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P토픽] 제약·바이오 분기보고서 분석 ⑤상품매출
주요제약사 15곳 중 9곳 상품 비중 하락
SK바사-위탁생산·유한-기술료 등 새 먹거리 발굴
[데일리팜=천승현 기자] 주요 제약사들이 남의 제품을 가져다 파는 ‘상품매출’ 의존도가 낮아졌다. 제약사 3곳 중 2곳이 1년 전보다 상품매출 비중이 하락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악재에도 기술료나 위탁생산 등 새로운 먹거리 발굴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하는 모습이다.
2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주요 상장 제약기업 15곳의 상품매출은 총 1조177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2.7% 늘었다. 같은 기간 이들 15개사의 매출액은 2조6069억원으로 전년동기 2조4509억원보다 6.4% 증가했다. 상품매출 증가폭이 매출 성장률을 밑돌면서 15개사의 매출 대비 상품매출 비중은 작년 1분기 40.4%에서 1년새 39.0%로 1.4%포인트 낮아졌다.
의약품을 주력으로 담당하는 제약기업 중 상품매출 수치를 공개한 매출 상위 15곳을 대상으로 집계했다. 상품매출이란 소비자에게 판매할 제품을 직접 생산하지 않고, 다른 회사로부터 재고자산을 매입한 다음 일정 마진을 붙여 되파는 매출 형태를 뜻한다. 다국적제약사와 계약을 통해 도입한 약을 판매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제약사 15곳 중 9곳이 매출에서 상품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감소했다. 유한양행, 녹십자, 한미약품, JW중외제약, 일동제약, 한독, SK바이오사이언스, 휴온스, 동화약품 등이 상품매출 의존도가 낮아졌다.
새로운 먹거리를 확보하면서 상품매출 의존도가 낮아지는 사례가 크게 눈에 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해 1분기 상품매출이 109억원으로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0.5%를 차지했다. 하지만 올해 1분기에는 매출(1127억원) 대비 상품매출(43억원)은 3.8%로 급감했다. 지난 1년새 매출 규모가 421.8% 치솟았는데 상품매출은 도리어 60.6% 감소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위탁생산 분야에서 새로운 먹거리를 확보하면서 상품매출 의존도가 급락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1분기 용역매출이 969억원으로 전년동기 10억원에서 10배 가까이 팽창했다.
위탁사업(CMO)과 코로나19 백신 유통 등이 용역매출에 해당한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작년 7월 글로벌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와 코로나19 백신 공급을 위한 CMO 계약을 체결했다. 아스트라제네카가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을 경북 안동에 위치한 L하우스에서 생산하는 조건이다.
지난 2월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 백신이 식약처 허가를 받은 이후 국내 공급량을 생산하면서 매출이 본격적으로 발생했다. 회사 매출에서 용역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86.0%에 달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과 유통이라는 새로운 먹거리를 확보하면서 불과 1년 전 50%를 웃돌던 상품매출 비중이 3.8%로 떨어졌다.
유한양행은 지난 1분기 말 기준 상품매출 비중이 56.6%로 전년동기 60.4%보다 3.9%포인트 감소했다. 유한양행은 1분기 상품매출 규모가 2144억원으로 전년보다 13.3% 늘었는데, 전체 매출 규모는 상승 폭이 21.0%에 달했다. 제품매출이 작년 1분기 1035억원에서 올해 1분기 1439억원으로 39.0% 상승했다. 지난해 1분기 자체 개발 처방의약품 부문이 극심한 부진을 보이다 올해는 예년 수준을 되찾으면서 상품매출 비중 하락으로 이어졌다.
유한양행은 최근 기술료 수익 확대로 상품매출 비중을 지속적으로 낮아지는 추세다. 유한양행은 1분기에만 기술료 수익이 155억원 유입됐다. 전년동기 169억원보다 소폭 감소했지만 새로운 캐시카우로 자리매김하는 모습이다.
유한양행은 2018년 스파인바이오파마를 시작으로 얀센바이오텍, 길리어드바이오사이언스, 베링거인겔하임, 프로세사파마슈티컬즈 등 글로벌 제약사 5곳과 신약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주식으로 계약금을 지불한 프로세사를 제외하고 나머지 4개사로부터 받은 계약금과 마일스톤을 분할 인식하면서 실적에 반영하고 있다.
유한양행은 지난해 베링거인겔하임에 이전한 비알코올성지방간염(NASH) 신약후보물질 'YH25724'이 비임상독성시험을 완료하면서 계약금 잔금 1000만달러를 받았다. 얀센에 이전한 비소세포폐암(NSCLC) 신약 '레이저티닙'(국내상품명 렉라자)이 이중항암항체 '아미반타맙' 병용요법 관련 1/2상과 3상임상시험을 시작하면서 총 1억달러의 기술료 수익이 2차례에 걸쳐 유입됐다. 기술수출 과제의 개발 진척으로 1억1000만달러의 기술료수익을 추가로 확보한 셈이다. 유한양행은 2019년 이후 총 1943억원 상당의 라이선스수익을 인식했다.
유한양행은 높은 도입신약 의존도로 인해 2015년 상품매출 비중이 62.1%에 달했지만 기술료수익의 유입이 본격화하기 시작하면서 매년 상품매출 의존도가 낮아지고 있다.
녹십자는 지난 1분기 상품매출이 1158억원으로 전년동기보다 5.8% 축소됐다. 상품매출 비중은 1년 전 47.0%에서 41.0%로 6.0%포인트 떨어졌다. 도입신약 매출 이탈로 상품매출 의존도가 낮아졌다. 녹십자는 MSD와의 영업제휴를 통해 폐렴구균백신 조스타박스와 자궁경부암 백신 가다실을 지난해 말 제휴 관계를 종료했다. 조스타박스와 가다실은 지난해 1분기 294억원의 매출을 냈다. 판권 계약 종료에 따른 매출 공백이 불가피했다.
이에 반해 종근당, 제일약품, 보령제약, 동국제약, 동아에스티, 셀트리온제약 등은 상품매출 비중이 전년대비 다소 상승했다.
셀트리온제약의 경우 1분기 상품매출 규모가 310억원으로 전년동기보다 278.0% 증가하면서 상품매출 비중이 18.5%에서 36.2%로 2배 가까이 확대됐다. 셀트리온제약은 판매 중인 셀트리온의 항체 바이오시밀러 제품들이 상품매출의 큰 비중을 차지했다.
지난 1분기에는 바이오시밀러를 제외한 기타 상품매출이 전년동기 1억원에 196억원으로 급증했다. 최근 다케다로부터 인수한 제품의 매출이 본격적으로 가세하면서 상품매출 규모가 커진 것으로 보인다.
셀트리온은 지난해 12월 다케다제약으로부터 만성질환치료제와 일반의약품 18개 품목의 아태지역 권리를 2억7830만 달러(약 3074억원)에 인수한 바 있다. 국내에선 셀트리온제약이, 나머지 지역에선 셀트리온헬스케어가 각각 권리를 행사한다. 네시나, 액토스, 이달비 등은 이미 국내허가권이 셀트리온제약으로 변경된 상태다.
주요 제약사 중 SK바이오사이언스의 상품매출 비중이 가장 낮았고, 한미약품이 7.6%로 뒤를 이었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1분기 상품매출 비중이 8.1%에 불과했는데 올해 1분기에는 7.6%로 더욱 낮아졌다. 한미약품은 주요 수익원이 자체개발 복합신약들로 포진하면서 상품매출 의존도는 미미한 수준이다.
의약품 조사기관 유비스트에 따르면 한미약품은 지난 1분기에 국내외 제약사 중 외래 처방실적 선두를 기록했다. 한미약품은 지난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처방약 시장 1위를 기록한 바 있다.
고지혈증복합제 로수젯은 1분기 처방액이 266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6.3% 증가했다. 로수젯은 로수바스타틴과 에제티미브 2개 성분으로 구성된 고지혈증 복합제다. 고혈압치료제 아모잘탄은 1분기에 195억원의 처방실적을 기록했다. 전년동기보다 4.2% 감소했지만 간판 의약품 입지를 견고하게 수성했다. 아모잘탄은 암로디핀과 로사르탄 성분이 결합된 복합제다.
항궤양제 에소메졸은 지난 1분기에 전년동기보다 6.2% 증가한 110억원의 처방금액을 기록했다. 지난 2017년 9월 한미약품이 내놓은 복합제 아모잘탄플러스는 1분기에만 전년보다 12.4% 증가한 66억원의 외래 처방실적을 냈다.
주요 제약기업 중 제일약품이 매출에서 상품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80.1%로 가장 높았다. 유한양행과 한독이 매출의 절반 이상이 상품매출로 구성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