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1000억원대를 형성하는 플라빅스 시장이 전면 재편될 조짐이다.

지난해부터 제네릭 제품들의 공세가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종근당과 한미약품이 제네릭보다 훨씬 저렴한 개량신약으로 시장을 두드리기 때문.

특히 이들 제약사는 저렴한 약가라는 무기외에도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강력한 영업력을 보유하고 있어 오리지널인 플라빅스뿐만 아니라 시장에 선착한 제네릭 제품을 긴장시키고 있다.

제네릭 대비 절반 약가+강력한 영업력=시너지 효과

종근당과 한미약품은 개량신약인 프리그렐과 피도글에 대해 900원대 초반의 약가를 받고 시장 진입을 선택했다. 프리그렐은 지난 1일 출시했으며 피도글은 이달 말 출시가 예상된다.

더 이상 시장 진입을 늦출 수 없다는 계산에 최고가 제네릭에 비해 절반에 가까운 약가를 받아들였으며 어차피 시장 진입이 늦어진 만큼 저렴한 약가를 무기로 돌파구를 마련하는 게 더 유리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종근당과 한미약품이 1000억원대의 전체 시장에서 적잖은 영향을 미치는 것은 기정사실로 인지하는 분위기다.

'저렴한 약가, 개량신약, 영업력'이라는 세 가지 요소가 동반되기 때문에 파급력이 예상보다 더욱 거셀 수밖에 없다는 것.

그도 그럴 것이 제네릭제품들이 플라빅스 시장을 20% 저렴한 약가로 공략한 상황에서 제네릭보다도 절반에 가까운 개량신약이라면 시장에서 충분히 경쟁력이 있기 때문이다.

프리그렐의 등장 이후 과거보다 개량신약의 인식이 많이 높아졌다는 점 또한 종근당과 한미약품에 유리한 요소가 될 전망이다.

뿐만 아니라 제네릭 시장의 판도가 대부분 영업력으로 승부가 갈리는 점을 감안하면 국내·다국적제약사를 막론하고 톱 클레스에 속하는 이들 제약사의 강력한 영업력은 프리그렐과 피도글의 시장 공략에 날개를 달아 줄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한미약품은 과거 아모디핀과 슬리머의 경우에서 경험한 것처럼 일단 시장에 가세한다면 오리지널을 위협할 정도의 저력은 충분히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이 같은 분석은 더욱 설득력있게 들린다.

더욱이 이미 플라빅스 제네릭 시장에 진출한 대형제약사는 동아제약과 일동제약 정도에 불과해 영업력 경쟁만큼은 종근당과 한미약품에 충분히 승산이 있어 보인다.

이 뿐만이 아니다. 종근당과 한미약품의 타깃 영역이 될 제네릭 시장의 공략이 다른 분야보다 수월할 수도 있다는 예상도 종근당과 한미의 어깨를 가볍게 해줄 전망이다.

영업현장의 특성상 한 두달 차이로 시장에 진출할 경우 처방을 바꾸는 경우는 쉽지 않지만 1년 남짓 늦게 시장에 진입한 프리그렐과 피도글이 기존의 제네릭을 대체하기는 오히려 부담이 없기 때문이다.

제네릭 시장 포화 및 플라빅스 시장 잠식 효과 미미

프리그렐과 피도글이 기존 제네릭에 비해 다양한 장점을 갖춘 점은 분명하지만 한 발 늦은 시장 진입 때문에 성장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예상에도 힘이 실린다.

특히 중증도 이상의 환자를 타깃으로 하는 플라빅스의 약물 특성상 제네릭이나 개량신약이 플라빅스 시장을 뺏기는 쉽지 않기 때문에 프리그렐과 피도글은 기존 제네릭 시장을 나눠가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플라빅스는 지난해 상승세가 한풀 꺾이기는 했지만 2006년 1058억원의 매출에서 지난해 제네릭의 등장에도 불구하고 매출은 오히려 다소 상승한 1105억원을 기록했다.

즉 제네릭 제품들이 플라빅스 시장을 공략하기보다는 신규 시장을 창출하며 매출을 확대했다는 방증이다.

이 경우 제네릭과 개량신약이 한정된 시장을 나눠 갖기 위해 과열경쟁을 펼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두 제품의 타깃 영역을 새로운 시장 창출 및 플라빅스 시장 잠식으로 한정한다면 기존 제네릭이 이미 적잖은 시장을 가져갔기 때문에 아무리 값싼 개량신약이라도 과거 아모디핀, 슬리머처럼 오리지널을 위협할 정도의 만한 효과는 기대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IMS 헬스 데이터에 따르면 제네릭 시장이 열린지 1년 정도 지난 올해 1분기 기준 전체 네릭은 총 149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이는 플라빅스를 포함한 전체 클로피도그렐 시장의 36%를 점유하는 수준이다.

통상 제네릭 시장 개방 후 2년 후에 오리지널과 제네릭의 시장 점유율이 비슷해 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제네릭 시장의 성장 폭은 그다지 크지 않다는 계산이 나온다.

노바스크 시장의 경우 개량신약의 진입 후 2년 뒤 국내사들이 44.1% 점유했으며 아마릴은 제네릭 제품이 시장 진입 2년 만에 55.6%를 차지한 바 있다.

이밖에 저렴한 약가로 마진 폭이 크지 않기 때문에 공격적인 영업이 힘들 수도 있다.

또한 플라빅스 시장이 국내사가 강점이 있는 개원가보다는 종합병원에서 주로 사용되는 약물이라는 점도 프리그렐과 피도글의 성공을 낙관할 수 없는 이유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