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이약국] 경기 연천군 여름약국
'다시 개국 안한다' 결심 온데간데…"이곳이 내 운명"
"최고의 공간에서 최고의 서비스" 소비자들도 만족
▲ 경기도 연천군 전곡읍에 위치한 여름약국.
[데일리팜=강혜경 기자] "연천이라고 하면 최전방 군부대를 먼저 떠올리기 일쑤죠. 다시는 개국을 안 할 거라던 제가 이 곳에서 뜨겁고 찬란한 여름을 보내고 있을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했죠."
경기도 연천군 전곡읍에 위치한 여름약국은 흔히 떠올리는 연천과는 조금 다른 약국이다. 근래에 연천에도 창고를 개조한 형태의 힙한 느낌의 카페가 하나 둘 생겨나고는 있지만 약국으로서 이런 시도는 처음이었다.
"어르신들은 고전적인 약국을 선호하지 그런 약국은 안 좋아해"라는 만류에도 불구하고 그가 원하는 이름과 그가 원하는 인·익스테리어를 고수한 그의 6개월 개국 만족도는 매우 높다.
▲ 약장을 낮춰 개방감을 높였으며 다양한 의약품과 건기식, 동물약품 등을 구비해 대기시간 동안 약국을 둘러볼 수 있다.
힙함에 익숙한 군인들은 물론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 역시 여름약국을 찾아 온다. 연세가 지긋한 어르신들도 딸처럼, 손녀처럼 살갑게 얘기를 건네주고, 짐도 맡아주는 여름약국의 단골을 자처한다.
▲ 여름약국 김혜인 약사.
여름약국은 김혜인 약사(42·이화여대 약대)의 두번째 약국이다. 첫 번째 약국을 정리할 당시만 해도 그는 '또 다시 개국은 없다'며 마음을 굳혔었다.
"첫 개국이 쉽지만은 않았어요. 신규 클리닉 빌딩에 내과가 이전하는 자리였는데, 기존 내과와 약국이 함께 옮겨오는 구조였고 제가 신규로 들어가는 형태다 보니 시작부터 쉽지 않았어요. 엘리베이터 양쪽으로 약국이 있는 구조다 보니 환자 한 명 한 명이 늘 아쉬웠죠."
오픈과 동시에 적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났지만 병원이 하나 둘 들어오고, 근무약사와 직원과 호흡이 맞아지면서 매출이 상승곡선으로 전환됐고 3년 만에 안정화된 약국으로 양수·도를 할 수 있었다.
약국 대신 그가 관심을 가졌던 분야는 흠뻑 빠져있던 필라테스였다. '기왕 운동하는 거, 이걸 업으로 해봐야겠다'는 생각에 그는 필라테스 스튜디오를 오픈할 구상이었다. 그러던 중 지금의 자리를 소개받고 '어쩌다 개국'을 하게 됐다. "지인 분께 소개를 했는데 그 분이 고사를 하시면서 다시 약국을 해보자 하게 됐죠. 사실 저도 이 때 연천이라는 곳을 처음 와봤습니다."
직접 와 본 연천은 생동감 넘치는 모습이었다. 동네도 마음에 들고, 유동인구도 많았을 뿐더러 성격 좋은 원장님과 나쁘지 않은 조건에 덜컥 두번째 약국을 계약하게 됐다. "연천까지 운전해 오는 길에 보니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한탄강지질공원, 임진강 주상절리같은 명소들이 곳곳에 위치해 있더라고요. 어릴 적 꿈이 고고학자였던 제게는 이곳이 마치 운명처럼 느껴졌어요."
대신 두번째 약국은 '내 마음에 드는 데' 초점을 맞췄다. "약국은 자고로 누가봐도 약국이어야 하고, 약국 이름은 평범해야 한다"는 조언에 그저 그런 평범한 약국이 3년 내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
▲ 김 약사는 환자 한 명 한 명에 최선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마음으로 대하고 있다.
"필라테스 스튜디오처럼 들어가는 순간 힐링되고 릴렉스되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어요. 약국도 어딘가 불편해 오시는 분들이 많은데 과연 약국이라는 공간이 어떤 역할을 하고 있나 생각하게 됐죠. 그러다 건축디자인을 하는 HMD 한주환 선생님과 약창고 같은 약국이 아닌 공간이 치유가 되게 하는 약국을 기획하게 됐습니다."
약국 이름 역시 그가 좋아하는 여름에서 따왔다. 여름의 터질 듯한 생명력과 건강한 이미지가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여름은 일년 중 3개월에 불과한데'라는 조언도 있었지만 약국이 열었다는 뜻의 '약국여름(열음)'과 중의적인 뜻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 만큼 이번 만큼은 여름약국을 고수했다.
▲ 초록색을 포인트로 나무색과 흰색을 적절히 사용해 편안한 느낌을 극대화했다.
▲ 다양한 동물약과 동물 간식이 구비돼 있어 젊은 층의 선호도가 높다.
약국은 전반적으로 흰색과 나무색, 초록색을 사용해 한여름의 '초록 초록함'을 살렸고, 카운터 공간은 '처방전 주세요' 존과 '약 드려요' 존으로 나눴다. 또 높지 않은 장을 사용해 개방감을 주고, 초록색 소파로 대기공간을 줬다. 대기하면서도 진열된 약을 구경할 수 있도록 시선을 유도했다. 공간은 이전 약국이 더 넓었지만 대기 의자만 많았다면, 중간매대를 들여 놓음으로써 일반약 매출도 쏠쏠하다는 설명이다.
▲ 직접 소비자가 볼 수 있도록 진열돼 있는 일반약장(위)과 복약에 대한 내용이 부착된 일반약들.
▲ 여름약국에는 일반약 뿐만 아니라 오브제 냉장고를 통해 특색있는 음료도 만나볼 수 있다.
가장 큰 변화는 그의 마음이다. "처방전을 든 환자가 어디로 발길을 돌리느냐에 늘 신경을 곤두세웠었다면, 여기서는 최고의 공간을 갖추고 환자 분들께 진심을 다하자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우리 약국에 안 오시는 고객이 손해'라는 생각을 하면서요. 늘 '배짱장사 좀 하고 싶어'라고 농반진반 내뱉던 얘기가 현실화된 거죠. 마음이 너무 편안합니다."
휴베이스의 '즐거운 약국'을 착안해 그는 '김혜인이 즐거운 약국'을 운영하고 있다. 휴베이스에 가맹하고도 이런 저런 이유로 다른 인·익스테리어를 하게 됐지만 즐거운 약국이라는 슬로건은 그에게 색다른 원동력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의약품을 조제·판매하는 공간적 역할에서 약국은 이전과 동일하고, 제 역할도 크게 다를 바 없지만 지금은 제가 즐겁고, 오래 머무르고 싶고, 고객이 즐거운 공간이라고 감히 자부할 수 있습니다. 노하우라고 말하기는 쑥스럽지만 내가 만족할 수 있는 공간을 구성하고, 내가 받고 싶은 서비스를 고객에게 제공하려는 마음이 새내기 약국을 예쁘게 바라봐 주시는 요소가 되는 것 같아요."
▲ 여름약국 벤치는 지역 주민들이 비와 더위를 피하고, 대화를 나누는 명소가 된다.
다시 꿈을 꾸는 느낌이라는 그의 목표는 당연히 연천 주민들을 위한 가장 가깝고, 편안한 약국으로 만드는 데 있다. 나아가 운동 관련 비즈니스도 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최근 'Better than pills'라는 상표권을 등록한 그는 "건강에 관심이 많은 약사로서 음식과 영양제, 운동을 아우르는 웰니스 사업을 해보고 싶다"며 "더 뜨겁고, 더 찬란한 약사 김혜인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