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현장 항의로 일부 S/W, 구동여부 선택 잔존

의약품안전사용정보 시스템(DUR) 사용이 법제화 됐지만 일부 청구S/W 업체에서 시스템 '온/오프(on/off)' 기능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어서, 국가 감염병 조기차단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특히 의료 현장의 경우 DUR 시스템 구동여부를 임의로 선택하는 기능으로 인해 이번 지카바이러스 감염 환자 국내 유입처럼, 첫 진단에서부터 시스템 사각지대가 발생하기 때문에 감염병 우려 시 강력하게 차단하는 보다 정교한 규칙 설계가 요구된다.

24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지카바이러스 첫 환자가 광양 선린의원 진료 당시, 해당 의원에서는 DUR 시스템을 업데이트 하지 않아 감염병 환자 확인 기능이 작동하지 않았다.

질본은 이 환자에게 문자 알림을 보내 지속적인 관리를 해왔다고 했지만, 진료단계에서 관리할 수 있는 법제화 된 시스템이 충분히 갖춰져 있음에도 사각지대가 드러났다는 것은 DUR 법제화의 맹점이 아닐 수 없다.

법제화가 됐음에도 이 같은 문제가 발생된 원인은 무엇일까. 개정된 약사법에는 DUR 법제화를 "보건복지부장관은…(중략)…의약품안전사용정보시스템(이하 '정보시스템'이라 한다)을 구축·운영할 수 있다"로 명시하고 있다.

의료 현장에서는 아직도 DUR 사용 불편을 호소하는 상황이 일부 나타나고, 이 시스템을 탑재하는 청구S/W 업체가 대부분 민간업체이기 때문에 고객 불편 해소 차원에서 임의로 사용을 중단할 수 있는 '온/오프(on/off)' 기능을 일부 유지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가령 이 기능이 유지되고 있는 청구S/W를 사용하고 있는 A의료기관에서 임의로 사용을 중단해 놓은 사이, 해외에서 감염병이 창궐해 심사평가원이 DUR 시스템에 해당 정보를 탑재시켰을 경우 A의료기관은 DUR 시스템을 다시 사용 설정해놓지 않으면 업데이트를 할 수 없고, 이 정보를 서비스 받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민간업체 청구S/W 100개 넘어…강제화가 안 된다면?

병의원과 약국, 한방, 보건기관을 포함한 전 요양기관이 사용하고 있는 전산청구S/W는 100여개다. 심평원 창립과 함께 전산청구가 급속히 증가했는데, 창립 초기 심평원이 무료 청구S/W를 개발해 배포했다면 커지지 않았을 시장 규모다.

현재는 청구 포털과 DUR 등 각종 주요 핵심 시스템과 프로그램들이 심평원에 의해 개발돼 요양기관들이 무료로 사용하고 있지만, 전산청구 초장기에는 심평원이 그럴만한 능력과 여력을 갖고 있지 않았다.

DUR 법제화로 인해 시스템 운영이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DUR 개발주체가 아닌 청구S/W 업체들은 현장 목소리를 더욱 민감하게 받아들 수 밖에 없기 때문에 100개가 넘는 S/W들을 강제화시키는 데 힘이 부치는 것이다.

실제로 심평원은 법제화 전후 의약단체들에게 시스템 구동을 독려해달라고 수차례 요청한 바 있지만, 중앙회의 독려가 요양기관 현장 구석구석까지 미치리라 장담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심평원 측은 "현재로서는 온/오프 기능을 강제로 없앨 순 없다"며 "제품이 워낙 많아 4월부터 요양기관 실태조사를 벌여 문제를 진단·분석하고 곧바로 전국을 돌며 교육하고 독려하는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DUR법은 지난 12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큰 골격만 갖춰져 있다. 현재 정부는 심평원과 함께 DUR법의 하위법령과 세부사항을 설계 중인데, 이 같은 맹점을 보완할 해법이 강구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감염병 사태에 DUR을 더 효용성 있게 사용하기 위해서는 감염병 확산이 우려될 시기에 국가적으로 강제화시킬 수 있는 보다 정교한 하위법령과 세부규칙 설계가 필요한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