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마리아 보이 한국베링거인겔하임 사장(GM)
BD&L 부서 신설·혁신신약 도입 속도전
퍼스트 인 클래스 접근성 한계…"타 국가 대비 최소 1년 늦어"
[데일리팜=황병우 기자] 자디앙을 앞세워 신장-대사질환(CRM) 통합 관리를 제시한 베링거인겔하임이 연구개발(R&D) 투자에 기반한 혁신을 설계하고 있다.
베링거인겔하임은 글로벌 기준 2022년 50억 유로(7조9666억원) 이상을 R&D에 투자했으며, 2023년에는 58억 유로(9조2412억)로 14.2% 증가하는 등 비중을 꾸준히 확대하는 중이다.
특히 한국에서도 ‘BD&L(Business Development & Licensing)’ 부서를 신설하면서 적극적인 협력 관계를 이어 나가고 있다.
▲ 안나마리아 보이(Ana-Maria Boie) 한국베링거인겔하임 사장 및 인체의약품 총책임자(General Manager)
취임 1주년을 맞은 안나마리아 보이(Ana-Maria Boie) 한국베링거인겔하임 사장 및 인체의약품 총책임자(General Manager)를 만나 지난 1년의 소회와 회사의 계획을 들어봤다.
보이 사장은 루마니아에서 의사 면허를 취득한 뒤 제약업계에 들어와 25년간 유럽, 라틴아메리카, 중동, 아프리카, 아시아 등 여러 국가에서 경험을 축적한 전문가다.
아스트라제네카와 화이자에서 마케팅 업무를 담당한 이후, 2009년 베링거인겔하임에 합류하면서 마케팅, 세일즈, ESG 등 다양한 분야의 업무를 수행하며 대표직을 맡게 됐다.
보이 사장 취임 후 지난해 한국베링거인겔하임이 주력하고 있는 분야는 ▲R&D ▲조직 문화 ▲파이프라인 확대 등 세 가지다.
보이 사장은 "미충족 수요가 존재하는 치료 영역에서 돌파구가 될 수 있는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해 R&D에 집중하고 있다"며 "한국에서 진행 중인 임상 연구만 33건에 달하며, BD&L 부서를 신설하면서 국내 제약사 및 바이오테크 기업들과의 협업과 오픈이노베이션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존에 베링거인겔하임의 아시아 지역 이노베이션 허브가 일본과 중국 2곳뿐이었는데, 여기에 한국이 추가되면서 총 3개가 되면서 R&D 확대 의지를 보여줬다는 평가다.
실제 한국은 베링거인겔하임의 전략적 우선순위에서 중요한 국가로 한국의 혁신성에 관한 관심을 바탕으로 혁신 생태계(Innovation Landscape)를 함께 발전시키겠다는 의지가 있다는 게 보이 사장의 설명.
향후 한국에서 신설 부서인 BD&L를 바탕으로 적극적인 지원을 통해 새로운 기회를 적극적으로 탐색한다는 계획이다.
보이 사장은 "지난 몇 년 사이 한국은 바이오테크 분야에서 '신흥강자(New Kids on the Block)'로 떠오르며, 세계적인 무대에서 주목받는 국가가 됐다. R&D 측면에서도 한국이 전 세계 5대 국가 중 하나로 자리 잡으면서, 베링거인겔하임도 한국 내 R&D를 더욱 확대하겠다는 전략적 목표를 수립하게 됐다"고 밝혔다.
또 그는 "BD&L 부서의 궁극적인 목표는 국내 연구자들과 혁신적인 신물질을 발굴 및 탐색하고, 한국 기업들과 협업을 강화하는 것"이라며 "발굴된 새로운 물질을 한국 기업과 협업해 R&D를 진행하고,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도모하는 것이 주요 역할이다"고 강조했다.
"한국 타 국가 대비 신약 접근 제한, 제약산업 혁신 한계 존재"
보이 사장이 바라본 한국은 최고(Top-tier) 수준의 의료 체계를 바탕으로 아시아-태평양 지역 4위의 제약산업 등 아시아 제약산업의 발전을 선도하는 국가다.
단일 지불 체계인 의료보험을 갖추고 있어 전 국민 대상 국가 의료보험제도 역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이러한 부분으로 제약산업의 혁신이 한정된 국가 예산에 영향을 받는다는 한계점도 존재한다고 언급했다.
보이 사장은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보건의료 체계를 갖추고 있는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혁신 의약품의 도입과 접근성 확보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지연되는 문제가 있다. 그 이유는 혁신 의약품의 혁신성이 충분한 가치를 부여받지 못하기 때문이다"고 전했다.
또 그는 치료제의 허가 및 급여 등재 이후에도 다양한 약가 인하 규정이 존재하는 것도 혁신 의약품의 접근성이 제한되는 요인 중 하나로 꼽았다.
보이 사장은 "국내 허가부터 급여 승인, 특허 만료까지 의약품의 생애 주기 측면에서 (의약품 공급이 지연될 경우) 한국에서 해당 의약품을 환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시간이 매우 제한적이게 된다"며 "2022년 발표된 데이터를 보면, 한국은 다른 국가 대비 신약 출시가 최소 1년에서 1년 6개월 정도 지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특히 2012년~2021년 동안 새로 개발되어 출시된 460여 개의 혁신 신약 중 단 33%만이 한국 출시에 성공했다. 이는 독일의 61%, 영국의 59% 등에 비해서도 낮은 수치라는 지적이다.
그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KRPIA 이사회, 주한유럽상공회의소 헬스케어위원회 위원장 등으로 활동하며 협회를 비롯한 여러 이해관계자와 협업하고 있으며, 한국 정부 기관인 식약처, 심평원, 건강보험공단 등과도 적극적으로 논의를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베링거인겔하임 한국 전략적 주요 10개국 선정…신약 도입 속도
베링거인겔하임은 R&D를 통한 혁신에 집중하고 있는 만큼 국내 시장에서 신약을 통한 영향력을 확대하는 데도 집중하고 있다.
보이 사장에 따르면 베링거인겔하임은 향후 7년 이내에 한국을 포함한 여러 국가에서 최소 20여 개의 적응증 또는 신약을 출시할 계획이다.
그중 한국은 베링거인겔하임의 전략적 주요 10개국 중 하나로, 혁신적인 치료 옵션을 한국 시장에 적극적으로 도입하고자 하는 강한 의지를 보이는 상태다.
현재 베링거인겔하임의 인체의약품 사업부가 집중하고 있는 분야는 ▲심혈관·신장·대사(Cardio-Renal-Metabolic, 이하 CRM) ▲폐섬유증(Pulmonary Fibrosis) ▲종양학(Oncology) 등이다.
보이 사장은 "한국에서 임상시험 중인 두 가지 주요 신약을 조속히 도입하려고 한다. 첫 번째는
GLP-1/글루카곤 이중작용제인 서보두타이드로 지방간 및 대사이상 관련 지방간염(MASH) 치료에서 긍정적인 연구를 도출했다"며 "급성 허혈성 뇌졸중(AIS) 치료를 위한 차세대 혈전 용해제인 메탈라제(테넥테플라제)의 국내 허가를 위해 식약처와 심사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최종 논의가 진행 중으로 급여 승인이 예상되는 폐섬유증 치료제 오페브(닌테다닙)도 올해 회사가 기대하는 품목 중 하나다.
이외에도 현재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미국 FDA로부터 혁신 치료제(Breakthrough Therapy)로 지정받은 오페브 후속 약물인 네란도밀라스트와 비소세포폐암(NSCLC) 치료를 위한 HER2 억제제 존거티닙이 장기적으로 한국에 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보이 사장은 "베링거인겔하임은 여기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신약과 혁신적인 치료 솔루션을 지속 개발하며 기존의 포트폴리오를 점진적으로 대체해 나가고 있다"며 "매출의 20% 이상을 R&D에 재투자하고 있다는 사실은 특허가 만료된 기존 제품이 아니라, 혁신적인 신약 개발과 도입에 맞춰져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그는 "베링거인겔하임의 모든 노력은 혁신적인 신약 개발과 환자들의 치료 접근성 제고에 집중되어 있다. 한국에서 업무를 마치고 돌아갈 때 ‘믿을 수 있는, 신뢰할 수 있는 사람’으로 기억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