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P토픽] 현안 다수 실현…차기주자 바통 이어받을 미완 과제도 산적
출근저지·퇴진운동에 '벼락' 취임…조직관리 매진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취임이었다. 2011년 하반기
건강보험공단에 돌았던 하마평부터 그해 11월 취임한 직후까지 임명반대와 퇴진운동은
김종대 이사장의 뒤를 늘 따라다니며 압박했다.
그도 그럴 것이, 건강보험 통합을 반대하는 '투쟁 아닌 투쟁'을 해왔던 김종대 전 복지부 실장이 통합된
건보공단 수장에 앉는 것은 '어불성설'이나 마찬가지였던 것이다.
1989년 여야 만장일치로 통합의료보험법안이 나왔을 당시 그는 복지부 전 실장에 재직하며 '통합하면 직장보험료 2~3배 이상 뛴다'는 보도자료까지 배포해가며 공단 통합을 맹렬하게 반대했었다.
이는 그가 이사장으로 취임한 후에도 꽤 오랫동안 꼬리표처럼 따라다녔으니, 공단 조직이 그에게 갖고 있는 트라우마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때마침 새 이사장 취임 직후 헌법재판소에서 공단 재정통합 위헌 헌법소원 심판 청구소송까지 예정돼 있어, 그에 대한 거부감은 극에 달했다.
▲ 김종대 이사장은 2011년 11월 16일, 각계의 우려 속에 공단 입성에 성공했다.
실제로 그가 공단 이사장 하마평에 오르자마자 국회를 비롯해 사보노조와 시민사회단체, 의약사들까지 나서 하루가 멀다하고 성명과 보도자료들을 쏟아내며 임명반대 목소리를 외쳤다.
심지어 일부 시민단체는 관련 토론회를 열어 그의 취임이 끼칠 해악에 대해 우려했고, 국회에서는 당시 민주당 정동영 최고의원까지 공단 앞으로 쫓아와 반대 피켓을 들었다.
그럼에도 임명은 강행됐다. 극렬한 반대로 충돌을 우려한 김 이사장은 이례적으로 오후에 취임해 '벼락입성' '도둑취임' 등 숱한 비아냥을 사기도 했다.
조직은 엇갈렸다. 특히 사보노조 소속 조합원들은 "관념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며 우려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반면 건강보험 설계에 참여했던 전문가라는 점에서 현안 이해의 폭이 깊을 것이라는 기대치도 없지 않았다.
이를 의식한 김 이사장은 취임과 동시에 직원 편의에 신경쓰며 소통 문턱을 대폭 낮췄다.
그는 취임하자마자 정형근 전 이사장 시절 매주 한 번 오전 8시에 열었던 금요 조찬세미나를 비롯해 주말을 막론하고 빈번하게 열렸던 1~2급 '스터디' 형식의 행사들을 월 1회 오후에 열리는 '건강보장정책세미나'로 갈아치웠다.
평상시 무리한 야근을 없애고 퇴근 시간을 준수하는 분위기도 만들었다.
별 것 아닌 듯 보였지만, 그간 근로현실이 무시돼 왔던 내부 분위기를 환기시키고. 조직의 '기'를 살리면서 빠르게 융화했다는 내부 평가가 이어졌다.
김 이사장의 공격적인 행보의 밑바탕은 취임 직후, 이 지점부터 다져졌다.
▲ 김종대 이사장은 취임 직후에도 한동안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 심지어는 의약사들에게도 퇴진압박에 시달렸다.
'전문가 위의 전문가'…쇄신위로 '이슈 파이팅' 성공
김 이사장은 건강보험제도와 공직 인생의 궤를 같이했다고 언급될만큼 이 분야 뛰어난 전문가 중 한 사람이다. 정형근 전 이사장이 정치력을 겸비한 '학습형' '토론형' '권위형' 수장이었다면, 김 이사장은 '이론가'형으로 봐도 무리가 없다.
김 이사장은 대외적 행사나 자리를 비롯해 월례조회나 각종 내부회의 등 대화의 대부분에서 일관되게 통계나 자료 등 '수치'를 활용한다.
수십년 전의 국제자료와 국내 통합 이전과 직후 통계 등 자료의 범위 또한 방대해 '전문가 중의 전문가'라는 사내 평가도 있지만, 그만큼 '유아독존 이론가', '정부를 가르치는 산하 기관장'이라는 얘기도 회자된다.
달리 말해 보험 이론에 있어서는 정통한 달인으로 볼 수 있는데, 이는 공단의 숙원사업을 해결하는 데 유용하게 활용되기도 하고, 비난의 근거가 되기도 했다.
취임과 동시에 김 이사장은 대내외 전문가를 모아 건강보험쇄신위원회를 꾸려 공단 현안과 숙원사업을 해결하기 위한 근거를 만들어 정부와 국회에 건의했다.
여기에는 부과체계 개편과 보장성 강화, 장기요양, 맞춤형 건강서비스, 심사이관을 핵심으로 한 보험 결정구조 및 급여관리체계 등이 담겨 있다.
▲ 김종대 이사장은 취임과 동시에 건보공단 조직강화와 숙원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이론적 토대를 만들고 이를 적극 홍보했다.
홍보에도 적극적이었다. 이론이 보강되면 이를 즉시 언론에 알렸고, 개인 블로그 '김종대의 건강보험공부방'과 SNS도 개설해 1인 미디어를 적극 활용했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안의 이론적 근거가 여기에 있었지만, 동시에 심평원 심사 이관 논란으로 의료계는 물론이고 기관 간 날선 공방이 가열되는 등 불필요한 뇌관을 만들어 소모전을 벌였다는 비판도 내외부에 이어졌다.
최근 또 하나 두드러진 문제는 담배소송이다. 이 소송은 4대중증 보장성강화와 3대 비급여 해결에 필요한 막대한 재원을 충당하면서 예방사업 강화와 통상의 보장성강화를 위해, 공단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카드'다.
김 이사장은 단일보험에 기반한 방대한 빅데이터를 활용해 담배회사들에게 정면승부를 내걸고, 이를 대중에 이슈화시키는 데 성공했다. 최근 담뱃값 인상 흐름과 맞물려 전략적 공세를 펴는 것도 눈에 띈다.
그러나 과거 병원과 제약사와 벌여온 굵직한 소송들이 보통 5~7년 이상 지리하게 이어지면서 일부 동력을 잃기도 했던 전례상, 이것이 그의 '신의 한수'가 될 지는 지켜봐야할 일이다.
포스트 김종대 '바통' 이어받고 과제 해결할 수 있을까
김 이사장은 재임 기간동안 굵직한 현안을 '이슈 파이팅' 하는 데 성공했다.
심사 이관 등 잡음을 차치하더라도, 일산병원에 이어 건강보장대학원대학교 신설까지 타진하는 등 양적 팽창에도 시발점을 마련했다.
노인인구 증가와 만성질환 증가, 그에 따른 의료비 지출 증가와 보장성강화, 선진국형 예방과 의료서비스 등 공단을 둘러싼 통상의 지속과제가 산적하고, 4대중증과 3대 비급여 문제까지 소화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짧은 3년 간 적지 않은 성과를 올렸다.
특히 보험자 입지와 기관 강화에 필요한 산발적 이론들을 정립해 조직에 '선물'했고, 일부 실현해 성과를 낸 것은 취임 당시 받았던 대내외 불신을 상쇄하기에 충분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만큼 이를 연속적으로 심화시키며 이끌어갈 '포스트 김종대'의 역할은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그가 실현하거나 추진 중인, 또는 근거를 마련해놓은 여러 현안들이 대중적 파급력이 큰 사안들이기 때문이다.
이는 다시 말해 공단을 이끌어갈 차기 수장이 어떤 인물로 낙점되느냐에 따라 이 현안의 명운이 가름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특히 '관피아'와 '측근인사' 등 기관장 임명 문제가 끊임없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이 역할을 자임할 인사를 찾는 것은 공단 최대의 숙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