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P토픽] 2021 제약·바이오 결산➄연구개발비
주요 기업 30곳 R&D비용 8% 증가...23곳 투자 확대
셀트리온 4304억 투자 최대...SK바사·신풍·제일 등 급증
[데일리팜=천승현 기자] 주요 상장 제약바이오기업들이 지난해 연구개발(R&D) 투자를 전년보다 확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투자 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도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한 연구활동은 활발하게 전개됐다. SK바이오사이언스, 신풍제약, 제일약품, 일동제약 등이 R&D 투자를 크게 늘렸다.
2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주요 제약바이오기업 30곳의 지난해 R&D 투자 비용은 총 2조2935억원으로 전년대비 8.2% 증가했다. 사업보고서를 제출한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 상장 제약바이오기업 중 매출 상위 30곳을 대상으로 집계했다.
조사 대상 제약바이오기업 30곳 중 23곳이 지난해 R&D 투자를 전년보다 확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체별 R&D 투자금액을 보면 셀트리온이 지난해 가장 많은 4304억원의 R&D 투자를 단행했다. 2020년 3892억원에서 투자 규모를 10.6% 확대했다.
셀트리온은 설립 이후 바이오시밀러 분야 R&D에 주력했는데, 최근에는 코로나19 항체 치료제 ‘렉키로나’ 개발에 R&D 역량을 집중했다. 렉키로나는 지난해 2월 국내에서 조건부허가를 승인받은데 이어 9월에는 정식 품목허가를 획득했다. 렉키로나는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에서도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 치료 목적으로 최종 판매허가를 승인받았다.
셀트리온은 후속 바이오시밀러 개발에도 매진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램시마, 램시마SC, 트룩시마, 허쥬마, 유플라이마 등을 개발했는데, 추가로 아바스틴, 스텔라라, 아일리아, 프롤리아, 악템라 등의 바이오시밀러 개발에도 착수했다.
셀트리온은 화학 합성 의약품 개발과 판매도 전개 중이다. 비후성심근증 치료에 사용되는 개량신약과 후천선면역결핍증(HIV), 만성협심증, 기립성저혈압 치료에 사용되는 제네릭의약품 4종을 미국 등에서 허가받았다.
유한양행은 지난해 1783억원을 R&D 분야에 투입했다. 전년보다 18.8% 감소했지만 제약바이오기업 중 가장 왕성한 연구활동을 펼치는 기업 중 하나다. 유한양행은 지난해 항암신약 렉라자 상업화에 성공했다. 렉라자는 지난해 1월 국내 개발 31호 신약으로 허가받은 비소세포폐암 치료제다.
유한양행은 기능성소화기질환, 퇴행성디스크, 비알코올성지방간염 등 영역에서 신약을 개발 중이다. 유한양행은 2018년 스파인바이오파마를 시작으로 얀센바이오텍, 길리어드바이오사이언스, 베링거인겔하임, 프로세사파마슈티컬즈 등 글로벌 제약사 5곳과 신약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하는 성과도 냈다.
유한양행의 R&D비용 축소는 기술료 수익 감소와 연관이 있다. 지난해 유한양행의 기술료 수익은 519억원으로 전년보다 66.6% 줄었다. 유한양행은 얀센으로부터 받은 렉라자 관련 기술료 수익 중 40%를 원개발사 오스코텍에 지급한다. 오스코텍에 재분배되는 기술료는 R&D비용으로 계상된다. 2020년 오스코텍에 대규모 기술료를 지급하면서 R&D비용도 커졌고 지난해 회계상 R&D비용 지출이 상대적으로 감소했다.
녹십자는 지난해 R&D 투자 규모가 1723억원으로 전년보다 7.7% 증가했다. 녹십자는 혈액제제인 면역글로불린제제 ‘ALYGLO’의 미국 진출을 타진하고 있다. 국내에서 아이비글로불린에스엔(IVIG-SN)10%이라는 상품명으로 판매 중인 ALYGLO는 혈장 분획으로부터 정제된 액상형 면역글로불린제제다. 선천성 면역결핍증, 면역성 혈소판감소증과 같은 1차성 면역결핍질환 치료에 사용된다. 녹십자는 지난해 2월 FDA에 ALYGLO의 품목허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최근 FDA의 현장실사 요구로 허가가 연기됐지만 현장실사를 거쳐 미국 시장 진출을 추진할 계획이다.
대웅제약은 지난해 전년보다 16.7% 증가한 1673억원을 연구활동에 투입했다. 대웅제약은 위식도역류질환, 당뇨병, 폐섬유증, 통증, 자가면역 등 분야에서 신약을 개발 중이다.
이중 위식도역류질환치료제 ‘펙수클루’는 지난해 말 국내 허가를 받았다. 펙수클루는 대웅제약이 자체 개발한 위식도역류질환 신약으로 위벽에서 위산을 분비하는 양성자펌프를 가역적으로 차단하는 P-CAB 작용기전의 약물이다. 대웅제약은 이나보글리플로진 성분의 SGLT-2 억제제 계열 당뇨치료제 'DWP16001'의 임상시험을 마쳤고 상반기에 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종근당, 한미약품, SK바이오팜, 일동제약 등이 지난해 1000억원 이상을 R&D 활동에 투자했다.
이중 일동제약은 최근 가장 공격적으로 R&D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일동제약의 지난해 R&D비용은 1082억원으로 전년보다 37.6% 늘었다. 2년 전 541억원에서 2배 증가했다.
일동제약은 제2형당뇨병, 급성호흡곤란증후군(ARDS), 비알코올성지방간염(NASH), 황반변성, 안구건조증, 녹내장, 편두통, 고형암 등 영역에서 10여개 신약 연구를 진행 중이다. 최근에는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도 착수했다. 지난해에는 일본 시오노기제약의 경구용 코로나 치료제 후보물질 S-217622의 국내 임상에 돌입했다. 일동제약은 R&D 지출 확대로 지난해 543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주요 제약바이오기업의 R&D 투자 증감률을 보면 SK바이오사이언스가 지난해 996억원으로 전년보다 3배 이상 상승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최근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활발한 R&D 활동을 전개 중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미국 워싱턴대학 항원디자인연구소와 공동으로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 ‘GBP510’의 임상3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 22일 질병관리청과 GBP510의 1000만회 접종분 구매 계약을 맺기도 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자체 개발한 코로나19 치료제 ‘NBP2001’은 임상1상 단계에 진입한 상태다.
신풍제약은 작년 R&D 투자 비용이 303억원으로 전년보다 69.3% 늘었다. 제일약품은 전년대비 R&D비용을 60.7% 확대했다. 환인제약, 동국제약, 동아에스티, 광동제약 등이 지난해 R&D 투자 비용이 전년대비 20% 이상 증가했다.
한미약품, 유한양행, 휴젤, 영진약품, 하나제약, 삼진제약, 대원제약 등 7곳은 작년 R&D 비용이 전년보다 줄었다.
이중 한미약품은 신약 권리반환에 따른 기저효과로 R&D 투자 규모가 전년보다 30% 이상 감소했다. 한미약품은 2020년 당뇨병 신약 '에페글레나타이드' 권리반환 확정으로 사노피에 지급해야 할 연구개발(R&D) 비용을 일시 회계처리하면서 R&D 비용이 크게 증가한 바 있다.
주요 제약바이오기업 30곳 중 절반이 넘는 16곳이 매출액 대비 R&D 투자 비중이 10% 이상을 기록했다.
SK바이오팜은 R&D 투자 비중이 매출 대비 27.4%에 달했다. SK바이오팜은 뇌전증신약 ‘세노바메이트’의 미국 출시에 이어 적응증 확장을 위한 임상3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SK바이오팜은 희귀질환 레녹스-가스토 증후군, 희귀신경질환, ADHD, 조울증 등 신약도 개발 중이다.
삼셀트리온이 매출 대비 20% 이상을 R&D 분야에 투입했고 일동제약, 대웅제약, 신풍제약, 한미약품, 동아에스티, 종근당, 삼진제약, 환인제약, 휴젤, 유나이티드제약, 부광약품, SK바이오사이언스, 유한양행 등이 10% 이상의 R&D 투자 비중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