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P스페셜]감기 환자 21% 줄었지만 요양급여비용은 되레 늘어
의료기관 찾은 위-식도 역류병 환자 61%·간질환 44.6% 증가
[K-일반약 상생의 길을 찾자 3편, 경질환 진료비 경향 분석]
[데일리팜=이혜경 기자] 2000년 의약분업 이후 의사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과 처방전 없이 살 수 있는 일반의약품으로 구분되면서 경증질환 치료에 사용하는 일반약은 환자가 직접 구입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경증질환자의 의료기관 방문이 줄지 않으면서, 요양급여비용과 급여의약품 처방금액 또한 증가하는 추세다.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0년부터 2019년까지의 데이터를 보면, 요양급여비용은 12개 질환 평균 78% 증가했다. 2010년 2조3714억원이던 요양급여비용은 2019년 4조2161억원으로 늘었다.
경증질환으로 의료기관을 찾는 환자는 5384만명에서 5225만명으로 2.9% 줄었지만, 급여의약품 처방금액은 같은 기간 1조713억원이던 비용이 1조1538억원으로 7.7% 증가했다.
데일리팜은 경증질환 약제비 차등제 대상 질환 100개 중 질환별 일반의약품으로 셀프케어가 가능한 경증질환 12개를 선정해 2010년부터 2020년까지 10년 간 처방인원, 처방금액, 요양급여비용을 비교·분석했다.
의약품 처방 현황은 2020년 1월부터 2020년 12월까지 심사결정된 건강보험 명세서를 기준으로 했으며, 12개 질환을 주상병으로하는 25개 코드의 급여의약품 처방내역을 살펴봤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제공한 급여의약품 처방 현황은 원내·외 처방내역으로 원외처방의 경우 미청구 등 사유로 약국의 실조제내역과 다를 수 있다.
2020년의 경우 코로나19로 인해 의료기관을 찾는 환자가 전체적으로 줄었는데,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보다 급감한 질환인 감기, 위-식도 역류병, 기타 기능성 장장애, 기타관절염은 실제 셀프케어가 가능한 경증질환으로 해석이 가능해 보인다.
아파도 굳이 코로나19 감염 위험을 무릅쓰고 병·의원을 찾을 정도는 아닌 경증질환으로 볼 수 있다는 얘기다.
전체적으로 의료기관을 찾는 환자가 줄어든 질환은 감기, 상세불명 부위의 소화성 궤양, 아토피성 피부염, 질 및 외음부의 기타염증으로 나타났다.
상세불명 부위 소화성 궤양을 제외하고 셀프케어가 가능한 경증질환의 요양급여비용은 최근 10년 동안 꾸준히 증가한 셈이다.
감기 환자는 손씻기 등 위생관리 뿐 아니라 다양한 일반의약품 복용 등 셀프케어로 의료기관을 찾는 환자와 전문의약품 처방금액은 줄었지만, 병원에서 쓰는 진료비는 소폭 늘었다.
데이터를 보면 감기 환자는 3233만명에서 2600만명으로 20.8% 줄면서 급여의약품 처방금액 또한 4134억원 3417억원으로 17.3% 감소했다. 하지만 의료기관 진료비를 포함한 요양급여비용은 1.3% 증가했다.
환자 수 감소로 급여의약품 처방이 줄어들었지만, 의료기관 수가는 10년 동안 증가하면서 요양급여비용은 소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세불명 부위의 소화성 궤양으로 의료기관을 찾은 환자는 2010년 85만명에서 2019년 30만명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처방액은 250억원에서 88억원으로 64.9% 감소했다.
아토피성 피부염은 2010년 100만명에서 2019년 88만, 2020년 89만명으로 나타나면서 크게 줄지는 않았다.
처방금액도 2010년 224억원에서 2020년 339억원으로 꾸준히 늘었는데, 지난해 1월부터는 중증 아토피성 피부염이 아토피성 피부염 환자에서 분류되기도 했다.
질 및 외음부의 기타염증은 처방 인원이 같은 기간 183만명에서 134만명으로 26.5% 줄었고, 처방액은 177억원에서 133억원으로 25.1% 감소한 반면 요양급여비용은 55.6% 증가했다.
4개 질환을 제외하고 나머지 8개 질환의 경우 2010년부터 2019년까지 의료기관을 찾는 환자와 요양급여비용이 급증한 걸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치은염 및 치주질환, 간질환 환자는 44% 이상 환자가 늘었는데 요양급여비용은 각각 273.8%, 129.3%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에 따른 급여의약품 처방액 또한 치은염 및 치주질환 40.7%, 간질환 54.6% 늘어난 상황이다.
10년 새 의료기관을 찾는 환자가 가장 많이 증가한 경증질환은 위-식도 역류병으로, 2010년 278만명이던 처방인원은 2019년 448만명으로 61.2% 늘었다.
요양급여비용 역시 85.4% 증가했는데, 반면 급여의약품 처방액은 2121억원에서 2362억원(11.4%)으로 증가폭이 크진 않았다.
알레르기성 비염과 골다공증, 탈모 환자는 10년 새 의료기관을 찾는 환자가 20% 이상 증가하면서 급여의약품 처방액도 각각 40.7%, 37.9%, 52.9% 같이 늘어났다.
환자가 줄지는 않았으나 관절염은 처방인원이 6.7%로 소폭 증가하면서 급여의약품 처방액은 4.3% 줄었다.
의약분업 이후 약국에서 일반약을 구입해 셀프케어를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의료기관에 경증질환 환자가 꾸준히 방문하는 상황에 대해 서동철 의약품정책연구소장은 "경증질환자의 의료기관 방문은 의료전달체계를 붕괴시킬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서 소장은 "감기나 비염환자 등의 경우 의료기관을 방문하지 않아도 된다"며 "경증질환자가 의료기관을 찾으면서 의료진은 중증환자 볼 시간을 놓치게 되고, 국가적으로는 진료비가 새면서 손해를 보게 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경증질환 셀프케어와 관련, 서 소장은 "외국의 경우 주치의 제도를 활용해 경증질환의 경우 종합병원 방문을 제한하고 있다. 의료전달체계 확립을 위해 주치의 제도 활용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의료전달체계 확립 뿐 아니라 일반약 활성화 방안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서 소장은 "약사들이 약국에서 판매하는 일반약을 확대해야 한다"며 "외국에서는 전문약의 특허가 끝나면 일반약으로 전환 되기도 하지만, 우리나라는 정부가 전문약으로 허가하고 나면 일반약으로 전환시키는 걸 어려워 한다"고 지적했다.
서 소장은 "전문약 허가를 오래전에 받은 의약품 중 부작용이 적은 경우 일반약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외국에서 일반약으로 전환된 전문약을 참고해 우리나라도 전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