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인호 본부장 : 농림부가 개 종합백신(DHPPL)과 심장사상충약 등을 처방품목으로 확대하는 ‘동물용의약품 지정 규정 개정안’을 16일 행정예고했습니다. 유관단체들과의 1차 회의에서 반발이 있었던 내용이 그대로 담기면서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됩니다.
오늘은 이번 규정 개정이 미칠 영향과 의미에 대해 이야기해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특별히 대한약사회 김성진 동물약품위원장이 자리에 나와주셨습니다. 먼저 약국경제팀 정흥준 기자와 함께 어떤 상황인지에 대해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정 기자, 동물약 처방 품목 확대가 어떻게 이뤄진다는 얘기인가요?
정흥준 기자 : 농림부는 이번 규정 개정으로 그동안 동물병원과 약국에서 모두 구입이 가능했던 개종합백신 등을 앞으론 동물병원에서만 구입할 수 있도록 제한한다는 계획입니다.
행정예고대로라면 반려동물 보호자들은 종합백신 접종을 위해선 무조건 동물병원을 방문해야 합니다. 또한 동물약국들에선 더 이상 백신 취급을 하지 못 하게 됩니다.
약사들은 예방목적의 동물약까지 처방품목으로 확대 지정하는 것이 과도하단 의견입니다. 보호자들의 선택의 폭이 줄어들면 예방접종율도 감소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설상가상으로 농림부는 유관단체들과의 회의에서 처방대상 동물약을 60%까지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가인호 본부장 : 예. 그야말로 동물약국은 존폐 위기에 있다고 할 수 있겠네요. 그런데 무조건 병원을 찾아야 하는 반려동물 보호자들의 반발도 있을 것 같은데요?
정흥준 기자 : 네 맞습니다. 동물약국협회가 최근 보호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예방접종을 동물병원으로 제한하는 것에 반대하는 보호자는 67%로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예방접종율이 감소할 거라고 답변한 보호자도 54%에 달했습니다. 동물약국협회는 설문조사를 근거로 보호자들도 반대하는 처방품목 확대를 농림부가 강행하고 있다는 입장입니다.
가인호 본부장 : 그렇다면 규정 개정 소관부처인 농림부의 입장은 어떤가요?
정흥준 기자 : 농림부는 접종률 감소는 섣불리 단정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처방품목도 한번에 60%까지 확대하는 것이 아닌 단계적으로 늘려간다는 계획을 거듭 밝혔습니다.
4월초로 예정됐던 행정예고가 늦어지며 일각에선 낙관적 전망도 나왔었습니다. 하지만 결국 회의에 올라갔던 내용 그대로 행정예고가 이뤄지며 적지않은 파장이 예상됩니다.
약사회와 동물약국협회도 농림부에 반대 의견을 제출할 예정입니다.
가인호 본부장 : 예 그렇군요. 그동안 대한약사회도 동물약 처방 확대에 대해선 우려의 목소리를 내왔는데요. 동물병원의 폭리구조와 폐쇄적 진료행위 등을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김성진 위원장님, 이 점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김성진 위원장 : 모든 제도는 결국 사람을 위해 존재하고, 최종 목표는 사람의 행복입니다. 사람들이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도 사람의 행복 때문이죠. 반려동물이 사람을 행복하게 하기 때문에 사람과 같이 반려동물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이런 제도라는 게 나라마다 다 다릅니다. 왜 그럴까요? 그건 각 나라의 상황에 맞게 점진적으로 발전하기 때문입니다. 한국은 97년 IMF 이후 1인 가정이 늘어나고, 더불어 반려동물 인구도 늘어났습니다 천만 반려인구라고들 하는데요. 또다른 이면은 88만원 세대라고도 합니다. 이렇듯 국민들은 외로워서 반려동물을 키우는데, 현실은 반려동물을 키울만큼 넉넉한 형편은 아니라는 말이기도 합니다.
왜 폭리가 생깁니까? 그건 독점 시장이 형성되면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것입니다. 1천만 반려인구에 전국 동물병원은 4300곳 수준이고, 반려동물에 사용하는 유명한 제약사들은 동물병원에만 독점 공급을 합니다. 당연히 폭리가 발생할 수 밖에 없는 구조죠. 2016년 이후, 동물약국이 전국적으로 많이 생기기 전에는 동물병원 독점이 20년간 이어져 왔습니다. 이런 독점 상황은 동물병원에 폭리를 취하게 만들고, 의료사고가 생겨도 그걸 밝힐 수 없는 폐쇄 구조를 만들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수의사만 사용할 수 있는 독적점 처방대상의약품이 2013년부터 시작되었는데, 이미 20%를 넘겼습니다. 이게 60%까지 늘어나면 견제할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독점이 심화되면 폭리구조과 폐쇄구조는 더 심화될 수 밖에 없고, 피해는 동물보호자들에게 돌아갈 것입니다. 그래서 이것을 먼저 타파해야 합니다.
가인호 본부장 : 2013년 수의사처방제 도입 이후 처방품목 확대 논의는 주기적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그때마다 논란이 되고 있는데요. 보다 근본적인 해결 방안은 없을까요.
김성진 위원장 : 저는 이 사안의 목표가 반려동물 행복을 통한 사람의 행복이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럴려면, 관련 단체가 모두 모여 큰 틀을 만들어야 합니다. 최종 목표를 정하고, 그 목표를 위해 각 단체가 어떤 단계를 거쳐 목표로 나아갈 것인지 정해야 하는데, 그런게 없이 단편적으로 제도를 만드는 것에 대해 농림축산식품부에 불만입니다.
AI방역과 이기중 과장이 반려동물을 사람처럼 대하기 위해서 인체용의약품처럼 처방대상의약품을 60%까지 늘려야 한다고 하는데, 그것만 늘리면 됩니까? 인체용의약품은 완전의약분업형태로 원외처방전 발행이 의무화되어 있는 상태이고, 동물용은 일종의 선택분업 형태로 원외 처방전 발행이 의무화되어 있지 않은 상태인데 처방대상의약품만 늘린다는 것, 그 자체로 독점화 정책을 시행하겠다는 것으로 봐야 합니다.
60% 도달하면 의약분업도 해야 하고, 사람처럼 모든 처방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하고, 진료, 수술, 투약 약품에 대한 공개도 이루어져야 하고, 진료비, 수술비 등의 적정성도 시민단체등과 함께 합의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그런 종합적인 계획 없이 처방도 나오지 않는 처방대상의약품만 60%까지 늘리겠다고 하니깐 반발이 나오는 거죠.
가인호 본부장 : 농림부가 유관단체 반발에도 불구하고 결국 행정예고를 강행했습니다. 이대로 개종합백신과 심장사상충약이 처방품목으로 지정되면 약국가엔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되나요.
김성진 위원장 : 가장 문제가 예방백신인데요. 사람도 그렇지만, 예방은 정해진 프로토콜에 따라서 진행합니다. 이는 누가해도 동일합니다. 수의사가 접종하기 전에 모든 동물 건강검진 합니까? 수의사가 접종하면 부작용이 안 생기나요? 동물병원에서 접종하고 최소 2시간에서 하루동안 입원시켜서 부작용 관찰하나요?
결국 접종 후에 집에 갔다가 혹시 부작용이 생기면 다시 동물병원 가는거지요. 매번 접종하고나면 항체가 검사 합니까? 5차까지 접종하고 나면 항체가 검사 의무적으로 하나요? 대부분 안 하잖아요? 5차까지 접종으로 항체가 안생긴 애들이 7차까지 하면 생깁니까? 그리고 예방백신은 집단면역을 위해 최소 70% 이상이 접종을 해야 이룰 수 있습니다. 그러면 가급적 많은 개체가 접종을 해야 하는 건데, 그걸 고작 4300개 동물병원에 한정하는 것은 한 집단의 이익을 위해 예방 정책을 후퇴시키겠다는 말 밖에 안됩니다.
실제 그 동안 흔히 사용하는 5종 종합백신이 처방대상 지정 이후 급격하게 생산이 줄어들었습니다. 광범위하게 사용하다가 동물병원만 사용하니 소모량이 줄고, 생산량도 줄어든 것입니다. 현재 이견이 있는 게 4종 종합백신인데, 이것도 처방대상으로 묶이게 되면 접근성이 떨어져 백신 접종률이 낮아질 것입니다.
이는 설문조사로도 나타나는데요. 지난 3월 대한동물약국협회 설문에 의하면, 보호자 80% 이상이 동물병원에서의 접종비에 부담을 느끼고 있고, 67% 이상이 동물병원 독점을 반대하고 있으며, 54% 이상이 접종을 포기할 것이라는 답변을 했습니다.
또, 농림부 자료에도 나타납니다. 5종백신을 처방대상으로 묶고나서 백신 사용량이 줄었어요.
반려동물이 태어나면, 아이가 건강하더라도 예방을 위한 프로토콜이 있습니다. 종합구충제, 심장사상충약, 백신 3가지인데요. 이것은 아프지 않아도 예방을 위해 해야 할 필수입니다. 그런데 이 중에 하나라도 약국에서 취급할 수 없게 되면, 동물병원에 가야 하고, 결국 동물병원에서 모든 걸 할 수 밖에 없는 독점적 구조가 발생합니다.
그러면, 보호자가 동물약국에 올 이유가 없어지죠. 예방 의약품이 아마도 동물약국 시장의 절반 이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결국 동물약국은 대부분 폐업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가인호 본부장 : 내달 6일까지가 의견조회 기간입니다. 앞으로 약사회는 어떤 대처를 하실 계획이신가요.
김성진 위원장 : 기본적으로 2013년도에 시작한 처방대상의약품 목표치인 20%는 2017년도에 이미 달성되었으므로, 추가적인 목표치를 설정하려면 관련단체들의 협의와 동의가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사회적 합의를 통해 정한 비율을 농림축산식품부 과장이 일방적으로 부정하는 것은 월권이죠.
농림부 마음대로 할거면 뭐하러 의견청취를 합니까? 또한, 단순히 처방대상의약품 하나만 갖고 논의하는 게 아니라 전체적으로 동물용의약품과 동물보호, 동물진료를 둘러싼 반려동물 정책 전체를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 논의와 합의를 통해 계획을 세우고, 그 전체 그림 속에서 단계별로 진행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 계획 안에는 동물용의약품 의약분업, 진료비 표준 수가, 진료 및 수술 계획서 투명화, 수술실 설치 기준, 조제료, 유통, 인체용의약품 제한을 통한 동물용의약품 산업 발전 계획, 수의대 증원 및 증설 등 모든 방안이 포함되어야 합니다.
사실 대부분의 동물보호자들은 동물병원을 이용합니다. 동물약국을 이용하는 보호자들은 돈이 없거나 이동이 불편한 동물과 보호자들, 동물병원에서도 포기한 안타까운 동물보호자들의 마지막 선택지입니다. 누군들 삼성병원, 대학병원 이용하고 싶지 않겠습니까? 이 사회에는 많은 사람들이 함께 어울려 삽니다. 모든 구성원들의 마지막 희망을 뺏는 정책을 만들지는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약사회는 이번 행정예고에 대해 분명한 반대입장을 전달할 것이고, 국회, 시민단체 등에 부당성을 호소할 것입니다.
가인호 본부장 : 예 말씀 감사합니다. 농림부의 행정예고로 동물약국은 존폐 위기에 놓였습니다.
농림부가 최종적으로 유관단체들과 반려동물 보호자들의 의견을 어디까지 수용할 것인지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상, 이슈포커스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