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P스페셜]공중보건 의료제품 특별법, 찬반 입장차 여전
업계·식약처 "별도 허가트랙 시급"
시민단체·의협 "기업 배불리기 법"
[데일리팜=이정환 기자] 공중보건위기대응 의료제품·혁신신약 특별법은 코로나19 위기 속 국내 제약산업을 선진화 할 '반전 카드'란 기대와 자칫 부실심사를 촉진하고 각종 산업 특혜를 주는 '안전성 위해 제도'란 비판을 동시에 받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도 허가심사 특례로 인한 투약환자 부작용 우려를 끝내 해소하지 못해 최종 입법에 실패했었다.
실제 식약처는 지난 2016년 '획기적 의약품·공중보건위기대응 의약품 개발촉진법안' 정부입법 당시 입법 예고안과 달리 국무회의 의결안은 안전관리 규정을 신설·보완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당시에도 일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식약처 입법이 환자 중심이 아닌 신약 출시 속도를 앞당겨 제약산업에 특혜를 주는데 무게가 쏠렸다는 비판이 컸다.
이에 식약처는 정부입법안에서 획기신약 '재정지원' 조항과 '획기신약 지원센터' 별도 설립 조항을 삭제하고, 신속허가 특례를 적용할 수 있는 질병·의약품 지정 조건 구체화, 안전관리 규제 강화 등 내용을 신설한 규제심사안으로 교체했었다.
▲ 2016년 획기신약·공중보건 위기대응약 특별법 정부입법 당시 식약처 제출안
4년여가 흐른 지금도 공중보건 의료제품 특별법을 둘러싼 기대와 비판은 공존하고 있다.
특히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안전 및 지원에 관한 법(이하 첨바법)'이 지난해 제정에 성공, 올해 8월부터 발효하면서 이 법이 제공하는 신속 허가심사 트랙과 공중보건약 특별법 특례가 중복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는 현실이다.
하지만 다수 전문가들은 첨바법이 줄기세포를 활용한 재생의료 등 최신 의료행위에 방점이 찍힌 대비 공중보건약법은 첨단 항암신약이나 감염병약 등 최신 의약품에 무게중심을 뒀다는 시각이다.
◆제약산업·식약처, 법안 '찬성' 공감대=의약품·바이오의약품·의료기기 전문가들은 공중보건약 특별법의 신속 제정이 필요하다는데 이견이 없다.
코로나19 팬더믹과 국내 3차 대유행이 논란중인 지금이 특별법 제정 적기라는 공감대다.
무엇보다 첨바법과 공중보건약 특별법은 규제 뿌리와 적용 타깃이 완연히 다르고, 기존 약사법으로는 신약과 공중보건위기대응약 인허가를 지원하기 역부족이란 인식이 산업과 식약처 내 지배적이다.
실제 한국제약바이오협회와 KRPIA, 바이오의약품협회는 법안 적용범위를 더 넓히고 구체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중이다.
제약바이오협회는 "공중보건약을 넘어 혁신신약을 지원해야 한다"는 입장을, KRPIA는 "안전성·유효성 개선 여부를 기준으로 혁신신약을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 이종성, 기동민 의원 제정안 비교
식약처도 공중보건약 신속 도입을 위해 법 통과가 시급하고 제도가 가져올 부작용에 대한 추가 규제는 불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무엇보다 현행 약사법으로 공중보건 의료제품을 신속허가하기 역부족으로, 특별법으로 일관적인 대응 조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식약처는 "우리나라는 총리령이나 고시로 신속심사 등 허가지원을 단편적으로 지원한다. 공중보건 의료제품을 개발지원 할 법적 근거 마련이 절실하다"며 "코로나 초기 한정된 자원으로 위기 대응에 필요한 물품 생산과 공급을 조정할 콘트롤타워가 없었다. 의약품과 의료기기, 의약외품 밀려드는 허가를 관장할 단일 법 체계로 신속 대응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시민단체·의약계, 허가특례 안전 우려=제약산업·식약처와 달리 시민단체나 의약계 일부에서는 안전성을 우려하며 법안 제정에 신중론을 펴고 있다.
공중보건 위기대응 의료제품 특별법 제정을 중단하거나 안전망을 더 강화하라는 요구인데, 임상3상 조건부 신속허가 제도의 불안전성이 법안 신중론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실제 인보사, 리아벡스 등 임상3상 조건부 허가약이 자료제출 미흡이나 허위자료 제출, 심사 부실 등 논란으로 허가취소되면서 신속 시판허가제는 매년 국정감사에서 비판거리로 지적된 상태다.
지금도 신속 허가 역기능이 꾸준히 논란거리가 되는데 규제 장벽을 더 낮추면 환자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고 제약사만 특혜를 주는 사례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논리다.
▲ 한정애, 백종헌 의원 제정안 비교
아울러 현행 약사법에서도 특별법이 제공하는 우선심사, 전담심사, 조건부 신속허가 등 특례를 이미 충분히 제공하고 있고 첨바법 제정으로 같은 취지의 법이 작동하고 있는데 추가 법안을 입법 할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도 뒤따랐다.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대한의사협회' 등 시민단체와 의약단체가 법안에 부정적인 견해를 어필중이다.
특히 건약은 국민 안전과 직결되는 의약품 허가는 절대 산업적 목적으로 특혜를 줘선 안 되며, 이는 곧 기업 이익과 국민 안전을 맞바꾸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우선심사 등 특례는 심각한 부작용 발생률을 18%, 환자 사망 노출률을 7.2% 높일수 있는데도 제정을 추진하는 것은 결국 법안 무게중심이 질환 중대성·시급성이 아닌 기업 이익에 실렸다는 인식이다.
건약은 "제약산업법은 이미 정부가 혁신형 제약기업에게 국가연구개발사업이나 조세지원, 건축물지원, 부담금 면제, 약가우대를 약속하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봐도 특별법으로 허가된 약은 세계 시장에 진입하지 못한다. 되레 식약처 국제 신뢰와 국내 제약기업의 세계 경쟁력을 떨어뜨려 산업·국민 건강을 망치는 악법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의협도 "공중보건 위기상황이라도 미허가 의료제품 허가는 생명에 위해를 끼칠 수 있다. 긴급사용 트랙은 약사법 등 기존법이 모두 갖추고 있다"며 "의약품 등 효과·안전성이 입증가능한 자료에 대한 사전심의 절차가 필요하다. 특별법을 추가 입법할 필요성은 없다"고 반대했다.
결국 공중보건 의료제품 특별법은 찬성과 반대 입장이 평행선을 그리는 속에서 나머지 국회 입법 심사를 받아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국가·사회를 공중보건 위기에서 구해낼 신속 시판허가 법안 타당성과 자칫 부작용·사망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안전성 우려 간 어떤 시각이 더 힘을 얻을지가 특별법 최종 입법에 결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편 특별법은 국회 복지위 법안소위 계속심사가 결정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