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P토픽] 산자부, 실증특례 규제특례심의 회의 안건 상정
복지부·상의·자판기업체·약사회·약대 교수 등 참여...1시간 이상 격론
약사회 “안전장치도 없이 더 풀려는 거냐"...본희의 상정 저지에 총력
[데일리팜=김지은 기자] 무인 자판기 인기에 편승해 술, 담배에 이어 의약품까지 자판기로 판매하려는 시도에 약사사회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현행 안전상비약 제도를 한층 더 완화하겠다는 계획인데, 관련 업계와 약사사회 간 충돌이 예상된다.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자부)는 23일 규제특례심의위원회 전문위원 회의에서 안전상비약 무인 자판기 판매 관련 실증특례 안건을 논의했다.
본회의 안건을 상정할지 여부를 논의하는 사전 회의 격인 이날 회의에는 산자부와 복지부, 약사회, 대한상공회의소, 자판기 업체 관계자, 약대 교수 등이 참석한 것으로 확인됐다.
회의에 참석한 인사에 따르면 이날 총 5개 안건이 사전 논의 과정을 거쳤는데, 안전상비약 무인 자판기 건은 가장 마지막에 논의됐으며 1시간 이상의 격론이 오간 끝에 결론을 짓지 못했다.
이날 회의에서 자판기 업체와 대한상공회의소 등은 무인 자판기의 혁신성 등을 강조하며 실증특례 추진을 어필했고, 약사회는 의약품 오·남용 위험과 안전성 부재 등을 이유로 방어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 전문가 자격으로 회의에 참석한 약대 교수는 현행 안전상비약 제도의 위험성과 부실함을 강조하는 한편, 이보다 한발 더 나아간 무인 자판기의 상비약 판매의 위험성을 강조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실증특례를 주관하는 산자부가 이번 안건을 규제특례심의 회의에 상정하는 등 긍정적 입장을 보이고 있는 데다, 화상투약기 실증특례 추진으로 힘을 얻은 자판기 업체들의 대응이 거센 만큼 현재로서는 본회의 상정과 실증특례 추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상비약 무인 자판기’ 규제특례, 왜 불거졌나=안전상비의약품을 무인 자판기로 24시간 판매하는 내용의 이번 실증특례 추진은 무인 자판기 업체의 신청으로 진행됐다. 해당 업체는 현재 주류, 담배 무인 자판기 사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매자 확인 과정을 거려 주류와 담배도 자판기로 판매하는 상황에서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안전상비약을 왜 판매할 수 없냐는 것이 업체의 주장인 것이다.
관련 업체는 우선 의약품 판매의 안전성을 높일 장치로 자판기의 안면인식 기능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이번 실증특례 신청 대상인 상비약 자판기의 운영 방법을 보면 ①자판기에 개인 휴대폰 번호 입력, 회원 약관 동의 ②자판기에 안면 정보 등록 ③PASS 앱 또는 카카오지갑을 통한 연령 확인 ④자판기에 구매하려는 상품 번호 선택, 결제 후 구입의 절차이다.
자판기가 안면정보를 자동으로 인식하고, PASS 앱 또는 카카오지갑을 통한 연령 확인 과정을 거쳐 안전성과 1인 1회 판매량 제한 등의 안전성을 높인다는 주장이다.
더불어 자판기의 적정 온도 유지 등으로 판매 의약품을 철저히 관리하겠다는 계획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업계 관계자는 데일리팜에 “상비약 13종이 들어가는 자판기를 편의점과 약국에 각각 설치하는 시범사업을 해보겠다는 것”이라며 “약국 경영에도 나쁘지 않을 것이고, 심야시간 약 구입이라는 공익성과 편의성도 있다”고 말했다.
◆“대면투약 원칙 완전히 깨자는거냐”=이번 상비약 자판기 안건이 심의위 안건으로 상정된 만큼, 약사회는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화상투약기와 같은 수순을 밟지 않기 위해서는 이번 안건이 본회의 안건으로 상정되는 것을 막아야 하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우선 첫 대면으로 진행됐던 23일 회의에서 산자부는 추후 관련 회의 과정을 더 거친 후 이번 안건의 본회의 상정 여부를 결론짓기로 했다. 다음 회의 일정은 아직 미정이다.
약사회는 이번 안건이 논의 대상에 포함된 만큼 정부와 국회, 산자부 측에 더 본격적으로 반대 입장을 표명할 예정이다.
정현철 대한약사회 부회장은 “기본적으로 비합리적인 안전상비약 제도는 그나마 편의점주 교육, 판매수량 제한, 24시간 영업소 등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걸어 놓고 있다”며 “그런데 이번 무인자판기 상비약 판매 시도는 이 최소한의 장치까지 풀라는 것이다. 이것을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겠냐”고 말했다.
정 부회장은 또 “안면인식율이 100%도 아닌 상황이다. 기계가 약을 판매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책임소재 역시 불분명하다”면서 “의약품을 주류, 담배와 같은 선상에 놓고 판매한다는 인식 자체가 잘못된 것이다. 국민 안전을 위해서라도 약사회가 막아낼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