면 전환 유인이 떨어진다. 이때 일정 시점부터 원금과 약정 이자를 돌려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조기상환청구권, 이른바 풋옵션이다. 바이오 기업의 만기 전 CB 취득이 무조건 악재는 아니다. 주식으로 전환하기 전까지 CB는 회계상 부채로 인식된다. 자금 여력이 넉넉한 기업이 CB를 조기상환하면 재무구조가 개선될 수 있다. 일반 주식 투자자 입장에선 CB 발행으로 인한 잠재적 물량(오버행) 우려도 해소할 수 있다. 그러나 주가 하락으로 채권자가 풋옵션을 요청한 경우엔 의미가 다르다. 채권자가 CB를 만기까지 보유해도 실익이 없다고 판단, 투자에서 발을 빼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투자자들이 국내 바이오 업종에 대한 주가 전망을 다소 부정적으로 내다본 셈이다. 무엇보다 잉여자금이 부족한 기업은 유동성 위기에 처할 수도 있다. 수익원 없이 신약개발에 막대한 비용과 기간을 투자해야 하는 바이오 기업은 자금 사정이 넉넉치 않은 편이다. 자금줄이 막혀 연구개발(R&D)이나 임상계획 등에 차질이 생기는 걸 넘어, 생존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이 기존 CB 상환을 위해 다시 CB를 발행하거나 차입에 나서면 '돌려막기' 우려가 불거질 수 있다. 당장의 상환 부담은 넘길 수 있지만 부채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만기만 뒤로 미뤄지는 데 그칠 수 있어서다. 새 CB의 금리나 전환가격 등 조건이 기존보다 불리하다면 이자 부담과 잠재적 지분 희석 가능성까지 확대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덴티스가 대표적이다. 덴티스는 지난달 24일 제3회차 CB 105억원 전액에 대한 풋옵션 행사에 대응하면서 제4회차 CB로 조달한 80억원과 보유자금을 상환 재원으로 사용했다. 기존 CB 상환을 위해 신규 CB를 활용한 차환 방식으로 단기 유동성 부담은 낮췄지만 향후 새 CB의 상환과 전환 부담이 다시 남는 구조다. 물론 최근 만기 전 CB 취득이 모두 주가 부진에 따른 투자자의 자금 회수인 것은 아니다. 오히려 회사가 먼저 CB를 거둬들여 잠재적인 주식 전환 물량을 줄이는 사례도 있다. 뷰노는 지난달 26일 제2회차 영구전환사채의 잔여 권면액 88억4000만원 전액에 대해 발행회사의 중도상환권을 행사했다. 원금과 상환이자를 합쳐 93억4219만원을 자기자금으로 지급하면서 해당 CB를 모두 정리했다. 선바이오도 지난 7일 제4회차 CB 15억원에 대해 발행회사가 매도청구권(콜옵션)을 행사했다. 투자자가 원리금을 돌려달라고 요구한 것이 아니라 회사가 사채권자에게 CB를 넘기도록 요구한 경우다. 회사가 CB를 회수해 소각하면 향후 주식으로 전환될 수 있는 물량이 줄어 오버행과 기존 주주의 지분 희석 우려를 낮출 수 있다. 현금을 지급하는 대신 CB를 자본으로 바꾼 사례도 있다. HLB테라퓨틱스는 제17회차 CB 60억원을 출자전환을 통해 정리했다. 원리금 61억990만원을 제3자배정 유상증자 납입자금과 상계하고 사채권을 소각하는 방식이다. 회사 입장에서는 대규모 현금 유출 없이 부채를 없앨 수 있지만 신주가 발행되는 만큼 기존 주주의 지분은 희석될 수 있다. 에스티팜은 회사가 먼저 CB 회수에 나선 경우다. 에스티팜은 지난달 10일 제2회차 CB 300억원을 만기 전에 취득했다. 이 가운데 295억5000만원은 회사가 콜옵션을 행사해 직접 회수한 물량이고 사채권자의 풋옵션 행사분은 4억5000만원에 불과했다. 충분한 현금 여력을 바탕으로 잠재 오버행 부담을 관리하기 위한 조치라는 게 회사 측 입장이다.2026-09-14 12:01:36차지현 기자 -
지분 먼저냐, 경영 먼저냐…제약 오너가 2030 승계 시계[데일리팜=최다은 기자] 제약업계 오너가의 세대교체가 속도를 내고 있지만 승계 방식은 회사마다 제각각이다. 자녀에게 지분을 먼저 넘겨 경영권 승계의 토대를 닦는 곳이 있는가 하면, 기존 오너가 지분을 유지한 채 자녀를 이사회나 핵심 사업에 먼저 배치하는 회사도 있다. 1980년대 후반~1990년대생 오너가 자녀들은 개발과 글로벌 사업, 투자, 전략기획, 신사업 등 회사의 핵심 영역으로 활동 반경을 넓히고 있다. 다만 경영 참여가 곧 지분 승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경영 일선에 선 시점과 지분을 넘겨받는 속도는 회사마다 큰 차이를 보였다. 올해 6월 말 기준 주요 제약·바이오기업 차세대 오너가의 직접 지분은 0.01%에서 4%대까지 큰 차이를 보였다. HLB처럼 자녀가 각각 0.01%만 보유한 채 주요 계열사 경영에 참여하는 곳이 있는 반면 휴온스는 장남이 지주사 지분 4% 이상을 확보한 상태에서 핵심 사업회사의 경영을 맡고 있다. 같은 오너가 안에서도 차이가 나타났다. 종근당은 지주사에서는 세 자녀의 지분이 비슷하지만 사업회사 지분 이전과 경영 참여에서는 장남이 앞서고 있다. 마더스제약은 남매의 지분율이 비슷한 반면 경영에는 장남이 먼저 참여했다. 지주회사 체제에서는 사업회사 직접 지분만 봐서는 승계 흐름을 제대로 읽기 어렵다. JW처럼 사업회사 지분은 0%대에 불과하지만 지주회사에서는 오너 일가의 지분이 크게 움직이는 사례도 있다. 결국 제약가의 세대교체에는 지분 승계와 경영 승계 두 관점을 동시에 확인해야 한다. HLB·파마리서치·동국·녹십자, 지분은 0%대…경영 참여 먼저 지분 승계보다 경영 참여가 먼저 시작된 곳으로는 동국제약, 녹십자, 파마리서치, HLB 등이 꼽힌다. 차세대 오너가의 상장사 직접 지분은 0%대에 머물고 있지만 이미 이사회나 주요 사업에서 경영 경험을 쌓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동국제약은 차세대 오너가의 직접 지분보다 경영 참여가 앞선다. 권기범(59) 회장의 장남인 권병훈 이사은 올해 6월 말 동국제약 지분 0.18%를 보유하고 있다. 2024년 동국제약 경영관리본부 재무기획실에 입사해 재무 실무를 시작했고 이후 회사가 인수한 리봄화장품 경영에도 참여했다. 반면 권 회장을 중심으로 한 현 지배구조는 공고하다. 권 회장은 동국제약 지분 19.17%를 직접 보유하고 있다. 동시에 동국제약 최대주주인 디케이앤컴 지분 50.80%를 가진 최대주주다. 디케이앤컴은 동국제약 지분 20.62%를 보유하고 있다. 동국생명과학에서도 같은 지배구조가 나타난다. 올해 6월 말 동국생명과학은 동국제약이 39.50%를 보유한 최대주주이며 권 회장이 직접 11.11%, 디케이앤컴이 7.55%를 갖고 있다. 세 주체의 지분을 합하면 58.16%다. GC녹십자그룹 역시 차세대 오너가가 일정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지분 승계보다 핵심 사업에서의 경영 경험 축적이 상대적으로 앞서 있는 사례로 볼 수 있다. 올해 6월 말 기준 허일섭(72) 회장의 장남 허진성 녹십자홀딩스 경영관리본부장의 GC녹십자홀딩스 지분율은 0.87%, 차남 허진훈 GC녹십자 알리글로팀장은 0.85%다. 두 사람의 지분율 차이는 0.02%포인트에 불과하다. 반면 최대주주인 허일섭 회장이 12.29%를 보유하고 있다. 파마리서치도 비슷하다. 정상수(68) 의장의 장남인 정래승 사내이사의 올해 6월 말 파마리서치 지분율은 0.09%다. 정상수 의장이 30.80%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부자 간 지분 격차는 30%포인트를 넘는다. 지분과 달리 경영 참여는 이미 시작됐다. 정 이사는 지난해 파마리서치 사내이사로 합류해 투자전략 수립과 투자심사를 담당하고 있다. 현 오너가 지분 대부분을 유지한 상황에서 자녀가 이사회에 먼저 진입해 경영 경험을 쌓는 구조다. HLB그룹에서는 진양곤(60) 회장의 두 딸이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올해 6월 말 기준 장녀 진유림 HLB 이사와 차녀 진인혜 베리스모테라퓨틱스 상무의 HLB 지분율은 각각 0.01%다. 진유림 이사가 9012주, 진인혜 상무가 8957주를 보유해 두 사람의 지분을 합쳐도 0.02%에 그친다. 다른 계열사에서도 지분 규모는 아직 크지 않다. 최근 두 사람은 보유 중이던 전환사채(CB)의 전환권을 행사해 HLB이노베이션 주식을 각각 19만6155주 취득, 지분 0.13%씩을 확보했다. 반면 경영 참여는 지분보다 앞서 있다. 진유림 이사는 HLB 이사로 그룹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진인혜 상무는 2023년 HLB이노베이션 사내이사로 선임된 이후 미국 자회사 베리스모테라퓨틱스에서 전략기획과 사업개발을 총괄하고 있다. 최근에는 국내 기관투자가 대상 베리스모 기업설명회(IR)에 직접 나서 기술과 개발 전략을 소개하는 등 대외 활동도 확대하고 있다. 현재 HLB의 지배력은 진 회장에게 집중돼 있다. 진 회장은 HLB 지분 7.13%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HLB제약과 HLB생명과학 등 주요 계열사 이사도 겸하고 있다. 두 자녀에게 대규모 지분을 먼저 이전하기보다 경영 경험을 쌓게 하는 형태로 볼 수 있다. 동국제약, 녹십자, 파마리서치, HLB 모두 차세대 오너가의 지분율 자체는 아직 미미하다. 대신 이사회와 본사 핵심 부서, 계열사에서 경영 경험을 먼저 축적하고 있다. 향후 현 오너의 지분이나 지배구조 상단에 있는 법인 지분이 차세대로 어떻게 이동하는지가 본격적인 지분 승계 여부를 가늠할 변수가 될 전망이다. 종근당·휴온스, 지분과 경영 참여 함께 종근당과 휴온스는 차세대 오너의 지분 확보와 경영 참여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다만 그룹 지배권의 핵심인 지주사 지분은 여전히 현 오너에게 집중돼 있다. 종근당그룹에서는 이장한(74) 회장의 장남 이주원 상무가 지분과 경영 양쪽에서 다른 형제보다 한발 앞서 있다. 올해 6월 말 기준 이 회장은 종근당홀딩스 지분 33.73%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세 자녀의 지분은 이주원 상무 2.89%, 이주경 2.55%, 이주아 2.59%다. 세 자녀 합산 지분은 8.03%로 이 회장과 격차가 크다. 사업회사에서는 장남 쪽으로 무게가 기울고 있다. 이 회장은 보유한 종근당 주식 131만8807주 전량을 세 자녀에게 증여하기로 했다. 이 가운데 이주원 상무에게 가장 많은 52만8807주가 돌아간다. 증여가 완료되면 이 상무의 종근당 지분율은 기존 1.48%에서 5.32%로 높아진다. 이주경과 이주아의 지분율은 각각 4.04%가 된다. 경보제약에서도 이 상무의 지분율은 6.21%로 세 자녀 가운데 가장 높다. 가족회사 벨에스엠에서는 이 상무가 40%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경영에서도 이 상무가 가장 앞서 있다. 세 자녀 가운데 유일하게 그룹 경영에 참여하고 있으며 현재 종근당 상무로 개발기획과 개발전략, 신약사업기획 등을 맡고 있다. 사업회사 지분과 경영 경험에서는 장남 쪽으로 무게가 실리는 모습이지만 그룹 지배권의 핵심인 종근당홀딩스 지분 33.73%는 여전히 이 회장이 갖고 있다. 휴온스그룹도 지분과 경영 승계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윤성태(62) 회장의 장남 윤인상 부사장은 올해 6월 말 기준 휴온스글로벌 지분 4.62%를 보유하고 있다. 사업회사인 휴온스 지분도 3.38% 갖고 있다. 차남 윤연상 이사의 휴온스글로벌 지분율은 3.01%, 삼남 윤희상 차장은 2.72%다. 세 형제가 모두 지주사 지분을 확보한 가운데 장남의 지분율이 가장 높다. 경영에서도 장남이 가장 앞서 있다. 윤인상 부사장은 현재 휴온스 경영관리총괄본부장과 미래전략본부장을 겸직하고 있다. 차남 윤연상 이사는 2025년 휴메딕스에 입사해 전략기획본부장을 맡고 있고, 삼남 윤희상 차장은 휴온스메디텍 에서 근무하고 있다. 다만 종근당과 마찬가지로 그룹 지배권은 여전히 윤성태 회장에게 집중돼 있다. 윤 회장의 휴온스글로벌 지분율은 42.76%다. 세 아들이 보유한 지분을 합해도 10.35%로 윤 회장과 상당한 격차가 있다. 종근당과 휴온스 모두 자녀 세대의 지분과 경영 역할이 동시에 확대되고 있지만 지배권 자체가 넘어간 단계는 아니다. 대원·JW중외·마더스·알리코, 1~4%대 지분 확보…실전 경영도 병행 대원제약과 마더스제약은 차세대 오너가 일정 수준의 지분을 확보한 상태에서 실제 사업과 경영을 맡고 있다. 대원제약 백인영 상무는 올해 6월 말 기준 회사 지분 2.92%를 보유하고 있다. 최대주주인 백승열(67) 부회장의 11.34%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경영 참여와 지분 확보가 동시에 진행되는 모습이다. 백 상무는 2019년 대원제약에 입사해 신성장추진단 등을 거쳤다. 2021년 대원헬스케어 인수 후 통합(PMI)을 총괄하며 경영정상화 작업에 참여했고 현재 대원제약 상무와 에스디생명공학 대표를 맡고 있다. 본사 신사업뿐 아니라 인수 계열사의 경영까지 직접 경험하고 있는 셈이다. JW그룹에서는 이경하(63) 회장의 장남 이기환 JW중외제약 포트폴리오전략부 부서장이 사업회사 대신 지주사 지분을 확보한 상태에서 경영 경험을 쌓고 있다. 올해 6월 말 기준 이 디렉터의 JW홀딩스 지분율은 3.02%다. 이경하 회장이 28.43%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지배력을 유지하고 있지만 이 부서장 역시 지주사 지분을 일정 수준 확보하고 있다. 이 부서장은 2022년 JW홀딩스 경영지원본부 매니저로 입사해 그룹 경영지원 업무를 경험했다. 올해 1월에는 JW중외제약으로 이동해 비등기임원인 포트폴리오전략부 부서장을 맡았다. 현재 개발전략과 사업화 업무를 담당하며 핵심 사업회사에서 경영 경험을 넓히고 있다. 다만 이 부서장의 JW홀딩스 지분율은 지난해 말 4.37%에서 올해 6월 말 3.02%로 1.35%포인트 낮아졌다. 같은 기간 오너 일가 내부에서도 지분 변동이 나타난 만큼 현재 지분율만으로 향후 승계 구도를 단정하기는 어렵다. 마더스제약에서는 남매의 지분과 경영 역할이 엇갈린다. 올해 6월 말 김좌진(65) 대표의 마더스제약 지분율은 34.43%다. 자녀인 김예린과 김요섭 상무는 각각 4.52%, 4.49%를 보유하고 있다. 두 사람의 지분율 차이는 0.03%포인트에 불과하다. 지분만 놓고 보면 김예린 씨가 소폭 많지만 경영에 먼저 참여한 것은 김요섭 상무다. 김 상무는 2020년 회사에 합류해 현재 기획실장을 맡고 있으며 경영기획과 중장기 성장전략을 담당하고 있다. 두 자녀가 비슷한 수준의 지분을 확보한 가운데 실제 경영 경험은 장남이 먼저 쌓고 있는 형태다. 김좌진 대표가 여전히 34.43%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지배권은 현 오너에게 집중돼 있다. 알리코제약에서는 이항구(65) 부회장의 딸 이지혜 부사장이 지분과 경영 양쪽에서 보폭을 넓히고 있다. 올해 6월 말 이 부사장의 알리코제약 지분율은 1.09%다. 이항구 부회장은 33.41%를 보유하고 있다. 0.01%부터 4%대까지…지분율만으로 못 읽는 승계 주요 제약·바이오기업의 사례를 종합하면 차세대 오너가의 지분율과 실제 경영 참여 수준은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HLB 진유림 이사와 진인혜 상무는 HLB 지분을 각각 0.01% 보유하고 있지만 이미 그룹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파마리서치 정래승 이사의 지분율도 0.09%에 그치지만 사내이사로 투자전략을 맡고 있다. 동국제약 권병훈 이사 역시 0%대 지분을 보유한 상태에서 본사 재무와 인수기업 경영을 경험하고 있다. 반면 대원제약 백인영 상무는 2.92%, 마더스제약 김요섭 상무는 4.49%, 휴온스 윤인상 부사장은 지주사인 휴온스글로벌 지분 4.62%를 확보한 상태에서 경영 역할을 넓히고 있다. 같은 가족 안에서도 지분과 경영의 속도는 다르다. 종근당은 지주사 지분이 세 자녀에게 비교적 고르게 분산돼 있지만 사업회사 지분과 경영에서는 장남 이주원 상무가 앞선다. 마더스제약은 남매의 지분율이 거의 같지만 경영에는 장남이 먼저 참여했다. 지분율의 크기만큼 중요한 것은 지분을 보유한 회사다. JW처럼 사업회사 직접 지분이 0%대여도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지주사에서 의미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무게가 달라질 수 있다. 제약업계의 세대교체는 이미 시작됐지만 각 회사의 승계 시계는 제각각이다. 승계 진행도를 단순히 후계자가 몇 %의 지분을 가졌는지만으로 판단하기는 어렵다. 지주사와 사업회사 가운데 어느 곳의 지분을 확보했는지, 이사회에 진입했는지, 핵심 사업이나 계열사 경영을 실제로 맡고 있는지까지 골고루 살펴봐야 한다.2026-09-11 06:00:59최다은 기자 -
유증 30%만 넣는 동구바이오…'4565원 영구CB' 믿는 구석[데일리팜=이석준 기자] 큐리언트 최대주주 동구바이오제약이 1016억원 규모 유상증자에 배정 물량의 30%만 참여한다. 신주 발행으로 지분율 하락은 불가피하지만 주당 4565원에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60억원 규모 영구전환사채(CB)를 보유하고 있어 지배력을 보완할 수 있다. 공시에 따르면 큐리언트는 보통주 710만주를 발행하는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를 추진한다. 예정 발행가는 주당 1만4310원으로 총 1016억원을 조달할 계획이다. 신주 배정 기준일은 10월 13일, 구주주 청약은 11월 25~26일이다. 동구바이오제약은 현재 큐리언트 주식 456만3872주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지분율은 12.01%다. 이번 유상증자에서 85만2444주를 배정받지만 이 가운데 30%인 25만5733주만 청약할 예정이다. 예정 발행가를 적용하면 청약 금액은 약 37억원이다. 배정 물량 전부를 인수하는 데 필요한 약 122억원보다 85억원 적다. 동구바이오제약은 미청약분 신주인수권증서를 시간외대량매매 방식으로 매각하고, 매각 대금 등을 청약 자금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유상증자가 계획대로 끝나면 동구바이오제약의 큐리언트 보유주식은 481만9605주로 늘어난다. 다만 전체 발행주식 증가 폭에는 미치지 못해 단독 지분율은 12.01%에서 10.68%로 1.33%포인트 하락한다. 공동보유자인 유암코키스톤구조혁신기업재무안정사모투자합자회사와 조용준·장준일 등 특별관계인이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가정하면 합산 지분율도 16.62%에서 14.57%로 낮아진다. 큐리언트는 최대주주의 부분 청약으로 의결권과 지배력이 약화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동구바이오제약을 제외하면 지분 5% 이상을 보유한 주주가 없고 주주 기반도 분산돼 있어 단기간에 경영권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주가 2만원 안팎인데 전환가는 4565원동구바이오제약이 유상증자에 30%만 참여하고도 지배력을 보완할 수 있는 수단은 영구CB다. 영구CB는 만기가 길고 일정 기간 이후 발행회사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채권이다. 동구바이오제약은 2024년 11월 큐리언트가 발행한 60억원 규모 영구CB를 인수했다. 만기는 2054년 11월이며 지난해 11월부터 주식 전환이 가능해졌다. 전환가는 주당 4565원이다. 전량 주식으로 바꾸면 큐리언트 보통주 131만4348주를 추가로 확보할 수 있다. 동구바이오제약이 현금을 새로 납입하는 방식이 아니라 보유한 60억원의 채권을 큐리언트 신주로 바꾸는 구조다. 전환가는 이번 유상증자 예정 발행가 1만4310원의 32% 수준이다. 증권신고서 산정 기준일인 9월 3일 큐리언트 종가 1만9650원과 비교하면 23%에 불과하다. 당시 종가를 단순 적용한 전환 가능 주식의 가치는 약 258억원이다. CB 인수액 60억원보다 198억원 많다. 다만 이는 해당 주가가 유지된다고 가정한 잠재가치로, 실제 이익은 전환 시점의 주가와 주식 처분 여부에 따라 달라진다. 큐리언트가 제시한 완전희석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유상증자와 영구CB를 비롯한 모든 잠재주식이 발행될 경우 동구바이오제약의 보유주식은 613만3953주로 늘어난다. 지분율은 유상증자 직후 10.68%에서 12.50%로 1.82%포인트 상승한다. 특별관계인을 포함한 지분율도 유상증자 직후 14.57%에서 16.07%로 회복된다. 영구CB가 유상증자에 따른 지분 희석을 상당 부분 상쇄하는 셈이다. 다만 CB 전환 여부와 시기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누적 240억 투자…본업 유동성 고려해 속도 조절동구바이오제약이 이번 유상증자 참여 규모를 줄인 배경에는 기존 투자액과 본업의 유동성 사정이 있다. 동구바이오제약은 2024년 5월 큐리언트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100억원을 납입하며 최대주주에 올랐다. 같은 해 11월 영구CB 60억원을 인수했고, 지난해 4월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도 80억원을 투입했다. 지금까지 큐리언트에 투입한 자금은 총 240억원이다. 이번 청약 예정액을 더하면 누적 투자액은 약 277억원으로 늘어난다. 동구바이오제약은 올해 상반기 별도 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 168억원을 보유했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 33억원과 순손실 67억원을 기록했다. 지속적인 약가 인하 정책과 의약품 제조·품질관리기준(GMP) 규제 강화에 대응하기 위한 자금 수요도 있다. 생산시설 개선과 품질관리 시스템 구축, 본업의 운전자금 등을 고려하면 보유 현금 상당 부분을 남겨둘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동구바이오제약은 신규 현금 투입을 줄이는 대신 낮은 가격에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영구CB를 지분 방어 카드로 남겨뒀다. 유상증자 참여율은 30%에 그치지만 최대주주 지위를 유지하고 향후 지배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선택지를 확보한 셈이다.2026-09-10 11:57:29이석준 기자 -
'제넨셀 113억 투자' 세종메디칼…청탁 의혹에 주주들 나섰다[데일리팜=차지현 기자]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제넨셀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시험 승인 청탁 의혹이 세종메디칼 투자자 피해 문제로 번지며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세종메디칼 소액주주들이 법원에 엄벌 탄원서를 제출하면서 5년 전 제넨셀에 113억원을 투자하게 된 배경과 식품의약품안전처 임상시험계획 승인 과정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세종메디칼 주주연대는 최근 제넨셀 창업자 강세찬 씨와 브로커 양모 씨 사건을 심리 중인 서울서부지법과 서울고법에 '세종메디칼·제넨셀 피해주주 엄벌 탄원서'를 제출했다. 주주연대는 세종메디칼과 주주, 제넨셀 투자자들이 피해를 입었다며 임상시험 인허가 과정에 부당한 영향력이 있었는지와 관련자들 역할, 투자자 피해 규모 등을 재판 과정에서 규명해 달라고 요구했다. 주주연대는 제넨셀의 코로나19 치료제 임상 승인과 세종메디칼 투자 사이의 관계를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제넨셀 측이 임상 승인을 전제로 외부 투자 유치를 추진했고 실제로 승인 절차가 진행되던 시기에 세종메디칼이 100억원이 넘는 투자를 결정한 만큼 당시 투자 결정 과정과 인허가 절차가 서로 어떤 영향을 주고받았는지 확인해야 한다는 게 이들 주장이다. 주주연대는 기존 재판에서 피해 규모와 경위가 충분히 드러나지 않았다며 최근 공개된 녹취와 자료에 대한 추가 검토 필요성도 제기했다. 사건의 발단은 5년 전 제넨셀의 코로나19 치료제 임상 승인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제넨셀은 경희대 연구진의 천연물 신소재 기술을 기반으로 2016년 설립한 바이오벤처다. 자생식물과 천연물 소재를 활용한 의약품과 건강기능식품 등을 개발해왔다. 당초 담팔수 추출물 기반 후보물질 'ES16001'을 대상포진 치료제로 개발했으나 코로나19 유행 이후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 범위를 넓혔다. 이후 국내 임상시험계획 승인을 추진하면서 이번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됐다. 제넨셀은 2021년 9월 23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ES16001 코로나19 치료제 임상 2·3상 시험계획을 신청했다. 그러나 식약처는 같은 달 30일 인도에서 진행한 임상시험 관련 자료 등을 포함해 14개 항목에 대한 보완을 요구했다. 당시 제넨셀은 세종메디칼과 투자 유치를 협의하고 있었고 강씨는 임상시험계획 승인이 투자 성사에 중요한 조건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 과정에서 강씨가 브로커 양씨를 통해 정치권에 도움을 요청한 정황이 최근 잇따라 공개됐다. 검찰 공소장과 공개된 녹취 등에 따르면 강씨는 양씨에게 정치권 인사를 통해 식약처 임상 승인이 조속히 이뤄지도록 해달라는 취지로 부탁했다. 양씨는 친분이 있던 김승원 당시 국회의원에게 제넨셀의 임상 심사가 늦어지고 있다며 도움을 요청했다. 김 후보자는 2021년 10월 12일 김강립 당시 식약처장에게 제넨셀 건을 챙겨봐 달라는 취지로 연락했다. 공개된 녹취에서 김 후보자는 양씨에게 식약처장에게 직접 챙겨보도록 이야기하겠다는 취지로 말했고 이후 김 전 처장이 관련 내용을 실무진에 전달한 정황도 공개됐다. 김 후보자 측은 특정 결과를 요구하거나 심사 기준을 완화해 달라고 한 것이 아니라 심사 진행 상황을 확인하기 위한 정상적인 민원 전달이었다고 반박하고 있다. 논란을 키운 것은 정치권 연락과 세종메디칼의 투자, 식약처 승인이 짧은 기간에 연이어 이뤄졌다는 점이다. 김 후보자가 식약처장에게 연락한 지 일주일 뒤인 10월 19일 세종메디칼은 제넨셀 주식과 전환사채(CB)를 취득하는 방식으로 113억원을 투자했다. 다시 일주일 뒤인 26일 식약처는 ES16001 코로나19 치료제 임상 2·3상 시험계획을 승인했다. 불과 2주 사이에 김 후보자의 연락과 세종메디칼 투자, 식약처 임상 승인이 연이어 이뤄진 셈이다. 투자와 임상 승인이 맞물려 진행되는 과정에서 세종메디칼 주가도 크게 출렁였다. 세종메디칼 주가는 2021년 7월 22일 2070원에서 경영권 변경과 바이오 사업 확대 기대감이 반영되며 7월 30일 5760원까지 일주일 만에 178.3% 뛰었다. 이후 6000원 안팎에서 움직이던 주가는 제넨셀에 113억원을 투자한 10월 19일 7000원을 기록했고 임상 승인 전날인 25일에는 7840원까지 올랐다. 그러나 식약처가 임상 2·3상을 승인한 26일 7560원으로 3.6% 하락한 데 이어 27일에는 5300원으로 29.9% 급락했다. 11월1일에는 3825원까지 밀려 승인 전날 대비 51.2% 떨어졌다. 특히 최근 공개된 녹취와 수사 기록을 통해 김 후보자를 둘러싼 대가성 의혹까지 다시 부각되면서 논란이 확산하는 분위기다. 검찰은 김 후보자가 양씨로부터 후원금 500만원을 약속받은 정황이 있다고 봤다. 다만 실제 후원금을 받지 않았고 청탁 행위의 위법성을 단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2024년 기소유예 처분했다. 김 후보자는 이에 불복해 헌법소원을 제기했고 최근 관련 고발 사건이 경찰에 배당되면서 재수사 여부가 검토 중이다. 세종메디칼이 제넨셀 투자에 나서게 된 배경도 살펴볼 지점이다. 세종메디칼은 복강경 수술기구를 주력으로 하던 의료기기 업체다. 국내 최초로 복강경 수술기구인 투관침을 국산화하고 국내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확보했지만 2021년 경영권 변경을 계기로 바이오 투자로 사업 영역을 빠르게 넓히기 시작했다. 세종메디칼의 기존 최대주주 정현국 씨 등은 2021년 7월 타임인베스트먼트 등에 보유 지분과 경영권을 넘기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타임인베스트먼트가 유상증자에 참여해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세종메디칼은 같은 시기 정관에 의약품과 백신, 바이오 연구개발·상업화 관련 사업목적을 추가하며 바이오 사업 진출을 위한 기반도 마련했다. 경영권 변경 과정에서는 대규모 자금조달도 함께 추진됐다. 세종메디칼은 2021년 7월 경영권 변경 계약과 같은 날 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각각 100억원씩 총 300억원 규모로 발행하기로 결정했다. 이후 9월 자금 납입이 이뤄졌고 한 달 뒤 제넨셀에 113억원을 투자했다. 세종메디칼과 제넨셀의 관계는 투자 이후 더 깊어졌다. 최초 지분 취득 당시 세종메디칼은 투자 목적을 '단순투자'로 기재했지만 이후 세종메디칼 측 인사가 제넨셀 이사회에 참여하면서 제넨셀은 관계기업으로 분류됐다. 단순히 주식을 보유하는 재무적 투자에서 양사 간 경영 관계가 한층 밀접해진 것이다. 그러나 기대했던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은 성과로 이어지지 못했다. 제넨셀은 2022년 5월 환자 모집을 시작했지만 같은 해 12월까지 목표 424명 가운데 109명을 모집하는 데 그쳤고 이 중 100명이 무작위 배정됐다. 결국 제넨셀은 2023년 5월 중간 통계 분석과 임상 전략 수정을 이유로 시험을 잠정 중단했다.. 이에 따라 세종메디칼이 보유한 제넨셀 투자자산 가치도 급격히 떨어졌다. 세종메디칼은 2021년 제넨셀 주식 취득에 62억9000만원을 투입했고 같은 해 말 기준 장부가는 64억원 수준이었다. 그러나 이후 지분법손실과 기타 지분법 변동 등을 반영하면서 장부가가 전액 소진돼 0원이 됐다. 여기에 별도로 인수한 제넨셀 CB 50억원까지 더하면 세종메디칼이 떠안은 투자 부담은 더 커진다. 이후 카나리아바이오 투자까지 부진하면서 세종메디칼의 재무 부담은 더욱 확대됐다. 회사는 2022년 카나리아바이오 주식과 사채 등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했지만 이후 투자자산 가치가 크게 떨어지면서 상당한 손실을 입었다. 제넨셀 투자 실패에 카나리아바이오 관련 손실까지 겹치면서 세종메디칼은 2024년 3월 거래가 정지됐고 한국거래소는 올해 6월 상장폐지를 결정했다. 현재 세종메디칼은 경영권 변경 이후 추진했던 바이오·제약 사업의 흔적을 상당 부분 정리한 상태다. 2021년 백신·바이오 사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하며 외형 확장에 나섰지만 올해 들어 종속회사 두 곳이 모두 연결대상에서 빠졌다. 두원사이언스제약은 지난 5월 파산 선고를 받았고 세종비에이치엘은 3월 청산을 완료했다. 반기말 기준 세종메디칼의 연결대상 종속회사는 없다. 시설투자 축소도 이어졌다. 세종메디칼은 2023년부터 추진한 마곡 R&D센터 건립사업을 올해 4월 철회하고 관련 자산·부채를 매각예정으로 분류했다. 매각예정자산은 토지와 건설중인자산 등을 포함해 239억1564만원이다. 이 과정에서 40억7200만원의 손상차손을 반영했다.2026-09-09 08:48:38차지현 기자 -
큐리언트, 1016억원 규모 주주배정 유상증자…신약 투자[데일리팜=최다은 기자] 큐리언트는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1016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한다고 4일 공시했다.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발행하는 신주는 710만주다. 신주배정기준일은 오는 10월 13일이다. 큐리언트는 자금 조달을 위해 사모 메자닌 등 여러 방안을 검토한 끝에 기존 주주가 모두 참여할 수 있는 주주배정 방식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주요 파이프라인의 임상과 사업개발 성과가 가시화되는 시점인 만큼 향후 기업가치 상승에 따른 성과를 외부 투자자보다 기존 주주들과 공유하는 방식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주주배정 유상증자는 기존 주주가 보유 지분에 비례해 동일한 조건으로 참여할 수 있다. 증자에 참여하지 않는 주주도 신주인수권을 매각할 수 있다. 전환사채(CB) 등 메자닌 발행에 따른 잠재적 오버행 부담을 피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향후 주요 파이프라인의 성과가 가시화되는 시점에 전환 물량이 주가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고려했다는 설명이다. 조달 자금은 이중 페이로드 항체약물접합체(ADC) 분야를 중심으로 주요 신약 파이프라인 개발에 투입한다. 큐리언트는 현재 개발 중인 이중 페이로드 ADC 'QP101'에 이어 새로운 타깃 항체를 활용한 후속 이중 페이로드 ADC를 개발해 파이프라인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이중 페이로드 ADC 플랫폼 사업화를 앞당겨 차세대 ADC 분야의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QP101은 전임상 단계에서 확보한 결과를 기반으로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큐리언트는 QP101 개발과 함께 이중 페이로드 ADC 플랫폼 기술의 사업화도 추진하고 있다. 주요 항암 파이프라인인 아드릭세티닙(Q702)과 모카시클립(Q901)은 각각 타깃 환자군을 대상으로 효능 검증 단계에 진입했다. 결핵 치료제 텔라세벡(Q203)은 허가 임상이 진행 중이다. 큐리언트는 저분자 신약을 시작으로 ADC 신약과 ADC 플랫폼으로 연구개발 영역을 확대해왔다. 자체 생산시설을 두지 않고 연구개발과 사업화에 역량을 집중하는 'Labless Research House' 모델을 기반으로 복수의 신약 파이프라인을 개발하고 있다. 회사는 2026년을 기점으로 주요 파이프라인의 임상 및 사업개발 성과가 본격적으로 가시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확보한 자금을 기반으로 주요 프로그램의 개발 속도를 높이고 사업화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남기연 큐리언트 대표는 "2026년은 주요 파이프라인들이 효능 검증 단계에 진입하면서 임상적·사업적 성과에 대한 가시성이 높아지는 중요한 시기"라며 "기업가치 상승 가능성이 커지는 현시점에서 회사를 잘 알고 함께해 온 기존 주주들과 향후 성장의 성과를 함께하는 것이 적절한 방향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투자를 통해 주요 파이프라인 개발을 안정적으로 추진할 재무적 기반을 강화한 만큼 주요 신약 프로그램의 개발 속도를 끌어올리고 가치 극대화에 매진하겠다"고 덧붙였다.2026-09-04 15:22:58최다은 기자 -
유증·차입·CB 돌려막기…삼성제약, 2년 7개월 간 805억 조달[데일리팜=이석준 기자] 삼성제약이 유상증자와 전환사채(CB), 금융회사 차입에 이어 다시 CB를 발행한다. 2024년 2월부터 2년7개월간 조달한 외부자금은 총 805억원에 달한다. 기존에 확보한 675억원 대부분을 집행한 가운데 지난달 70억원을 빌리고 이달 60억원 규모의 CB 발행을 결정했다. 신규 조달금액이 전액 채무상환에 사용되는 만큼 알츠하이머병 임상시험 재원은 별도로 마련해야 한다. 유증 406억·CB 269억 이어 70억 차입 삼성제약은 2일 이사회를 열고 제33회 CB 60억원을 발행하기로 결정했다. 납입일은 오는 11일이며 조달금액 전액을 채무상환에 사용한다. 이번 CB를 포함하면 삼성제약이 2024년 2월부터 조달한 외부자금은 805억원이다. 2024년 2월 유상증자로 406억원을 확보했고 지난해 8월에는 제32회 CB를 발행해 269억원을 조달했다. 지난달에는 금융회사 차입이 더해졌다. 삼성제약은 지난달 20일 상상인저축은행에서 50억원,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에서 20억원 등 총 70억원을 빌렸다. 이어 이달 제33회 CB로 60억원을 추가 조달한다. 유상증자 406억원과 제32회 CB 269억원, 금융회사 차입금 70억원, 신규 CB 60억원을 합하면 총 805억원이다. 이는 상환하거나 사용한 금액을 차감하지 않고 각 시점에 확보한 자금을 합산한 누적 조달액이다. 자금조달 방식도 유상증자에서 CB, 금융회사 차입, 다시 CB로 이어졌다. 특히 최근 한 달 사이 차입과 신규 CB 발행으로 130억원을 추가 확보했다. 기존 CB 정리에 206억…60억 다시 발행 최근 자금조달은 기존 CB 정리와 맞물려 있다. 삼성제약은 지난달 21일 제32회 CB 가운데 원금 기준 202억2500만원어치를 만기 전에 취득했다. 투자자의 조기상환청구권 행사에 따라 52억원을 상환했고 나머지 150억2500만원은 사채권자와 협의해 장외에서 사들였다. 조기상환 수익률 등을 반영한 실제 지급액은 206억2950만원이다. 삼성제약은 취득대금을 자기자금과 차입금으로 마련했다고 밝혔다. 기존 CB 취득 하루 전 상상인저축은행과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에서 총 70억원을 빌렸지만 해당 차입금의 구체적인 사용처는 공개하지 않았다. 제33회 CB 인수인에도 이들 금융회사가 포함됐다. 상상인저축은행이 25억원,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이 15억원을 인수한다. 상상인증권에 배정된 10억원까지 더하면 상상인 계열의 인수액은 총 50억원이다. 나머지 10억원은 비에프에이가 인수한다. 신규 CB의 조달 목적은 전액 채무상환이다. 구체적인 상환 대상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기존 CB 취득 과정에서 늘어난 차입 부담을 중장기성 CB로 전환하는 차환 성격이 짙다. 제33회 CB의 만기는 2029년 9월11일이다. 표면이자율은 연 1%, 만기이자율은 연 6%다. 사채권자는 발행 1년 뒤부터 조기상환을 요구할 수 있다. 전환가액은 주당 1346원이며 전량 주식으로 전환되면 보통주 445만7652주가 발행된다. 기존 발행주식 총수의 4.73%에 해당한다. 주가가 하락하면 전환가액은 최저 943원까지 조정될 수 있다. 삼성제약은 향남공장 토지와 건물, 공장 내 기계·기구 등에 공동 2순위 근저당권을 설정해 CB 원리금 등을 담보한다. 신규자금은 빚 상환…임상재원 별도 마련 반복적인 조달에도 임상시험에 투입할 재원은 충분하지 않은 상태다. 기존 조달자금 대부분이 운영자금과 채무 정리 등에 사용됐고 이번 CB 60억원도 전액 채무상환에 투입되기 때문이다. 삼성제약은 2024년 유상증자로 확보한 406억원 가운데 올해 6월 말까지 315억원을 집행했다. 지난해 발행한 제32회 CB 269억원도 같은 기간 264억원이 운영자금 등에 사용됐다. 두 차례 조달자금의 공시상 미사용액은 총 96억원 수준이다. 반면 당초 임상시험 연구개발비로 배정한 자금은 327억원이다. 실제 집행액은 9억2400만원으로, 자금사용 계획상 미집행액은 약 318억원이다. 삼성제약은 의료계 파업 등으로 알츠하이머병 3상 일정이 지연되자 유상증자 자금 일부를 CSO 수수료와 원부자재 구매대금 등에 우선 사용했다. 향후 임상시험에 필요한 자금은 영업활동 현금흐름과 투자자산 현금화 등을 통해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현금 확보 수단으로는 기존 CB 재매각이 우선 거론된다. 삼성제약은 협의 양수한 제32회 CB 150억2500만원어치의 재매각을 검토하고 있다. 6월 말 기준 319억원 규모의 상장주식도 보유하고 있다. 이 가운데 최대주주 젬백스앤카엘 지분의 장부가액이 289억원을 차지한다. 양수사채 재매각과 투자자산 현금화 성과에 따라 임상시험을 위한 추가 자금조달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2026-09-03 06:00:52이석준 기자 -
CMG제약, 주식병합·단기빚 전환…주가·재무 부담 낮춘다[데일리팜=최다은 기자] CMG제약이 주식병합과 부채 만기구조 재편을 동시에 추진하며 주가와 재무 측면의 부담을 낮추고 있다. 올해 상반기 250억원 규모의 유동성 장기차입금을 상환하고 435억원의 장기차입금을 새로 조달한 데 이어, 지난 7월에는 450억원 규모의 신규 전환사채(CB)를 발행해 기존 CB의 조기상환에 대응했다. 부채 총량을 줄이기보다는 단기성 부채를 장기성 자금으로 바꾸고 신규 CB를 활용해 기존 CB를 차환하는 방식이다. 대규모 설비투자와 연구개발(R&D)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당장 도래하는 상환 부담을 뒤로 미뤄 중장기 사업 투자 여력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CMG제약은 이와 함께 10대 1 주식병합을 추진하고 있다. 다음 달 2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주식병합 안건을 의결할 예정으로, 안건이 통과되면 10월 1일부터 26일까지 매매거래가 정지되고 병합 주식은 10월 27일 재상장된다. CMG제약은 주식병합을 통해 적정 유통주식 수를 확보하고 안정적인 거래 기반을 조성한다는 구상이다. 재무구조에서는 상반기부터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CMG제약의 올해 6월 말 연결기준 유동부채는 709억원으로 지난해 말 1037억원보다 327억원(31.6%) 감소했다. 같은 기간 유동자산은 952억원에서 833억원으로 119억원 감소했다. 이에 따라 유동비율은 지난해 말 91.8%에서 올해 6월 말 117.4%로 25.6%포인트 상승했다. 1년 이내 상환해야 할 부채에 대한 대응 여건이 개선된 셈이다. 유동부채 감소에는 차입금 만기구조 변화가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말 CMG제약은 250억원의 유동성 장기차입금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올해 상반기 이를 전액 상환했다. 단기차입금도 24억원에서 9억원으로 15억원 감소했다. 반면 비유동부채에는 435억원의 장기차입금이 새롭게 잡혔다. 이에 비유동부채는 지난해 말 8억원에서 올해 6월 말 448억원으로 급증했다. 전체 부채에서 유동부채가 차지하는 비중은 같은 기간 99.3%에서 61.3%로 낮아졌다. 부채 총량 자체가 줄어든 것은 아니다. CMG제약의 총부채는 지난해 말 1044억원에서 올해 6월 말 1158억원으로 약 114억원 증가했다. 부채비율도 51.8%에서 56.7%로 소폭 상승했다. 단기성 부채를 갚아 전체 차입 규모를 축소했다기보다 장기성 자금을 새로 조달해 만기 시점을 분산시킨 효과다. 450억원 신규 CB 발행…기존 CB 상환 재원으로 지난 7월에는 신규 전환사채를 발행해 확보한 자금을 기존 CB 차환에 사용했다. CMG제약은 지난 6월 29일 이사회를 열고 450억원 규모의 제9회 무기명식 무이권부 무보증 사모 전환사채 발행을 결정했다. 450억원 전액의 자금조달 목적을 채무상환자금으로 명시했다. 9회차 CB는 표면이자율과 만기이자율이 모두 0%이며 만기는 2031년 7월 7일이다. 최초 전환가액은 주당 968원으로, 전액 전환될 경우 발행되는 주식은 4648만7603주다. 신규 CB 발행 직후 예상대로 CB의 대규모 상환이 이뤄졌다. CMG제약은 2024년 발행한 8회차 CB 가운데 권면총액 208억5900만원을 만기 전에 취득했다. 사채권자들의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 행사에 따른 것으로, 원금과 이자를 합쳐 실제 지급한 금액은 약 215억원이다. 새로 발행한 9회차 CB의 만기는 2031년이지만 사채권자는 발행 후 30개월이 되는 2029년 1월 7일부터 3개월마다 조기상환을 청구할 수 있다. 조기상환수익률은 연 0%다. 결과적으로 기존 CB의 당면한 풋옵션 상환 부담을 신규 CB 발행을 통해 2029년 이후로 넘기는 효과를 봤다. 영업현금흐름 마이너스 지속…본업서 수익성 회복 총력 다만 아직 본업에서 현금창출력은 충분하지 않다. 올해 상반기 영업활동현금흐름은 26억원 순유출로 지난해 같은 기간 28억원 순유출에 이어 마이너스를 지속했다. 현금및현금성자산은 지난해 말 61억원에서 올해 6월 말 115억원으로 54억원 증가했지만, 영업을 통한 자체 현금창출보다는 외부 자금조달에 힘입은 측면이 크다. 수익성도 회복되지 않고 있다. 올해 상반기 연결 매출은 538억원으로 전년 동기 433억원보다 24.2% 증가했지만 영업손실은 59억원으로 전년 동기와 비슷한 수준을 이어갔다. 반면 순손익은 지난해 상반기 125억원 적자에서 올해 22억원 흑자로 돌아섰다. 금융자산 평가이익과 외화환산이익, 사채상환이익 등이 반영되면서 순금융손익이 1년 새 약 169억원 개선된 영향이 컸다. CMG제약은 주식병합을 통해 거래 안정성을 높이는 동시에 단기부채를 장기성 자금으로 전환하며 재무구조 정비에 나서고 있다. 다만 부채 총량은 증가했고, 영업현금흐름도 여전히 마이너스인 만큼 이번 만기구조 재편으로 확보한 시간을 신약·신제품 투자와 본업의 수익성 개선으로 연결시켜야 한다. CMG제약은 향후 주가 회복 기반을 마련해 관리종목 지정 리스크를 낮추는 동시에 연구개발과 신제품 확대, 외부 사업제휴 등을 통해 사업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CMG제약 관계자는 "차세대 폐암·골관절염·신기전 탈모 치료제 등 소분자 신약 3종을 개발하고 있다"며 "복합제와 개량신약, 구강용해필름(OSF) 사업 확대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2026-09-02 12:06:35최다은 기자 -
만성적자·장부가 0원…메디포스트, 북미 CDMO 살리기 총력[데일리팜=차지현 기자] 메디포스트가 삼성그룹 바이오 사업의 초기 기반을 닦은 거물급 인사를 영입한다. 4년 전 인수한 북미 세포·유전자치료제(CGT)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이 자본잠식에 빠진 상황에서 글로벌 경험이 풍부한 인사를 앞세워 해외 사업 정상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 바이오 '개국공신' 영입…글로벌 사업 전면 배치 2일 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메디포스트는 민호성 전 삼성바이오로직스 부사장을 사장으로 영입했다. 회사는 향후 임시 주주총회와 이사회 의결 등 관련 절차를 거쳐 민 사장을 대표이사로 공식 선임할 예정이다. 민 사장은 대표이사와 함께 이사회 의장도 맡게 된다. 민 사장은 삼성그룹 바이오 사업의 개국공신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버클리(UC버클리)에서 분자생물학을 전공한 뒤 캘리포니아대 로스앤젤레스(UCLA)에서 동일한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1997년부터 빅파마 암젠에서 10년 이상 근무하다 2008년 삼성그룹에 합류했다. 그는 삼성전자 삼성종합기술원(SAIT)에서 그룹의 바이오 사업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고 초기 사업 기반을 닦았다. 당시 김태한 전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 고한승 삼성전자 미래사업기획단장과 함께 이른바 '바이오제약 3인방'으로 불릴 만큼 삼성 바이오 사업의 태동기부터 핵심 역할을 맡았다. 민 사장은 2012년 삼성바이오에피스 출범 때도 초기 멤버로 참여했다. 항체 연구부터 바이오시밀러 개발·임상, 원료의약품(DS) 생산까지 개발과 생산 전반을 경험하며 회사의 연구개발(R&D)·생산 체계 구축에 힘을 보탰다. 2019년 삼성바이오에피스를 떠난 뒤에는 글로벌 CDMO 기업 진스크립트 프로바이오 최고경영자(CEO)를 맡기도 했다. 이후 2023년 삼성바이오로직스 부사장으로 복귀해 CDO개발센터와 바이오연구소를 이끌다 올 1분기 퇴임했다. 메디포스트가 바이오의약품 연구개발부터 생산, CDMO 사업과 조직 경영까지 두루 경험한 거물급 인사를 글로벌 사업 전면에 배치한 셈이다. 메디포스트는 민 사장 영입을 계기로 오원일 대표와 각자대표 체제를 구축한다는 구이다. 오 대표는 무릎 골관절염 줄기세포치료제 '카티스템'과 의약품 제조·품질관리(GMP)센터, 제대혈, 건강기능식품, 줄기세포치료제(SCT) 사업부 등 국내 사업을 전담한다. 민 사장은 글로벌 사업본부와 미국·일본 법인, CDMO 관계사 등을 총괄한다. 글로벌 임상과 북미·유럽·중국 등 해외 지역의 사업개발(BD)과 상업화 전략도 민 사장이 맡는다. 886억 베팅한 북미 CDMO '아픈 손가락'…정상화 시동 메디포스트의 민 사장 영입은 북미 CGT CDMO 사업을 둘러싼 고민과 맞닿아 있다. 앞서 메디포스트는 2022년 북미 CGT CDMO 시장 진출을 위해 캐나다 옴니아바이오에 총 9000만캐나다달러(약 886억원)를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100% 자회사 메디포스트씨디엠오를 통해 옴니아바이오 구주 39.6%를 3000만캐나다달러(295억원)에 먼저 인수하고, 이후 6000만캐나다달러(591억원) 규모 전환사채(CB)에 추가 투자하는 방식이다. 메디포스트는 자체 줄기세포치료제의 북미 생산 거점을 확보하는 동시에 성장성이 높은 CGT CDMO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육성한다는 구상이었다. 옴니아바이오는 메디포스트 투자 이후 외형을 빠르게 키웠다. 2022년 93억원이던 매출은 이듬해 391억원으로 320.3% 증가했다. 2024년에는 403억원으로 소폭 늘었고 지난해에는 485억원까지 확대됐다. 올해 상반기에는 175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그러나 수익성은 외형 성장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 옴니아바이오는 2022년 250억원의 순손실을 낸 뒤 2023년 손실 규모를 84억원으로 줄였지만 2024년 다시 252억원으로 확대됐다. 지난해에는 순손실이 417억원까지 불어났고 올해 상반기에만 311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손실이 누적되면서 재무구조도 빠르게 악화했다. 옴니아바이오의 순자산은 2022년 말 72억원에서 2023년 말 -7억원으로 마이너스 전환했고 2024년 말 -134억원, 지난해 말 -513억원까지 감소했다. 올 6월 말에는 자산(2034억원)보다 부채(2850억원)가 많은 자본잠식 상태가 됐다. 자산을 모두 처분해 부채를 갚더라도 816억원이 부족한 것으로 사업 과정에서 쌓인 결손금이 자본금을 비롯해 주주가 넣은 자본을 모두 까먹고도 손실이 남은 상태라는 의미다. 메디포스트의 투자 가치도 장부상 모두 소진됐다. 옴니아바이오 투자 장부가액은 2023년 말 152억원에서 2024년 말 38억원으로 줄었고 지난해 누적 손실로 0원이 됐다. 지분법 적용에 따른 손실이 투자 장부가액을 모두 소진하면서 이후 메디포스트는 연결 손익에 옴니아바이오 추가 손실을 전부 반영하지 않고 있다. 북미 진출의 교두보로 점찍었던 옴니아바이오가 4년 만에 메디포스트의 '아픈 손가락'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민 사장 영입으로 옴니아바이오 정상화 작업에도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기대다. 민 사장이 삼성바이오와 진스크립트 프로바이오에서 쌓은 공정개발·생산·경영 경험이 옴니아바이오 체질 개선에 힘을 보탤 것으로 보인다. 신규 수주 확대와 대형 계약 체결로 실적 반등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해외 적자·현금 소진·주가 하락…사업화 성과로 증명해야 메디포스트에 놓인 과제는 옴니아바이오 정상화뿐만이 아니다. 글로벌 임상에 투입할 자금을 효율적으로 운용하고 가시적인 사업화 성과를 통해 시장 신뢰를 회복해야 하는 숙제도 안고 있다. 먼저 해외 법인의 실적이 녹록지 않다. 미국법인 메디포스트는 올 상반기 매출 없이 336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일본법인 메디포스트 K.K.도 매출 29억원에 순손실 48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일본법인은 6월 말 자산 121억원, 부채 138억원으로 순자산이 -17억원까지 내려갔다. 카티스템의 미국 임상과 일본 허가·상업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해외 사업 관련 비용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얘기다. 확보한 자금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운용하느냐도 관건이다. 당장 메디포스트의 자금 사정이 급박한 것은 아니다. 올 6월 말 연결 기준 현금및현금성자산은 784억원, 단기금융상품은 1150억원으로 총 1934억원의 유동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회사는 지난해 말 2050억원 규모 전환사채(CB) 발행을 결정해 미국 임상 등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했다. 다만 현금 소진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영업활동에서 516억원의 현금이 순유출된 데 이어 올 상반기에도 298억원이 빠져나갔다. 올해 상반기 현금 유출 속도가 이어진다고 단순 가정하면 현재 보유한 현금및현금성자산과 단기금융상품으로 3년을 버틸 수 있는 수준이다. 여기에 카티스템 미국 3상과 일본 허가·상업화 일정이 본격화함에 따라 자금 소진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카티스템은 메디포스트가 개발한 동종 제대혈 유래 중간엽줄기세포 기반 무릎 골관절염 치료제다. 일본에서는 지난 5월 임상 3상에서 주요 평가지표를 모두 충족한 뒤 현재 품목허가 신청을 준비 중이다. 미국에서는 올 2월 임상 3상 시험계획(IND)을 승인받은 후 7월 첫 환자 투약을 시작했다. 시장 신뢰를 되찾을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메디포스트 주가는 카티스템 일본 3상 성공 기대를 반영하며 지난 4월 말 2만8000원까지 올랐지만 이후 하락세로 돌아섰다. 일본 임상 3상결과 발표 당일 전 거래일 대비 15.0% 급락했고 이튿날에도 전 거래일 대비 20.5% 떨어졌다. 이후에도 약세가 이어지면서 7월 말 8000원선 아래로 내려앉았다. 현재 주가는 8920원으로 4월 말 고점 대비 68.1% 낮다. 시장의 관심이 임상 성공을 넘어 실제 사업화 성과로 옮겨갔다는 분석이다.2026-09-02 12:06:30차지현 기자 -
공짜 자본·주가 부진…뷰노, 영구채 갚으려 314억 유증[데일리팜=차지현 기자] 의료 인공지능(AI) 기업 뷰노가 314억원 규모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추진한다. 앞서 발행한 영구 전환사채(CB)를 상환하기 위해서다. 주력 제품의 국내외 사업 불확실성이 커진 데다 추가 상환 부담도 남아 있어 주주들의 불안감이 커지는 모습이다. 영구CB 상환에 200억…주가 하락에 전환 대신 현금상환 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뷰노는 지난달 28일 이사회를 열고 314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이다. 새로 발행하는 보통주는 630만주로 증자 전 발행주식총수의 45.0%에 해당한다. 기존 주식의 절반에 가까운 물량이 새로 풀리는 셈이다. 뷰노가 이번 유상증자에 나선 이유는 기존 영구CB를 상환하기 위해서다. 뷰노는 모집예정액 중 200억원을 제3회 영구CB 상환에 가장 먼저 투입한다. 전체 조달액의 63.7%를 기존 기존 메자닌 채권 상환에 쓴다는 얘기다. 나머지 114억원은 연구개발(R&D)과 영업·마케팅, 해외법인 운영 등에 사용할 계획이다. 앞서 뷰노는 지난 2024년 12월 237억원 규모 제3회 영구CB를 발행했다. 표면이자율은 0%로 최초 전환가액은 2만5337원이었다. 투자자가 주식 전환을 청구할 수 있는 기간은 2025년 12월 27일부터 2054년 11월27일까지다. 만기가 2054년으로 설정돼 있지만 회사 선택에 따라 30년씩 횟수 제한 없이 연장할 수 있어 사실상 만기가 없는 영구채 구조다. 다만 해당 CB에는 시간이 갈수록 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하는 스텝업 조항이 붙었다. 사채 발행 2년이 되는 날부터 매년 표면이자율과 만기보장수익률에 금리가 4%씩 가산되는 조건이다. 올해 말 스텝업 적용을 앞두고 금융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는 만큼 뷰노는 그 전에 제3회 영구CB를 상환하기 위해 이번 유상증자를 택한 것이다. 여기에 주가 부진도 발목을 잡았다. 현재 뷰노 주가가 전환가액을 웃돌고 있다면 투자자의 주식 전환을 통해 현금상환 부담을 피할 수 있다. 그러나 뷰노 주가가 전환가액을 크게 밑돌면서 투자자의 전환 유인이 낮아졌고 결국 회사가 직접 상환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1일 종가 기준 뷰노 주가는 5560원으로 전환가액보다 78.1% 낮은 상태다. 제3회 영구CB 발행을 결정했을 당시 뷰노 주가는 2만4600원 수준으로 전환가액은 당시 주가보다 오히려 3.0% 높게 설정됐다. 이후 주가는 상승해 지난해 초 2만7200원까지 오르며 전환가액을 7.4% 웃돌았다. 그러나 이후 하락세가 이어져 같은 해 4월에는 1만5000원대까지 밀렸다. 올해 들어서는 주가 하락세가 더욱 뚜렷해졌다. 2월 말 1만9050원까지 내려온 주가는 3월 말 1만5430원으로 떨어졌고 4월 들어 1만9000원 안팎까지 반등했으나 5월 들어 급락했다. 5월 말 뷰노 주가는 8970원까지 밀리면서 1만원선이 무너졌고 이후에도 6000~8000원대에 머물렀다. 이번 유상증자 발표 직후 첫 거래일인 지난달 31일에는 주가가 전 거래일 대비 24.5% 급락했다. 주가 부진에는 AI 기반 심정지 예측 의료기기 '뷰노메드 딥카스' 미국 사업 지연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뷰노는 뷰노메드 딥카스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해 FDA 510(k) 허가를 추진했지만 지난 4월 기존 허가 제품과의 실질적 동등성을 인정받지 못해 동등성 증빙 불충분(NSE) 판정을 받았다. 200억 추가 부담 남아…딥카스·최대주주 참여도 변수 뷰노는 만기가 길고 회계상 자본으로 분류되는 영구CB를 주요 자금조달 수단으로 활용해왔다. 2024년 3월 이후 제2~5회 영구CB를 네 차례에 걸쳐 발행했다. 회사가 이를 통해 조달한 자금은 총 541억3000만원에 달한다. 영구CB는 만기를 장기간 연장할 수 있고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회계상 자본으로 분류할 수 있어 당장의 부채비율과 상환 부담을 낮출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발행 초기 이자 부담도 낮아 회사 입장에서는 비교적 부담이 적은 자금조달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영구CB가 회계상 자본으로 잡힌다고 해서 상환 부담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투자자의 주식 전환이 이뤄지지 않으면 결국 회사가 현금으로 갚아야 한다. 뷰노 역시 주가가 전환가액을 크게 밑돌면서 이 부담이 현실화된 것이다. 문제는 그 상환 부담이 결국 기존 주주에게 돌아왔다는 점이다. 회사가 자체 현금으로 갚는 대신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상환 재원을 마련하면서 기존 주주는 추가 자금을 투입하거나 지분 희석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이번 유상증자로도 영구CB 부담이 끝나지 않는다는 점은 더욱 우려스러운 지점이다. 회사가 이번 유상증자 대금으로 제3회 영구CB를 갚아도 제4·5회 영구CB 원금 각각 100억원씩 총 200억원이 남는다. 제4회 영구CB는 2027년 12월, 제5회 영구CB는 2028년 2월부터 스텝업이 시작된다. 이들 CB가 주식으로 전환되지 않을 경우 회사가 향후 상환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추가 자금조달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현금창출의 핵심인 뷰노메드 딥카스에도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 딥카스는 평가 유예 신의료기술로 비급여 사용돼 왔지만 현재 유예기간이 종료돼 본평가가 진행 중이다. 평가를 통과하지 못하면 결과 통보 이후 국내 임상현장 사용이 종료된다. 이 경우 현재 전체 매출의 85.8%를 차지하는 유일한 핵심 매출원이 사라질 수 있다. 미국 시장 진출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FDA 허가가 한 차례 불발된 이후 회사는 사용목적 범위를 재설정하고 규제 전문 자문사를 선임해 재신청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허가 시점과 성공 여부는 불투명하다. 재신청마저 실패하거나 허가가 추가로 지연되면 미국 매출 발생은 뒤로 밀리는 반면 임상·자문과 현지법인 운영에 필요한 비용 부담은 계속 이어지는 구조다. 최대주주의 낮은 유상증자 참여율도 부담 요소로 꼽힌다. 최대주주인 이예하 대표는 이번 유상증자에서 자신에게 배정되는 물량의 약 7%만 청약할 계획이다. 개인 자금 사정을 고려한 결정으로 나머지 신주인수권은 매각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이 대표와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은 현재 15.6%에서 유상증자 후 11.1% 수준까지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통상 최대주주와 경영진의 유상증자 참여 수준은 회사의 자금조달 필요성과 향후 기업가치에 대한 내부자의 판단을 가늠하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회사 사정을 상대적으로 잘 아는 최대주주가 자기 몫을 얼마나 청약하는지가 일반주주의 투자 판단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뷰노가 영구CB 상환을 위해 기존 주주에게 대규모 추가 출자를 요청한 상황에서 정작 최대주주는 소극적인 참여에 그치면서 책임경영 의지가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2026-09-02 06:00:44차지현 기자 -
HLB제약, 5차례 정정 600억 유증 시동…대주주 절반만 청약[데일리팜=차지현 기자] 609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추진 중인 HLB제약이 본격적인 청약 절차에 돌입한다. 지난 5월 처음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지 3개월여 만에 효력이 발생하면서다. 다만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이 배정분의 절반만 청약하기로 하면서 주주 신뢰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5차례 신고서 정정…조달액은 당초 1200억서 반토막 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날부터 HLB제약이 제출한 증권신고서의 효력이 발생한다. HLB제약은 오는 10~11일 구주주 청약을 진행하고 이후 실권주가 발생하면 일반공모를 거쳐 18일 납입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회사는 보통주 1076만2332주를 새로 발행한다. 앞서 HLB제약은 지난 5월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당시 회사는 보통주 1076만2332주를 새로 발행해 1200억원을 조달할 계획이었다. 향남 신공장 건설과 생산설비 도입 등 시설자금에 550억원, 연구개발(R&D)과 원부자재 구입·외주가공비 등 운영자금에 500억원, 단기차입금 상환에 150억원을 각각 투입한다는 구상이었다. 그러나 유상증자 추진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금융감독원이 HLB제약에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하면서다. 당국은 신고서의 중요사항이 누락됐거나 기재 내용이 불분명해 투자자의 합리적인 판단을 저해할 수 있다는 점 등을 이유로 보완을 요구했다. 투자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위험요인을 보다 구체적으로 기재하라는 의미다. HLB제약은 정정 요구 공시가 올라온 지 22일 만에 정정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회사는 제약·건강기능식품 사업의 성장 둔화 가능성과 R&D 위험, 핵심 연구인력 이탈, 신약 허가 불확실성, 수익성 악화 가능성 등을 보강했다. 개발을 중단한 파이프라인의 투입 비용과 중단 사유, 최대주주 지분 희석 가능성과 유상증자 참여 계획 등도 보다 상세하게 공개했다. 이후에도 신고서 수정은 이어졌다. HLB제약은 첫 정정신고서 제출 이후 총 다섯 차례 기재정정을 거쳤다. 회사는 세 번째 정정신고서에서 리보세라닙·캄렐리주맙 병용요법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 불확실성과 이에 따른 주가·유상증자 모집규모 변동 가능성, 소송·제재 위험 등을 손봤다. 이후 자금 사용 계획,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청약 계획 등을 수정했다. 첫 증권신고서 제출 이후 효력 발생까지 3개월 반가량이 걸린 셈이다. 이 과정에서 당초 1200억원이었던 조달 계획도 크게 축소됐다. 현재 예정된 모집금액은 609억원 수준으로 최초 계획 대비 49.3% 감소했다. 주가가 하락하면서 예정 발행가격이 낮아진 영향이다. HLB제약 주가는 1년 전인 지난해 8월 29일만 해도 1만2532원이었다. 이후 상승세를 타며 올 1월 말 1만9259원까지 올랐으나 이후 하락세로 돌아섰다. 유상증자 발표 직후에는 낙폭이 더 커졌다. 5월 13일 1만4329원이던 주가는 이틀 뒤인 15일 1만2929원으로 9.8% 떨어졌다. 이후에도 주가는 약세를 이어갔다. 6월 중순 이 회사 주가는 1만원 안팎까지 내려왔고 7월에는 그룹의 신약 허가 관련 불확실성이 다시 부각되면서 변동성이 더욱 커졌다. 7월9일 1만1279원이던 주가는 10일 7897원, 13일 5686원까지 떨어졌다. 이후 한때 8000원대를 회복했지만 8월 31일에는 7110원으로 마감했다. 유상증자를 처음 발표한 시기와 비교하면 3개월 반 만에 주가가 반토막 난 것이다. 조달액 감소에 따라 자금 사용계획도 바뀌었다. HLB제약은 운영자금을 500억원에서 58억원으로 88.4% 축소했다. 당초 계획했던 150억원 규모 채무상환자금은 증자자금 사용처에서 빠졌다. 향남 신공장 건설과 생산설비 도입 등에 투입할 시설자금 550억원은 그대로 유지했다. 최대주주 절반만 청약…주주 신뢰 시험대 최대주주 측이 유상증자 배정분의 절반만 청약하기로 한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HLB제약 최대주주는 HLB생명과학이다. HLB생명과학은 6월 말 기준 HLB제약 주식 529만8406주(16.2%)를 보유했다. 진양곤 HLB그룹 의장도 78만6535주(2.4%), 박재형 HLB제약 대표도 56만4726주(1.7%)를 보유 중이다. 오너 2세 진유림· 진인혜 씨도 각각 10만3412주(0.3%)를 갖고 있다. 장녀 진유림 씨는 HLB 이사로, 차녀 진인혜 씨는 베리스모 테라퓨틱스 상무로 그룹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이번 유상증자에서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은 배정받은 신주인수권의 절반가량만 청약에 활용할 계획이다. HLB생명과학은 배정받은 173만8577주 가운데 86만9288주를 매각하고 86만9289주만 남겼다. 진양곤 의장도 25만8087주 중 12만9043주, 박재형 대표는 18만5304주 중 9만2652주에 해당하는 신주인수권을 각각 매각했다. 진유림·진인혜 씨도 각각 배정분 3만3932주 가운데 1만6966주를 장내 매각했고 임철안 미등기임원은 배정받은 3281주 전량을 처분해 증자에 참여하지 않는다.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이 자신들에게 배정된 물량의 절반만 소화하는 셈이다. 통상 최대주주와 경영진의 유상증자 참여 수준은 회사의 자금조달 필요성과 향후 기업가치에 대한 내부자의 판단을 가늠하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주주배정 유상증자는 회사가 기존 주주에게 추가 출자를 요구하는 자금조달 방식이다. 회사 사정을 상대적으로 잘 아는 최대주주와 경영진이 자기 몫을 얼마나 청약하는지가 일반주주의 투자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주주 신뢰와 청약심리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회사 측은 최대주주 측 청약 규모가 자금 여건을 고려한 현실적인 수준이라는 입장이다. HLB생명과학의 1분기 말 별도 기준 현금·현금성자산은 38억9600만원으로 배정 물량 전량을 청약하기에는 부족한 수준이다. 6월 토지·건물을 담보로 전환사채(CB)를 발행해 100억원을 조달했지만 기존 CB 조기상환청구 등으로 유동성 부담이 이어졌다. 또 그룹 내 바이오·헬스케어 계열사 투자와 리보세라닙·캄렐리주맙 등 핵심 파이프라인 개발을 위한 자금 수요까지 고려해 50% 청약을 결정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특수관계인에 대해서는 오히려 참여 규모를 확대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HLB제약은 측은 "진양곤·박재형·진유림·진인혜 등 특수관계인 4인은 유상증자의 성공적인 추진을 지원하기 위해 당초 배정분의 30%였던 청약 계획을 50%로 확대했다"면서 "진양곤·진유림·진인혜 씨는 보유 현금과 신주인수권 매각대금, 금융기관 차입으로, 박재형 대표는 여기에 추가 주식담보대출을 활용해 청약자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했다. 예정대로 청약이 이뤄질 경우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20.9%에서 유상증자 후 18.4%로 낮아진다. HLB생명과학 지분율도 16.2%에서 14.2%로, 진양곤 의장은 2.4%에서 2.1%로 하락할 전망이다. 진유림·진인혜 씨의 지분율도 각각 0.3%에서 0.3%로 소폭 줄어들게 된다.2026-09-01 11:58:21차지현 기자 -
충분한 현금 자산에도 3조 유증…삼성로직스 '깜짝 증자' 배경은[데일리팜=차지현 기자]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 삼성바이오로직스가 3조원대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나선다. 2022년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 인수와 생산시설 확대를 위해 3조2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단행한 지 4년 만이다. 회사는 이번에 조달한 자금을 폴리펩타이드그룹 인수와 송도 제2바이오캠퍼스 증설에 투입할 계획이다. 시장에서는 이미 2조원대 현금성자산을 보유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유상증자로 방향을 선회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신주 발행에 따른 주주가치 희석과 삼성물산·삼성전자의 청약 참여 여부도 관전 포인트다. 대규모 유상증자에 대한 금융당국 심사가 강화한 만큼 당국의 판단 역시 변수로 꼽힌다. 4년 만에 또다시 3조 유증…90% 폴리펩타이드 인수에 투입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8일 이사회를 열고 총 3조9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보통주 227만주를 새로 발행하는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이다. 예정 발행가는 주당 132만2000원으로 할인율 15%를 적용했다. 신주 상장 예정일은 11월30일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측은 이번 유상증자 사유에 대해 "폴리펩타이드그룹(Polypeptide Group) 인수와 제2바이오캠퍼스 증설 등을 통해 지속 성장을 이어가기 위한 자본 조달"이라고 설명했다. 회사는 조달액 중 90.2%인 2조7062억원을 폴리펩타이드그룹 인수에 투입한다. 사실상 이번 유상증자로 폴리펩타이드그룹 인수대금 대부분을 마련하는 셈이다. 앞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달 폴리펩타이드그룹을 최대 14억6296만스위스프랑(2조7062억원)에 인수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공개매수를 통해 최대 3301만6411주를 취득해 지분 100%를 확보하는 방식이다. 폴리펩타이드 그룹은 1996년 글로벌 제약사 페링의 펩타이드 생산사업부에서 분사한 CDMO 전문 기업으로 업계 최고 수준의 펩타이드 신약 후보 물질 생산 프로세스 개발 역량을 갖춘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를 통해 기존 항체의약품과 메신저리보핵산(mRNA), 항체약물접합체(ADC)에 이어 펩타이드까지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나머지 2948억원은 송도 제2바이오캠퍼스 증설에 활용할 예정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제2바이오캠퍼스에 지난해 완공한 5공장에 이어 6~8공장을 순차적으로 건설해 항체의약품 생산능력을 총 138만5000L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이로써 글로벌 CDMO 시장 내 경쟁력을 강화하고 선도적 지위를 공고히 한다는 목표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대규모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추진하는 건 2022년 이후 4년 만이다. 당시 회사는 총 500만9000주 신주를 발행해 3조2000억원을 조달했다. 이 가운데 1조2024억원을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 인수 등 타법인 증권 취득에, 1조9984억원을 생산시설 확충에 투입했다. 대규모 성장투자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또 한 번 주주의 손을 빌린 것이다. 현금 2.2조·부채비율 51%…차입 대신 주주자금 택한 이유 시장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조원대 현금성자산을 보유하고도 대규모 유상증자를 선택한 배경에 주목하는 모습이다. 당초 회사는 폴리펩타이드그룹 인수대금을 보유자금과 차입금으로 마련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불과 한 달여 만에 3조원 규모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 조달로 방향을 선회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분기 말 연결 기준 현금성자산과 단기금융상품을 합쳐 2조1886억원의 현금성 유동성을 보유했다. 이는 1분기 말 1조6204억원보다 35.1% 증가한 규모다. 지난해 말 1조4560억원과 비교하면 반년 만에 50.3% 늘었다. 당장 보유한 현금만으로 폴리펩타이드 인수대금의 80% 이상을 충당할 수 있는 수준이다. 풍부한 현금은 본업의 높은 수익성이 뒷받침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2분기 연결 매출은 1조3209억원, 영업이익은 5864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각각 30.2%, 22.9% 증가했다. 상반기 누적 매출은 2조5780억원, 영업이익은 1조1672억원에 달했다. 상반기 영업이익률은 45.3%로 매출의 절반 가까이를 영업이익으로 남겼다. 차입 부담도 크지 않은 상황이다. 2분기 말 연결 기준 총부채는 4조2907억원, 자본총계는 8조3619억원으로 부채비율은 51.3%에 그쳤다. 차입금비율도 11.5%에 불과하다. 총차입금은 9653억원으로 현금성 유동성보다 1조2233억원 적어 순현금 상태다. 회사채 발행이나 금융권 차입으로 1조원을 추가 조달한다고 단순 가정해도 부채비율은 63.3% 수준에 그친다. 현금 여력과 낮은 부채비율을 감안하면 차입을 통한 자금 조달 여지가 충분한 상황에서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 조달을 결정한 셈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대규모 성장투자 재원을 선제적으로 확보하면서 향후 추가 투자에 대응할 수 있는 재무적 유연성을 높이겠다는 입장이다. 부채 증가와 이자비용을 감수하는 대신 주주자금을 활용해 재무건전성을 유지하겠다는 판단이다. 여기에 하반기 예정된 회사채 상환도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오는 9월 1200억원, 10월 2000억원 등 총 3200억원 규모 회사채 만기를 앞뒀다. 반면 기존 소액주주 입장에서는 이번 유상증자가 달갑지만은 않은 결정이다. 유상증자로 신주가 발행되면 전체 주식 수가 늘어나는 만큼 기존 주주가 보유한 지분율이 낮아지고 주당 가치도 희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탄탄한 현금과 차입 여력을 갖췄음에도 대규모 유상증자에 재차 나선 만큼 주주 부담을 반복적으로 떠넘긴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희석률 4.9%로 낮췄지만…대주주 참여·금감원 심사 관건 결국 이번 유상증자의 관건은 대규모 자금 조달의 당위성과 주주가치 희석 우려를 얼마나 설득력 있게 해소하느냐다. 회사가 현금과 차입 여력이 충분한 상황에서 다시 주주자금을 택했다는 점은 설명이 필요한 대목이다. 조달 자금이 실제 기업가치 확대로 이어질 수 있는지, 대주주가 일반주주와 부담을 얼마나 나눌지도 시장의 평가 대상이다. 최근 대규모 유상증자를 둘러싼 금융당국의 심사가 까다로워진 점도 부담 요인이다. 당국은 증자 규모와 자금 사용 계획의 구체성은 물론 차입·회사채 등 대체 조달 수단의 검토 여부, 투자 시기와 집행 가능성, 주주가치에 미치는 영향 등을 세밀하게 들여다보는 분위기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사례가 대표적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 3월 해외 생산거점 확대 등을 위해 3조6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추진했지만 주주가치 희석과 자금조달 필요성 논란에 부딪혔다. 발표 직후 주가가 13%가량 급락했고 금융감독원은 투자 필요성과 자금 사용처, 주주와의 소통 등에 대한 설명이 충분하지 않다며 증권신고서 정정을 요구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후 유상증자 규모를 2조3000억원으로 축소하는 동시에 한화에너지 등이 1조3000억원 규모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하도록 조달 구조를 바꿨다. 일반주주가 부담하는 증자 규모를 36.1% 낮춘 셈이다. 그럼에도 금융당국의 추가 정정 요구가 이어지면서 자금 사용 계획과 투자 필요성 등을 보완한 뒤 증자를 진행했다. 올해 한화솔루션도 비슷한 과정을 겪었다. 한화솔루션은 지난 3월 재무구조 개선과 차세대 태양광 투자를 위해 2조3976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추진했다. 조달액 중 1조4899억원을 채무 상환에 투입하고 나머지 9000억원을 태양광 설비 투자에 활용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금감원 정정 요구와 주주 반발 등을 거치며 최종 발행 규모는 절반까지 축소됐다. 자금조달 목적이 분명하더라도 증자 필요성과 방식, 주주 부담을 충분히 납득시키지 못하면 시장과 당국의 동의를 얻기 어렵다는 얘기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유상증자를 결정하기에 앞서 신종자본증권, 전환사채(CB), 제3자배정 유상증자 등 다른 자금조달 방안을 충분히 검토했다는 입장이다. 회사는 증권신고서를 통해 "신종자본증권은 높은 금리와 대규모 조달의 현실적 제약이 있고 CB는 오버행과 장기간 지분가치 희석 우려가 있다"면서 "제3자배정 유상증자는 기존 주주의 신주인수권을 배제하는 방식인 만큼 주주가치 보호 측면에서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주주가치 희석을 최소화했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이번 유상증자로 발행하는 신주는 227만주로 기존 발행주식의 4.9%에 해당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당초 기존 주식의 약 13%에 해당하는 신주를 발행하려 했던 것과 비교하면 희석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다. 최근 5년간 국내 상장사가 실시한 1조원 이상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유상증자의 평균 증자비율 29.9%와 비교해도 크게 낮은 수준이다. 신주 발행에 따른 주주가치 희석은 최대한 제한하면서도 대규모 투자재원을 확보할 수 있는 수준으로 증자 규모를 책정했다는 게 삼성바이오로직스 측 설명이다. 소액주주 비중이 높지 않아 최대주주 측이 상당 부분을 부담한다는 점도 차이가 있다. 6월 말 기준 삼성물산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 43.1%, 삼성전자는 31.2%를 보유하고 있다. 삼성생명 특별계정과 임원 지분까지 합친 최대주주·특수관계인 지분율은 74.3%다. 현재 지분율을 유지하고 삼성물산과 삼성전자가 배정 물량을 전량 청약한다고 가정하면 두 회사가 부담할 금액은 1조8000억원에 달한다. 삼성물산이 1조300억원, 삼성전자가 7500억원을 부담하는 구조다. 삼성물산과 삼성전자는 2022년 삼성바이오로직스 유상증자에서도 대규모 자금을 투입한 전례가 있다. 당시 삼성물산은 190만4239주에 1조2168억원, 삼성전자는 138만477주에 8821억원을 각각 청약했다. 다만 회사 측 설명에도 시장 반응은 냉랭했다. 유상증자 발표 당일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6.8% 내린 148만6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시가총액은 27일 73조7878억원에서 28일 68조7884억원으로 줄어 하루 만에 약 5조원이 증발했다. 풍부한 현금과 낮은 부채비율에도 대규모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택하면서 주주가치 희석 우려가 부각된 것으로 풀이된다.2026-08-29 06:00:54차지현 기자 -
삼성제약, CB 상환 등에 206억…임상재원 추가 조달 가능성[데일리팜=이석준 기자] 삼성제약이 향후 추가 자금조달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2024년 유상증자와 지난해 전환사채(CB) 발행으로 총 675억원을 확보했지만 조달자금 대부분을 사용한 데 이어 최근 CB 상환·양수에 206억원을 투입했기 때문이다. 취득대금은 자기자금과 차입금으로 마련했다. 협의 양수한 CB 150억2500만원어치는 재매각을 검토하고 있어 자금 일부를 다시 확보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재매각이 원활하지 않거나 알츠하이머병 임상시험 관련 지출이 본격화하면 추가 차입이나 증자, 신규 CB 발행 등이 선택지로 떠오를 수 있다. 현금성 자산 96억…CB 취득에 206억 삼성제약은 지난 21일 발행액 269억원 가운데 원금 기준 202억2500만원어치의 제32회 CB를 만기 전에 취득했다. 투자자의 조기상환청구권 행사에 따라 52억원을 상환했고, 나머지 150억2500만원은 사채권자와 협의해 장외에서 사들였다. 조기상환 수익률 연 복리 2%를 적용한 실제 지급액은 206억2950만원이다. 협의 양수분 가운데 140억원은 최대 투자자였던 제스트신기술조합제76호가 보유한 물량이다. 제스트는 CB를 삼성제약에 장외 매도하면서 보유 물량을 모두 정리했다. 이번 취득액은 6월 말 삼성제약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보다 두 배 이상 많다. 반기말 현금및현금성자산은 45억5600만원, 단기금융상품은 50억원으로 총 95억5600만원이다. 반기말 현금성 자산만으로는 취득액에 약 111억원 미치지 못하는 규모다. 삼성제약은 취득 재원으로 자기자금과 차입금을 사용했다고 공시했다. 다만 각각의 투입 규모와 구체적인 차입 조건은 밝히지 않았다. 유동성 지표도 여유롭지 않다. 6월 말 유동자산은 308억원, 유동부채는 402억원으로 유동비율은 76.6%다. 1년 안에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보다 갚아야 할 부채가 94억원 많다. 본업을 통한 현금 창출도 마이너스다. 올 상반기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36억원 순유출을 기록했다. 매출은 189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5.0% 감소했고 영업손실은 70억원이었다. 이번 취득으로 외부 사채권자가 보유한 CB 잔액은 원금 기준 66억7500만원으로 줄었다. 오는 12월 다음 조기상환 청구기간이 열리는 만큼 잔여 사채에 대한 추가 현금 유출 가능성도 남아 있다. 다만 삼성제약은 조기상환청구분 52억원을 소각하고, 협의 양수한 150억2500만원어치는 재매각을 검토할 예정이다. 구체적인 처리 방식은 향후 이사회에서 최종 결정한다. 양수사채가 재매각되면 매각대금이 유입돼 이번 취득에 따른 유동성 부담을 상당 부분 덜 수 있다. 반면 해당 CB의 전환 가능성도 다시 살아나 잠재적인 지분 희석 부담은 남게 된다. 양수사채의 전환가액은 주당 1591원이며 전환 가능한 주식은 944만3745주다. 조달자금 대부분 집행…임상 예정자금 318억 남아 기존에 확보한 외부자금도 상당 부분 사용됐다. 삼성제약은 2024년 2월 유상증자로 406억원을 조달했으며 올해 6월 말까지 315억원을 집행했다. 미사용액은 약 91억원이다. 반면 당초 계획상 아직 집행되지 않은 임상시험 연구개발비는 미사용 자금을 크게 웃돈다. 삼성제약은 유증자금 가운데 327억원을 임상시험 연구개발비에 배정했지만 실제 집행액은 9억2400만원에 그쳤다. 당초 자금사용 계획을 기준으로 아직 집행되지 않은 임상 연구개발비는 약 318억원이다. 지난해 8월 발행한 CB 269억원도 6월 말까지 264억원이 운영자금 등에 사용됐다. 유상증자와 CB를 합친 675억원 가운데 공시상 집행액은 579억원에 달한다. 삼성제약은 의료계 파업 등으로 알츠하이머병 3상 일정이 지연되자 유증자금 일부를 CSO 수수료와 원부자재 구매대금에 우선 사용했다. 향후 임상시험 재개에 필요한 자금은 영업활동 현금흐름과 투자자산 현금화 등을 통해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상반기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적자를 기록한 만큼 당장은 양수사채 재매각과 투자자산 현금화의 중요도가 커진 상태다. 양수사채·투자주식 현금화…차입·증자도 선택지 우선 활용할 수 있는 수단은 양수사채 재매각이다. 협의 양수한 CB 150억2500만원어치를 외부 투자자에게 다시 팔면 취득에 투입한 자금 상당 부분을 회수할 수 있다. 상장주식도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이다. 삼성제약은 6월 말 기준 젬백스앤카엘을 비롯해 삼성전자, 포니링크, 앤디포스, 카카오 등의 상장주식 319억원어치를 보유했다. 이 가운데 젬백스앤카엘 지분 장부가액이 289억원으로 약 90%를 차지한다. 젬백스앤카엘은 삼성제약 최대주주이자 신약 파이프라인 제공 회사여서 대규모 지분 처분은 양사 관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유상증자나 신규 CB 발행도 가능한 선택지지만 주가가 부담이다. 삼성제약의 이달 21일 종가는 1250원으로 2024년 유상증자 발행가 1503원과 제32회 CB 전환가 1591원을 모두 밑돈다. 현 주가 수준에서 지분성 자금을 조달하면 기존 주주의 지분 희석 부담이 커질 수 있다. 당장 공식화된 신규 자금조달 계획은 없다. 양수사채 재매각 여부와 임상시험 재원 마련이 삼성제약의 다음 재무 행보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2026-08-28 06:00:48이석준 기자 -
상반기 바이오 투자액 2년새 2.5배 ↑…회복하는 투심[데일리팜=차지현 기자] 올 상반기 국내 바이오·의료 벤처투자가 1조5000억원을 넘어섰다. 투자 혹한기였던 2023년 상반기 투자액과 비교하면 2.5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바이오 투자 시장이 저점을 지나 회복 국면에 들어선 것으로 풀이된다. 바이오 업종으로 자금 유입이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상반기 벤처펀드 결성액이 증가한 데다 임상 3상 특화펀드 등 정책금융 지원이 확대하는 만큼 후속 투자와 후기 임상 자금 조달에 숨통이 트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상반기 바이오 투자 3년 연속 증가…2023년 저점 대비 2.5배 21일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 바이오·의료 분야 벤처투자액은 1조5041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상반기 투자액보다 53.6% 증가했다. 이번 통계는 벤처투자회사·조합과 신기술금융사·조합의 투자 실적을 합산한 수치다. 바이오·의료 업종 투자는 코로나19 창궐로 투자 수요가 집중됐던 2021년 정점을 찍은 뒤 하향 곡선을 그려왔다. 상반기 바이오·의료 업종 투자액은 2021년 1조8101억원까지 치솟았다가 2022년 1조3159억원으로 줄었다. 이듬해에는 5961억원으로 전년 대비 54.7% 급감하면서 2년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이후 2024년부터 바이오 투자 시장이 반등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 2024년 상반기 투자액은 전년 대비 42.2% 늘어난 8527억원을 기록했고 2025년에는 14.8% 증가한 9793억원으로 확대했다. 여기에 올 상반기 1조5041억원까지 늘어나면서 3년 연속 증가세를 이어간 셈이다. 올 상반기 바이오·의료 업종 투자액은 2023년 상반기와 비교하면 150.9% 증가한 규모다. 3년 만에 투자액이 2.5배 불어났다는 얘기다. 2022년 상반기 투자액과 비교해도 14.3% 많다. 전체 벤처투자에서 바이오·의료가 차지하는 비중도 투자 혹한기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2022년 상반기 17.2%였던 바이오·의료 비중은 2023년 13.3%까지 떨어졌다. 이후 2024년 15.5%로 높아졌고 지난해 17.0%까지 올라선 뒤 올해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한동안 얼어붙었던 바이오 벤처투자가 회복세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투자액이 3년 연속 늘어난 데다 전체 벤처투자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7% 수준을 회복하면서 투자심리가 점차 되살아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벤처펀드 8.4조 결성…정책금융도 후기 임상 지원 확대 업계에서는 바이오 업종으로 자금 유입이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지는 분위기다. 벤처투자에 활용될 펀드 결성 규모가 커진 데다 정부도 후기 임상과 상업화 단계 바이오 기업을 겨냥한 정책금융 공급을 늘리고 있어서다. 올 상반기 신규 벤처펀드 결성액은 8조4366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33.0% 증가했다. 상반기 기준 역대 두 번째로 큰 규모다. 정책금융 출자액은 같은 기간 1조278억원에서 1조6274억원으로 58.3% 늘었고 민간부문 출자액도 5조3153억원에서 6조8092억원으로 28.1% 증가했다. 특히 모태펀드 출자액은 지난해 상반기 2886억원에서 올 상반기 6163억원으로 113.5% 증가했다. 성장금융 출자액도 1815억원에서 5325억원으로 193.4% 확대했다. 금융기관 출자 역시 1조6824억원에서 2조6061억원으로 54.9% 늘었다. 벤처투자에 투입할 수 있는 자금 여력이 커졌다는 얘기다. 바이오 분야를 직접 겨냥한 정책자금 공급도 본격화하고 있다. 정부는 국가 첨단전략산업 육성을 위해 150조원 규모 국민성장펀드를 추진 중이다. 이 가운데 바이오·백신 분야에 11조6000억원을 배정했다. 백신 개발과 바이오의약품 생산 인프라, 글로벌 임상·상업화 단계 기업 등에 대규모 정책자금을 공급하는 것이 골자다. 앞서 지난 4월 동아쏘시오그룹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CMO) 계열사 비티젠이 850억원 규모 저리대출 지원 대상으로 선정됐다. 이어 5월에는 SK바이오사이언스가 3000억원 규모 저리대출 지원 대상에 올랐다. 비티젠은 송도 바이오시밀러 생산설비 증설에, SK바이오사이언스는 21가 폐렴구균 백신 글로벌 임상 3상과 생산시설 확충 등에 자금을 투입할 계획이다. 6월에는 신약개발 바이오텍 리가켐바이오까지 지원 대상에 포함됐다. 리가켐바이오는 전환우선주(CPS)와 전환사채(CB) 발행을 통해 총 5000억원을 조달하기로 했다. 이 가운데 국민성장펀드가 2500억원을 투입한다. 비티젠과 SK바이오사이언스가 대출 방식이었다면 리가켐바이오는 CPS와 CB를 인수하는 직접 지분성 투자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신약개발 과정에서 자금 부담이 큰 후기 임상에 특화한 정책펀드도 가동을 앞뒀다. 보건복지부는 후기 임상 단계 기업의 투자 공백을 줄이기 위해 임상 3상 특화펀드를 추진 중이다. 한국투자파트너스가 주관 운용사로 선정됐으며 당초 1500억원이었던 목표 결성액을 1700억원으로 높였다. 약정총액의 60% 이상을 실제 임상 3상을 추진하는 제약·바이오 기업에 투자하는 구조다. 여기에 K바이오·백신펀드도 혁신신약 임상 2~3상과 제약 기술 플랫폼, 글로벌 진출 등을 중심으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K바이오·백신펀드는 복지부가 블록버스터급 신약 창출과 바이오헬스 산업 투자 활성화를 위해 2023년부터 조성해온 정책펀드다. 혁신신약 임상 2~3상과 제약 기술 플랫폼, 국내 기업의 글로벌 진출, 인수합병(M&A) 등을 주요 투자 분야로 삼고 있다. 복지부는 오는 2027년까지 펀드 규모를 1조원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초기 바이오 투자 여전히 한파…후기 단계 자금 쏠림 우려도 다만 일각에서는 초기 단계 바이오기업의 자금조달 여건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특히 자금이 후기 임상이나 기술·사업성이 어느 정도 검증된 기업에 집중되면서 상대적으로 불확실성이 큰 초기 바이오텍은 투자 유치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바이오 벤처투자 전반의 회복세에도 불구하고 초기 단계 바이오기업의 투자 유치는 오히려 줄어든 모습이다. 올해 상반기 바이오·헬스케어 기업의 시드(Seed) 투자 유치는 16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1건보다 23.8% 감소했다. 이 가운데 투자금액을 공개한 8곳의 유치액 합계는 115억원이다. 다만 전체의 60.9%인 70억원이 전기 수술기 개발사 크레센 한 곳에 집중됐다. 크레센을 제외한 나머지 7곳의 공개 투자액은 45억원에 그쳤다. 글로벌 바이오 투자시장에서도 후기 단계 투자 회복 속도가 상대적으로 빠른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글로벌 바이오제약 투자정보업체 딜포마(DealForma) 조사 결과 올 상반기 글로벌 바이오제약 벤처캐피털(VC) 투자에서 시드·시리즈A는 114건, 48억달러를 기록한 반면 시리즈B 이상은 121건, 115억달러로 집계됐다. 시리즈B 이상 투자액은 지난해 연간 투자액의 63.9%에 이미 도달한 반면 시드·시리즈A는 지난해 연간 투자액의 43.2% 수준에 머물렀다. 후기 단계로의 자금 유입이 상대적으로 빠르게 늘어나는 반면 초기 단계 투자는 더딘 흐름을 보이는 셈이다. 초기 투자 위축이 장기화할 경우 바이오 산업의 성장 기반 자체가 약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초기 기업에 대한 투자가 줄면 새로운 신약 후보물질과 기술을 보유한 기업의 시장 진입이 어려워지고 향후 기술이전과 기업공개(IPO), M&A 등으로 이어질 후보군도 줄어들 수 있어서다. 더욱이 초기 바이오벤처는 후속 투자로 이어지지 못할 경우 연구개발 자체가 중단되거나 유망 기술이 사장될 가능성도 커질 수 있다는 우려다.2026-08-21 11:56:01차지현 기자 -
파라택시스, 결국 상장폐지…신약 개발 실패의 씁쓸한 청구서[데일리팜=천승현 기자] 한때 신약 개발 유망 바이오기업으로 촉망받았던 브릿지바이오가 코스닥 시장에서 사라진다. 신약 개발 임상 실패 이후 주가가 급락했고 최대주주 변경으로 재기를 모색했지만 상장 폐지 사유를 해소하지 못했다. 과거 5000억원에 육박했던 시가총액은 90% 이상 쪼그라들었다. 21일 한국거래소는 지난 19일 코스닥시장위원회를 열어 파라택시스코리아의 상장폐지를 의결했다. 지난달 기업심사위원회의 상장폐지 결정에 대해 파라택시스코리아가 이의신청을 접수했지만 수용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파라택시스코리아는 오는 31일까지 상장폐지에 따른 정리매매가 진행된다. 지난 4월 상장적격성 사유 발생으로 주식 매매가 정리된지 4개월 만에 상장폐지가 결정됐다. 파라택시스코리아는 국내 신약 개발 바이오기업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가 전신이다. 지난해 파라택시스코리아펀드가 인수한 이후 사명을 파라택시스코리아로 변경했다. 파라택시스코리아펀드는 암호화폐 등 디지털 자산 분야에 특화된 멀티스트래티지(다중전략) 투자 운용사다. 파라택시스코리아는 지난 2019년 12월 성장성 특례로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성장성 특례상장은 기업의 성장 가능성에 높은 가산점을 주는 상장 제도다. 상장을 주관하는 증권사가 기술력과 성장성을 판단해 잠재력이 높다고 추천하면, 상장 요건 중 수익성과 매출 기준이 완화된다. 옛 브릿지바이오는 지난해 4월 14일 시가총액 4674억원을 형성하며 신약 개발 기대감이 고조됐다. 하지만 뚜렷한 실적이 없는 상황에서 신약 개발 실패로 주가가 급락하면서 위기감이 커졌다. 브릿지바이오는 지난해 4월 14일 특발성 폐섬유증(IPF) 치료제 후보물질 'BBT-877' 다국가 임상 2상 탑라인(주요 지표) 데이터 분석 결과 1차 평가지표인 24주차 강제 폐활량(FVC) 변화에서 유의미한 개선 효과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BBT-877 임상 2상은 IPF 환자를 대상으로 약물의 유효성과 안전성, 내약성을 평가하기 위해 한국, 미국, 호주, 폴란드, 이스라엘 등 5개국에서 진행됐다. 총 129명의 환자가 참여했다. 연구 결과 FVC 변화가 약물군과 위약군 모두에서 관찰됐으나, 두 군 간 통계적 유의미한 차이는 없었다. IPF는 알 수 없는 이유로 섬유 조직이 과도하게 생성되면서 폐가 딱딱하게 굳어가는 질환이다. 진단 후 5년 생존율이 40% 미만인 희소질환이다. 2023년 기준 전 세계 IPF 환자 수는 약 30만명에서 50만명으로 추정된다. 이 중 미국에만 약 10만명 이상 환자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BBT-877은 오토택신 저해제다. 오토택신은 우리 몸에서 지방 신호물질로 알려진 리소포스파티드산(LPA)을 생성하는 일종의 효소 단백질이다. LPA가 몸에서 과도하게 만들어지면 섬유화가 진행된다. BBT-877는 오토택신을 선택적으로 저해해 섬유화를 막는 효과를 낸다. BBT-877은 국내 바이오기업들의 협업을 기반으로 다국적제약사에 기술이전됐지만 권리가 반환된 신약 후보물질이다. 브릿지바이오는 2017년 5월 리가켐바이오로부터 BBT-877에 대한 전 세계 독점실시권을 획득했다. 계약에는 브릿지바이오가 기술수출을 달성할 경우 이후 개발·판매 과정에서 단계별로 발생하는 모든 수익 중 45%를 리가켐바이오와 배분하는 조건이 달렸다. 브릿지바이오는 2019년 7월 BBT-877을 베링거인겔하임에 기술이전했다. 총 계약 규모는 최대 11억 유로에 달한다. 브릿지바이오는 BBT-877의 기술수출로 반환의무가 없는 계약금단기 마일스톤(단계별 기술료)으로 4500만유로를 받았다. 브릿지바이오는 2019년 말 BBT-877 임상 1상 완료에 따라 약 50억원을 마일스톤 수익분배금 명목으로 리가켐바이오에 지급했다. 지난 2021년 11월 베링거인겔하임은 BBT-877의 권리를 반환했다. 당시 브릿지바이오는 “이번 결정은 BBT-877의 잠재적 독성 우려에 관한 베링거인겔하임의 내부 가이드라인에 따른 것으로 자체적으로 보충 연구와 추가 자료 분석을 통해서 후기 임상 개시를 위한 준비 및 FDA와의 협의 일정을 논의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이후 브릿지바이오는 추가 연구를 통해 자체적으로 개발했지만 임상 2상에서 유효성 입증에 실패했다. 브릿지바이오는 임상 실패 소식이 공개된 작년 4월 15일 주가가 전 거래일보다 29.9% 하락한 이후 5거래일 연속 하한가를 기록했다. 이 기간에 시가총액은 4674억원에서 790억원으로 3884억원 증발했다. 주식매매가 정지되기 전인 지난 4월 시가총액은 411억원으로 1년 전보다 90% 이상 감소했다. 브릿지바이오는 지난해 3월 법인세비용차감전계속사업손실 문제로 관리종목으로 지정됐다. 2023년 자기자본 대비 법차손 비중 200%를 초과한 데 이어 2024년해에도 72%를 기록했다. 브릿지바이오는 지난해 6월 파라택시스코리아펀드 1호를 대상으로 200억원 규모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진행하면서 최대주주가 변경됐다. 당시 브릿지바이오는 파라택시스코리아펀드와 경영권 변경 계약을 체결하면서 50억원 규모 전환사채도 발행했다. 이후 사명을 파라택시스코리아로 변경하고 재도약에 시도했지만 상장폐지 사유를 해소했다. 지난 2월에는 감사보고서 제출이 지연됐다. 당시 회사 측은 “외부감사인으로부터 비한정내용연수 무형자산 손상 관련 사항, 특정 주식거래 및 투자계약과 관련한 지배력 판단 등에 대한 이견이 존재하고, 감사절차 종결을 위한 품질관리절차 수행 및 적합한 감사증거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해 추가적인 시간이 필요하다는 사유로 감사보고서 제출이 지연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브릿지바이오는 최대주주 변경 이후 연구개발 동력을 급격히 상실했다. 지난해 투입한 연구개발비는 91억원으로 2023년 323억원에서 2년 만에 71.8% 줄었다. 올해 상반기 투자한 연구개발비용은 6억원에 그쳤다. 개발 중인 신약 과제도 줄줄이 중단됐다. 파라택시스코리아의 반기보고서를 보면 “사업 경쟁력 제고 및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위해 주요 파이프라인 및 연구 과제에 대한 전략적 재편을 진행했다”라고 설명했다. 2023년 9월 BBT-176의 임상시험계획을 자진 취하하고 건국대학교 산학협력단과의 안저질환 치료제 후보물질 BBT-212의 공동연구 계약을 해지했고 2024년 9월에는 샤페론과의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제 후보물질 BBT-209 기술도입 계약을 해지했다. 지난해에는 시장 환경 및 사업 효율성을 고려해 BBT-207의 임상시험을 자진 취하하고 라이선스 아웃 중심의 전략으로 전환했고 GPCR과의 공동개발 및 특허사업화 계약을 해지했다. 올해 6월에는 바이오 사업 부문의 선택과 집중을 위해 셀라이온바이오메드와의 섬유증 치료제 후보물질 BBT-301 기술도입 옵션계약을 해지했다. 공교롭게도 성장성 특례 상장 1호 셀리버리도 상장폐지 철퇴를 맞은 바 있다. 셀리버리는 지난해 2월 25일부터 3월 6일까지 상장폐지를 위한 정리매매가 진행되면서 국내 증시에서 퇴출됐다. 상장폐지 사유는 감사범위 제한 및 계속기업 가정 불확실성에 따른 감사의견 거절이다. 지난 2014년 설립된 셀리버리는 단백질 소재 바이오신약을 개발하는 바이오벤처다. 셀리버리는 약물을 세포에 전달하는 기술인 '약리물질 생체 내 전송기술(TSDT)'로 잠재력을 보증받고 2018년 11월 성장성 특례상장 1호로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셀리버리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기대감에 주가가 급등했다. 셀리버리는 지난 2020년 1월 2일 시가총액 4848억원을 형성했는데 7개월 만인 8월 13일 시가총액이 1조원을 넘어섰다. 2021년 1월 28일에는 시가총액이 3조1423억원으로 치솟았다. 하지만 셀리버리가 뚜렷한 R&D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주가는 내리막을 걸었다. 지난 2021년 9월 27일 셀리버리의 시가총액이 1조 아래로 떨어졌고 2023년 3월 23일 2443억원의 시가총액을 기록한 이후 2년 가량 거래가 정지됐다. 셀리버리의 상장폐지 결정 전 시가총액은 최고점을 기록한 4년 전과 비교하면 92.2% 쪼그라들었다.2026-08-21 06:00:52천승현 기자 -
삼일제약, 100억 확보 직후 46억 집행…베트남 CDMO 속도[데일리팜=이석준 기자] 삼일제약이 베트남 안과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공장의 운영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6월 베트남법인 운영자금 등을 위해 100억원을 확보한 뒤 열흘 남짓 만에 46억원을 집행했다. 올해 하반기 KGMP 인증도 추진한다.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회사는 지난 6월19일 제24회 무기명식 이권부 무보증 사모 전환사채(CB) 100억원을 발행했다. 표면이자율과 만기이자율은 모두 0%이며 만기는 2031년 6월19일이다. 전환가액은 주당 7245원이다. 삼일제약은 CB 발행 당시 조달자금 100억원을 올해 중 베트남 안과 CMO 공장 운영자금 투자 등에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발행된 교환사채(EB)의 풋옵션 행사 시 상환대금도 자금 사용 목적에 포함됐다. 자금 확보 직후 실제 집행도 이뤄졌다. 삼일제약은 반기보고서에서 6월 말 기준 이번 CB로 조달한 100억원 가운데 46억원을 베트남 안과 CDMO 공장 운영자금으로 사용했다고 밝혔다. 6월19일 납입 이후 열흘 남짓 만에 조달액의 46%를 집행한 셈이다. 구체적인 집행 내역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공장 운영자금이 실제 투입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베트남 CDMO 사업이 구축 단계에서 운영 준비 단계로 넘어가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공장 건설과 현지 GMP 인증을 마친 데 이어 올해 하반기 KGMP 인증을 목표로 하고 있어 글로벌 생산기지 가동을 위한 후속 절차도 이어지고 있다. 나머지 54억원은 반기말 기준 미집행 상태다. 다만 당초 100억원의 사용 목적에는 기존 EB 풋옵션 행사 시 상환대금이 포함돼 있어 잔여 자금 전액이 공장 운영에 투입되는 구조는 아니다. 베트남 GMP 이어 KGMP 추진…글로벌 인증 확대 삼일제약의 베트남 법인 'SAMIL PHARMACEUTICAL COMPANY LIMITED'는 글로벌 안과 CDMO 의약품 개발·제조·판매를 위해 설립한 100% 자회사다. 회사는 2022년 11월 cGMP와 EU-GMP 수준의 글로벌 안과 CDMO 공장을 준공했다. 2024년 9월에는 베트남 GMP 인증을 완료했다. 현재는 한국을 비롯한 주요 시장 진출을 위한 추가 GMP 인증을 추진하고 있다. 삼일제약은 올해 하반기 KGMP 인증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27년에는 미국 cGMP와 유럽 EU-GMP 인증을 추진할 계획이다. KGMP 인증 목표 시점은 기존 계획보다 늦춰졌다. 삼일제약은 지난 3월 사업보고서에서 올해 상반기 KGMP 인증, 2027년 상반기 미국 cGMP와 유럽 EU-GMP 인증을 목표로 제시했다. 이후 1분기 보고서에서 KGMP 인증 목표를 올해 하반기로 조정했고 미국·유럽 인증은 2027년으로 제시했다. 이번 반기보고서에서도 같은 일정을 유지했다. 베트남 법인은 아직 매출이 발생하지 않고 있다. 공장 준공과 베트남 GMP 인증에 이어 운영자금 투입이 본격화한 만큼 향후 KGMP 인증과 실제 생산·수주가 사업 확대의 관건이다. 삼일제약은 베트남 공장의 인증 범위를 미국과 유럽까지 확대해 글로벌 안과의약품 CDMO 생산기지로 활용할 계획이다.2026-08-19 06:00:40이석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