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세번째 마당] 회사별 ERP 조건과 보상액 규모의 가늠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구조조정에 대한 공포심을 갖고 있습니다. 반대로 기업이라면 사정이 어려울때 비용절감 차원에서 구조조정을 고려할 수밖에 없구요.

제약업계도 상황에 따라 감원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그중 다국적제약사들의 경우 희망퇴직프로그램(ERP)라는 방식을 통해 인원을 감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원하는 직원에게 일정 수준의 보상을 제공하는 형태인데요.

회사에 따라 지칭하는 단어가 다른 경우도 있지만 편의상 ERP로 통일해 지칭토록 하겠습니다. ERP도 구조조정이기 때문에 언론에서도 다소 어두운 분위기로 다루고 있으며 심한 경우 노사갈등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국내 제약사들은 특정 보상 없이 감원을 진행하는 경우가 다수기 때문에 다국적사들의 ERP를 부럽다고 말하는 종사자들도 적지 않습니다. 실제 다국적사 직원중에는 ERP 통해 목돈 마련을 노리는 분들도 있구요.

이직을 생각하던 사람에게 ERP는 행운이라고도 할 수 있죠. 그래서 오늘은 그간 ERP를 진행했던 회사들의 보상조건을 통해 금액의 규모를 가늠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ERP의 중심이 되는 것은 보통 '근속년수'입니다. 자원자들은 회사에서 근무한 기간에 따라 차등적으로 보상액을 받게 되죠. 설명을 보편화하기 위해 자원자의 근속년수를 이직이 활발한 시기인 7년으로 가정하겠습니다. 대부분 기업이 ERP의 타겟으로 삼는 사람은 10년 이상의 장기근속자인데요. 이분들은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에 언급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또 급여는 300만원(실제 외자사 해당 연차 직원들의 급여는 대부분 더 많습니다.)으로 통일하도록 하죠.

최근 2년(2012~2013년) 간 일반적인 공식을 통해 ERP를 진행한 회사 중 가장 조건이 좋은 곳은 애브비(당시 애보트, 2012년 7월)였습니다.

이 회사는 '근속년수x2+8개월'이라는 조건에 특별위로금 명목으로 12개월분 급여를 추가로 지급했습니다. 그럼 7년과 300만원이라는 가정을 대입해 보면 해당 직원은 34개월치, 1억200만원의 보상금을 받게 됩니다.

바이엘(2012년 5월)의 조건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근속년수x1.5+18개월치 급여'가 조건입니다. 적용하면 28.5개월, 8550만원이 나옵니다. 최근 ERP를 마감한 노바티스(2013년 12월)도 '근속년수x2+8개월'에 5년차 이상 근무자에게는 추가 보상금을 제안했습니다. 300만원을 대입해도 절대 작은 규모가 아닌 것을 알 수 있죠.

화이자(2013년 1월)는 업계 1위 답게 보상 조건도 독특하고 규모도 상당했습니다. 이 회사는 그간 타 다국적사와는 달리 개인 근속년수 기준이 아닌 특정 연차 및 정년(55세)까지 남은 년수를 기준으로 보상조건을 차등 지급했습니다.

입사 5년차 이하 직원은 근속 개월수의 50%, 그 이상 근무한 직원은 5년치 보상 개월수에 초과 근무 개월수의 25%를 합산해 보상액이 책정됩니다. 단 보상 상한선은 45개월이구요.

7년을 근무한 직원의 경우 36개월(60X1/2+24X1/4)에 보상 2개월을 더해 총 38개월치 급여, 1억1400만원이 지급되는 것입니다.

반면 얀센의 경우 상대적으로 취약한 수준의 보상 조건으로 이슈가 되기도 했습니다. '근속년수+8개월'이었는데요. 7년 일한 사람이 15개월치, 4500만원을 받게 됩니다.

회사가 사람을 내보내는 상황은 당연히 웃을 얘기가 아닙니다. 그러나 어차피 진행되는 구조조정이라면 보상이 따르는 것이 낫겠죠. 다만 다국적사의 ERP는 기회로 적용되는 상황도 발생하기 때문에 한번 설명해 드리는 시간을 갖게 됐습니다.

양날의검 ERP, 독자분들이라면 지원 하시겠습니까? 아니, 어느정도 수준이면 마음이 동할 듯 하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