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6대 대한약사회장 선거에서 승리를 거머쥐면서 회원들의 재신임을 받은 김구 당선자는 '경륜과 뚝심'으로 대변되는 덕장형 인물로 평가를 받아 왔다.

이는 지난 보궐선거에서 약사회의 안정을 우선으로 내세우며 회장 당선 후 상대 후보측에 섰던 약사회 임원들을 그대로 안고가는 모습에서도 잘 드러난다.

30년이 넘는 회무 기간 동안 쌓아온 풍부한 인맥과 유연한 인간관계가 김 당선자의 강점으로 꼽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김 당선자는 지난 1971년 중앙대 약대를 졸업하고 이듬해부터 1980년까지 서울 용산구에서 거북약국, 경기도 양평군에서 양동약국, 부산 해운대구에서 파라다이스호텔약국, 88년부터 현재까지는 성남시 수정구에서 '김구약국'을 운영해오고 있다.

이는 김 당선자에게 오랜 기간 이어진 회무경험과 풍부한 약국경영 마인드를 접목해 약사회 회무를 이끌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 주고 있다.

1989년부터 1990년까지는 성남시약사회 부회장을 거쳐 91년에는 경기도약사회 홍보위원장을, 94년에는 경기도약사회 부회장을 지낸 뒤 95년부터 97년까지는 경기도약사회장을 역임했다.

2007년부터 2008년 사이에는 약사회 부회장, 경기도약사회 총회의장을 맡았으며 2007년 7월 보궐선거 이후에는 제35대 약사회장으로 약사회를 이끌어 왔다.

약사회장 재직 중에는 원희목 집행부 계승을 선언하며 '무색무취' 회장이라는 오명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색깔을 최대한 자제한 채 약사회의 안정에 총력을 기울였다.

특히 회장 당선 직후부터 불어닥친 일반의약품 슈퍼판매 논란에 대해서는 정부와 국회 등 그 동안의 회무 추진과정에서 쌓아왔던 인맥을 총동원해 소리없는 협상론을 내세워 이를 진화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러한 모습은 그 동안 약사회에서 활동했던 임원들과 일선 회원들에게 안정감있는 회장의 이미지를 각인시켜 재신임을 얻어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다만 덕장형의 김 당선자에게는 회장 재임 기간 동안에도 '우유부단하다'는 꼬리표가 따라다니고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3년간의 재임기간 동안 이를 조기에 불식시켜야 하는 과제는 남아있다.

김 당선자 스스로는 재신임을 받은 상황에서 자신의 색깔을 낼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이를 극복하지 못할 경우 자칫 회장이 또 다시 임원들이나 약사회 원로들에게 끌려다닌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김 당선자가 재신임을 이유로 지나치게 안정을 고집한 채 변화를 바라는 약사들의 목소리에 귀를 귀울이지 않다면 회무 추진은 물론 자칫 약사회가 회원들과 괴리된 채 움직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는 것이 사실이다.

이로 인해 약사 사회 일각에서는 김 회장이 새로운 3년의 임기를 보장받은 만큼 주도적으로 약사회 현안을 파악해 '안정 속의 변화'를 이끌 해법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지적들도 나오고 있다.