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P토픽] 휴텍스제약, 2012년 이후 매출 수직상승...CSO 영업전략 주효
알리코·대웅바이오·동구바이오 등도 실적 호조
수익성 등 부진한 국내 대형제약사들과 대조
[데일리팜=천승현 기자] 영업대행업체(CSO, Contract Sales Organization)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제약업체들의 실적이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한국휴텍스제약은 5년새 매출이 3배 가량 증가하는 상승세를 이어갔다. 알리코제약, 대웅바이오, 동구바이오제약 등 CSO 활용도가 높은 기업들도 외형을 크게 확대했다. 대형 제약사들이 불순물 파동 등의 여파로 동반 실적 침체를 기록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시장에서 지역별 품목별 맞춤형 영업 전문가를 기용하면서 시장에서 효과적으로 공략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매출에서 차지하는 원가율도 낮아 높은 수익을 확보했다.
◆휴텍스제약, 2012년 이후 매출 6배↑...CSO 활용 맞춤형 영업전략 주효
24일 금융감독원에 제출된 한국휴텍스제약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액은 1788억원으로 전년대비 11.6% 늘었다. 영업이익은 332억원으로 25.7% 증가했다. 매출 대비 영업이익률은 18.6%에 달하는 고순도의 실적을 냈다.
한국휴텍스제약은 지난 몇 년간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하며 업계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2012년 매출 276억원에서 2013년 410억원으로 48.6% 증가한 이후 초고속 성장을 이어갔다. 2012년부터 7년 동안 매출 규모가 6배 이상 확대됐다. 지난 2014년과 비교하면 5년 동안 3배 가량 매출이 늘었다. 최근 성장세를 이어가면 올해 매출 2000억원 돌파도 가능한 페이스다.
▲ 연도별 한국휴텍스제약 매출(왼쪽) 영업이익(오른쪽) 추이(단위: 백만원, 자료: 금융감독원)
수익성도 좋다. 2012년 영업이익은 39억원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332억원으로 8배 이상 늘었다. 최근 5년 실적만 살펴보면 2014년 152억원에서 2배 이상 상승했다.
제네릭 의약품 시장에서 고른 성장세를 나타냈다.
의약품 조사기관 유비스트에 따르면 고지혈증치료제 ‘휴텍스아토르바스타틴’은 지난해 105억원의 원외 처방실적을 기록했다. 전년보다 3.6% 감소했지만 100억원대 처방액을 내며 캐시카우 역할을 했다.
‘클로피도그렐’ 성분의 항혈전제 ‘휴로픽스’는 지난해 68억원의 처방액으로 전년보다 13.9% 늘었다. 2014년 16억원에서 5년새 4배 이상 성장했다. ‘콜린알포세레이트’ 성분의 뇌기능개선제 ‘실버세린’은 지난해 처방금액 65억원으로 전년보다 50.5% 늘었다. 2015년 5억원에 불과했던 처방액이 4년만에 13배 가랑 확대됐다.
CSO를 활용한 영업이 시장에서 효과를 거둔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휴텍스제약은 자체 영업조직 없이 CSO업체를 통해 영업활동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 환경에 따른 맞춤형 영업 전략을 펼치면서 처방 시장에서 급성장을 거둔 것으로 분석된다. CSO는 제약사가 일정 비용을 지불하고 특정 제품의 영업을 전담하는 업체다.
◆알리코·대웅바이오·동구바이오 등 CSO 활용 제약사들 실적 호조
한국휴텍스제약 뿐만 아니라 CSO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제약사들의 실적이 고른 성장세를 나타냈다.
알리코제약의 지난해 매출은 1158억원으로 전년보다 21.5% 늘었다. 영업이익은 2018년 74억원에서 지난해 125억원으로 70.2% 증가하며 처음으로 매출 1000억원, 영업이익 100억원을 돌파했다.
▲ 연도별 알리코제약 매출(왼쪽) 영업이익(오른쪽) 추이(단위: 백만원, 자료: 금융감독원)
알리코제약의 매출은 2015년 329억원에서 4년만에 4배 가량 확대될 정도로 매년 높은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2015년 영업이익은 12억원에 불과했지만 4년새 10배 이상 증가했다.
알리코제약은 지난해 3분기 보고서를 통해 최근 실적 증가 요인 중 하나로 “CSO영업의 선점 및 제도 정착 (저비용 고효율의 영업망 구축) 등이 자리잡음에 따른 효과다”라고 설명했다.
CSO를 적극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진 대웅바이오도 최근 실적이 수직상승하고 있다.
대웅바이오의 지난해 매출은 3215억원으로 전년대비 16.2% 늘었다. 영업이익은 543억원으로 전년보다 17.0% 신장했다. 매출 대비 영업이익률은 16.9%에 달했다.
대웅바이오는 지난 2015년 매출 1683억원으로 전년대비 27.7%의 성장률을 기록한 뒤 매년 높은 성장세를 이어갔다. 지난해 매출은 5년 전인 2014년보다 143.9% 성장한 규모다. 대웅바이오의 영업이익은 2014년 85억원을 기록한 이후 매년 수직상승했다. 작년 영업이익은 5년 전보다 6배 이상 확대됐다.
▲ 연도별 대웅바이오 매출(왼쪽) 영업이익(오른쪽) 추이(단위: 백만원, 자료: 금융감독원)
동구바이오제약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65억원으로 전년보다 13.8% 증가했다. 매출은 1252억원으로 전년대비 19.5% 늘었다. 2015년과 비교하면 영업이익은 20.3% 감소했지만 매출은 55.8% 증가했다.
동구바이오제약은 지난해 분기보고서를 통해 “전국 거점지역에 지점을 설립하여 영업조직을 운영해오던 것을 효율성 확보차원에서 폐쇄하고 2010년 이후 CSO 계약판매조직 체제를 선택해 영업망을 확대함으로써 안정적인 매출성장을 지속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 연도별 동구바이오제약 매출(왼쪽) 영업이익(오른쪽) 추이(단위: 백만원, 자료: 금융감독원)
◆대형제약, 작년 실적 동반부진...CSO 활용 기업, 원가율 낮아 수익성에 유리
최근 주요 제약사들이 불순물 파동 등의 악재로 극심한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인 현상이다.
지난해 매출 상위 제약사 10곳 중 전년대비 매출이 10% 이상 증가한 업체는 종근당과 보령제약 2곳에 불과하다. 유한양행과 JW중외제약은 매출이 전년보다 감소했다.
JW중외제약과 일동제약이 지난해 적자를 기록했고 녹십자와 제일약품은 지난해 4분기에 적자를 냈다. 주요 상위제약사 중 단 1곳도 영업이익률이 10%를 넘지 못했다. 유한양행은 작년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75.0% 축소되면서 영업이익률은 0.8%에 그쳤다.
▲ 주요 대형제약사 2018년 2019년 매출 영업이익(단위: 억원, %, 자료: 금융감독원)
CSO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제약사들은 상대적으로 매출원가율이 낮아 수익성에서 유리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휴텍스제약의 지난해 매출원가는 513억원으로 매출 대비 28.7%로 집계됐다. 유한양행의 지난해 매출원가율 70.4%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녹십자의 작년 매출원가율은 73.0%다. 상위제약사 중 상대적으로 매출원가율이 낮은 한미약품도 50% 이상의 매출원가율을 기록했다. 알리코제약과 동구바이오제약의 작년 매출원가율은 각각 36.6%, 43.6%로 집계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CSO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제약사들은 주로 위탁 방식으로 허가받은 제네릭 의존도가 높아 원가율이 낮다는 이점이 있다"라면서 "지역이나 품목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영업전략으로 높은 성장세의 원동력으로 분석된다"라고 진단했다.
CSO 활용 기업들의 주력 제품은 대부분 전 공정 위탁 제네릭의 비중이 크다. 현행 약가제도에서는 다른 업체가 생물학적동등성시험을 진행한 제품과 동일한 제품을 위탁 방식으로 허가받아도 보험상한가는 최고가(특허만료 전 오리지널의 53.55%)를 받을 수 있다. 위탁제네릭은 직접 생산 제품에 비해 생동성시험과 제조비용 등이 상대적으로 적게 소요된다. 탄탄한 영업망을 갖추면 위탁제네릭을 통해 저비용 고효율 영업을 펼칠 수 있는 셈이다.
하지만 오는 7월 새 약가제도가 시행되면 위탁제네릭의 고효율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오는 7월 시행 예정인 개편 약가제도는 제네릭 제품은 생동성시험 직접 수행과 등록 원료의약품 사용을 모두 충족해야만 현행 특허만료 전 오리지널 대비 53.55% 상한가를 유지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1가지 요건이 충족되지 않을 때마다 상한가는 15%씩 내려간다. 기등재제네릭의 경우 3년 이내에 생동성시험과 원료의약품 등록 요건을 충족하면 상한가 53.55%를 유지할 수 있다.
제네릭이 종전처럼 높은 가격을 받으려면 종전보다 많은 지출이 불가피하다. 투자를 확대하지 않은 업체는 위탁제네릭의 약가가 깎일 수 밖에 없다. 위탁제네릭 비중이 제약사의 경우 새 약가제도에 따른 실적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