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팜=어윤호 기자]
▲ 데일리팜은 지난 28일 서울시 문정동 본사에서 '필수의약품 품절대란, 올바른 해법과 방향성은'이라는 주제로 제47차 미래포럼을 개최했다. 사진은 (왼쪽부터) 정광희 한국제약바이오협회 본부장, 민필기 대한약사회 약국이사, 김대중 GC녹십자 대외협력팀장, 이재현 성균관대 약대교수, 이소영 심평원 의약품관리종합정보센터장, 이숙현 약가산정부장, 나현석 JW중외제약 대외협력팀장.
의약품 수급불안정 문제는 이제 우리나라를 넘어 세계적인 이슈가 됐다. 그렇기 때문에 그 대처와 해결방안 마련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숙제다.
숙제를 풀기 위해 산관학이 머리를 맞댔다. 데일리팜은 28일 서울시 문정동 사옥에서 '필수의약품 품절대란, 올바른 해법과 방향성은'이라는 주제로 제47차 미래포럼을 개최했다.
이재현 성균관대학교 약학대학 교수가 좌장을 맡아 진행된 이날 포럼은 정광희 한국제약바이오협회 본부장의 '필수의약품 품절사태 개선 방안' 주제발표와 함께 민필기 대한약사회 약국이사, 나현석 JW중외제약 부장, 김대중 GC녹십자 팀장, 이숙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가산정부장, 이소영 심평원 의약품센터장 등이 패널로 참석해 현안과 해결책을 모색했다.
▲ 정광희 한국제약바이오협회 본부장.
결국은 가격...약가·원가와 채산성
발표를 진행한 정광희 본부장은 제약바이오협회가 진행한 31개사 대상 설문조사를 근거로, 의약품 수급불안정 사태의 원인을 ▲약가인하로 인한 수익성 악화 ▲상승하는 원가로 인한 채산성 문제 ▲원가상정방식의 현실 반영 부족 ▲수급불안 사전예측 시스템 부족 등 4가지로 꼽았다.
그에 따르면 1999년 실거래가 상환제도 도입에 따른 30.7%의 약가인하 이후 2012년 약가 일괄 인하를 비롯해 약가인하 일변도의 정책 기조로 인해 국내 원료를 사용하기 어렵고 의약품 자급률의 하락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다.
여기에 제품 생산을 위한 원가가 꾸준히 높아지고 있어 채산성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소비자물가지수 및 주요 생필품의 가격은 1999년 대비 2023년 2배 이상 올랐지만 해당 항목 내 주요 의약품의 가격은 절반 수준으로 인하했다.
그나마 아세트아미노펜 등은 2022년 가격 인상으로 79% 수준에 그쳤지만, 아몰시실린 등은 45% 수준에 불과했다. 협회 31개 회원사에서도 최근 3년 간 퇴장방지 및 국가필수의약품 중 생산 및 수입을 중단한 곳은 46개였는데, 이 중 38개 품목이 채산성 문제라고 답했으며 조사된 의약품 중 절반이 약가 대비 제조원가율이 70%를 상회했다.
정 본부장은 "의약품의 생산은 미리 수개월 전부터 계획을 짜고 진행된다. 하지만 각종 원인으로 공급이 중단되는 약이 늘어나고 수유는 급작스럽게 증가하는 상황이 오면 가수요에 따른 유통불균형으로 수급불안정은 더욱 악화되고 이 같은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협회는 보건복지부 등 정부와 함께 민관협의체를 통해 다양한 의약품의 증대 및 가격 인상 및 균등 배분까지 전방위적인 안정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실제 공급내역자료 및 실시간 처방자료(DUR) 연계를 통한 수급불안 예측 모델 개발을 비롯해 조금씩 구체적인 뼈대가 갖춰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 민필기 대한약사회 약국이사.
품절 대란 최전방에 선 약국 "처방 분산 정책 절실"
민필기 이사는 약사회를 대표해 약국에서 느끼는 고충과 해결방안을 제시했다.
그에 따르면 특정 의약품의 수요 증가는 약국이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결국 처방량이 늘어나는 것을 의미한다. 해당 처방약을 주문하는데, 물량이 못 따라가는 상황이 발생하면 고스란히 피해를 입는 것은 약국이다.
특히 품절 자체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제네릭 활용도가 낮아 오리지널 의약품에 처방이 집중되는 현상의 해소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민 이사는 "독감 시즌이 오면 사실 '타미플루'만 무조건 품절된다. 국산 제네릭은 재고가 남아 돌고 있다. 하지만 의사들의 처방은 변하지 않는다. 의약품의 재고나 수량을 파악하고 처방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것은 정부 차원에서 나서서 처방 분산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정점에서 시작됐던 소아용 의약품 품절은 코로나가 종식된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고, 상황은 오히려 더 심각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저출산으로 인해 떨어진 수익성도 한몫하고 있다.
민 이사는 "소아용 해열진통제, 호흡기 약 등의 품귀가 극심하며, 원가가 높은 패치제의 경우 품절에 품절을 거듭하면서 시장에서는 관련 제약사들이 생산을 아예 접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소아용 의약품에 대한 퇴방약 지정 등 조치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JW중외제약 나현석 대외협력팀장(왼쪽)·김대중 GC녹십자 팀장.
제약업계 "과감한 제도 개선과 보상 수반돼야"
약을 생산하는 제약사들은 단연 수급 안정화를 위한 보상책 마련을 촉구했다.
나현석 부장은 단순하게 '약가'가 해결된다고 수급불안정 문제가 해소되지 않는다고 포문을 열었다. 품절에 대한 제품 추적 시스템, 원료 자국화와 공급 추적 시스템, 완제의약품 유통 이력 시스템 등 과감한 제도 개선을 토대로 실질적인 제약사의 수익 보존을 답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JW중외제약이 생산하는 혈장분액제제, 수액제제 등 의약품들은 사전 투자가 필요한데, 원가 문제와 생산시설 자동화 문제가 있음에도 영업이익을 3% 정도만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다.
나 부장은 "한 기업의 희생정신이나 보국정신에 기대서 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수급불안정 의약품 생산에 들어가는 다양한 리스크와 비용을 고려하고 영업이익률을 보전할 수 있는 쳬계적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약가 인상 방안의 대상 약제 지정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김대중 녹십자 팀장은 "적절 약가보상은 공급안정화를 위한 필수 항목이다. 그런데 현재 약제 조정 신청을 통해 가격을 인상한 사례를 보면 너무 대중적인 품목에 쏠려 있다. 중증질환 치료제와 같은 대상 환자가 적은 의약품에도 인상 기전을 만들어 줘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 팀장은 또한 "국내 원료 자급률은 12.9%이고 필수 완제 의약품의 수입의존도가 45%가 넘는다. 해외 의존도가 높은 의약품에 대한 정책적 접근도 필요하다. 미국 바이든 정부 역시 행정명령을 포함해 자국 기반 제조시설의 확대 등 장기적인 공급망 안정화 정책을 진행하고 있다. 가져 올 것은 가져와야 한다"고 조언했다.
▲ 이숙현 심평원 약가산정부장·이소영 의약품관리정보센터장.
정부 "심각성 공감...해결 위해 최선 다할 것"
의약품 수급 불안정 이슈에 대한 정부의 해결 의지도 강했다. 귀를 열고 각 이해당사자와 함께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양새다.
이숙현 심평원 약가산정부장은 적정 약가 반영을 위한 해결책을 마련하겠다는 의사를 명확히 했다. 구체적으로 퇴방약 지정 범위 확대, 다빈도 저가 의약품 약가인상 등 업계에 대한 지원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그는 "제약협회 등 해당 안을 갖고 구체적인 논의를 진행 중이다. 현재 퇴방약 청구액이나 품목수가 제한적이란 부분은 정부도 인지하고 있다. 의약품 공급 의무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제약사에 혜택이 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수급불안정 의약품의 채산성 정상화를 위한 노력도 지속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소영 심평원 의약품센터장은 "정부 역시 의약품 수급 이슈가 단기적인 문제가 아니라, 국가가 대비해야 하는 장기적인 난제로 판단, 지속적인 논의를 이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실제 심평원은 이달부터 수급불안정 의약품 정보에 대한 공개대상 및 항목을 확대·공개하는 등 정확하게 부족현황을 인지하고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이 센터장은 또한 "소아용 의약품 등 특수한 상황으로 인해 수급 불균형이 초래되는 의약품에 대한 필수의약품 지정 방안도 검토하겠다. 수급불안정은 대응이 아닌 '관리'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우리나라 정부는 원료, 약가, 채산성 등 요소들에 대한 접근을 하고 있다. 다함께 앞으로 수급불안정 의약품을 관리해 나갔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