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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연화의 관점] 환자가 얻을 이익의 결과를 설명하라(21)
데일리팜 2023-02-15 05:50:13




"그거 하면, 뭐가 좋은데?"에 관한 지각은 사람을 움직인다. 중요한 건, 좋은 것이 있다는 객관적 사실 여부가 아니라 그것이 나에게 좋으냐로 지각하느냐이다. 이익을 사적으로 인식해야 귀찮고 지루하지만, 몸에는 좋은 행동을 (굳이, 꾸준히) 해낼 수 있다. 그렇다면 건강 행동의 이익 지각은 어떤 과정을 통해 완성되는가?

먼저, 과학적 발견과 증명을 통해 건강 행동이라는 이름표를 받아야 한다. 일례로, 지금은 손 씻기가 감염 예방 행동이지만, 손 씻기가 건강에 이롭다는 것은 1800년대 후반까지 인식되지 못했다. 왜냐면 당시 의료진은 안 좋은 공기(miasma)가 병을 일으킨다고 생각했을 뿐, 세균의 존재도 몰랐기 때문이다. 그래서 의료진은 노동의 상징인 피 묻은 손과 가운을 명예처럼 보이며, 진료했다.

헝가리 출신 의사 이그나스 젬멜바이스(Ignaz Semmelweis)는 수술 후 적지 않은 산모가 산욕열로 사망하는 이유를 의료진에 의한 감염으로 가정하고, 손 씻기를 주장했지만 보이지 않는 세균을 믿어주는 의료진은 없었다.

손 씻기는 세균이 과학적으로 "발견", 병의 원인이라는 것이 "증명"된 이후에야, 건강 행동 이름표를 받게 되었다. 즉, 과학적 발견과 증명 과정은 건강 행동을 인지하게 하는 전제조건이다.

둘째, 자연과학적으로 건강 행동임이 증명되었더라도, 사회과학적으로 사람들의 뇌 속에 행동의 이점이 (언어적으로) 자리 잡는 과정이 필요하다. 인간은 ‘내 너에게 이르노니’ 같은 당위론만으로는 설득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점이 뇌 속에 한 자리를 잡고 언어로 자극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개인의 삶 속에서 "행동의 결과"가 상상되어야 한다. 즉, 세균의 모양을 보여주고 결과적으로 그것이 병을 일으킨다는 것을 알려준 후, 손 씻기가 그러한 병을 얼마나 예방할 수 있는지 다양한 예시를 통해 구체화해줘야 사람들은 일상 속에서 행동의 이점을 상상하고, 귀찮은 손 씻기를 열심히 해낼 수 있다.

코비드 창궐 후, 필수 행동이 된 마스크 착용을 예로 들어 보자. 코비드 초기에는 과학적으로 증명되는 과정이 부족했기 때문에 전문가 사이에도 마스크 착용에 대한 의견이 분분했다. 하지만 마스크라는 물리적인 장치가 과학적으로 바이러스 전파를 통제할 수 있다는 가정이 다양한 연구로 검증되었다.

이후 사회과학자들은 메시지를 통해 마스크의 지각된 이익을 인지구조에 넣고자 노력했다. 예를 들어, 코로나 19 감염자와 차를 함께 타도 마스크 착용자는 감염되지 않았다는 에피소드 활용, 바이러스의 양을 80∼90% 차단한다는 예방 능력 수치화, 노약자 보호 효과의 이야기 등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메시지들로, 사람들은 자신과 주위의 감염 확률이 낮아지는 마스크 착용의 이익을 생생하게 지각할 수 있었다.

이제 약의 영역으로 넘어가 보자. 고혈압을 조절하는 것은 심혈관질환 및 뇌졸중 예방을 위해 필수적이다. 인위적인 고혈압 조절을 위해 필요한 건강 행동은 약물학적으로는 고혈압약 복용, 비약물학적으로는 체중 조절과 유산소 운동 등이 있다.

그런데 현장에서 전달되는 고혈압 관련 메시지는 많은 경우 다음과 같은 구조를 가진다. "고혈압이니 고혈압약을 드세요." "고혈압이니 운동하세요." "고혈압이니 살을 빼세요."

이 메시지들의 특징은 개인의 삶 속에서 경험할 수 있는 결과를 이점으로 묘사하지 못한다. 그저 "내, 너에게 이르노니"에 머물러 있는, 전문가들의 권고 행동일 뿐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고혈압약의 결과를 사적인(나의) 이익으로 인식하기 어렵다. 그러다 보니, 다양한 가짜 뉴스, 강력한 확신을 가진 마케팅 메시지에 흔들릴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앞서 강조했듯이 건강 행동을 통해 피할 수 있는 결과, 얻을 수 있는 결과를 명시적으로 설명해줘야 한다. 구체적으로 고혈압약은 "혈관 손상에 의한 사망률을 낮추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오래 살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라는 메시지와 함께 제공될 필요가 있다.

고혈압약을 왜 먹어야 하느냐에 대해, 의사가 먹으라고 하니 먹지라는 대답이 나와서는 안 된다. 사실 생명 연장을 위한 약이지 않은가. 그 부분이 개인의 삶에서 언어로 인식되어야 한다.

만약에 메시지 수용자의 가족력 중 심장마비나 뇌졸중이 있다면 "심장마비에 의한 사망률을 낮추기 때문에 혹은 뇌졸중에 의한 사망률을 낮추기 때문에"로 세분화 메시지를 도출하는 것도 필요하다. 왜냐면 가족력은 관여도를 높이고, 관여도는 동기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생활습관 교정도 마찬가지이다. "살을 빼려면, 만 보를 걸으세요"가 아니라, "만 보를 걸으면, 라면 한 그릇(혹은 밥 한 공기와 찌개) 만큼의 열량이 소모됩니다. 운동했다고 더 드시지 말고, 기존대로 드시면서 만 보 걷기를 한 달 정도 해주셔야 1kg 가 빠져요."라고 내 삶에서 체험할 수 있는 이익의 결과를 알려줘야, 사람들은 꾸준히 귀찮은 건강 행동을 해낼 동기를 슬며시 꺼낼 수 있다.

사람을 움직이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다. 특정 행동이 삶 속에서 이익이 될 거라는 언어를 심어줄수록, 행동 의도는 높아진다. 이익이 있는 건, 당연한 사실인데 그걸 어떻게 설명하냐고? 그 고민이 바로, 메시지 전략의 시작이다. 상대방의 삶 속에서 지각되는 이익의 언어화, 그걸 공략해야 그가 행동할지니.
데일리팜 (dailypharm@dailypharm.com )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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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2.16 09:19:30 수정 | 삭제

     

    좋은 글 감사합니다! 학부때도 교수님 강의 들으면서 많이 배웠었는데 이렇게 사회에 나와서도 교수님의 조언을 받을 수 있어서 기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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