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4.06 (일) 01:37

Dailypharm

X
[기자의 눈] '셀프디스'의 오류에 빠진 길리어드
안경진 기자 2017-02-27 06:14:50



춘추전국시대 초나라에 창과 방패를 파는 장사꾼이 있었다. 그는 시장에서 "내 창은 어떤 방패라도 단번에 뚫을 수 있을 만큼 예리하다"고 큰 소리로 외쳤다. 이어서 방패를 들고는 "내 방패는 견고해서 어떤 창이라도 다 막아낼 수 있다"고 떠벌렸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한 구경꾼이 "그렇다면 그 창으로 그 방패를 뚫으면 어떻게 되나요?"라고 물으니, 장사꾼은 할 말을 잃고 서둘러 자리를 뜨고 말았다.

누구나 한번쯤 들어봤을 법한 이 이야기는 '한비자(韓非子)'를 통해 전해 내려오는 '모순'의 어원이다. 어떤 것으로도 뚫을 수 없는 견고한 방패와 모든 것을 뚫을 수 있을 만큼 예리한 창이 동시에 존재할 수 없다는 데 착안해, '말이나 행동의 앞뒤가 서로 맞지 않음'을 지적할 때 사용되고 있다.

뜬금없이 옛날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최근 제약업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B형간염 치료제 '비리어드(테노포비르 디소프록실, TDF)'로 시장점유율을 키워하고 있는 길리어드 사이언스. 이 회사는 최근 비리어드의 후속약물로서 테노포비르 알라페나미드(TAF) 성분의 '베믈리디(Vemlidy)' 출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건의 대규모 글로벌 임상을 근거로 지난해 11월 미국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았고, 일본 후생성과 유럽의약품청(EMA)에서도 순차적으로 시판허가를 획득한 상태다.

물론 우리나라에도 작년 10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허가신청서를 제출한 뒤, 올 하반기 안에 급여출시가 가능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만성 B형간염으로 고통받는 환자들 사이에는 벌써부터 "비리어드의 단점을 개선한 약이 나온다"는 입소문이 돌면서 기대감이 높아지는 분위기란다.

베믈리디의 특장점은 하루 섭취량이 25mg에 불과하다는 것. 현재 시판 중인 비리어드의 하루 섭취량인 245mg 대비 10분의 1 수준으로 낮아진 셈이다. 혈중 안정성이 우수해 적은 용량으로도 비리어드와 동등한 항바이러스 작용을 나타낼 수 있다고 알려졌다. 길리어드 측은 신기능저하나 골밀도 감소 같은 부작용 위험을 현저하게 낮춰 안전성이 한층 개선된 약물임을 적극적으로 어필하고 있다. 식약처 허가를 받고나면 이러한 메세지를 내세워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TAF 성분의 B형간염 신약이 기존 TDF 제제보다 한층 업그레이드 됐다는 점에는 이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장기간 약물치료가 필수적인 B형간염 시장에 비리어드를 출시한 뒤 지금껏 신장이나 뼈에 미치는 부작용이 크지 않다고 주장해 왔던 길리어드의 입장과는 상충된다.

문제가 되는 포인트가 바로 여기다. 길리어드가 자사의 차기 약물을 홍보하기 위해선 문제가 없다던 기존 입장을 뒤집고, 그간의 한계를 인정해야만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진 셈이다. 실제로도 비리어드를 복용하고 있는 일부 환자들 중에선 복약기간이 늘어남에 따라 칼슘 수치가 떨어지고 단백뇨가 생기는 등 부작용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물론 모든 약에는 이상반응이 수반되게 마련이다. 이를 부인하자는 얘기는 아니다. 더불어 기존 약물의 불완전성을 극복해 나가려는 길리어드의 노력은 칭찬받아 마땅하다고 본다. 다만 2012년 국내 허가를 받은 뒤 대형 품목으로 키워온 약물을 스스로 디스(?)해야만 한다는 자가당착(自家撞着)의 오류에 빠지고 만 길리어드가 이 상황을 어떻게 풀어나갈지는 상당히 흥미롭다.
안경진 기자 (kjan@dailypharm.com)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 인쇄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 0
독자의견
0
익명의견 쓰기 | 실명의견쓰기 운영규칙
닫기

댓글 운영방식은

댓글은 실명게재와 익명게재 방식이 있으며, 실명은 이름과 아이디가 노출됩니다. 익명은 필명으로 등록 가능하며, 대댓글은 익명으로 등록 가능합니다.

댓글 노출방식은

새로운 댓글을 올리는 일반회원은 댓글의 하단에 실시간 노출됩니다.

댓글의 삭제 기준은

다음의 경우 사전 통보없이 삭제하고 아이디 이용정지 또는 영구 가입제한이 될 수도 있습니다.

  • 저작권·인격권 등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경우

    상용 프로그램의 등록과 게재, 배포를 안내하는 게시물

    타인 또는 제3자의 저작권 및 기타 권리를 침해한 내용을 담은 게시물

  • 근거 없는 비방·명예를 훼손하는 게시물

    특정 이용자 및 개인에 대한 인신 공격적인 내용의 글 및 직접적인 욕설이 사용된 경우

    특정 지역 및 종교간의 감정대립을 조장하는 내용

    사실 확인이 안된 소문을 유포 시키는 경우

    욕설과 비어, 속어를 담은 내용

    정당법 및 공직선거법, 관계 법령에 저촉되는 경우(선관위 요청 시 즉시 삭제)

    특정 지역이나 단체를 비하하는 경우

    특정인의 명예를 훼손하여 해당인이 삭제를 요청하는 경우

    특정인의 개인정보(주민등록번호, 전화, 상세주소 등)를 무단으로 게시하는 경우

    타인의 ID 혹은 닉네임을 도용하는 경우

  • 게시판 특성상 제한되는 내용

    서비스 주제와 맞지 않는 내용의 글을 게재한 경우

    동일 내용의 연속 게재 및 여러 기사에 중복 게재한 경우

    부분적으로 변경하여 반복 게재하는 경우도 포함

    제목과 관련 없는 내용의 게시물, 제목과 본문이 무관한 경우

    돈벌기 및 직·간접 상업적 목적의 내용이 포함된 게시물

    게시물 읽기 유도 등을 위해 내용과 무관한 제목을 사용한 경우

  • 수사기관 등의 공식적인 요청이 있는 경우

  • 기타사항

    각 서비스의 필요성에 따라 미리 공지한 경우

    기타 법률에 저촉되는 정보 게재를 목적으로 할 경우

    기타 원만한 운영을 위해 운영자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내용

  • 사실 관계 확인 후 삭제

    저작권자로부터 허락받지 않은 내용을 무단 게재, 복제, 배포하는 경우

    타인의 초상권을 침해하거나 개인정보를 유출하는 경우

    당사에 제공한 이용자의 정보가 허위인 경우 (타인의 ID, 비밀번호 도용 등)

  • ※이상의 내용중 일부 사항에 적용될 경우 이용약관 및 관련 법률에 의해 제재를 받으실 수도 있으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위에 명시되지 않은 내용이더라도 불법적인 내용으로 판단되거나 데일리팜 서비스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되는 경우는 선 조치 이후 본 관리 기준을 수정 공시하겠습니다.

    ※기타 문의 사항은 데일리팜 운영자에게 연락주십시오. 메일 주소는 dailypharm@dailypharm.com입니다.

최신순 찬성순 반대순
약국 일반약 매출액 Top 100(04월)
순위 상품명 횟수
1 타이레놀정500mg(10정) 23424
2 까스활명수큐액 11788
3 판콜에스내복액 13131
4 판피린큐액 10393
5 리쥬비넥스크림 1025
전체보기



인터넷신문등록번호: 서울,아52715 | 등록일자 2019.11.20 | 발행일자 2019.11.20 | 발행인 : 이정석 | 편집인 : 가인호
발행주소: 서울시 송파구 법원로 128 문정 SK V1 GL 메트로시티 A동 401호
전화 : 02-3473-0833 |팩스 : 02-3474-0169 | 청소년보호정책(책임자 강신국)
Contact dailypharm@dailypharm.com for more information
데일리팜의 모든 콘텐츠(기사)를 무단 사용하는 것은 저작권법에 저촉되며,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