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웅 국산신약 36호 엔블로 허가...펙수클루 이어 2년 연속 신약 승인
국내 제약, 작년 렉라자부터 2년 새 신약 6개 상업화 성공
최근 개발 신약 상업적 성공 가능성↑...글로벌 진출 근접
[데일리팜=천승현 기자]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이 올해 들어 2개의 신약을 배출했다. 지난해부터 2년 간 6개의 신약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항암제, 항궤양제,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 당뇨치료제 등 다양한 영역에서 신약의 상업화 단계에 도달했다. 국내외 상업적 성과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대웅 엔블로 국산신약 36호 허가...올해 국내개발 신약 두 번째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달 30일 대웅제약 ‘엔블로정’의 품목허가를 승인했다. 국내 개발 36번째 신약이다. 엔블로는 제2형 당뇨병 환자의 혈당조절을 향상시키기 위한 식사·운동요법의 보조제로 허가 받았다. 단독요법, 메트포르민 병용요법, 메트포르민과 제미글립틴 병용요법 등으로 사용할 수 있다.
엔블로는 국내에서 개발된 첫 번째 SGLT-2 억제제 계열 당뇨병 치료제다. 이 약물은 신장에서 포도당이 재흡수되는 것을 억제하고 소변으로 포도당이 배출되도록 해 혈당을 낮추는 기전이다.
대웅제약은 지난 4월 식약처에 엔블로의 허가를 신청한 지 7개월 만에 허가 받았다. 지난 10월 대웅제약은 제2형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 3상 결과 발표를 통해 엔블로정의 우수한 혈당강하 효과와 안전성을 확인했다. 대웅제약 측은 “엔블로는 기존 SGLT-2 억제제의 30분의 1 이하에 불과한 0.3mg만으로 동등한 약효를 증명했다”라면서 “혈당 조절이 불충분했던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 옵션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전망했다.
엔블로는 녹십자가 개발을 시작했고 지난 2016년 대웅제약이 전용실시권을 넘겨받은 제품이다. 사실상 녹십자와 대웅제약이 공동으로 개발한 신약인 셈이다. 지난 2017년 일동제약이 허가 받은 B형간염치료제 ‘베시보’가 국내기업의 공동개발 첫 신약으로 기록된다. 베시보는 당초 LG화학이 발굴한 신약 후보물질로 지난 2012년 임상2상시험을 마치고 일동제약에 판권을 넘겼다. 이후 일동제약은 임상3상시험을 거쳐 상업화를 완성했다.
대웅제약은 지난해 말 위식도역류질환치료제 ‘펙수클루’를 국내 개발 34호 신약으로 허가받은 데 이어 2년 연속 신약을 배출했다. 대웅제약은 2001년 허가 받은 ‘이지에프외용엑’과 함께 총 3개의 신약을 허가 받으면서 동아에스티와 함께 가장 많은 3개의 신약 개발에 성공했다. 동아에스티는 2005년 발기부전치료제 자이데나를 시작으로 2015년 항생제 ‘시벡스트로’와 당뇨치료제 ‘슈가논’을 자체 개발 신약으로 승인 받았다.
올해 들어 국내 제약사는 신약 2개를 허가 받았다. 지난 6월 SK바이오사이언스의 코로나19 예방 백신 ‘스카이코비원멀티주’가 국산신약 35호로 품목허가를 획득했다.
스카이코비원멀티는 유전자 재조합 기술을 이용해 만든 항원 단백질을 투여해 면역 반응을 유도하는 코로나19 백신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유전자 재조합 기술과 워싱턴대 항원디자인연구소의 '자체 결합 나노입자'(Self Assembly Nanoparticle) 디자인 기술이 적용됐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미국 워싱턴대학 항원디자인연구소와 공동으로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을 발굴했다. 빌앤멜린다게이츠재단(BMGF)과 감염병혁신연합(CEPI)의 펀딩을 받아 개발을 진행했고 약 2년 만에 스카이코비원의 상업화에 성공했다.
◆2년간 국산신약 6개 배출...국내외 시장 상업적 성과 기대감
국내 제약사들은 지난해부터 2년간 총 6개의 신약을 허가 받았다. 지난 1월 유한양행의 항암제 ‘렉라자’가 허가 받았고 2월과 3월에는 셀트리온의 코로나19치료제 ‘렉키로나’와 한미약품의 호중구감소증치료제 ‘롤론티스’가 각각 식약처 허가를 획득했다. 작년 12월에는 대웅제약의 ‘펙수클루’가 국내개발 34호 신약으로 이름을 올렸다. 국내 제약사는 2018년 HK이노엔의 ‘케이캡’ 이후 2년 동안 신약을 내놓지 못했지만 작년에만 4개의 상업화에 성공했다.
국내 제약업계는 1999년 국내 개발 첫 신약 ‘선플라주’가 등장한 이후 23년 동안 36개의 신약을 내놓았다. 연 평균 1.6개의 신약을 배출했는데 최근 2년간 연 평균 3건의 신약을 내놓은 셈이다.
최근 등장한 신약 제품들이 새로운 첨단기술을 활용해 다양한 영역을 두드리고 있다는 점도 크게 눈에 띈다.
렉라자는 특정 유전자(EGFR TKI)에 변이가 있는 진행성 폐암 환자 중 이전에 폐암 치료를 받은 적 있는 환자에게 사용할 수 있도록 조건부 허가를 받았다. 렉라자는 폐암 세포 성장에 관여하는 신호전달을 방해해 폐암 세포의 증식과 성장을 억제하는 표적항암제다. EGFR T790M 저항성 변이에 높은 선택성을 갖는 경구형 3세대 티로신 인산화효소 억제제다. 뇌혈관장벽(BBB, Blood-Brain-Barrier)을 통과할 수 있어 뇌전이가 발생한 폐암환자에서도 우수한 효능및 뛰어난 내약성을 보였다.
렉키로나는 코로나19 완치자의 혈액에 존재하는 중화항체 유전자를 선별하고 이 유전자를 대량 생산이 가능한 숙주 세포에 삽입해 세포 배양을 통해 대량으로 생산하는 유전자재조합 중화항체치료제다.
롤론티스는 재조합기술을 이용해 제조한 사람의 G-CSF 유사체에 특정 단백질을 연결해 약효지속성을 증가시킨 제품이다. 항암화학요법으로 나타날 수 있는 호중구감소증의 치료에 사용되며 과립구집락자극인자(G-CSF) 수용체에 결합해 호중구 생성을 촉진한다. 호중구감소증은 백혈구 중 40-70% 차지하는 호중구가 비정상적으로 감소하여 감염에 취약해지는 증상이다.
펙수클루는 '칼륨 경쟁적 위산분비억제제(P-CAB) 계열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약물이다. 위벽세포에서 산분비 최종 단계에 위치하는 양성자펌프와 칼륨이온을 경쟁적으로 결합시켜 위산 분비를 저해하는 작용기전을 나타낸다. 기존 프로톤펌프억제제(PPI) 계열 제품 대비 약효가 빠르게 나타나고, 식전후 상관없는 복용과 우수한 약효 지속성 등의 장점을 갖고 있다.
▲ 2021년 허가받은 국내개발 신약(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렉라자, 렉키로나, 펙수클루, 롤론티스)
업계에서는 최근 등장한 국내개발 신약의 상업적 성과에 기대를 모으고 있다.
지난 2018년 허가 받은 케이캡이 이미 국내시장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의약품 조사기관 유비스트에 따르면 케이캡은 발매 첫 해 처방금액 309억원을 올렸고 출시 3년째인 지난해 1000억원을 돌파했다. 올해 3분기 누계 처방실적 922억원을 기록하며 2년 연속 1000억원 돌파를 예고했다.
펙수클루는 지난 7월부터 건강보험 급여목록에 등재되면서 본격적인 판매를 시작했는데 첫 분기에 45억원의 처방액을 기록했다. 7월 11억원의 처방실적을 냈고 8월과 9월 각각 15억원, 19억원으로 상승 폭을 키웠다.
케이캡과 펙수클루는 해외시장 진출 성과도 기대된다.
대웅제약은 6건의 수출 계약을 통해 북미, 중남미, 중국, 중동 등 15개국에 펙수클루 수출을 예약했다. 대웅제약은 2020년 멕시코 현지 제약사 목샤8과 브라질 제약사 이엠에스(EMS)에 각각 펙수클루의 현지 허가 및 판매권리를 넘기면서 중남미 진출 물꼬를 텄다. 지난해 3월에는 중국 상해하이니와 수출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지난해 6월에는 미국 뉴로가스트릭스와 기술이전 계약을 맺고 펙수클루의 미국과 캐나다 지역 개발, 허가 및 판매 권리를 넘겼다. 대웅제약은 지난해 추가로 2건의 수출 계약을 통해 중남미와 중동 지역 10개국 진출을 약속받았다. 최근에는 필리핀에서 펙수클루의 품목허가를 받았다.
케이캡이 기술 수출이나 완제품 수출 형태로 진출한 국가는 총 34개국에 달한다. HK이노엔은 지난 2015년 중국 제약사 뤄신과 케이캡 기술수출 계약을 맺었다. HK이노엔은 지난 2019년 2월 멕시코 제약사 카르놋과 중남미 17개국에 케이캡 완제의약품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2019년 9월 인도네시아, 태국, 필리핀 등에 완제의약품 공급 계약을 맺었고 2020년에는 몽골과 싱가포르에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해에는 베트남, 말레이시아, 미국, 캐나다 지역을 대상으로 수출 계약을 성사시켰다.
렉라자와 롤론티스도 점차적으로 영향력을 확대하는 추세다.
의약품 조사기관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렉라자는 올해 3분기 누계 매출 115억원을 기록하며 발매 2년째에 연 매출 100억원을 넘어섰다. 렉라자는 지난해 7월 건강보험 급여목록 등재와 함께 본격적으로 처방 시장에 진입했다. 국내 개발 항암신약 중 연 매출 100억원을 넘어선 것은 렉라자가 처음이다.
렉라자는 미국 시장 진출도 속도를 내고 있다. 유한양행은 2018년 11월 얀센바이오테크에 렉라자를 기술수출했다. 얀센은 레이저티닙 판권 도입 이후 자체 개발한 이중항암항체 '아미반타맙'과 병용을 통해 활발한 개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계약 체결 이후 가장 먼저 착수한 CHRYSALIS 연구는 렉라자+아미반타맙 병용 외에도 '카보플라틴' '페메트렉시드' 등 플래티넘계 항암제 병용요법까지 확장해 순조롭게 전개 중이다. 얀센은 이르면 연내 FDA 허가 신청도 예상된다.
론론티스도 최근 국내 매출이 본격적으로 발생하기 시작했다. 롤론티스는 지난 3분기 국내 시장에서 매출 10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1분기 처음으로 매출이 발생했고 2분기 4억원어치 팔렸다.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은 15억원으로 집계됐다.
롤론티스는 지난 9월 미국 FDA로부터 롤베돈이라는 상품명으로 최종 승인했다. 한미약품이 미국 스펙트럼파마슈티컬스에 기술수출한 지 10년 만에 미국 시장 상업화에 성공했다. 롤론티스는 지난달 미국 시장에서 본격적인 판매를 개시했다. 미국 호중구감소증치료제 시장 규모는 연간 3조원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