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제약 영업사원의 거래처도장 위조 실태

최근 강원도 모 약국에서 제약사 영업사원의 약국 사업자인을 위조해 밀어넣기 목적으로 사용하다 적발, 불법 행위를 통한 거래처 이중 관리 관행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특히 이번 사건은 최근 공정위 리베이트 조사 등 여파로 제약업체들의 유통 투명화 노력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는 여전히 이러한 관행이 근절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방증, 투명영업을 위한 인식 전환이 절실한 것으로 드러났다.

밀어넣기 등 용도 거래처 도장 위조 ‘비일비재’

제약업계에 따르면 오래전부터 일부 제약 영업현장에서 거래처 사업자인 등을 위조, 각종 내부 문서 등에 활용해왔다.

이번에 문제가 발생된 강원도 모 약국의 경우처럼 주문하지도 않은 의약품을 위조한 사업자인으로 약국 몰래 수령하는 방식이 대표적인 예다.

영업사원은 종종 월말에 매출 실적을 올리기 위해 주문이 들어오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약국 등 거래처에 일방적으로 의약품을 보내는 경우가 있다.

이 때 상당수의 영업사원은 장부에 아무 문제가 없도록 즉시 반품하겠다는 식으로 사전에 거래처의 약사들과 일종의 합의를 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을 경우 일방적으로 약을 보내고 이를 방관한다던지 아니면 약국에 약이 도착하기 전에 이를 직접 수령함으로써 약사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하기도 한다.

시간이 흐른 뒤 문제가 되는 약을 회사에 반품을 하면 어차피 장부의 잔고에는 근거가 남지 않기 때문에 흔히 ‘밀어넣기’가 이러한 방식을 통해 이뤄지는 셈이며 한 동안 해당 의약품은 영업사원의 집에 보관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하지만 문제는 이 과정에서 일종의 사기죄에 해당하는 사업자인 등의 위조가 적잖게 이뤄진다는 것이다.

도장을 취급하는 업소에서 1만원 이내의 금액으로 사업자인을 제작하고 필요할 경우 이를 사용하는 불법 행위가 제약 영업현장에서 공공연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얘기다.

위조 도장, 리베이트 문건 등에 활용

위조된 도장이 비단 ‘밀어넣기’ 용도로만 활용되는 것은 아니다. 각종 회사 내부 문건을 비롯해 심지어 리베이트 제공시에도 이용되기도 한다.

내부 문서 작성시 거래처 확인서가 필요한데 거래처에서 이를 거부할 경우 임시방편으로 도장을 위조함으로써 손 쉽게 해결하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영업사원들간 인수인계시 거래처의 잔고를 확인했다는 문서를 작성해야 한다.

하지만 영업사원의 실수로 거래처 잔고와 회사 잔고가 차이가 많이 나는 거래처의 경우에는 거래처에서 잔고를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이를 문제삼을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경우에 사업자인 등을 위조, 거래처 장부에 아무 문제가 없는 것처럼 문서를 작성, 회사에 보고하는 행태가 심심찮게 발생한다는 것이다.

장부상 미결 부분을 적극적으로 해결하기보다는 임시방편으로 도장 위조라는 불법 행위를 통해 당장 눈 앞에 닥친 위기를 모면하려는 의도다.

특히 약국 및 의료기관에 제공하는 불법 리베이트와 관련 위조된 도장이 이용되기도 한다.

통상 거래처와 체결한 리베이트 제공 계약은 구두 계약으로 성립된다. 근거를 남기지 않음으로서 혹시 닥칠지도 모를 위험을 예방하자는 취지다.

그렇지만 영업사원 입장에서는 어떤 거래처에 얼마의 리베이트가 제공됐는지 문서로 근거를 남겨야 회사로부터 예산을 따낼 수 있기 때문에 구두계약만으로 리베이트 계약이 성립이 될 수는 없다.

이 경우 만약 의사나 약사가 리베이트 제공 내용이 포함된 약정서 작성을 꺼려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위조한 도장으로 서류를 만들기도 한다.

국내사 한 영업사원은 “최근 공정위의 리베이트 조사 등으로 예전에 비해 도장 위조와 같은 불법 행위가 많이 줄어들었다”면서도 “일부 현장에서는 여전히 도장 위조와 같은 불법 행위가 근절되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고 말했다.

‘도장 위조시 10년 이하 징역’…인식전환 절실

물론 이러한 불법적인 행태는 극히 일부에서 은밀하게 진행되고 있지만 영업현장에서의 각성이 전제돼야만 근절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특히 도장 위조와 같은 행위는 형법상으로도 중죄로 다뤄지기 때문에 제약사들의 인식전환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로앤팜 법률사무소 박정일 변호사는 “상호인을 위조하는 것은 사문서 위조로 적발 시 형사처벌이 불가피하다”며 “피해 금액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10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구형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눈 앞의 매출 달성에 급급해 관행적으로 불법 행위를 자행하는 분위기에서 탈피, 장기적인 시각으로 신뢰를 쌓는 것이 시급하다는 얘기다.

약국 등 의료기관에서도 세금명세서와 제약사 영업사원들과의 거래 과정에서 각종 확인서 등의 문서를 꼼꼼히 살펴보는 것도 습관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한 제약사와 수금과 같은 거래를 할 경우 반드시 제약사 장부를 확인함으로써 사전에 불법적인 요소를 차단하는 것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도장 위조를 경험한 L약사는 “이번 일을 겪으면서 알아본 결과 일부 제약사에는 거래 약국들의 위조도장을 보유하고 있다고 들었다”며 “이러한 부분에 대해 큰 관심과 지식이 없는 새내기 약사와 여약사들에게 주로 발생할 수 있는 사건인 만큼 각별히 주의해야 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