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신년대담④]=조선혜 한국의약품유통협회장
지난해 회수 비용 가이드라인 마련…위탁 업체 KGSP 관리 성과
생물학적제제 콜드체인 세부 규정 모호…포기 업체 속출해 머리 맞대야
유통 시스템화 위해선 기준 정립 절실…정부 선제적 투자 요청
[데일리팜=정새임 기자] "의약품 물류 선진화를 이루기 위한 최대 과제는 '표준화'입니다. 제각각이었던 반품, 회수, 포장 기준을 표준화할 수 있도록 힘쓰겠습니다."
5년째 의약품 유통업계를 이끌고 있는 조선혜 한국의약품유통협회장(66)은 2022년 임인년을 맞아 업계가 나아가야 할 길을 '표준화'로 꼽았다.
지난해 협회는 오랜 숙원이었던 위탁 기업의 의약품유통품질관리기준(KGSP) 교육 등 관리 문제를 해소했다. 또 불순물, 약가인하 등으로 빈번하게 발생했던 회수 문제도 제약사와의 협의를 통해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데 성공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의약품유통업계에 산적한 문제가 많다. 당장 오는 17일부터 시행될 생물학적제제 관리 규칙 개정령을 두고 혼란이 일고 있다. 강화된 콜드체인 규정에 비용을 감당하기 힘들다는 아우성이 높다. 의약품 반품도 제약사 규정이 제각각이며, 갈수록 쪼그라드는 유통 수수료는 업계 숨통을 죄고 있다.
여기에 코로나19 여파로 전 세계적으로 물류 비용이 상승해 대형 유통사도 감당하기 힘든 상황이 됐다.
조 회장은 악화하는 환경으로 의약품유통업계가 막다른 골목에 내몰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유통 선진화 요구는 커지는데 마진은 점점 축소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그는 협회장으로서 "현실적으로 유통 선진화를 이루려면 제각각인 반품, 회수, 포장 기준을 표준화·법제화하고, 최소한의 마진을 보장해 유통업체가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며 "올해도 정부, 제약협회, 약사회와 적극적으로 협의하며 합리적인 기준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더불어 그는 "공정성과 합리성, 투명성을 바탕으로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약업계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균형잡힌 유통 시스템으로 변화시키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다짐했다.
다음은 조선혜 회장과의 일문일답.
▲ 조선혜 한국의약품유통협회장
-지난해 연임에 성공해 의약품유통협회장 5년을 맞았다. 지난해 협회의 의미있는 성과를 꼽자면?
=의약품 위탁 유통업체도 KGSP 교육과 관리를 받아 안전하게 의약품을 배송할 수 있도록 한 점, 그리고 의약품 회수 방법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는 점이다. 둘 다 오랫동안 제기된 문제였는데 지난해 실타래가 풀렸다. 특히 회수는 과거 여러번 유야무야 했던 문제인데, 불순문 문제로 대량 회수가 빈번히 이뤄지면서 유통업체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 이에 지난해 회수 의무자는 제약사임을 분명히 하고 유통업체가 업무를 대행할 경우 회수 가이드라인을 지켜달라고 해 제약사의 수용을 이끌어냈다.
-올해 협회의 주요 회무 방안은 어떻게 되나
=올해 협회는 ▲생물학적제제 배송기준 강화에 대한 대책 ▲불용재고의약품 반품 체계 구축 ▲의약품 마진 인하 강력 대응 ▲회수의약품 합리적 비용 가이드라인의 정립화 ▲위탁사 KGSP 교육 확대에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일단 오는 17일부터 '생물학적제제 콜드체인 배송 의무화' 정책이 시행된다. 의약품 유통 선진화를 위한 콜드체인 강화라는 방향에는 동의하나 현실에서의 실현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지난해부터 협회의 지속적인 요청으로 정부와 이해당사자 간 간담회를 개최했고,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상설 민관 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협의체가 꾸려지면 협회는 유통 현장의 상황을 강력하고 합리적으로 제시할 계획이다.
또 제약협회, 약사회 등과 함께 반품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지난해 2월 협회 간 공감대를 형성했다. 지난해 자체 조사를 한 결과 전국 151개 유통업체에 536억원 규모의 반품 재고가 누적돼 있다. 이는 제약사마다 반품 기준이 제각각이고 아예 반품을 거부하는 곳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협회는 정부 주도의 민관협의체 구성을 촉구하고, 반품 기준을 만들어 법제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지속적인 유통 수수료 인하로 의약품유통업계의 경영상 어려움이 가중되는 만큼 제약사의 마진 인하 시도 움직임에 강력하게 대응할 방침이다. 이 외에도 위탁 유통업체에 대한 교육을 확대하고, 지난해 마련된 회수 비용 가이드라인이 완전히 정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오는 17일부터 시행되는 생물학적제제 콜드체인 규정 강화가 당장 시급한 문제다. 제약사나 식약처는 상대적으로 방관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어 협의가 쉽지 않은 듯하다. 또 2020년 독감 백신 상온 유출 사건으로 받은 부정적인 인식 때문에 공감대를 이루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그 부분도 인지하고 있다. 하지만 현 상황으로는 생물학적제제를 취급하기 힘들다는 회원사가 속출한다. 다른 의약품보다 생물학적제제 수수료가 낮은데 개정 기준에 맞추려다 보니 여기에 드는 비용이 더 커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개정안에 따르면 온도가 이탈했을 경우 받게 되는 처벌 수위가 높아졌다. 손해를 보며 무거운 책임 부담까지 져야 하니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한다. 결국 유통을 포기하는 업체가 늘면 환자들이 가까운 약국에서 약을 사기 힘들어지게 된다. 국민들의 의약품 접근성을 위해서라도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본다.
협회는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회원사들이 필요한 폼박스와 온도계 등 장비들을 공동구매했으며, 규정을 지키기 위해 회장단이 모여 콜드체인을 연구했다. 그런데 세부 규정이 없어 답을 찾을 수 없었다. 처벌은 높은데 세부적인 지침은 나오지 않아 회원사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규정을 합리적으로 조정하고 높아진 비용을 제약사와 분담하는 투 트랙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의약품 유통 선진화 필요성이 높아지지만 현실적인 문제가 늘 걸림돌이다. 강구책이 있나
=한국적 상황에서 의약품 물류를 선진화하려면 규격화·표준화가 필요하다. 미국은 20년 전부터 자동 물류 시스템을 가동했는데, 그때도 이미 포장이 28T로 규격화되어 있었던 덕분이다. 우리나라는 500T, 1000T 대량 포장이 많으며, 이마저도 규격이 제각각이다. 로봇이 할 수 없는 병포장도 많다. 결국 제조 단계서부터 표준화를 이뤄야 한다.
쉽지 않겠지만 반품과 회수, 포장의 표준화를 하나하나 만들어 나가야 한다.
-협회장으로서 약업계에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지난 5년간 유통업계가 알게 모르게 많은 발전을 이뤘다고 생각한다. 과거와 달리 정부도 유통업계의 목소리에 귀를 귀울이고 있다. 유통업계도 선제적으로 투자하고 기술적인 부분을 보강해 변화하고 있다.
제약사나 유통, 약국은 한 몸이라고 생각한다. 힘의 논리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협력해 상생할 수 있는 환경이 되었으면 한다. 정부도 혈맥에 해당하는 한국의 의약품 유통이 뻗어나갈 수 있도록 적극적인 투자를 고려하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