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밸리슈어 "메트포르민 일부 NDMA 초과 검출"
작년 라니티딘·니자티딘 위험성 사전 경고....식약처, 또 판매중지할까
제약사들 "메트포르민 NDMA 검출시 미국·유럽처럼 조치해야"
[데일리팜=천승현 기자] 미국 민간연구소의 경고로 ‘메트포르민’ 불순물 위험성이 또 다시 불거질 조짐이다. 지난해 라니티딘 파동을 사전에 예측한 연구기관의 실험결과라는 점에서 제약업계의 불안감은 확산되고 있다. 벌써부터 제약사들은 메트포르민 수거 검사 결과 종전 불순물 의약품처럼 일괄 판매중지 조치가 내려질지 걱정하는 분위기다.
◆밸리슈어 "메트포르민 38개 제조단위 중 16개 NDMA 초과 검출"
3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의 민간 연구기관 밸리슈어(Valisure)는 미국 내 유통중인 당뇨병 치료제 '메트포르민' 일부 제품에서 일일허용치를 초과하는 발암가능물질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DMA)'이 검출됐다는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밸리슈어는 제약사 22곳의 메트포르민 제품 38개 제조단위(batch)에 대해 LC-MS(액체크로마토그래피-질량분석) 프로토콜 방식으로 NDMA 검출 여부를 조사했다.
밸리슈어의 분석 결과 11개 제약사의 제품 16개 제조번호에서 일일허용치를 초과하는 NDMA가 검출됐다. NDMA 함량이 일일허용치 96ng(나노그램)보다 16.5배에 달하는 제품도 있었다. 밸리슈어는 NDMA 초과 검출 메트포르민 제품을 회수해야 한다고 FDA에 건의했다.
▲ 밸리슈어가 공개한 NDMA 일일허용치(96ng) 초과검출 메트포르민 생산배치 명단(자료: 밸리슈어 청원서)
한달 전 FDA가 발표한 성명서와 상반된 분석 결과다. FDA는 지난달 3일 미국 내 유통 중인 메트포르민 10개 제품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 결과 2개 제품에서 NDMA가 극미량 검출돼 회수를 권장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밸리슈어, 작년 라니티딘·니자티딘 유해성 사전 경고...제약업계 '긴장
제약업계에서는 밸리슈어가 지난해 라니티딘의 불순물을 가장 먼저 경고한 민간연구기관이라는 점에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 코네티컷주 뉴헤이븐에 위치한 밸리슈어는 미국 38개주에서 온라인약국을 운영하면서 의약품 안전성과 관련한 자체실험 결과를 정기적으로 공개해왔다.
공교롭게도 밸리슈어의 메트포르민 불순물 위험성 경고는 라니티딘의 불순물 조치와 전개 흐름이 유사하다.
FDA는 지난해 9월13일 "라니티딘 성분의 잔탁 등에서 미량(low leves)의 NDMA가 검출됐다"고 밝히면서 별도의 회수 계획을 언급하지 않았다. 이후 밸리슈어는 잔탁을 비롯한 라니티딘 성분 의약품에서 NDMA가 과다 검출됐다는 자체 실험 결과를 공개하고 FDA에 회수를 건의했다. 결과적으로 미국과 유럽에서 상당수 라니티딘제제에서 NDMA 초과 검출로 회수가 이뤄졌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9월말 라니티딘 성분 전 제품의 판매금지 조치가 내려졌다.
밸리슈어는 ‘니자티딘’에서도 NDMA가 검출됐다는 사실을 공개하면서 FDA에 조사를 요청하기도 했다. 식약처는 지난해 11월 니자티딘 성분 13개 제품에 대해 NDMA 초과 검출을 이유로 판매중지와 회수를 결정했다. 제약사들이 식약처의 메트포르민 후속조치 방향을 두고 긴장할 수 밖에 없는 배경이다.
메트포르민 NDMA 위험성은 싱가포르에서 촉발됐다. 지난해 12월4일 싱가포르 보건과학청(HSA)은 현지 판매 중인 메트포르민제제 46개 품목을 조사한 결과 일일허용치 이상의 NDMA가 검출됐다는 이유로 3개 제품을 회수했다.
식약처는 현재 메트포르민 원료의약품과 완제의약품의 NDMA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싱가포르에서 메트포르민 위험성 문제가 불거진 이후 3달 가량 지났지만 아직까지 점검 결과를 발표하지 않고 있다.
식약처는 지난해 12월 제약사들로부터 메트포르민제제의 사용내역 자료를 제출받았다. 지난 1월 15일 메트포르민의 NDMA 시험법도 공개했다. 식약처는 메트포르민 원료의약품을 수거해 NDMA 검출 여부를 조사 중이다.
하지만 지난달 초 FDA가 메트포르민의 NDMA 중간 점검 결과를 발표한지 한달이 지났는데도 국내에서는 아직 후속조치에 대한 언급이 없다.
식약처는 미국에서 잔탁에서 NDMA가 검출됐다는 정보를 접한 이후 3일만인 지난해 9월 16일 국내 유통 잔탁 제품에서 NDMA가 검출되지 않았다는 중간 점검 결과를 발표했다. 이후 라니티딘제제 전 제품 판매금지 결정까지 소요된 기간은 10일에 불과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현재 메트포르민의 유해성 점검이 진행 중이다”고 전했다. 식약처는 900여개의 메트포르민 샘플을 토대로 NDMA 검출 여부를 살펴보고 있다.
◆제약사들 "라니티딘·발사르탄처럼 강경조치할까" 전전긍긍
제약업계에서는 국내에서의 메트포르민제제 NDMA 점검 결과와 식약처 조치를 두고 긴장하는 눈치가 역력하다. 그동안 NDMA가 검출된 의약품 모두 국내 조치가 미국과 유럽보다 강경했기 때문이다.
발사르탄의 경우 식약처는 2015년 1월부터 문제의 원료를 한번이라도 사용한 완제의약품을 대상으로 판매를 중단했다. 상당수 제품은 문제의 원료를 사용하지 않았는데도 판매가 중지됐을 가능성이 크다.
미국에서는 제조단위별로 구분해 제지앙화하이 원료를 사용한 제품에 대해서만 회수가 진행됐다. 품목 전체에 대한 판매중지 조치는 내려지지 않았다. 유럽에서도 미국과 조치 강도가 유사했다.
라니티딘제제는 국내에서 전 제품 판매가 중지된데 반해 미국과 유럽에서는 제약사 자체적으로 제조번호별 회수가 이뤄졌다. 13개 품목 판매중지 조치가 니자티딘의 경우 일본에서 일부 제품의 회수가 이뤄졌지만 미국과 유럽에서는 회수 명령을 받은 제품은 아직 없다. 니자티딘제제의 경우 NDMA 초과 검출 제조번호에 대해서만 회수를 결정했지만, 회수가 완료될 때까지 해당 제품의 판매를 금지했다.
밸리슈어는 같은 제약사가 제조한 동일한 메트포르민 제품이라도 제조번호에 따라 NDMA 검출량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약물 자체가 불안정할 수 있다는 견해다. 식약처가 라니티딘제제의 퇴출을 결정한 배경도 ‘라니티딘이 불안정한 성질을 지니고 있어 NDMA 생성 위험에 상시 노출돼있다’는 판단에서다.
만약 메트포르민제제 일부에서 NDMA 초과 검출 때 종전과 유사한 수위의 조치를 내릴 경우 제약업계 전반에 걸친 대혼란이 불가피하다. 의약품 조사기관 유비스트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메트포르민 성분이 함유된 의약품의 원외 처방 규모는 4732억원에 달했다. 2014년보다 2배 가까이 확대될 정도로 매년 팽창하는 시장이다.
▲ 메트포르민 성분 함유 의약품 원외 처방금액(단위: 억원, 자료: 유비스트)
제약사들은 만약 국내 유통 메트포르민제제 일부에서 NDMA가 초과 검출되더라도 미국이나 유럽과 유사한 수위의 조치를 내려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는다.
특히 발사르탄과 라니티딘의 경우 NDMA가 검출됐더라도 인체에 유해하지 않다는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식약처는 지난해 12월 “NDMA가 검출된 화하이 발사르탄 사용 완제의약품을 실제로 복용한 환자의 개인별 복용량과 복용기간을 토대로 조사한 결과 추가로 암이 발생할 가능성은 무시할 만한 정도의 매우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다”라고 밝혔다. FDA는 지난해 11월 "라니티딘에서 검출된 NDMA의 유해성은 구운 고기나 훈제 고기를 먹었을 때 노출되는 수준과 비슷하다"는 성명서를 냈다.
제약사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 판매중지와 회수조치된 NDMA 검출 의약품 모두 유해성이 밝혀지지 않았는데도 제약사들은 큰 손실을 감수했고 국민들의 불안감도 커졌다”면서 “향후 드러나는 불순물 제품에 대해서는 미국과 유럽처럼 문제의 제조번호만 회수하는 조치가 내려져야 한다”라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