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안전망은 국가 성장동력 근간"…제네릭 규제 혁신 등 관심 집중
▲ 지난 11일 제5대 식품의약품안전처장 취임식이 충북 오송 보건의료센터 후생관에서 열렸다. 신임 이의경 처장은 "사회 안전망의 근간은 식의약품 안전관리에서 시작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11일 이의경 식품의약품안전처 처장이 취임식을 갖고 본격적인 업무에 나섰다.
이 처장은 취임사 서두에 "중요한 시기에 국민 건강과 식품·의약품 안전을 담당하는 처장으로 임명돼 막중한 책임감과 사명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작년 발사르탄 사태로 촉발된 의약품 안전관리는 발암 물질 검출을 넘어 사회 안전을 뒤흔든 국가적 사태였다. 신임 처장은 이날 사회 안전망은 국가 성장동력의 근간이라고 강조했다. 안전관리 중심의 신성장동력 육성 의지가 보였다. 첨단의료기기·의약품 성장, 국내 제약산업 글로벌 진출에 주력할 것임을 예측할 수 있는 발언이었다.
데일리팜은 12일 이의경 신임 처장의 취임사와 그와 얽힌 세 가지 키워드를 통해 주요 정책 추진 방향을 살펴봤다.
1·2·3은 각각 ▲1세대 사회약학자 ▲문재인 정부 두 번째 식약처장 ▲신임 처장이 풀어야 할 당면 과제 3개(제네릭 규제 혁신·첨바법 추진과 산업 육성·글로벌 규제 확립과 세계 진출)을 뜻한다.
이의경 처장을 설명하는 첫 번째 - 1세대 사회약학자
이 처장의 직전 직위는 성균관대 약학대학 제약산업특성화대학원 교수(학과장)이다. 여성 학자이면서 50대로 보건의료계에서 젊은 피에 속한다. 서울약대 약학과를 졸업하고 석사까지 취득했다. 이어 미국으로 건너갔다. 아이오와대학교 대학원에서 약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업계에서는 이 처장을 '국내 1세대 사회약학자'로 평가한다.
여기에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급여평가위원, 대통령실 사회정책수석실 정책자문위원,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장선진화위원회 지불제도분과 위원 등 보건의료 분야 전문가다. 약가·경제성평가에 정통하다.
식약처와도 인연이 있다. 식약처 자체업무평가위원회 소위 위원장과 의약품안전평가원 기획위원회로 활동한 경력이 있다.
문재인 정부는 공공 보건의료 서비스 확대라는 방향을 갖고 있다. 희귀질환 환자 의료 서비스 접근성 보장도 이러한 측면에서 진행되고 있다. 식약처는 새로운 '브랜드 정책'으로 희귀약과 희귀의료기기 신속 도입을 통한 의료 접근성 확대를 추진 중이다.
이 처장이 이끌던 성대약대 사회약학 연구실 또한 이와 밀접하다고 할 수 있다.
사회약학은 의약품 개발과 생산, 투약까지 전주기를 다룬다. 어떠한 문제와 현상을 사회과학적 이론과 방법으로 분석, 설명해주는 학문이다. 체계적 분석을 바탕으로 미래 문제를 예측하고 해결 방안을 도출하고 대안을 제시한다.
결국 의료 서비스를 개선해 국민 삶의 질을 높이는 방안을 찾는 것이다. 이 처장은 약가를 비롯한 보건의료체계 전문가로 알려져 있지만 사회약학은 의약품 관련 법규와 제도도 포함한다. 아울러 경제·경영·의약품 부작용 등 제약산업과 약물역할까지 다룬다.
이 처장은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건의료연구실장, 한국보건의료기술평가학회 회장, 숙명여대 약대 임상약학대학원 교수, 성대약대 제약산업특성화대학원 사업단장을 맡았다. 즉, 청와대는 보건 정책 전문성을 기반으로 의약품 규제 혁신, 제약산업 성장을 이끌 인물로 적합하게 봤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산업계와 조화를 통해 새로운 성과를 내길 기대하는 것이다.
이의경 처장을 설명하는 두 번째 - 문 정부 두 번째 식약처장
류영진 전임 처장(제 4대)은 문재인 정부 1기 내각으로 전반기 식의약 안전관리를 책임졌다. 이 처장은 후반기를 책임질 구원 투수이자, 선발 투수다.
류 전 처장은 개국약사 출신 타이틀로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그는 약사회 활동과 약국 운영을 거쳐 대선 과정에서 정치인으로 거듭났다. 이와 달리 이 처장은 정통 학자다. 문재인 정부 두 번째 식약처장이지만 전임자와 전혀 다른 길을 걸어왔다. 식약처 정책 추진도 방향과 색깔이 달라질 수 밖에 없다.
전반기 문재인 정부의 식의약 정책은 계란 파동에서 발사르탄 파동으로 끝났다고 할 수 있다. 전임 류 처장은 식의약 안전관리 이슈 대응과 후속 조치에 급급할 수 밖에 없었다.
이 처장은 상황이 다르다. 이미 정부는 공동생동 금지를 중심으로 한 제네릭 규제책을 내놓았다. 현장 감각을 지니면서 정책적으로 차분히 풀어갈 수 있는 소통 능력이 필요한 시기다. 역량·역륜·실력·인격을 고려했을 때 적임자라는 평가다.
이 처장은 취임식에서 "국민의 한 사람, 학계와 현장에서 활동한 사람으로 항상 식의약 안전을 고민해왔다. 이제 치열하게 고민하겠다. 국민 건강을 지키면서 사회에 혁신과 포용을 뿌리내리는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이 처장은 식약처도 권위의식과 관료주의를 내려놓자고 호소했다. 소통과 창의가 중심이다. 이 처장은 '좋은 정책'을 만들기 위해 언제든 토론과 대화에 나서는 유연한 조직이 되자고 독려했다.
앞서 전임 처장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소 강경 정책 기조를 유지했다면, 여성 처장으로서 세심한 조직 관리와 소통으로 식약처 내·외부 융화합을 기대케 하고 있다.
이의경 처장을 설명하는 세 번째 - 공동생동 폐지·첨바법 통과, 글로벌 수준 규제 확립
이 처장에게는 3개의 당면 과제가 있다. 2020년 금지되는 공동생동을 비롯한 일반약 안유 면제 폐지, 올해 법안 통과가 주목되는 첨단바이오의약품법, 국내 제약산업의 글로벌 진출이다. 즉, 국내 제약산업과 첨단의료 분야 육성 역할을 맡았다.
먼저 작년 발사르탄은 의약품 안전관리에 새로운 계기를 마련했다. 원료약 안전성을 제조업체가 증명하고, 원료약 업체 관리 책임도 명문화 됐다. 여기에 유전독성·금속불순물 자료 제출이 의무화다. 기존 대비 월등한 규제 강화가 이뤄졌다.
공동생동 제도 전면 금지를 비롯해 일반약 안전성·유효성 심사 면제 폐지, 우선판매품목허가 요건 정비 등 대대적인 제네릭 정비안도 발표했다.
이달(3월) 중 2020년부터 공동생동 참여 업체를 수탁사(1곳)와 위탁사(3곳)을 1+3으로 묶고, 2023년에는 전면 금지에 들어가는 의약품 품목허가 관련 규정이 개정 고시될 예정이다.
일반약 허가 커트라인도 높여야 한다. 해외 의약품집 수재 품목은 허가심사를 면제해주던 혜택을 없애는 것이다. 제약업계는 일반약 시장 축소를 우려하고 있다. 단기간 해결할 일은 아니다.
앞서 보완책으로 일반약 표준제조기준품목 확대 안이 언급됐다. 표재기 품목 확대는 현실성 있게 정책을 추진하느냐가 핵심이다. 일반약은 전문약과 달리 허가 규제가 높지 않았기 때문이다. 식약처가 규제 폭을 어디까지 넓히냐에 따라 제약업계 체감 수준이 달라질 전망이다.
허가-특허연계제도 관련 우선판매품목허가권 실효성도 확보해야 한다. 허특연계제도는 미국과 통상 문제와도 연결된다.
남은 퍼즐은 이 처장이 맞춰가야 한다. 아직 발표되지 않았지만 복지부는 단계적 약가 인하 규제책을 꺼낼 가능성이 높다. 인허가 제도 정비 속도를 조절해야 할 상황이 올 수 있다.
첨단바이오의약품은 앞서 여러번 국회 문턱에서 좌절했다. 올해는 4차산업혁명과 첨단의료기기·재생의료 활성화 차원에서 반드시 통과되야 할 법안으로 꼽힌다.
줄기세포치료제와 유전자치료제, 유전자재조합 의약품은 물론 항암제와 함께 사용해야 하는 바이오마커 제품 등 첨단의약품·의료기기 임상·허가 규제를 총괄하고 있다. 법안이 통과돼야 바이오 산업 육성에 시동을 걸 수 있다.
제반 사항은 갖춰졌다. 식약처 의약품안전국 내 융복합TF단이 신설돼 가동에 들어갔다. 정책과 허가를 한데 묶은 것이다. 새로운 무기의 활용법에 따라 국내 제약산업 글로벌 진출 성과가 판가름 날 수 있다.
식약처가 글로벌 기준의 인허가 잣대를 들이된다면 업체들도 '글로벌 기준'에 맞춰야 한다. 제네릭 규제책을 비롯해 R&D 투자를 늘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잘만 된다면 내수용이 글로벌제품이 되는 셈이다.
이 처장은 취임식에 참석한 식약처 공무원들에게 "안전이 가장 큰 이슈지만 첨단의료 접근성에 대한 균형감각도 중요하다"고 했다. 또한 "글로벌 관점에서 인허가를 바라보고 수준을 맞춰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