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이약국] 서울 중구 약수호랑이약국
'나만의 약국' 꿈꾸는 김슬비 약사의 첫번째 개국
"원하는 개국체크리스트 분명해 도움…잔소리, 친절로 여겨주셔"
[데일리팜=강혜경 기자] 약수역을 지나는 이들이라면 한번쯤 호기심이 들법한 약국이 있다.
지하철 3, 6호선 약수역과 26m 거리에 맞닿아 있는 약수호랑이약국은 시그니처인 노란색이 멀리서도 눈에 콕 박히는 통통 튀는 약국이다.
▲ 귀여운 호랑이 캐릭터와 '건강한 기운이 솟아나요!'라는 문구가 적힌 약수호랑이약국.
귀여운 호랑이 캐릭터와 '건강한 기운이 솟아나요!'라는 문구는 지나가는 이들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하다. 그래서 인지 약국을 처음 찾는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한 번 와보고 싶었어요'라며 수줍은 인사를 건넨다.
▲ 김슬비 약사.
지난해 6월 문을 연 약수호랑이약국은 아직은 지역주민과 지역을 오가는 직장인들과 호흡을 맞춰가는 단계에 있다. 약수호랑이약국은 김슬비 약사(33·덕성여대 약대)의 첫번째 약국이다. 정형화된 형태가 아닌 나만의 약국을 운영해 보고 싶다던 김 약사에게 호랑이약국은 현실이 됐다.
마땅한 자리를 찾는 데만 수개월에서 일년 이상 소요된다는 약사들과 달리, 그의 개국 준비는 속전속결이었다. "집과 멀지 않으면 좋겠다, 기존 약국을 인수하는 형태가 아닌 신규 약국을 하고 싶다. 딱 두가지 조건이 명확했기 때문에 오히려 쉽게 자리를 구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처음 해보는 개국이 쉽지만은 않았다. 졸업 후 2년 반 동안 대학병원 문전약국에서, 또 1년 가까이 오피스 인근 매약중심약국에서 근무해 왔던 그는 선배약사들에게 자문을 구하고 직접 검색하고 부딪쳤다.
"귀여우면서도 활기찬 느낌의 약국이었으면 하는 마음에 인테리어 업체와 미팅을 하고, 제가 원하는 바를 열심히 분명하게 말씀드렸어요. 먼저 색을 정하고 약국 이름과 세부적인 부분들을 정했는데, 에너지제틱한 노랑을 기본 컬러로 정하고 호랑이, 망고 같이 이름을 매칭해 보기도 했지요."
▲ 밝고 깨끗한 느낌이 어우러진 약수호랑이약국.
고민도 있었다. 중구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평균 연령대가 전반적으로 높다 보니 '약국으로 인지하지 못하면 어떡하나'라는 우려가 있었지만, 산부인과와 인근에 소아과가 있었기에 그는 기존 약국들과는 다른 형태를 고수했다. 결과 역시 나쁘지 않았다. 실제로 '들어와 보고 싶었다', '궁금했다'는 반응을 보이는 분들이 많았고, '기분이 좋아진다'는 칭찬도 힘이 됐다.
"아직은 자리를 잡아가는 단계다 보니 계속 수정하고 있어요. 재활의학과와 산부인과, 치과, 소아과 처방을 골고루 받다 보니 재고 관리나 제품 구비를 위해 소비자들의 질문이나 반응을 세세히 기록해 두고 있어요."
그는 이전 약국들에서의 근무 경험이 개국에 있어 바이블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전약국에서는 정석대로 약국을 운영하는 국장님과 선배들에게 경영과 약에 대한 지식을 배웠고, 매약중심약국에서는 문전약국에서는 배우지 못했던 일반약의 작용기전과 적용사례 등을 습득할 수 있었다는 것.
김 약사는 늘 환자들 얘기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원하는 것을 먼저 알아차릴 수 있도록 노력하는 타입이다. 관련한 서적이나 논문을 찾아 보는 것은 물론, SNS를 통해 소비자들이 인식하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도 캐치한다.
"아이에게 스테로이드연고가 처방되는 경우가 있는데, 스테로이드연고에 대해 과한 우려나 거부감을 가지는 분들도 계시더라고요. 그래서 가급적 복약설명을 할 때 올바른 사용이나 우려를 낮춰 드리는 쪽으로 말씀드리고 있어요. 약에 대해, 혹은 질환에 대해 흔히 갖는 오해나 잘못된 정보를 풀어드리는 역할이 중요하더라고요."
그렇기에 그는 환자에게 만큼은 수다쟁이가 된다. 일반약 하나를 사려는 환자에게도 '어디가 불편하신지', '불편한 증세가 얼마나 됐는지'를 물음으로써 올바른 복용이 맞는지를 확인하고, 처방 환자에게도 '드시는 다른 약은 없는지', '약을 복용하고 난 이후 차도나 부작용은 없었는지' 등을 묻는다.
"기왕이면 잘 드셨으면 하는 마음에 같은 말을 몇 번이고 반복하거든요. 의외로 늘 드시던 약에 대해서 잘못 알고 계시거나, 전혀 모르고 계시는 경우도 있어요. 처음에는 이런 잔소리를 낯설어 하시다가도 두 번, 세 번 반복되다 보니 먼저 얘기를 꺼내세요."
친절한 잔소리를 좋아하는 단골층도 생기고 있다. 포털사이트 리뷰에는 '약사님이 매우 친절하게 약 복용법에 대해 설명해 주셔서 나도 모르게 약국을 나오며 기분이 좋아졌다', '컨셉이 신선하고 친절한 점이 좋다. 호랑이 기운이 솟아날 것 같다'는 칭찬도 있다.
김 약사는 인테리어에도 공을 들였다. 약수호랑이약국 내 장들은 전반적으로 높이가 높지 않다. "주로 허리나 다리 등이 불편하신 분들이 많다 보니 단을 한 칸씩 낮췄어요. 또 가운데 네개의 스툴을 둬 앉아서 대기할 수 있도록 하고 있죠. 사실 카운터 안에 앉아 있을 때는 잘 보이지 않던 것들이 환자 대기 의자에 앉아 있다 보니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가급적 처음 상태를 유지하고자 열심히 청소하고 정리하고 있죠."
▲ 귀여운 명함과 고양이 사진 등 약국 곳곳에 즐거울 만한 요소를 두고, 볼매대와 중간매대 등을 활용해 이벤트상품이나 신제품 등을 홍보하고 있다.
동물약 코너에는 귀여운 고양이 사진도 붙어 있다. 고양이 사진은 동물약이라는 표식이자, 나홀로 근무를 보다 즐겁게 할 수 있는 작은 요소가 된다. "약국장이 되고 나니 하나부터 열까지 손수 해야 하는 일들이 정말 많아졌지만, 원하는 모습의 약국을 구현할 수 있다는 건 참 좋은 거 같아요. 들어가보고 싶은 약국 그 이상의, 다시 가고 싶은 약국이 되게 하는 게 목표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