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팜=이혜경 기자] 올해는 의약품 제조·품질관리기준(GMP)에 대한 제도가 더욱 강화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정기약사감시의 20%를 불시점검으로 전환해 GMP 원스트라이크아웃 제도 시행 두 달여를 앞두고 케이엠에스제약을 적발했다. 케이엠에스제약은 GMP 적합판정 취소를 벗어날 수 있었지만, 12월 12일 법 시행으로 앞으로 임의·불법제조로 적발되는 업체는 '원스트라이크 아웃' 처분을 피할 수 없게 된다.
◆GMP 원스트라이크 아웃...임의·불법제조 막는다= GMP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는 지난해 바이넥스, 비보존제약, 종근당의 잇따른 임의·불법 제조 사태 이후 GMP 규정을 총리령을 넘어 약사법으로 상향·법제화할 필요성이 있다는 데 무게가 실리면서 마련됐다.
지난해 10월 22일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의원과 같은 해 12월 2일 국민의힘 백종헌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한 약사법 개정안은 병합심사로 올해 5월 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 회의를 통과하고 6월 7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면서 12월 12일 시행됐다.
최종 약사법 개정안은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GMP) 적합 판정의 근거를 법률에 상향 규정 ▲거짓·부정한 방법으로 GMP 적합 판정 받는 등 중대한 위반행위에 대한 제재기준 마련 ▲GMP 조사관 임명과 출입 근거 등 마련 ▲행정처분이 확정된 의약품 관련 영업자의 처분 내용 공표 근거 마련 등이 담겼다.
GMP와 관련한 중대한 위반행위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법률을 상향 규정했고,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GMP 적합 판정을 받거나 반복적인 GMP 거짓 기록 작성 등 GMP 관련 중대한 위반행위는 적합 판정이 취소된다.
만약 적합 판정이 취소됐는데도 의약품을 제조·판매하거나 시정명령에 불응하면 품목허가 취소와 함께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 벌금이 부과된다. 또 징벌적 과징금 부과에 따라 해당 품목을 판매한 금액의 2배 이하의 범위에서 과징금이 부과된다.
◆인슐린 콜드체인 강화에 결국 백기 든 식약처= 생물학적 제제 수송 시 모든 제제에 자동온도기록장치를 사용하도록 했던 콜드체인 규정이 완화된다.
의약품 콜드체인 의무화 촉매제 역할을 했던 백신을 비롯해 냉장·냉동 보관 제품군은 자동온도기록장치를 유지해야 하지만, 하루에도 수십번 약국 등에 배송되는 인슐린 제제 등 사용 시 비냉장 제품과 실온 보관이 가능한 비냉장 제품은 자동온도기록장치와 검·교정, 자동기록 등 의무 적용에서 제외됐다.
식약처는 모든 생물학적 제제를 대상으로 했던 '생물학적제제 등의 제조·판매관리 규칙'의 적용 대상을 보관온도 등에 따라 3개의 제품군으로 구분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관련 법령 개정안을 11월 29일 입법예고했다.
식약처는 40일 간 입법예고를 거쳐, 인슐린 제제에 한해 계도기간이 주어졌던 내년 1월 17일 이전까지 관련 법령을 개정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 법령이 시행되면 인슐린 제제 등 비냉장 제품은 수송설비(용기 또는 차량)에 자동온도기록장치 설치와 자동온도기록장치의 주기적 검‧교정을 실시하지 않아도 행정처분을 받지 않는다.
이로 인해 장비와 비용 문제로 줄어들었던 인슐린 제제 유통 횟수도 정상화될 전망이다.
식약처는 지난 1월 17일부터 온도 등 취급에 주의가 필요한 생물학적 제제 등이 유통(수송) 단계에서 철저히 관리되도록 '생물학적 제제 등 유통온도관리 강화제도'를 시행했는데, 일선 약국 뿐 아니라 환자단체까지 나서 불만을 제기하면서 시스템을 정착을 위해 6개월의 계도기간을 부여했었다.
◆수출용 보톡스...줄줄이 행정처분= 식약처는 지난해 12월 2일 국가출하승인을 받지 않고 국내에 판매한 휴젤주식회사와 파마리서치바이오의 보톡스 품목에 대한 허가취소를 진행한 데 이어, 올해 11월 1일 한국비엠아이, 한국비엔씨, 제테마 등 3개 업체도 적발하고 행정처분 절차를 밟고 있다.
현재 이들 업체는 해당 처분에 불복하고 소송을 진행 중이다.
소송 과정에서 수출 전용 의약품의 '간접 수출' 범위가 이슈가 됐는데, 올해 적발된 업체 3곳의 경우 모두 수출 전용 의약품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수출 전용 의약품은 제조업체가 수입자의 사양서를 제출해 국내에 판매하지 않고 수출용으로만 제조하도록 허가조건을 부여 받은 의약품을 말한다.
수출 전용 의약품은 국가출하승인 면제 대상이다. 약사법 시행령' 제53조 및 '의약품 등의 안전에 관한 규칙' 제63조를 보면 국가출하승인의약품을 판매하려는 자는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의 출하승인을 받아야 하나, 수출을 목적으로 수입자가 요청한 경우 국가출하승인이 면제된다.
제약회사가 수입국으로부터 구매 확인서를 받아 온다면 수출 의약품으로 보고 국가출하승인이 필요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중간에 도매상이 끼는 '간접 수출'이 논란이 됐고, 식약처는 약사법 상 의약품을 판매할 수 없는 도매상이 물건을 사고 팔거나 수수료를 받는 행위를 하면 모두 위반으로 봤다.
그렇게 간접 수출이 논란이 되면서 국내 보톡스 업체 간 치열한 경쟁 구도가 그려지기 시작했고 식약처 중조단이 국내 보톡스 업체를 대상으로 지속적인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키트부터 감기약까지 공급 불안정= 올해도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이 종료되지 않으면서 규제기관인 식약처는 자가검사키트와 감기약의 공급 안정화를 위한 지원책을 펴왔다.
우선 지난 2월 13일 자가키트를 '위기대응 의료제품'으로 지정하고 ▲온라인 판매금지, 약국‧편의점으로 판매처 제한 ▲대용량 포장 제품 생산 증대 ▲낱개 판매 허용 및 1명당 1회 구입 수량 제한 ▲수출물량 사전승인 등의 유통개선조치를 3월 5일까지 3주 간 실시했다.
하지만 온라인상의 가짜키트 판매, 여러 판매점을 통한 다량구매 등 불법 행위로 판매 개수 제한 해지 및 소용량 포장 제품 생산 허용(3.25), 가격 지정 해제(4.4) 등 유통개선조치를 단계적으로 해제·완화했으며, 자가키트 판매처를 약국과 편의점으로만 제한했던 유통개선조치는 5월 1일자로 해제했다.
자가키트는 잡았지만, 올해 하반기부터는 코로나19와 인플루엔자가 동시에 발생하는 트윈데믹을 앞두고 감기약 수급 불안정이 이슈가 됐다.
감기약 증산을 위해 보건복지부가 아세트아미노펜의 가격을 인상했다면, 식약처는 제도 완화로 제약회사들의 감기약 생산을 독려했다.
식약처는 지난 3월 7일부터 7월 4일까지 1차로 감기약 수급현황 모니터링을 실시한 데 이어, 8월 1일부터 감기약 수급 안정화 시점까지 2차 모니터링을 진행한다.
모니터링에 참여하는 제약회사는 감기약 수급 안정화 품목 제조업체의 허가‧신고 민원 신속처리 뿐 아니라, 현장감시를 서류점검으로 대체하는 등 감기약 생산 증대 방안을 지원 받고 있다.
또 조제용 감기약 품목의 소량포장 단위를 대체한 조제용 포장단위 생산 계획서를 첨부해 소량포장단위 공급 예외 인정 신청을 하는 경우 소량포장 공급 의무 수량을 제외 받는다.
비용용출자료만으로 허가 변경이 진행되는 부분과 내년부터 적용 예정인 주성분 복수 규격 인정 확대 등에 대해 아세트아미노펜 등 해열진통제에 우선 적용했다.
◆국내 1호 코로나 백신 허가= SK바이오사이언스의 코로나19 백신 '스카이코비원멀티주'가 6월 29일 품목허가를 받으면서 우리나라는 셀트리온의 코로나19 치료제인 '렉키로나주'와 함께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을 모두 보유한 나라가 됐다.
스카이코비원은 유전자 재조합 기술을 이용해 만든 항원 단백질을 투여해 면역 반응을 유도하는 코로나19 백신이다.
이 제품은 18세 이상 성인의 코로나19 예방 목적으로 허가됐다. 용법‧용량은 항원바이알과 동봉된 면역증강제(AS03)를 혼합한 0.5mL를 4주 간격으로 총 2회 접종한다.
스카이코비원은 국내 기업이 개발해 제조하는 코로나19 백신으로 대한민국 식약처가 세계 최초로 허가하면서 화제가 됐다.
식약처는 2020년 9월부터 코로나19 백신·치료제의 개발 및 제품화를 지원하기 위해 심사 경험이 풍부한 심사자로 구성된 허가전담심사팀을 꾸리고, 비임상·임상·품질 단계별 맞춤형 상담과 사전검토를 실시했다.
제품 개발의 핵심 단계이자 대규모 환자 모집이 필요한 3상 임상시험이 과학적이면서도 신속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면역원성 비교임상시험 방식을 선제적으로 도입해 임상시험을 설계하도록 지원했다.
면역원성 비교임상방식이 국제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규제기관 간 회의 및 워크숍 등에서 논의를 주도적으로 이끌었으며, 지난 3월 발간된 세계보건기구(WHO) 가이드라인에 반영했다.
◆임신중절약 '미프지미소' 결국 허가 불발= 국내 첫 임신중절 의약품 품목허가가 불발됐다.
현대약품은 지난 12월 15일 임신중절 의약품 '미프지미소정(미페프리스톤·미소프로스톨)'의 품목허가 신청을 자진 취하했다.
미프지미소는 국내 처음으로 사용되는 신물질을 함유한 제품으로 지난 2015년 7월 29일 캐나다에서 허가 받은 품목과 동일한 의약품이다.
현대약품은 지난해 7월 2일 미프지미소의 수입을 신청 했지만, 식약처는 신약의 심사기준에 따라 안전성·유효성, 품질자료 등에 대한 일부 자료 보완을 요청했었다.
현대약품은 보완자료 제출기한을 2회 연장하면서 자료보완 기간을 추가로 부여 받았으나, 일부 보완자료는 기한 내 제출이 어렵다고 판단해 품목허가 신청을 스스로 취하했다.
국내 첫 인공 임신중절약 도입 논의는 헌법재판소가 2019년 4월 11일 여성의 신체 자기결정권을 존중해야 한다며 형법의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이후, 2020년부터 본격적으로 이뤄졌다.
◆규제혁신 100대 과제...신속심사·e-라벨 도입= 식약처는 지난 8월 혁신 제품의 신속한 시장 진입 지원을 위한 신제품 개발 활성화와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지원하고 기업 활동에 불합리·불필요한 식의약 규제는 과감히 폐지·완화하기 위한 '규제혁신 100대 과제'를 공개했다.
100대 과제 중 올해는 의약품 동등성 시험을 위한 대조약 선정기준이 확대, 품질영향 위험도 수준에 따라 3단계(사전심사, 시판전보고, 연차보고)로 차등 관리, e-라벨 시범사업 등이 추진됐다.
의약품 품목허가와 의약품동등성시험 대조약 선정 연계 제도가 시행으로 신약 등 대조약의 선정·공고 기간이 3개월 이상에서 1개월 이내로 단축됐다.
기존에는 신약 등도 품목허가 후 업체가 신청하는 경우에 한해 대조약 선정 여부를 검토해야 해서 대조약 선정·공고까지 품목허가 이후 최소 3개월의 시간이 필요했지만, 대조약을 의약품 품목허가와 연계하면서 얻은 결과다.
의약품 전자적 정보 제공(e-라벨) 시범사업 단계적 도입도 가시화 됐다. 식약처는 내년 4월부터 2년간 실시한다고 밝혔다. 2023년 4~12월까지 시행하는 1차년도 시범사업 대상 품목은 전문의약품 중 '의료기관 직접 투여주사제'이다.
시범사업에서는 종이 첨부 문서와 전자적 정보 제공을 병행하는 방식으로 실시할 계획이며, 향후 시범사업 결과를 종합적으로 평가해 약사법령 개정을 거쳐 전자적 정보 제공 방식으로 일원화를 검토할 예정이다.
지난 9월부터 신속심사 활성화 및 혁신제품 전략적 신속 상용화 지원을 위해 글로벌 혁신 제품 신속심사 지원 체계(GIFT)를 신설하고, 프로그램 1호 제품으로 한국로슈의 '룬수미오주(모수네투주맙)'를 지정했다.
GIFT 대상은 허가자료 준비 지원, 준비된 자료부터 먼저 심사하는 수시 동반심사(rolling review) 적용, 품목설명회·보완설명회 등 심사자와 개발사 간 긴밀한 소통, 규제 관련 전문 컨설팅 등 신속한 제품화를 위한 다양한 지원을 받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